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7월부터 공연소식이 많다. 올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5개월의 터널을 지나, 7월 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오페라단의 <힘내라 대한민국 - 한국가곡과 아리아의 밤> 공연이 열렸다. 모처럼의 오페라극장 공연에 들뜬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이날 공연은 두 시간동안 앵콜까지 총 21곡으로 주옥같은 오페라 각 장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앵콜 <오! 솔레미오>는 기나긴 코로나를 극복하고픈 의지와 함께 빛나게 타오르며 지금까지도 귓가에 생생하다. 서희태 지휘의 모스틀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운명의 힘> 서곡을 연주하면서, 삶의 긴박감과 애수가 공존하는 오페라라는 웅장한 서사로 관객을 순식간에 인도했다.  

다음으로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능선수’를 바리톤 우주호와 한명원이 우렁차고 호쾌하게 선사했으며, 이어진 <잔니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소프라노 강혜정의 우아한 자체공명의 목소리와 바리톤 강형규의 품격 있고 중후한 음성과의 조화가 좋았다. 소프라노 김유진, 김신혜와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붉은색, 초록색, 보라색 드레스의 배합에 아름다운 3화음 중창으로 선사했다.


바리톤 한명원이 부르는 <뱃노래>(조두남 곡)를 들을 땐 갑자기 코끝이 시큰했다. 앞 세 곡의 서양오페라 아리아와 대비되는 우리 가곡이라 그런지, 첼로, 베이스의 경쾌한 붓점 저음이 한국 전통음악의 북과 같은 고동으로 느껴졌다. 테너 한명원의 노래는 미성과는 다른, 테너로서의 팽팽함이 한국 판소리의 시원하게 지르는 가창과 겹쳐져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D minor화음이 G major 화음으로 펼쳐지는 순간의 미묘한 진행에, 
눈물이 핑도는 느낌이 들었다. 배경 영상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배처럼 서양 점묘법 화풍이었는데, 우리 노래니까 우리전통 수묵화의 배그림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프라노 김신혜의 <동심초>(김성태 곡)도 가사가 잘 들리고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름다웠는데, 구슬픈 노래에서 
지금의 이 코로나와 발목잡힌 공연계의 한스러운 상황이 맞물려 느껴졌다. 언제 들어도 푸른 기상이 느껴지는 바리톤 우주호가 부른 <선구자>(조두남 곡)는 힘 있는 연주로 앞 순서에 비해 브라보를 가장 많이 받았다. 소프라노 김유진이 부른 <못잊어>(김동진 곡) 또한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만’이라는 가사가 절절히 와 닿았다.

바리톤 강형규의 <그리움의 아리랑>(최영민 곡)은 담백하고 우정어린 아리랑 선율진행과 가사 전달력에 클라이막스의 ‘아리랑’이라고 외치는 느낌의 벅참이 좋았다. 1부의 마지막은 <그리운 금강산>(최영섭 곡)이었다. 전주의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듯한 바이올린 선율로부터 벌써 북녘땅이 그려지며, 이날 공연이 7월 초반이라 6.25기념일이 지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테너 강무림의 청명한 음색과 소프라노 박정원의 비장한 표정과 부드럽고도 포용력 있는 음색과 프레이징이 좋았으며 '이 노래가 참 좋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2부에도 더욱 오페라 다운 레파토리들로 가득찼다. 오페라 <카르멘> 서곡의 경쾌함이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이어진 ‘하바네라’는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이 영상 속 카르멘이 붉은옷이기 때문에 대비되도록 에매랄드색 옷을 입었다. 이날 무대가 카펫재질인데도 강렬한 춤 스탭을 보여주고 무대위를 좌우로 오가며 분위기를 살렸으며, 퇴장 때에도 지휘자에게 인사 안하는 화려하고 앙칼진 카르멘을 연출했다. 
소프라노 박정원의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검정색 나비모양 자수 드레스가 곡과 잘 어울렸으며, 애틋한 선율선을 잘 살린 감정선과 호흡선이 일품인 연주였다. 


이날 모두를 공감시킨 노래는 단연 루디 박의 것이었다.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을 불렀는데, 곡 초반 무대 옆쪽을 보며 분위기를 잡았고 곡이 끝날 때는 흐느낌을 담아 관객의 감정몰입을 이끌어 냈다. 또한 ‘넬순 도르마’를 부를 때도 넓고 강한 스펙트럼으로 저음부터 초고음까지 울리는 그 장쾌한 여정에, 대단원의 팡파르를 목소리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것에 두 곡 모두 관객들은 열렬히 브라보 환호성을 터뜨렸다.

테너 강무림의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는 테너 강무림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선곡이었으며, 진지한 표정과 청명하면서도 힘 있는 열창에 관객들도 브라보로 화답했다. 테너 신상근은 라라의 ‘그라나다’를 부르며 정열의 스페인 리듬과 에너지를 표현하며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두 곡은 출연진들의 합창이었다.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웅장함 속에 인간애가 참으로 느껴졌으며,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성악 출연진 11명이 한 대목씩 번갈아 화목하게 부르며 성대한 팡파르를 마무리했다. 관객의 박수세례와 앵콜에 출연진 수처럼
11명 사람이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뛰어오르는 뒷모습이 그려진 무대영상이 보여지고, 전출연진은 '오솔레미오'의 클라이막스까지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며 이날 공연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mazlae@hanmail.net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창작오페라 "까마귀"(왼쪽, 테너 서필)"와 "김부장의 죽음"(오른쪽, 바리톤 허철).
ⓒ 라벨라오페라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이번 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4개부문 석권도 참으로 기쁘고 경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막상 나의 겨울나그네 여정을 흔들어 깨운 것은 지난 주말 본 창작오페라 <까마귀>(27일 관람)<김부장의 죽음>(28일 관람)이었다.

 

두 오페라 모두 가족을 소재로 했기에, 내 가족을 생각하며 보았다. 그리고 내가 유유자적하게 마음 속 겨울여행을 지내는 동안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연 한편을, 오페라를 올리려 날마다 노력하셨구나를 느끼니 감동도 되고 반성도 되었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7-8일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까마귀>(공혜린 작곡, 고연옥 대본, 구모영 지휘, 이회수 연출)6일 극장 리허설의 전반부를 10열에 앉아서 봤다. 두 달 만에 모처럼 보는 공연관람이라 그런건지, 내가 세 아이 엄마라 그런지, 막내를 잃을 뻔 했다는 극의 내용에 나도 아이 셋을 한강수영장에서 못 찾을 뻔 한 적이 있기에 울컥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말 창작오페라 이렇게 잘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7일 저녁 공연때는 5열에 앉았는데, 전날 한번 봤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앞자리라서 자막을 안 봐도 성악가들의 우리말 노래가사가 극 내용에 따라 잘 들렸다. 공혜린 작곡가의 음악은 박진감 넘치고 시원하게 전개되었다. 현대음악기법부터 정통 클래식, 가요까지를 적재적소에 막힘없이 배치하고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서 "이 작곡가가 어디서 나타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오페라창작계의 세대교체도 느꼈다. 작곡가가 젊은 20대후반의 나이라 여러 장르 음악을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흡수하는구나, 역시 젊은 세대는 보고듣는게 우리랑(?)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은 빨간 셔츠에 검은가죽장화, 체인벨트를 찬 반항아가 되어 13년만에 돌아온 막내(테너 서필)와 가족간의 충돌과 화해를 그렸다. 1막에서 아빠 역 바리톤 양석진이 울고 떼쓰는 6살 막내를 손에서 놓친 순간을 노래부를 땐 아빠의 큰 가슴의 사랑이 잘 느껴졌다. 2막에서 엄마 역 소프라노 강혜명은 아들을 향한 모성이 가득 느껴지도록 애틋한 표정, 한 음절 한 음절 성실히 전달하는 우리말 발음과 풍부한 발성으로 배역을 살려서, 우리말 성악도 소프라노 음역에서 충분히 가사전달이 잘 되고 안정적일 수 있구나하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 오페라 "까마귀"는 IMF 금융위기에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의 삶과 화해를 그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아빠 역), 소프라노 강혜명(엄마 역), 베이스 장성일(형 역),
테너 서필(막내 역), 소프라노 한은혜(누나 역). ⓒ 라벨라오페라단

 

   

깔끔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이회수 연출은 이번 <까마귀>에서도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바닥에 사각 LED 조명으로만 중극장 무대를 채웠다. 재회의 즐거움과 그간의 슬픔을 노래한 남매들의 3중창에서 무대가 회색빛으로 되고 천장의 둥근 등이 켜지자, 이 무대가 비로소 범인을 취조하는 '취조실' 느낌으로 연출한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 마치 인생이라는 심판대에 오른 느낌이랄까. LED 무대는 2막에서 엄마가 아들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을 노래할 때는 보라색으로 빛나는 등 다양한 색으로 각 장면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서울대 법대생이기에 평온하게 잘 자랐을 거라 생각했던 큰 누나(소프라노 한은혜)의 입을 통해 나오는 노래에서 동생을 잃은 절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둘째 형(테너 장성일)의 노래는 남자 특유의 단순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자들보다 따스한 깊은 정의 느낌이 잘 묻어나왔다. 누나의 노래에 막내 역 테너 서필이 "최고에게 핑계가 필요하듯 그 반대도 비슷하지"라며 그간의 휘몰아치는 심정을 표현할 때는 13년의 버림받은 삶과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공연을 보기 전 IMF의 금전위기로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상황, 그리고 아예 다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어린 막내만큼은 살리려고 버리게 된 그 판단은 어떻게 하게 되는지 차마 가늠조차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실 그 답을 공연에서 찾고 싶었고 2막을 기대했었다

 

1막이 13년 만에 막내를 찾은 14의 가족구성원의 마음을 꽤 자세하게 표현했다면, 2막은 막내의 좌절을 어루만지는 엄마의 힘으로 공연이 구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엄마의 노래비중이 컸다. 하지만 왜 자살을 선택했고 막내를 버렸는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거나 심정을 깊고 길게 서술하지는 않았다. 가족의 선택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혼자 여행하며 다잡은 막내의 의상이 빨간 셔츠에서 흰색 스웨터로 바뀌었고, 마지막 장면은 엄마와 아들의 화해로 앞으로의 가족의 여정을 암시하지만, 오페라적 대단원의 팡파르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 13년간 "까마귀" 막내를 보호했던 건 정말로 길거리 그들일지 모른다. 왼쪽부터
베이스 전태화(남자 역), 테너 서필(막내 역), 소프라노 홍선진(여자 역) ⓒ 라벨라오페라단

 

 

아마도 삶이 그렇겠지만 오페라 형식이나 트렌드도 그렇게 변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이 지대하게 큼을 알기에 그것을 표현했을수도 있겠다 싶다. 그날 그런 아쉬움이 있었는데도 아빠가 가족들에게 막내가 헤어져 사는 동안의 별명이 "먹을 것만 보면 까마귀처럼 달려들어서 별명이 까마귀였대"라고 노래가 아니라 대사로 딱 한번 설명할 때의 섬뜩함과 주역테너의 선율 중 '까마귀' 가사에서 '#-(한옥타브 위)-#' 음의 음산하고 숙명적인 느낌은 아직까지도 전율하리만치 잊을 수 없다. 이 둘을 대사와 극단적 선율로 극명하게 대비시킨 것이다. 결국 '#'라는 제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높이 치솟아 한단계 위 제자리로 안착하는 그 삶의 계단처럼 무섭고도 애달프다

 

이번 <까마귀> 공연에서는 나날이 큰 포부로 도약하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 프로덕션의 힘을 느꼈다. 또한 그간 한국오페라계 성악가들의 탄탄한 성장과 공연노하우가 축적됨과 동시에 여러 작곡가들의 창작오페라 경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 창작아카데미나 오페라 창작산실의 지원까지 서로간의 좋은 영향력으로 쌓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프로그램지에 고연옥 작가의 글에 '오페라 <까마귀>가 만들어지는 동안은 진심으로 후회했지만 다시 작품과 화해했다'는 표현에서 나도 극작가인 동료 최작가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공연되면서 제 대본에 연출, 배우 모두 손을 대면서 극이 산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작품이 제일 히트쳤어요". 

 


▲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초반, 진짜로 자신의 죽음을 계산하는 가족과 지인을
김부장처럼 보게되면 어떤 느낌일까?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25일부터 8일까지 공연된 오페라뱅크(총감독 허철)<김부장의 죽음>(작곡 오예승, 대본 신영선, 연출 홍민정, 지휘 정주현)은 인터미션 없이 70분 동안 압축적으로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2020년 한국사회의 모습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서곡에서 기타선율이 고대 그리스 세이킬로스 비문의 선율을 연주하며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어둑한 잿빛 도시와 세이킬로스 비문의 글자들을 보여주는 영상, 소극장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무대미술, 자막이 없는데도 잘 들리는 우리말 발음의 성악과 지휘자 정주현과 함께한 10인조 네오필리아 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이 좋았다. 특히 우리말 가사가 잘 들렸던 것은 기자가 3열로 무대가까이 앉은 이유도 있겠지만, 여러 소극장오페라에서 관객을 가까이 만났던 오페라뱅크와 작곡가 오예승의 다양한 극음악 경험의 조화 덕분이라 생각된다

 

극 초반 갑작스런 김부장(8일 공연, 바리톤 임희성)의 죽음에 직장동료 세 명이 "5만원이면 되겠지? 거 참 한심하네. 직장생활 3년에 부조금액도 모르고"라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아직도 어째 살고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세상사가 생각나서 공감이 간다. 영정 사진에서 죽은 김부장이 직접 내려다보는 장면, 조문객에게 돈만 밝히는 아내(메조소프라노 김보혜), 김부장과 아내의 첫 만남부터 결혼사진, 돌 사진, 20년 지난 현재의 가족사진과 고마움은 모르고 철없는 아들(테너 석인모), (소프라노 김은혜)의 노래까지 각 장면의 가사와 노래가 위트있게 진행된다.

 

회사 상무에게 청탁을 하여 지방근무에서 서울발령이 난 김부장. 서울의 50평형 아파트에 예쁜 커텐을 달다 그만 허리를 삐끗하여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부인이나 윤부장(테너 최성수)"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은 죽음을 지켜보는 산 자의 두려움이다. 높다란 무대 벽 네모난 창문에서 "동의서에 싸인하세요", "임상실험 중이지만 도움은 될 겁니다"라며 의사 네 명이 불협화음으로 합창하며 환자를 괴롭힐 때는 정말 김부장의 괴로움이 느껴져 불쌍했다.

 

▲ 불협화음을 위한 것일까, 협진을 위한 것일까. 극 중 의사 네 명, 왼쪽부터 테너 이규철,
소프라노 정시영, 메조소프라노 권수빈, 베이스 황상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대 한켠에서 노숙자(베이스 김남수)가 인생에 대해 노래하는 잔잔한 G단조 화음이 심금을 울린다. 아내와 간병인(소프라노 이지혜)의 듀엣도 우애롭다. 김부장이 병상세례를 받고 가족과 목사님, 지인들이 불러주는 애니로리 합창이 뭉클하다. 세례 후 김부장은 "어쩌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살고싶다"고 한다. 무대 벽에서 하얀 빛이 관객석을 길게 비춘다. 주인공은 "바로 이거야"라고 하며 모두들 "죽음이 끝났다. 죽음은 이제 있어"라고 노래한다.  

 

두 편의 창작오페라 관람에서 우리말 가사 전달력 부분에 대해 느낀점이 있다. 첫째, 가사의 첫 음절이 확실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첫음절이 ,처럼  혀뒤에서 나는 소리는 안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작곡이나 성악표현의 리듬이나 셈여림, 음역의 강조나 오케스트라 반주와의 음역 구분으로 잘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선율이 진행되면서 앞뒤 음절과 단어의 결합으로 안들렸던 부분이 유추되면서 가사가 파악되기도 했지만, 다 잘 들리면 그게 제일 편안할 것이다.

 

두 번째는 오페라 공연에는 극장 전문가, 음향 전문가, 편곡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자가 두 오페라를 비교적 앞쪽 자리에서 관람하기도 했거니와 현대음악작곡 전공이라 소리를 신중히 듣는 편이라서 이번 두 편의 오페라에서 우리말 가사를 잘 들었다. 하지만, 뒷쪽 자리에 앉은 보통의 클래식음악 관객만 하더라도 우리말가사 듣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소리의 전달력은 극장별로 다르고 한 극장의 위치별로 다르다. 반듯한 우리말을 서양클래식에 담아내는 것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작곡가에게만 이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번 두 편의 오페라에서 다시금 한국오페라의 희망을 보았다. 그간 방방곡곡 사업,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 등으로 오페라는 국내 곳곳에서 많은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더이상 어려운 공연예술이 아니다. 오페라 창작분야 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창작아카데미와 공연예술 창작산실, 세종 카메라타, 국립오페라단과 각 민간오페라단의 자체 제작 등 여러 단체의 창작과 공연들이 차곡차곡 쌓여 경험치에 의해 수준이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오페라는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이 어디 봉준호 감독 혼자만의 것이겠는가. 서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우리가 함께 연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에 가치를 두자또박또박 한걸음씩 각자의 몫을 하면 될 것이다. 계속 만들자.



mazlae@daum.net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 | 세종문화회관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두 여왕 스투아르다(소프라노 강혜명)과
엘리자베타(소프라노 고현아)의 대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두 여왕의 불꽃튀는 대결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초연한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현대오페라에 걸맞는 모던하고도 격식있는 무대미술, 화려한 의상, 품위있는 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양진모)가 좋았다.


여기에 주역들의 탄탄한 실력, 그리고 두 여왕인 마리아와 엘리자베타의 대립구도를 잘 살리는 연출(연출 이회수)로 도니제티 작곡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에 잘 상륙시켰다. 이강호, 이회수, 양진모는 라벨라 프로덕션의 중심이다. 지난 2016년 <안나 볼레나>를 전후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작품이 대부분 이 3인방의 작품이다. 


도니제티 작곡의 여왕 3부작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를 중심으로 한 영국 튜더왕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기자가 라벨라오페라단이 4년 전 아시아 초연한 <안나 볼레나>를 보았을 때, 대작오페라를 초연하면서 탄탄하게 기성작처럼 올린 그 실력과 배포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공연 또한 더할나위 없이 기대 이상이었다.

   

▲ 2막 3장 스투아르다의 처형 전에 로베르토(테너 신상근)가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스투아르다는 실제로 처형 때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 문성식



전체 2막 5장의 작품에서 여왕들이 갈아입는 드레스만해도 화려한 볼거리다. 엘리자베타는 화려한 금색, 보라색, 붉은색 드레스를, 마리아는 에메랄드색, 붉은색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늬의 드레스로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무대미술 또한 멋졌다. 1막 1장 천장의 가시덤불 왕관처럼 생긴 샹들리에, 1막 2장의 붉은 빛 황량한 고목, 2막에는 기울어진 십자가로 표현해 스투아르다의 왕좌가 기울어짐을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스투아르다가 죽는 장면을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단두대에서 칼로 내리치기 직전 장면으로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스투아르다가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퇴장함과 동시에 무대가 회전하면서 스투아르다의 아들이 다음 왕인 제임스1세가 된다는 것을 확고하게 보여줌으로써 역사가 어떻게 순환되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소프라노에게 최고의 기교인 하이 D음을 1막 마지막과 2막 마지막 이렇게 두번이나 요구하는데, 스투아르다 역의 강혜명과 이다미 모두 최고의 성량과 정확함으로 표현해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강혜명이 우아한 목소리와 정확하고 시원한 고음에 절절한 슬픔으로 왕족의 기품을 보여줬다면 이다미는 곧은 음색과 절제되고도 단호한 내면연기로 또다른 스투아르다를 선보였다.


엘리자베타 역의 소프라노 고현아는 맑고 곧게 뻗는 목소리로 좀더 위엄있는 카리스마의 엘리자베타로 어필하였으며, 소프라노 오희진은 디테일한 표정연기와 인간적인 욕심이 더 잘 드러났다. 엘리자베타와 스투아루다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로베르토 역은 테너 신상근이 좀더 굵고 힘찬 음색의 팽팽한 힘이 느껴졌다면, 테너 이재식은 더욱 맑은 음색의 호소력이 인상적이었다.



▲ 1막 2장 스투아르다(소프라노 이다미)와 로베르토(테너 이재식). 붉고 황량한 나무는
스투아르다의 혈통을 상징한다. ⓒ 문성식


 

기자 개인적으로는 22일에는 이 공연을 처음봤다는 기대감으로 노래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네번째 공연인 24일 공연을 봤을 때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점이 있었다. 출연진들도 마지막 공연이라 더욱 안정감을 찾은 이유도 있었겠다. 이날은 탈보트 역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의 안정되고도 정감있는 목소리에서 사형집행전의 이다미 스투아르다를 향한 공경과 사랑이 잘 느껴져 좋았다. 같은 장면에서 첫날 베이스 이준석은 더욱 저음이라서 신하로서의 충직함으로 와닿았다.


엘리자베타의 심복인 체칠 역 바리톤 최병혁이 스투아르다의 사형집행을 공표할 때의 순간적인 미묘한 표정변화 등도 극의 방향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바리톤 임희성은 같은배역을 좀더 균형적이고 음악적 정확함으로 인상을 주었다. 안나 역의 메조소프라노 여정윤과 소프라노 홍선진도 스투아르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우정어린 친구이자 유모의 역할을 잘 표현해주었다.


역사상 정치적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이 둘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한 남자를 두고 사랑한 적도 없지만,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이 둘을 상상으로 만나게 했고, 이렇게 도니제티의 여왕시리즈에서 둘은 정치와 사랑을 두고 결투를 하게 했다. 1막 2장에서 스투아르다가 엘리자베타에게 "사생아"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1막 2장의 주요배역들의 합창, 2막 3장 마리아가 처형되기 전 군중의 합창, 스투아르다가 처형되기 전의 아리아 등이 압권이다.


'라벨라(La Bella)', 이태리 말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 아시아 초연, <가면 무도회> 공연,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공연과 라벨라성악콩쿠르, 라벨라 스튜디오 운영 등 행보를 보면 한국에서 민간오페라단이 오페라 발전에 어떻게 아름다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20년에 창작오페라 <까마귀>,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  베르디의 <에르나니>를 공연 예정이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립오페라단 연말 대표 레퍼토리 '라 보엠'의 화려한 2막. 가난한 젊은 예술가에게도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는 있다.ⓒ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또 하나의 겨울 공연 레퍼토리로는 오페라 거장 작곡가 푸치니의 <라 보엠>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라 보엠>이 지난 12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지난
2012년 창단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국립오페라단 <라보엠>(마르코 간디니 연출)은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북경 중국국가대극원 공연, 2012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13, 201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재공연 등 관객의 사랑을 입증하는 국립오페라단 대표 레퍼토리이다. 올해는 2017년부터 새단장한 미니멀리즘과 화려함이 결합된 무대에 성시연 지휘자가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단연 성시연 지휘자가 눈에 띄었다
. 지휘의 디렉션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너무 박력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라보엠>F4 꽃보다 남자 주역들의 쾌활하고도 우렁찬 노래와 연기가 미니멀한 2층 다락방 무대에 등장하고 이들을 성시연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자니 성시연 스타일의 정확한 타법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했다. 더 나아가 1막 중반의 4중창에서는 젊은 F4 주역들이 모두 관객을 향해서라기보다 지휘자 성시연을 향해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가졌는지 궁금하다.

작품에 작곡가 푸치니가 밀라노 음악원 시절 같은 음악원의 친동생과 훗날 경쟁상대가 된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와
1년 넘게 한 방을 썼던 시절의 경험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먹을 것이 궁핍하고 추워서 벽난로에 땔감으로 화가 마르첼로의 그림을 태울까, 시인 로돌포의 희곡을 태울까 하는 대목에서 음악일을 해서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은 음악가 쇼나르이다. 2017년 공연에도 쇼나르 역을 맡았던 바리톤 우경식은 명쾌한 목소리와 제스처로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시내로 가서 놀아야지'라고 친구들을 밖으로 이끈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12월 6일, 9일 공연의 남자 주역들. 왼쪽부터 바리톤 최병혁(마르첼로 역),
바리톤 우경식(쇼나르 역), 테너 이원종(로돌포 역), 베이스 박기현(콜리네 역).ⓒ 국립오페라단


친구들이 나가고 시를 마무리하려고 남은 로돌포에게 옆방 미미가 찾아온다
. 9일 공연에서 로돌포 역 테너 이원종은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에서 감미로운 테너와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에 응답하는 '그래요 미미라고 부른답니다(Si, mi chiamano Mimi)'에서 소프라노 서선영은 폭넓은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1
막과 2막 사이의 무대전환 시간이 다소 길고 무대운반 소리도 크게 들렸는데, 좋은 무대를 위한 현장의 소리로 이해했다. 팡파르 속에 화려한 2막이 열리고 뒷편에 커다란 회전 놀이기구와 카페 모무스거리의 반짝이는 조명 속에 무제타 역 소프라노 장유리는 '내가 혼자 길을 걸을 때(Quando men vo soletta)'에서 주변을 확 빨아들일 것만 같은 화려한 목소리로 시원함을 주었다.

이 때 무제타의 연인 마르첼로 역 바리톤 최병혁의 힘찬 저음의 노래와
, 1막에서는 집주인 베누아 역으로도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알친도르 역 베이스 박상욱의 노래 또한 좋았다.

이번
<라 보엠>에서 연출의 미가 가장 부각되는 부분은 3막이었다. 주인공 커플만으로는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라도 진행감이 정체될 수 있다. 그런데 무대 왼쪽 뒷편 오두막 옆 노숙자가 홀로에서 남녀 커플이 되어 따뜻한 음료를 나누기까지의 모습이 나왔다. 무대 오른쪽 앞 주인공이 다투다가 다시 만나기로 하기까지의 노래를 마치 설명하듯이 음악 리듬과 프레이즈, 주인공들의 얼굴방향과 대비적으로 배치하면서 무대에 미묘한 움직임을 넣어 진행감을 준 점이 좋았다. (연출 마르코 간디니, 재연출 김동일)

▲푸치니 '라 보엠' 3막. 연인은 이별의 고비를 넘어 봄이 올 때까지 함께 있기로 약속한다.
테너 이원종(로돌포 역), 소프라노 서선영(미미 역).ⓒ 국립오페라단


다시 다락방의
4, 젊은이 넷이 잠시 장난칠 때는 얼핏 1막과 비슷하지만, 병든 미미가 찾아오고 무제타는 미미의 약값을 위해 귀걸이를, 철학자 콜리네는 아끼는 외투를 내어놓는다. 콜리네 역 베이스 박기현이 우수어리고 어둠 짙은 목소리로 부른 '낡은 외투여'(Vecchia zimarra, senti.)는 외로운 인생과 무거운 외투의 사명감이 느껴지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4막 미미의 죽음을 보면서, 미미가 걸린 결핵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과 아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페라 <라보엠>1막 처음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정도로 여겨졌는데, 2, 3막을 거쳐 4막에서 미미가 죽고 로돌포가 오열할 때는 어느새 대한민국 청년의 2018년 현실과 교차되며 비장함이 느껴졌다.

한 가지 희망은
4막에서 친구들이 방에서 다 나가고 미미가 일어나며 "둘이서만 있고 싶어서 자는 척 했어"라고 말한 대목이다. 1막에서도 3막에서도 로돌포를 먼저 찾아왔던 미미였던 만큼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의 사랑을 향한 느낌과 의지를 확실하게 알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 A캐스팅에서 미미역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만 빼고는 모두 한국 젊은 성악가 출연진으로 구성된 이번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은 대한민국 젊은 오페라 일자리를 실현하는 면에서도 활약을 했다는 면에서 인정해주고 싶다. 그 덕분에 <라보엠> 젊은이들의 사랑이 더 관객에겐 와닿을 수 있었으며 서로가 좋은 일석이조의 무대였다.

물론
, 이번 <라 보엠>보다는 국립오페라단의 2012년 지휘자 정명훈과, 2013년 지휘자 성기선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의 관록이 그리운 관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5년 전의 관록도 그때는 젊었다. 연말이고 새해가 되면 또 한 살 더 먹지만, 젊음이 경험을 가지도록, 또 축적된 경험이 계속적으로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모쪼록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겠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가. 눈물이 나는지 왜 코가 시큰거리는지 겨울 감기 조심해야겠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 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 마지막 3막 피날레.(26일 드레스리허설).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이 지난달 말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개막작으로는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가면무도회>가 선정됐다. 라벨라 오페라단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16년엔 <안드레아 셰니에>로 대한민국오페라 대상을 수상하면서 기품 있는 오페라의 진면목을 보여줬고, 2017년엔 <돈 조반니>를 통해 한국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경쾌한 오페라를 선보였다. 라벨라오페라단이 이번에 선보인 <가면무도회>는 모던하고 충실한 무대와 주조역 성악가들의 탄탄한 실력, 대본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이회수의 연출로 정통파 이태리 정치사극을 깔끔하게 표현했다.

실바노 코르시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서곡부터 교향악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장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극을 인도했다. 1막 1장 '총독 관저의 응접실'에서는 10도정도의 경사무대에 선 메트오페라합창단(단장/지휘 이우진)이 차분하고 웅장하게 리카르도 총독의 영예로움을 노래했다.

성악 주조역들의 활약도 빛났다. 4월 28일 공연에서 오스카 역 정곤아는 점쟁이 울리카를 변호하는 '빛나는 별을 보세요(Volta la terrea)'와 3막 3장 '왕의 옷을 알고 싶지요?(Seper vorreste)'에서 맑고 경쾌한 음색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1막 1장의 리카르도 역 테너 김중일의 아멜리아를 그리워하는 노래, 레나토 역 바리톤 최병혁의 중후한 저음의 국왕에 대한 충성노래 또한 좋았다.

▲ 1막 2장 울리카의 집(26엘 드레스리허설, 메조소프라노 김소영). ⓒ 문성식

▲ 1막 2장 울리카의 집(26일 드레스리허설, 메조소프라노 김소영).  ⓒ 문성식

1막 2장 '점쟁이 울리카의 집'에서는 붉은색 조명에 지하세계의 동굴무대를 위 아래를 가로로 나눴는데, 현실감 있는 무대가 인상적이다. 울리카 역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아리아 '어둠의 왕이여, 내려오라(Re dell'aabisso)'를 마치 진짜 주술의 신이 내려올 것만 같은 신비감과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멋지게 소화하였다. 

2막부터는 1막2장 무대의 윗층이 아래로 내려오고, 본격 인물들의 감정을 노래하는 아리아가 계속됐다. 아멜리아의 노래 '이곳이 두려운 장소', '저 들판의 풀을 뜯어 내 사랑을 잊을 수만 있다면(Ma dall'arido stelo)', 리카르도와의 2중창 '내가 왔소(Teco io sto)'가 이어지며 비운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2막이 끝나고 3막1장이 시작하면서, 보통의 회전무대가 아니라 무대가 통째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3막 1장에서 강혜명은 죽기 전 아들을 한번 보게 해달라는 아멜리아의 솔로 '내 마지막 소원(Morro, ma prima in grazia)'을 열창했고 최병혁은 레나토 솔로 '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Eri tu!)'를 몰입해 부르며 브라보를 받았다.

▲ 28일 공연의 소프라노 강혜명(아멜리아 역), 테너 김중일(리카르도 역)이
2막 장면에서 열창하고 있다. ⓒ 라벨라오페라단


2장 리카르도의 서재. 리카르도역 테너 김중일은 아리아 '나 영원히 그대를 잃을지라도(Ma se m'e forza perdeti)'와 마지막 레나토의 칼에 죽어가면서도 아멜리아와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정선을 잘 살려 열창했다. 3장 의 화려한 가면무도회 세트 안에서의 주조역들의 마지막 비극적인 5중창은 장렬함과 긴박감으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는 깔끔하고 전체막과 각 배역 모두 충실하고 균등하게 훌륭했던 반면, 월등했던 한 가지 포인트나 관객의 감정을 쉬어가게 하는 에너지 조절 면이 약해 조금 아쉬웠다.
 

오페라가 다수대중의 음악감각을 충족시키는 것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과 정서를 건드려주고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이 갖춰져야 관객들도 우리의 오페라로 인정해 줄 것이다. 그 작업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과 국공립, 민간오페라단이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