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블린파티 '소극적적극'. 사회에서 소외받는 오타쿠를 뼈다귀 해골을 오브제로 공연을 꾸몄다.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여름이 다가오는 한복판, 대학로
에서 만난 모다페(MODAFE 39회 국제현대무용제. 5월 14일부터 29일까지)는 춤과 무용수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한번 가지게 하는 춤의 축제였다.

올해 모다페 역시 공연계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타격이 있었다. 
개폐막작에 해외팀을 초청할 수 없었지만,  국내 각 무용단체 역시 자체 공연계획이 무산되었기에 이를 수용하여 모다페 안에서 한국 현대무용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단합하는 좋은 계기로 삼았다. 

또한 정부 방역지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적 거리두기'로 변한 5월에 공연기간을 잡은 것도 행운이었다. 모다페 폐막공연 즈음에 다시 수도권 코로나감염이 비상시국에 접어들면서 여러공연이 재취소되는 상황을 본다면, 모다페는 아주 최고의 시기에 현대무용의 매력과 단합된 힘을 보여준 셈이다.  

기자는 지난 22일(금)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New Wave #3과 23일(토) 대극장의 Center Stage of Seoul을 보았다. 22일 소극장 공연의 첫번째 '춤판야무'의 <간 때문이야!>(금배섭 안무)는 토끼전을 소재로 했다. 배경음악 없이 구음, 무용수들의 동작과 숨소리, 메트로놈 소리로 공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무용수들이 메트로놈과 함께 움직이다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그 순간 비로소 메트로놈의 존재는 크게 다가온다. 이세승 <한(恨)>은 두 여성 무용수의 조화와 미묘한 차이가 주는 진동이 음악의 징소리와 닮아 있었다. 


'고블린파티' <소극적적극>(임진호 안무)에서 오타쿠를 표현했다. 공연시간 동안 내 눈에는 무용수 넷보다는 그들이 움직이는 뼈다귀 해골이 더 잘 보였다. 동등한 무용수 일원으로 보일만큼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는데, 
일종의 ‘배려’처럼 무용수들이 번갈아 무심한 듯 계속적으로 받쳐주고 있었다. 자신만의 관심사가 있지만 세상은 잘 몰라주는 오타쿠, 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바디콘서트(remix). '대중친화적이면서도 위트있는 제스처,
독특한 패션과 일체화된 군무가 인상적이었다. ⓒ 문성식 기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바디콘서트(remix)>(김보람 안무)는 대중친화적인 댄스를 추구하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특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검은 두건에 남색 물안경, 흰 와이셔츠에 검은양복 그리고 초록색 양말이 개성있다. 바로크 음악에는 마임동작을, 신나는 비트음악에는 발레 동작으로 비틀어서 위트 있었고, 일체화된 11명 군무의 힘과 제스처가 좋았다. 마지막에 퇴장인사인 줄 알았는데, 바지를 벗어 타이즈 차림의 춤을 선보이고, 안무자 김보람의 독무까지 그야말로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서트를 보여줬다.


Company J의 <놀음-Hang Out>(정재혁 안무)은 양반들이 추었던 ‘동래학춤’을 징과 장구, 바로크 음악에 맞추어 풀어냈다. 양반의 기품을 지키기 위해 내면적으로 느낄 미묘한 감정의 갈등을 잘 표현해주었다. 
Roh Dance Project의 <파편(破片)>(노정식 안무 및 연출)는 기억과 왜곡에 대해 풀어냈다. 네 명 남녀 무용수는 세상사 저마다의 에피소드로 얽히고 설키는 관계를 순차적인 독무로 시작해 2인무, 4인 군무로 가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독무 부분에서 비발디 사계를 현악기가 아닌 피아노음악으로 해서 더욱 잔잔한 슬픔과 고독이 잘 느껴졌다. 

이들은 왜 이렇게 춤을 출까? 
방송댄스나 소셜댄스와 비교하자면 현대무용은 현대미술, 현대음악처럼 표현의 순수성을 가지고 있다. 몸을 매개체로 한 다양한 표현이 이번 모다페에서도 각 팀별로 뚜렷했다. 각 무용수의 몸과 표현, 그리고 상대방을 통한 일체화된 힘과 함께 그려내는 형상이 공연시간을 이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아마도 미술, 음악 등의 다른 순수장르 예술에 비해서 한국 현대무용계가 MODAFE라는 이름으로 매해 관객을 만나고 올해 39회까지 지속된 것이 아닌가 기자간담회와 올해 공연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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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일 공연의 서윤신-강혜림 'Entschuldigung!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21회 창무국제무용제가 7월27일부터 8월4일까지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제21회 창무국제무용제(조직위원장 및 예술감독 김매자)는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현대무용까지 우리나라와 세계춤의 정서를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하며 춤의 산실이 되어왔다.

올해는 국내 창무회를 비롯해 윤명화무용단, 툇마루무용단, 김명숙늘휘무용단, LDP무용단, 고블린파티 등이 우리의 전통춤과 젊은 시선의 현대무용을 공연했으며, 해외팀으로는 뉴질랜드를 주축으로 이탈리아, 일본, 핀란드, 말레이시아의 무용가들이 개성 넘치는 춤을 선보였다.

지난 8월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이지현, 서윤신-강혜림, 일본팀 아피라키의 공연이 열렸다.

이지현의 <1 8 2 8 >는 궁중정재, 춘앵전을 모티브로 해석했다. 천장으로부터 실로 연결되어 매달린 검정색 갓 6개가 무대에 분위기를 더한다. 이지현은 처음에는 느리게, 점차로 음악에 맞추어 빠른 호흡으로 우리네 정서를 풀어낸다. 중반부 이후 무대장막 뒤에서 구음(전병훈)이 더해지면서 춤의 역동성과 현장감이 더욱 살아난다.

서윤신-강혜림의 <
Entschuldigung!>는 지난 드림앤비전 공연에서의 작품이 어머니와 아들, 부모세대와 젊은이 사이의 갈등과 화해였다면, 이번에는 버전을 바꾸어 젊은 남녀사이의 삶의 무게를 표현했다. 따라서, 더욱 생동감 넘치고 아름다운 무대가 되었다. 제목의 "Entschuldigung"은 독일어로 ‘용서, 사과, 변명’ 등의 의미이다. 남녀라는 다름으로 느끼는 삶의 무게와 서로가 느끼는 그로 인한 시각차, 그리고 미안함,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공연 시작부에 여자가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을 움직인다. 뜻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종당하는 삶의 무게를 남자가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동작으로 이어나간다. 종이비행기가 무대 밖에서 안으로 날아 들어온다. 남녀의 휘도는 몸짓, 남자는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비행기를 먹기도 하고, 입으로 찢기도 하고 고달픔과 분노를 표현한다. 마지막, 서로 손을 잡고 무대 뒤를 바라보며 걸어간다. 남자 관객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여자를 거뜬히 업고 가는 장면은 힘들어도 다시 한번 다짐하는 희망일 것이다.

마지막의 일본팀 아피라키의 <삼라만상>공연은 창무국제무용제 프로그램 중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3일간의 아피라키의 <삼라만상> 워크샵의 결과물을 무대에 올렸다. 일본 안무가 카오루코에 의해 창단된 무용팀 “Api 
∞ Lucky(아피라키)"는 즉흥을 기초로 몸으로 내는 자연의 소리 떨림을 ”네이처 바이브레이션(Nature Vibration)"이라는 메소드로 창안해 춤에 적용하고 있다.


지도자와 워크샵 참가자까지 20여명 남짓의 무용수들이 입으로 각종 새소리와 물흐르는 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입으로 내며 바람과 공기를 휘도는 손짓, 너울거리는 발짓으로 공간을 밟아나간다. 서로간 비슷한 몸짓이면서 신선, 혹은 선녀 같은 아름답게 너풀거리는 의상과 함께 각자의 개성이 넘치고 또한 서로의 동작이 어울리며 전체를 이룬다. 마지막에는 카오루코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부르고 무용수들이 관객까지 무대에 함께 올려 온 공연장이 하나 되는 흐뭇한 광경을 연출했다.

한편, 올해 창무국제무용제 연계행사로 7월 31일 강원도 고성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한 여름밤의 꿈의 무대” 공연이 열렸다. 뉴질랜드,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팀과 한국의 툇마루무용단이 여름 밤 바다 무대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김매자 예술감독은 고향이기도 한 고성의 초청으로 이번 행사를 열었다. 참고로, 지난 7월 31일은 한 달에 두 번째 보름달이 뜨는 블루 문(Blue Moon)이 선보여졌으며, 다음 번 블루문은 3년 후인 2018년에 볼 수 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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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프로젝트 '어긋난 숭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전통은 지금 우리를 가볍게 하는 것일까 무겁게 하는 것일까.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이 ‘전통의 재발명전’ 공모작으로 가다프로젝트의 ‘어긋난 숭배’와 고블린파티의 ‘혼 구 녕’을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들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3일까지 모집된 35편 중 1차 서류와 2차 면접심사, 3차 쇼케이스를 거쳐 최종 선정된 작품들로 전통적 제사의식과 상례(喪禮)라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다프로젝트는 유럽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이은경과 국내에서 주목받는 김보람이 팀을 이루었다. 이들이 공동 안무한 '어긋난 숭배'는 강강술래와 전통적 제사의식을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냈다.

강강술래와 전통민요의 구성진 목소리와 내용이 하나도 어색함 없이 오히려 멋들어지게 두 현대 남녀의 이야기로 잘 표현됐다. 무대 오른쪽 위로 둥근 달이 밝고, 가운데에 향을 피우며 작품은 시작된다. 작은 토끼인형들이 무대바닥에 원형으로 늘어져 있고, 김보람은 정장을 입고, 이은경은 밀리터리 룩을 입고 그 인형들을 천천히 지신밟기 하듯이 즈려 밟더니 점차 빨리 돈다. 작은 토끼들은 나와 너를 제외한 세상을 이루는 제3자들, 영혼 없는 현대인, 혹은 지쳐서 이미 쓰러진 작은 현대인의 모습 같다.

전통춤사위가 멋스럽게 변형되어 이 스타일리쉬한 젊은이들의 옷과 몸매에 맞게, 때론 코믹하게 표현된다. 노랫가락의 ‘떠는 목’에서 몸과 머리를 바르르르 떠는 모습조차도 재미있다. 어느새 옷을 훌러덩 벗고 속옷 차림이 된다. 인형들을 서로 각자의 벗어던진 옷에다 주워 담는다.

인형을 주워담으며 남녀사이의 툴툴거림,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각자의 분신인 작은 토끼 합체 인형은 그 사이에도 묵묵히 완성된다. 각자의 썬글라스까지 씌우니 각자를 대변하는 제법 멋있는 상징이 되었다. 군대 행진의 북과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며 이들은 비장한 모습으로 목욕가운을 펄럭이며 걸쳐입는다.

목욕가운 뒤에는 예수얼굴 아래에 ‘믿음부자, 불신지옥’이라며 현대의 교회를 풍자한다. 둥근 달을 향해 기원을 할 때에는 남자는 충심을 다해하는 반면, 여자는 교태를 부리면서 옷을 벗고 남자를 유혹한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관객석을 향해 돈을 뿌린다. 남자는 무대 한쪽구석에 텐트를 치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며 작품이 끝난다.

▲ 고블린파티 '혼 구 녕'. ⓒ 문성식


고블린파티는 임진호, 지경민, 전효인, 이경구가 한 팀을 이루었다. 이들의 '혼 구 녕'은 임진호 안무, 지경민 연출로 전통 상례를 소재로 했다. 검은 양복차림으로 상복과 상례에 필요한 갖가지 천뭉치를 한꾸러미씩 가득 몸에 들고 느리고 힘겹게 입장한다. 차분한 음성의 남자목소리 나래이션이 ‘귀신’이란 죽어서도 세상을 쉽게 못 떠나는 존재인데, ‘깨어있지 못하고 집착이 강한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귀신같은 존재다’라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검은 양복차림의 세 사람은 긴 나무판자를 든 지경민과 맞부딪혀 모두 뒤로 쓰러진다. 괴성을 지르며 깨어난 이들은 상여매기, 입관절차, 죽음의 슬픔 등 장례의식 전반의 모습을 표현한다.

전통 장례는 한여름이어도 아랑곳없는 흰 색 삼베옷에 죽은 자에 대해 과장되게 슬퍼하며 죽은이를 산자와 함께 모셔놓고 삼일동안을 함께한다. 이 때의 모습이 느린 팝송과 바른 뽕짝가요, 유럽 성가 등의 음악 속에서 때론 슬로우 모션으로, 때론 마임처럼, 때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마지막에 지경민이 눈알을 뒤집고 귀신들린 흉내를 내며 마무리짓는 부분 또한 재밌다.

23일 공연이 끝나고, ‘전통과 컨템포러리 사이의 합의되지 않은 온갖 이야기, <거룩한 곰팡이>’라는 주제로 전통의 재발명전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조성주(바누인터미디어 예술감독)의 사회로 이날 공연의 안무자들과 함께 전통을 소재로 작업 중인 세 명의 작가 남인우(연극 연출가), VJ ASTRA(미디어아티스트), 강혜숙(일러스트레이터)이 패널로 참석했다.

남인우 연출은 “‘사천가’, ‘억척가’를 연출할 때 전통분야와 연극계 양쪽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면서 “전통은 이미 내안에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 전통과 현대의 구분보다 그것 자체로에 의미를 둔다”고 얘기했다. 강혜숙 작가는 “불화인 만다라에서 형식을 차용해 내 그림을 그린다. 왜 옛 만다라보다 정교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도 받았었다”면서 “그래도 전통은 나에게는 ‘답’이다. 전통에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보람은 8월 23일과 24일 문화역서울284의 아트플랫폼3 ‘세계를 사로잡다’에 출연한다. 고블린파티는 9월 13일과 14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인간의 왕국’을 공연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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