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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임이스트 유진규,'아름다운 사람' 45주년 공연

연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4. 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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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규 <빈손>. ⓒ 이주희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오는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춘천 봄내극장에서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마임인생 45주년 <아름다운 사람>공연을 올린다. 1989년부터 2013년까지 25년간 예술감독으로서 춘천마임축제를 세계3대 마임축제로 이끌어낸 유진규.

이후 2014년부터 <가면, 몸, 마임>(2015), <2016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다섯 개의 몸맛>,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2016.8) <김장난장>(2016.11), <세월호7시간퍼포먼스_33한날에 돌아와요>(2017.3) 공연 출연 및 예술감독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지난 3월 31일 그를 만났다.

유진규 <빈손>.


-안녕하세요. 춘천에서 4년 만의 개인공연이라 들었습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처음엔 형식적인 거 그런 걸 꼭 해야 하나 했어요. 근데 지금 시점에 한 번쯤 정리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내가 춘천에 살면서 복합문화공간 '빨'을 운영했는데, 3년 전 그만두고, 서울이나 다른 데서는 개인공연을 하는데 정작 춘천에서는 못해왔어요. 춘천에 사는 사람으로 공연을 준비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45주년 공연이 콜라보레이션 작업인데요. 콜라보의 어떤 이점이 있나요?

"본격적인 콜라보 작업은 작년 2016년 '다섯개의 몸맛'에서 다섯 분야 작가들과 함께했는데, 내 기존 작업과는 다른 생생한 느낌,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는 게 좋았어요.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이 살아있고, 함께한 작가들도 좋아했죠. 이번 공연에서는 지금껏 해왔던 콜라보 작가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데요. 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내 작품들 중 선정해 기대하는 것은 고유의 내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2017년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

-세날 공연 설명 부탁드려요.

"4월 10일 첫날 <빈손>은 제 작품 중에서 스스로 손꼽는 작품입니다. 1998년 초연작인데, 이전 해에 뇌종양으로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은둔생활 끝에 얻어낸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당시에 '한국적인 마임의 전형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내용상으로도 존재의 삶과 죽음, 그런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이날은 요기가갤러리 대표 이한주(즉흥음악), 강해진(즉흥바이올리니스트), 전형근(다원예술가,영상)이 함께합니다. 과거 <빈손>은 사물놀이와 함께했는데 이번에는 다분히 실험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빈손>의 전통적인 우리 몸짓, 고정된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어요. 라이브 음악을 같이 하면서 느낀 것은 음악과 교감을 하고 어우러져야만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거. 여기에 즉흥성이 개입되는 거죠."

 

▲ 유진규 마임인생45주년 <아름다운 사람> 공연포스터. ⓒ 유진규


4월 11일 둘째 날은 '개인의 존재는 시대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질되고 왜곡되는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머리카락>(1987), <망령>(1988), <밤의 기행>(1992)이 공연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민주화운동과 그 후로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머리카락>은 서양 판토마임이고, <밤의 기행>은 우리 몸짓, <망령>은 퍼포먼스입니다. 공통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반복되는 일, 위협적이지는 않는데, 누적되면 존재는 파멸되는 그런 일들을 그렸어요. 그래서 다분히 현대인의 심리나 상황표현이 필요한데, '창작집합소 물오름'이 전자음악 미디어와 현대음악 작업으로 다양한 표현방법을 가지고 있어서, 세 개 마임에 맞게 일상 속의 비일상성을 표현해줄 거라는 기대를 하죠."

4월 12일 마지막 날은 '몸'이 주제다. 이번 공연 타이틀인 1979년 작 <아름다운 사람>은 박정희 유신 독재가 극에 달했던 당시 만들어져, 박정희 암살 직후에 공연됐다.

"1979년 박정희가 10월 26일 암살되고, <아름다운 사람>을 12월 1일 초연했어요. 애초 구상했던 건 유신정권에 억압되는 젊음들에 대한 거였죠. <날지 못하는 새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만들었는데, 암살됐으니 그 작품의 대상이 사라진 거예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죠. 나라 전체에 공황상태가 왔지만, 그 속에서 어떤 상태이든 자신의 존재를 지키며 살아남는 게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로. 근데 이번에도 그 딸 박근혜가 구속되고 이 공연을 하게 되니까 <아름다운 사람>은 참 묘한 시대적 인연을 갖고 있네요. 그때도 공황상태였고, 지금도 혼돈 상태고. 이번 공연을 통해서 뭘 제시할 것인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어요."

그 외 <어둠은 어둠이다>(2012), <몸>(2017)이 함께 공연된다.

"2017년 <몸>에 와서는 시대상 사회상보다는 근원적인 존재에 대해 접근한 거 같아요. <빈손> 이후로 제가 근원적인 것에 대한 접근을 시작했는데, <몸> 역시 존재 자체가 가진 의문을 다뤘어요. 셋째 날 공연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서로 오래된 관계가 존재자체로 풀어내는, 박창수라는 즉흥피아니스트 작곡가와 유진규라는 마임배우가 그야말로 '붙어보는' 거지요. 미니멀하게 모든 것을 제외하고 무대에 오로지 박창수와 유진규, 그랜드 피아노와 몸이 주고받고 맞붙는 겁니다."

'미니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니 "한마디로 뺄 걸 다 뺀 상태, 군더더기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보통 꾸미게 되는데, 그 설명들을 빼고 들어가다 보면 더 이상 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구성이나 내용 자체, 그리고 외형적으로도 빼다 보면 빛, 소리, 몸 등만 남게 되는 것처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단순하고 극소화 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대 위 말 없는 마임이 오직 인간 몸을 통해 뿜어낼 그 생명력이 어느 때보다도 활활 타오를 것만 같다.


▲ <아름다운 사람> 공연 당시의 유진규. ⓒ 유진규


-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옳' 퍼포먼스를 하셨죠.

"일단 나라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잖아요. 그리고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민들이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나선 거예요. 그때 '나는 예술가인데 지금 무얼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거죠. 촛불 들고 두 번, 세 번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집회에 참여하다가, '너는 예술가 아니냐, 너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자'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12월 7일, 막바지니까 힘을 실어줘야겠다 싶어서 내 주변의 퍼포먼스, 실험즉흥음악 소위 말하는 '비주류 예술가'들을 모았죠. 탄핵을 부각시키는 예술적 행위를 하자. 그래서 <주류 아닌 예술가들의 시국 퍼포먼스 옳>을 처음으로 했어요. 옳은 행동들을 하라고 '옳'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는데, 그다음은 헌재에서 인용이 되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한 번 하고 끝내려 했는데, 그때까지는 가야겠더라고요. 그 이후로 결국은 박근혜가 탄핵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해서 3월까지 15번을 하게 됐어요. 중간에 하야했으면 그렇게 길게 못 했겠죠."

-옳 퍼포먼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퍼포먼스 제목이 '닭쳐', '눈떠', '황교 아니아니아니',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등 매주 터지는 그 주의 이슈를 건드려서 부각시켰어요. 붉은 옷을 입은 '피의 사제'로 우리 스스로를 상징했어요. 의상, 얼굴분장, 어깨에 멘 몸 크기의 관을 상징하는 양철판이 주목을 끌었죠. 특히 오후 3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퍼포먼스 이후에 4시간가량 안국-청와대 길목-총리관저를 행진할 때에는 어깨에 멘 철판소리가 꽹과리 수십 대가 모인 것처럼 '쾽~쾽~쾽~' 들리는데 그 광경이 신기했던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 소리는 마치 이 시대를 들어내어 바꾸고자 하는 우리와 시민 모두의 괄괄한 심정을 닮았죠."

3월 말, 광화문 캠핑촌이 철수된 이후에 일부 자료들이 서울 역사박물관에 기증이 됐는데, '옳' 또한 역사박물관에서 의상, 철판, 포스터, 사진자료, 다큐멘터리(황현성 감독)를 수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는 그 빨간 옷 입고 양철판 끌고 광화문 갈 일은 없으니까(웃음). 아카이브 후는 폐기하냐고 했더니, 박물관에 들어온 거는 폐기는 없고 영구보존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 유진규의 <꽃>. ⓒ 유진규


- 예술의 사회적 힘이 있을까요?

"나는 시대의 문제를 다루고 거기에 저항하는 작품을 했지만, 시위한다고 거리에 전면으로 나선 적은 없어요. 그런데, 시국상황 이거는 다른 문제다, 나라 자체의 존립 문제라는 거죠. 거기에 사는 국민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내가 예술가라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뭐냐, 예술행위로 표현하는 거다, 그게 내가 촛불과 함께하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옳과 함께한 다른 예술가들도 이번 기회로 스스로가 가진 예술적인 힘이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겁니다. 사회 속에서의 자유, 나 같은 일반 예술가들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이 가능하면서 변화를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아름다운 사람> 얘기로 돌아와서요. 1970년대와 2016년, 우리, 아름다운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그때는 인위적인 거, 총으로 쏴서 없애버린 거죠. 사전에 준비가 됐다든지 대항하고 싸우면서 엎어버린 게 아니라, 전혀 앞도 뒤도 없는 사건에 의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혼돈보다도 공황상태였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촛불이라는 힘이 계속적으로 싸워서 얻은 결과잖아요. 앞으로 어떤 것이 올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이겨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전혀 다르죠. 반면 불안 요인은 상대적으로 더 많아요. 보수 쪽에서는 자꾸 불안을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나는 우리의 촛불과 광장이 얻어낸 승리를 보자면 우리가 희망을 얘기하는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사람.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광장도 변했고, 많은 것이 변했다.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그렇지만 그 본질은 나와 너,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자신의 몸으로 드러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을 물으니,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고 한다. 꽃이 핀다. 이 봄, 우리는 또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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