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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SICMF) 2012 - 국내외 다채로운 컴퓨터음악의 향연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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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HEAB의 'the evolutive voyage(2012)'. 센서악기에 의한 실시간 전자음향과 실시간 영상이 제목대로 점차 진화하는 음악과 영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 박순영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SICMF : Seoul International Computer Music Festival) 2012'가 열렸다. 올해로 19회째인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는 한국전자음악협회(KEAMS : Korean Electro-Acoustic Music Society, 회장 임영미) 주최로 아시아 최초로 시작된 세계적인 컴퓨터음악제로, 국내외의 다양한 컴퓨터음악 공모작과 초청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값진 무대로 자리매김 하여왔다.

올해는 4일 공연동안 29명의 국내외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되었고, 마지막 날은 특히 독일의 현대음악 앙상블 E-mex가 초청되어 유수한 유럽의 작품과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또한 26일 27일 양일간 서울대학교에서 'KEAMSAC 2012 : 한국전자음악협회 연례학술대회 2012'가 열려 11편의 컴퓨터음악 관련 논문발표가 진행되며 활발한 학술교류가 이루어졌다.

첫째날인 24일에는 7명 작곡가의 작품이 테이프와 오디오비주얼, 라이브 일렉트로어쿠스틱, 댄스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졌다. 전반부에서 인상적이었던 iHEAB(interactive Hybrid Electro-Acoustic Band)은 the evolutive voyage(2012)라는 작품에서 네 명의 작곡가 겸 연주가가 무대 위에서 숨소리, 말소리 등 여러 가지 음향재료를 각자의 센서와 컨트롤러 등의 전자악기로 실시간 변조를 거쳐 제목 그대로 '진화'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후반부에서는 캐나다 작곡가 Pierre P. Blais의 "Spiralling" for audio-visual media(2010)가 나선형의 조가비를 모티브로 한 영상과 날카롭지만 점차 두터워지는 듯한 음향으로 영상과 어울리며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었다. 안두진의 "譃我有 : 내안의 거짓(Who are You?)" for dance, bass guitar and live-electronics(2012)는 특히 무용수가 고뇌하고 방황하는 인간의 몸짓을 잘 표현하며 베이스기타의 저음과 라이브 전자음향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둘째날은 테잎곡과 댄스, 영상, 그리고 특히 베이스 클라리넷과 타악기 작품 위주의 8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신성아의 "black thin line" for audio-visual media(2012)가 영상과 사운드의 조화에서 좋았으며, 양용준의 "access-i" for dance and live-electronics(2012)는 센서를 착용한 무용수의 간결하고도 단호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실시간의 전자음향이 재미있었다. fest-m 2012 최우수작인 백준태의 "Meme 2" for snare drum solo and live-electronics(2011)는 스네어 드럼의 다양한 현대주법과 밀도 있는 진행이 전자음향으로 증폭되어 연주되는 구성이 좋았다.

▲ 캐나다 작곡가 Pierre P. Blais의 "Spiralling" for audio-visual media(2010). 나선형의 조가비를 모티브로 한 영상과 음향이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주었다. ⓒ 박순영 기자


셋째날인 26일은 테잎곡과 타악기, 첼로 작품, 그리고 아코디언 작품이 마지막으로 배치되어 특징적이었다. 그 중 전반부 김태희의 "Electric Dreams" for cello and computer(2012)는 첼로의 단일 모티브가 점차로 확장되며 반복에 의한 강한 인상을 주고 있었으며, 영국작곡가 Manuella Blackburn의 "Switched on" for tape(2011)은 TV켜는 소리, 다이얼, 버튼 소리로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후반부에는 독일작곡가 Peter Gahn의 "Nachtsicht" for live-electronics, narrator and percussion(2010/2011)는 도시의 밤이라는 주제로 시와 타악기의 현대주법으로 음량은 작지만 그 에너지는 크게 느껴지는 구성감으로 밤의 적막감과 교통소음, 걸음소리 등을 형상화하였다.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Daniel Quaranta는 "Chasing Breath" for accordion and fixed media (2010)에서 아코디언 특유의 숨소리와 화음이 확장되고 증폭되는 과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주었다.

마지막 날인 27일은 E-mex 콘서트로서 7개의 라이브 일렉트로 어쿠스틱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모두 현대음악 주법의 구성이 탄탄한 작품들이었으며, 전자음향은 악기를 보조해주면서도 각 작품들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현석의 "Clotho" fur Klaviertrio und Tonband(2011)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피아노트리오와 전자음향의 주고받음이 묘미인 작품을 보여주었다.

후반부 이병무의 "Gyro-phase" for Fl, Cl, Vn, Vc, Perc, Pf and Live-electronics(2012)는 여러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음향의 다이내믹한 움직임과 순행과 역행을 반복하는 나선구조의 곡 구성이 특징이었다. 특히 어쿠스틱 파트 자체로도 탄탄해서 전자음향의 도움이 필요 없어 보이지만 전자음향은 독립적으로 작품구조의 일부분을 차지하며, 또한 어쿠스틱 파트의 음색채를 보조, 강화해주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었다.

간혹, 전자음향이 너무 부각되어 어쿠스틱파트 독립적으로는 역할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전자음향은 사용의 타당성이 찾아지지 않는 작품들이 더러 있는데, 이날 27일 공연은 역시 국제컴퓨터음악제의 명성대로 악기파트와 전자음향이 각자 빛나면서 서로를 보완해주어 함께 빛나는 작품들이었다.

▲ 이병무의 "Gyro-phase" for Fl, Cl, Vn, Vc, Perc, Pf and Live-electronics(2012). 여러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음향의 다이내믹한 움직임과 순행과 역행을 반복하는 나선구조의 곡 구성이 특징이었다. ⓒ 박순영 기자


포르투갈 작곡가 Luis Antunes Pena의 "Fragments of Noise and Blood" fur Bassklarinette, Violoncello, Schlagzeug, Klavier und Elecktronik(2009)는 전자음향까지 5개 악기파트로 이루어진 6개 악장의 대형작품으로 클라리넷의 멀티포닉스, 현악기의 술 폰티첼로 등 특수주법들과 그 음색채를 전자음향의 아티큘레이션에도 그대로 사용하여 연계성을 살리고 있었다. 또한 피아노 한 대에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 연주자까지 세명이 동시에 서서 연주하는 장면은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대중가요나 TV에서 가수들의 경쟁 프로그램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컴퓨터에 의한 새로운 음향을 추구하며 한길을 지켜온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보기'에 비해 '듣기'는 즉각적이지 않고 많은 감정적, 논리적 판단을 제공하기에 쉬운 음악, 바로 들리는 음악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현대음악과 컴퓨터 음악, 어려운 만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 때, 20년 가까이 학술적인 음악, 아카데믹한 음악만의 귀중함을 보존하여 일반에게 알려온 한국전자음악협회(KEAMS)의 노고와 음악정신이 느껴지는 음악회였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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