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연출 공연 <소월산천>은 시인 김소월(신덕호 분)의 삶을
앙상블 시나위, 정재일(기타),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낭독으로 구성했다.ⓒ 플랫폼61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시인은 왜 죽음을 택해야만 했을까.

암울한 시대 일제강점기. 육남매의 아버지였던 시인 김소월은 희망 하나 보이지 않는 이 땅을 하루하루 살아가다 술에 양귀비 가루를 타 먹고 자살했다.

지난해 국립국악원 검열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박근형 연출의 <소월산천>이 지난 5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플랫폼창동61(협력 예술감독 김서령) '오뉴월 국악 공감' 무대에서 공연됐다.

죽음이 김소월의 운명이었다면 공연에도 역시 운명이 있는가보다. 6월 초 주말, 공연이 시작되자 <소월산천>에게는 서초동 국립국악원의 번듯한 공연장보다는 창동역 1번 출구 앞 빨간 컨테이너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극의 몰입도나 극 중 시대의 암울함, 음악의 프로그레시브한 면이 안정적인 국립국악원이었다면 오히려 깊게 와 닿지 않았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극이 시작되면 소월의 아들(심재현 분)과 딸(김은우 분)이 김소월의 삶을 간략하게 낭독조로 읊는다. 김소월이 결혼하고, 학교에 다니다 유학가고.... 극은 시인의 삶을 짧은 '언어'로 상징한다. 하지만 그 어느 연극, 뮤지컬보다도 식민시대 시인의 삶을 더 실제적이고 고달프게 전달된다. 여기에는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극 시작 전 서주와 후주로 <소월산천>이 특색 강한 음악극임을 전면에 드러냈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앙상블 시나위와 정재일의 열정과 감각 넘치는 격정어린 연주는 일품이었다.

기타의 정재일은 프로듀서, 전자음악 등 다재다능 뮤지션이지만, 이날은 오롯이 기타만으로 자신의 재능을 선보였다. 베이스기타, 전자기타, 클래식 기타로 그때그때 장면에 맞게 음역과 리듬을 넘나들며, 뽐내기보다는 전체 음악에 잘 스며드는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 합류하게 된 국악그룹 푸리 원년멤버인 타악의 장재효는 장구, 북, 드럼, 효과 악기까지 탄탄한 마당을 제공해주었다. 보컬, 가야금의 김양화는 구슬프게 흐느끼며 목놓아 우는 그 음색과 우리말을 잘 들리게 받침음을 일찍이 내는 발음법이 특색 있었고, 피아노의 정송희는 화성적 색채와 리듬 면에서 깔끔하고 시원한 연주를 선보였다.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아쟁의 신현식이었다. 왼손의 격렬한 농현과 오른손 활의 운궁, 음률과 장단을 느끼는 넘실거리는 고갯짓이 보는 이도 연주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흥겨웠다.



▲앙상블 시나위와 정재일의 열정과 감각 넘치는 격정어린 연주는 정말 일품이었다.ⓒ 플랫폼61


먹고살기 힘들고, 눈치 보고,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시절, 어느 밤 소월(신덕호 분)은 아내(고수희 분)와 말없이 술잔만 수차례 기울인다. 이내 "그만 살자"며 양귀비꽃가루를 술에 타 마시고, 아내는 그 모습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소월이 죽고 아내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며 소월의 진달래 꽃을 담담히 읊는다. 이어 터져 나오는 "갈까 부다"라는 구음은 극의 이야기, 시의 내용과 어울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극이 끝나고, 후주에서는 극 진행 때 눈에 띄지 않던 피아노와 타악기 까지, 각 연주자의 최대기량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관객들의 환호성과 브라보를 끌어냈다.

그런데, 왜 육남매의 아버지, 시인은 죽어야만 했고, 우리는 이 공연을 국립국악원이 아닌 컨테이너에서 보아야만 했을까. 우리는 무책임하지 않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잠시 답답했다. 공연은 어쩌면 사치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알릴 권리, 격조 높은 예술의 역할이 정권의 편향된 시각 때문에 말의 씨앗 하나 던지지 못한다면, 그 누가 예술을 하겠는가.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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