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2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오페라 <양촌리 러브스캔들>이 공연되었다. 원작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이다.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 감자다’의 예술감독인 정선영 연출가는 <양촌리 러브스캔들>을 201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하여 2016년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는 <의정부 러브스캔들>로 제목붙여 공연했다. 2024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이후 2025년과 2026년 계속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우리네 시골 같은 무대 배경과 출연진의 유머러스한 연기 등으로 한국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 극전체를 번안하여 우리말로 노래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창작 뮤지컬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역 성악가 5명과 성악 연기앙상블 18명의 훌륭한 노래와 맛깔스런 연기, 넓직한 초가지붕에 초록 들판의 우리네 시골을 담아낸 정감 있는 무대미술, 지휘자 장혜윤이 이끄는 19인조 오케스트라의 깔끔하고 밀도있는 연주, 그리고 구름모양 판넬에 표시한 한국어 자막까지 관객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오페라 경험을 제공했다.
원작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아디나를 사랑하는 네모리노가 약장수 둘까마라에게 가짜 ‘사랑의 묘약’을 사 마시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경쾌하고 우아한 음악 속에서 장조와 단조, 리듬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극의 흐름을 이끈다. 이러한 음악적 구조 위에 우리말 가사를 입힌 이번 공연은, 의미 전달의 명확성과 감정 이입의 용이함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다. 모국어로 듣는 오페라는 관객에게 훨씬 직접적으로 다가왔고, 그 자체로 반갑고 의미 있는 시도였다.
공연은 도니제티가 우리말로 오페라를 쓴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뮤지컬 같은 재미가 있었다. 테너 김효종(N군=네모리노)은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맑고 힘찬 음성으로 노래하며 사랑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에 공감되게 연기하였다. 소프라노 김나연(A양=아디나)의 큰 키에 분홍치마는 모습 자체로도 양촌리의 여주인공다웠으며, 다양한 동선 중에서도 높은 C음을 키만큼이나 훤칠하게 선보여서 오페라를 각인시켰다.
초록 군복에 선글라스가 잘 어울린 바리톤 김종표(B중사=벨코레)와 바리톤 김경천(약장수 D씨=둘까마라)은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며 저음의 리듬감 있는 노래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을 재밌게 이끌어주었다. 소프라노 김혜정(짱나리=쟌네타) 또한 발랄한 연기와 노래로 소문이 무성한 마을젊은이들 앙상블을 잘 이끌었다. 이들의 2중창, 3중창에서는 가사가 겹치지 않게 배치하여 각자의 마음이 관객에게 잘 들려서 오페라 듣는 묘미가 있었다.
관객친화장치 - 대화와 식혜
관객과의 대화(GV)는 보통 영화관에서 많이 진행되는데, 오페라 공연 후의 GV는 관객에게 오페라를 알리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다’, ‘두 번째 관람중이다’ ‘부모님과 친구와 함께 보고 싶은 공연이다’, ‘대구에서 이 공연을 보러 서울까지 왔다. 전국순회하시고 대구에서도 공연하시라’, ‘작년 대학로 공연 관람 때에는 더욱 한국정서에 맞닿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번 공연을 보니 노력을 많이 했구나를 느꼈다. 네순 도르마, 라 트라비아타도 우리말 공연되면 좋겠다’ 등 공감과 찬사와 함께 많은 질의응답이 오갔다. GV 진행자는 ‘한글날에도 공연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의응답 중에는 “독일에 가면 언어장벽이 있는데. 이 오페라라는 장르의 아름다움을 음악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짱나리 역 소프라노 김혜정은 “공연하는 저도 독일어 대사를 이해하고 노래와 연기를 하는 것과, 뜻을 모르고 하는 것은 공연수행에 당연히 다르다”라면서, “한 작품을 여러 번 보시는게 좋구요. 첫 관람에는 음악자체의 아름다움을 따라 이해하고, 두 번째에는 내용과 뜻을 알고 들으면 풍요로운 감상이 되실 것입니다”라고 훌륭한 답변을 내놓아서 GV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공연 곳곳에 배치된 유머 요소와 비락식혜 협찬을 공연대사나 관람과 설문의 선물로 자연스럽게 녹여낸 PPL은 관객들에게 친근함과 재미를 더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오페라가 더 이상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오페라의 매력 아리아 - 운율에 맞는 번역의 가치
오페라의 매력은 단연 아리아다. 오페라 길이의 3분의 2지점에 고뇌하는 남자 주인공의 아리아는 특징적이고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네모리노가 부르는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우리말로 어떻게 불릴지 기대가 되었다. 첫 부분 ”Una furtiva lagrima(남몰래 흘리는 눈물) / negl'occhi suoi spunto(그녀의 눈에 맺혔네)“를 ”눈물어린 저 눈동자 / 달빛에 빛나고“라고 의역을 했다. 이탈리아어 가사에 눈동자와 달빛, 빛나다는 원래 없지만 선율과 리듬, 장면에 따라 우리말에 운율을 맞추어 이해하기 쉽게 한 것이다.
”che piu cer cando io vo?“는 ”더 바랄게 있을까?“로 거의 같은 뜻을 유지했고, ”M‘ama! Sì, m’ama, lo vedo. Lo vedo.“는 ”나를 사랑하는 너를 나는 느끼네“로 번역했다. lo(그것을, 그 사실을), vedo(나는 본다)를 직역이 아니라 마음으로 확신한다는 뜻을 살리면서 ‘나는 느끼네’라고 음악에 맞추었다. 우리말로 번안하고 젊은 출연진들이 발랄하게 연기하는 사랑이야기여서 <양촌리 러브 스캔들>이 뮤지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네모의 노래는 이것이 오페라이고 한국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컴백무대에 광화문 현장에는 4만여명이 모였지만 넷플릭스에서는 1840만명이 시청한 효율성의 시대다. 또한 장르적으로는 오페라 포맷이 뮤지컬로 바뀐지도 60년이 지났다. 대형 공연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시대 속에서, 오페라 역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단순한 형식의 전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더욱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양촌리 러브 스캔들>은 중요한 사례다. 문학 작품이 번역을 통해 새로운 독자를 만나듯, 오페라 역시 번안을 통해 더 넓은 관객층과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문학이나 뮤지컬에서는 활발히 이루어져 온 번안 작업이 오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더욱 값지다. 제작사 ‘예술은 감자다’라는 이름처럼, 이 작품에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의지와 고민이 담겨 있다. 번안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공연에 큰 박수를 보낸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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