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화 <몸, 저장된 시간 - ver.3> 한 장면. 접고 펼치는 가벽 오브제와 영상,
긴장으로부터의 이완까지 몸에 저장된 시간을 점층적으로 펼쳐내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몸을 쓰는 방법은 많다. 무용수나 배우들이 몸을 주제로 표현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고 그 각각은 대체로 그럭저럭 공감이 됐다. 그런데 홍경화가 표현하는 몸은 굉장히 달랐다.

2019모다페(MODAFE, 국제현대무용페스티벌)가 5월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공연중이다. 올해로 38회를 맞는 모다페는 국내외 현대무용흐름의 최신경향이 소개되는 국내최대규모 무용축제로 올해는 16일과 17일 이스라엘 키부츠 댄스 컴퍼니의 신작 <Asylum>의 호평 등 관객들의 관심아래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2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홍경화의 <몸-저장된 시간 ver.3>(예술감독 김영미/안무 홍경화)은 기존 무용공연의 통념을 흔든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직후의 열화와 같은 브라보와 박수갈채, 극장을 가득메운 관객이 말해주듯 안무가 홍경화의 인기 만큼이나 그녀가 추구하는 영상과 오브제의 사용, 무용과 한몸인 듯한 음악, 통일된 에너지가 느껴지는 군무, 긴장으로부터 이완된 몸의 표현까지 여러가지를 두루 챙길 수 있는, 챙길 줄 아는 역량과 여유가 느껴졌다.


몸에 저장된 시간과 기억을 영상미디어의 버퍼(Buffer)와 딜레이(Delay)방식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해 공연에 입체성을 더하였다.


무대가 시작되면 무대 가로로 흰 주름장막, 그 위를 오른쪽 방향으로 한 여인이 유유히 지나가면, 장막 앞쪽으로 홍경화가 천천히 왼쪽으로 걸어간다.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서로간의 만남에 의해 휘어지기도 하고, 만남을 시작으로 걸어가는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굳이 빠를 필요 없이, 몸을 무조건 쓰지 않고 느끼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들 같은 감성을 준다. 이후 사람이 만나서 생기고 느끼는 관계가 자유자재로 무대를 가로지르는 흰 주름장막끼리의 만남과 해체로 표현된 부분도 오브제의 사용에서 큰 인상을 남긴다.

갑작스런 정적과 함께 무대위 오른쪽에 홍경화가 나온다. 팔꿈치, 목, 무릎 등 신체 관절을 하나씩 강조하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이 모습이 옆 장막에 다섯개의 딜레이 된 홍경화로 뒤덮인다. 천천히 다섯개로 겹쳐 흐르는 그녀의 몸. 점차로 영상은 흐느적거리며 다채로운 색깔로 몸 곳곳을 살핀다. 이 대목에서 점층적으로 겹쳐지는 미니멀리즘 음악도 분위기 연출에 한몫했다.

주름형태의 접고펴는 이동형 오브제는 가벽, 왕좌 등
다양한 상징으로 활용되며 공연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그 다음장면은 주황색 주름장막이 마치 왕좌처럼 사용되어 눈길을 끈다. 이내 밝은 섬광의 천장으로부터의 핀 조명이 무대위를 일곱차례나 가로지르며 누군가를 찾는다. 핀이 공연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빠르게 오간 것은 처음 봤다. 이후 한국전통장단풍의 음악에 맞춰 흰 양복의 무용수들이 전통춤사위의 느낌을 응용해 흥겨움의 포인트를 준다. 박력있고 단합되고 일체화된 힘이 느껴진다.

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무대 뒤쪽으로 서서히 걸어가는 그들. 클라이막스와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었기에 이대로 Fade Out 되는 무대인가 싶어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할 즈음, 쏟아져내리는 파티클 영상. 어둠 위에 쓰러진 우리의 몸, 그들 무용수들의 몸 위로 움직이는 몸의 파티클 영상 조명이 무대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비추인다. 지금껏 저장되었던 몸의 움직임은 그렇게 잔해를 남기며 감각적인 피아노소리와 함께 울려퍼진다.

한편, 2019모다페는 25일(토)에는 오전11시부터 오후6시까지 <모여라!마로니에 공원>행사로 시민댄서참여무대, 100인의 마로니에 댄스, 워크샵 퍼포먼스등을 펼친다. 저녁9시에는 MODAFE의 밤으로 네트워크 프로그램, 25일(토) 오전11시 이음아트홀에서는 이음아트홀에서 모다페 포럼으로 <첨단기술과 춤 예술의 공존을 말하다> 주제로 토론의 시간을 가진다. 26일(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김원의 <Being Involved 2019-Oumuamua>, 안선희 <전설이 된 움직임>, 이동하 <Empty hero>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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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1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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