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오페라 "까마귀"(왼쪽, 테너 서필)"와 "김부장의 죽음"(오른쪽, 바리톤 허철).
ⓒ 라벨라오페라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이번 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4개부문 석권도 참으로 기쁘고 경이로운 일이다. 하지만, 막상 나의 겨울나그네 여정을 흔들어 깨운 것은 지난 주말 본 창작오페라 <까마귀>(27일 관람)<김부장의 죽음>(28일 관람)이었다.

 

두 오페라 모두 가족을 소재로 했기에, 내 가족을 생각하며 보았다. 그리고 내가 유유자적하게 마음 속 겨울여행을 지내는 동안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연 한편을, 오페라를 올리려 날마다 노력하셨구나를 느끼니 감동도 되고 반성도 되었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7-8일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까마귀>(공혜린 작곡, 고연옥 대본, 구모영 지휘, 이회수 연출)6일 극장 리허설의 전반부를 10열에 앉아서 봤다. 두 달 만에 모처럼 보는 공연관람이라 그런건지, 내가 세 아이 엄마라 그런지, 막내를 잃을 뻔 했다는 극의 내용에 나도 아이 셋을 한강수영장에서 못 찾을 뻔 한 적이 있기에 울컥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말 창작오페라 이렇게 잘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7일 저녁 공연때는 5열에 앉았는데, 전날 한번 봤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앞자리라서 자막을 안 봐도 성악가들의 우리말 노래가사가 극 내용에 따라 잘 들렸다. 공혜린 작곡가의 음악은 박진감 넘치고 시원하게 전개되었다. 현대음악기법부터 정통 클래식, 가요까지를 적재적소에 막힘없이 배치하고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서 "이 작곡가가 어디서 나타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오페라창작계의 세대교체도 느꼈다. 작곡가가 젊은 20대후반의 나이라 여러 장르 음악을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흡수하는구나, 역시 젊은 세대는 보고듣는게 우리랑(?)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은 빨간 셔츠에 검은가죽장화, 체인벨트를 찬 반항아가 되어 13년만에 돌아온 막내(테너 서필)와 가족간의 충돌과 화해를 그렸다. 1막에서 아빠 역 바리톤 양석진이 울고 떼쓰는 6살 막내를 손에서 놓친 순간을 노래부를 땐 아빠의 큰 가슴의 사랑이 잘 느껴졌다. 2막에서 엄마 역 소프라노 강혜명은 아들을 향한 모성이 가득 느껴지도록 애틋한 표정, 한 음절 한 음절 성실히 전달하는 우리말 발음과 풍부한 발성으로 배역을 살려서, 우리말 성악도 소프라노 음역에서 충분히 가사전달이 잘 되고 안정적일 수 있구나하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 오페라 "까마귀"는 IMF 금융위기에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의 삶과 화해를 그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아빠 역), 소프라노 강혜명(엄마 역), 베이스 장성일(형 역),
테너 서필(막내 역), 소프라노 한은혜(누나 역). ⓒ 라벨라오페라단

 

   

깔끔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이회수 연출은 이번 <까마귀>에서도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바닥에 사각 LED 조명으로만 중극장 무대를 채웠다. 재회의 즐거움과 그간의 슬픔을 노래한 남매들의 3중창에서 무대가 회색빛으로 되고 천장의 둥근 등이 켜지자, 이 무대가 비로소 범인을 취조하는 '취조실' 느낌으로 연출한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 마치 인생이라는 심판대에 오른 느낌이랄까. LED 무대는 2막에서 엄마가 아들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을 노래할 때는 보라색으로 빛나는 등 다양한 색으로 각 장면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서울대 법대생이기에 평온하게 잘 자랐을 거라 생각했던 큰 누나(소프라노 한은혜)의 입을 통해 나오는 노래에서 동생을 잃은 절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둘째 형(테너 장성일)의 노래는 남자 특유의 단순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자들보다 따스한 깊은 정의 느낌이 잘 묻어나왔다. 누나의 노래에 막내 역 테너 서필이 "최고에게 핑계가 필요하듯 그 반대도 비슷하지"라며 그간의 휘몰아치는 심정을 표현할 때는 13년의 버림받은 삶과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공연을 보기 전 IMF의 금전위기로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상황, 그리고 아예 다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어린 막내만큼은 살리려고 버리게 된 그 판단은 어떻게 하게 되는지 차마 가늠조차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실 그 답을 공연에서 찾고 싶었고 2막을 기대했었다

 

1막이 13년 만에 막내를 찾은 14의 가족구성원의 마음을 꽤 자세하게 표현했다면, 2막은 막내의 좌절을 어루만지는 엄마의 힘으로 공연이 구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엄마의 노래비중이 컸다. 하지만 왜 자살을 선택했고 막내를 버렸는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거나 심정을 깊고 길게 서술하지는 않았다. 가족의 선택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혼자 여행하며 다잡은 막내의 의상이 빨간 셔츠에서 흰색 스웨터로 바뀌었고, 마지막 장면은 엄마와 아들의 화해로 앞으로의 가족의 여정을 암시하지만, 오페라적 대단원의 팡파르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 13년간 "까마귀" 막내를 보호했던 건 정말로 길거리 그들일지 모른다. 왼쪽부터
베이스 전태화(남자 역), 테너 서필(막내 역), 소프라노 홍선진(여자 역) ⓒ 라벨라오페라단

 

 

아마도 삶이 그렇겠지만 오페라 형식이나 트렌드도 그렇게 변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이 지대하게 큼을 알기에 그것을 표현했을수도 있겠다 싶다. 그날 그런 아쉬움이 있었는데도 아빠가 가족들에게 막내가 헤어져 사는 동안의 별명이 "먹을 것만 보면 까마귀처럼 달려들어서 별명이 까마귀였대"라고 노래가 아니라 대사로 딱 한번 설명할 때의 섬뜩함과 주역테너의 선율 중 '까마귀' 가사에서 '#-(한옥타브 위)-#' 음의 음산하고 숙명적인 느낌은 아직까지도 전율하리만치 잊을 수 없다. 이 둘을 대사와 극단적 선율로 극명하게 대비시킨 것이다. 결국 '#'라는 제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해 높이 치솟아 한단계 위 제자리로 안착하는 그 삶의 계단처럼 무섭고도 애달프다

 

이번 <까마귀> 공연에서는 나날이 큰 포부로 도약하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 프로덕션의 힘을 느꼈다. 또한 그간 한국오페라계 성악가들의 탄탄한 성장과 공연노하우가 축적됨과 동시에 여러 작곡가들의 창작오페라 경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 창작아카데미나 오페라 창작산실의 지원까지 서로간의 좋은 영향력으로 쌓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프로그램지에 고연옥 작가의 글에 '오페라 <까마귀>가 만들어지는 동안은 진심으로 후회했지만 다시 작품과 화해했다'는 표현에서 나도 극작가인 동료 최작가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공연되면서 제 대본에 연출, 배우 모두 손을 대면서 극이 산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작품이 제일 히트쳤어요". 

 


▲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초반, 진짜로 자신의 죽음을 계산하는 가족과 지인을
김부장처럼 보게되면 어떤 느낌일까?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25일부터 8일까지 공연된 오페라뱅크(총감독 허철)<김부장의 죽음>(작곡 오예승, 대본 신영선, 연출 홍민정, 지휘 정주현)은 인터미션 없이 70분 동안 압축적으로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2020년 한국사회의 모습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서곡에서 기타선율이 고대 그리스 세이킬로스 비문의 선율을 연주하며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어둑한 잿빛 도시와 세이킬로스 비문의 글자들을 보여주는 영상, 소극장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무대미술, 자막이 없는데도 잘 들리는 우리말 발음의 성악과 지휘자 정주현과 함께한 10인조 네오필리아 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이 좋았다. 특히 우리말 가사가 잘 들렸던 것은 기자가 3열로 무대가까이 앉은 이유도 있겠지만, 여러 소극장오페라에서 관객을 가까이 만났던 오페라뱅크와 작곡가 오예승의 다양한 극음악 경험의 조화 덕분이라 생각된다

 

극 초반 갑작스런 김부장(8일 공연, 바리톤 임희성)의 죽음에 직장동료 세 명이 "5만원이면 되겠지? 거 참 한심하네. 직장생활 3년에 부조금액도 모르고"라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아직도 어째 살고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세상사가 생각나서 공감이 간다. 영정 사진에서 죽은 김부장이 직접 내려다보는 장면, 조문객에게 돈만 밝히는 아내(메조소프라노 김보혜), 김부장과 아내의 첫 만남부터 결혼사진, 돌 사진, 20년 지난 현재의 가족사진과 고마움은 모르고 철없는 아들(테너 석인모), (소프라노 김은혜)의 노래까지 각 장면의 가사와 노래가 위트있게 진행된다.

 

회사 상무에게 청탁을 하여 지방근무에서 서울발령이 난 김부장. 서울의 50평형 아파트에 예쁜 커텐을 달다 그만 허리를 삐끗하여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부인이나 윤부장(테너 최성수)"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은 죽음을 지켜보는 산 자의 두려움이다. 높다란 무대 벽 네모난 창문에서 "동의서에 싸인하세요", "임상실험 중이지만 도움은 될 겁니다"라며 의사 네 명이 불협화음으로 합창하며 환자를 괴롭힐 때는 정말 김부장의 괴로움이 느껴져 불쌍했다.

 

▲ 불협화음을 위한 것일까, 협진을 위한 것일까. 극 중 의사 네 명, 왼쪽부터 테너 이규철,
소프라노 정시영, 메조소프라노 권수빈, 베이스 황상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대 한켠에서 노숙자(베이스 김남수)가 인생에 대해 노래하는 잔잔한 G단조 화음이 심금을 울린다. 아내와 간병인(소프라노 이지혜)의 듀엣도 우애롭다. 김부장이 병상세례를 받고 가족과 목사님, 지인들이 불러주는 애니로리 합창이 뭉클하다. 세례 후 김부장은 "어쩌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살고싶다"고 한다. 무대 벽에서 하얀 빛이 관객석을 길게 비춘다. 주인공은 "바로 이거야"라고 하며 모두들 "죽음이 끝났다. 죽음은 이제 있어"라고 노래한다.  

 

두 편의 창작오페라 관람에서 우리말 가사 전달력 부분에 대해 느낀점이 있다. 첫째, 가사의 첫 음절이 확실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첫음절이 ,처럼  혀뒤에서 나는 소리는 안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작곡이나 성악표현의 리듬이나 셈여림, 음역의 강조나 오케스트라 반주와의 음역 구분으로 잘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선율이 진행되면서 앞뒤 음절과 단어의 결합으로 안들렸던 부분이 유추되면서 가사가 파악되기도 했지만, 다 잘 들리면 그게 제일 편안할 것이다.

 

두 번째는 오페라 공연에는 극장 전문가, 음향 전문가, 편곡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자가 두 오페라를 비교적 앞쪽 자리에서 관람하기도 했거니와 현대음악작곡 전공이라 소리를 신중히 듣는 편이라서 이번 두 편의 오페라에서 우리말 가사를 잘 들었다. 하지만, 뒷쪽 자리에 앉은 보통의 클래식음악 관객만 하더라도 우리말가사 듣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소리의 전달력은 극장별로 다르고 한 극장의 위치별로 다르다. 반듯한 우리말을 서양클래식에 담아내는 것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작곡가에게만 이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번 두 편의 오페라에서 다시금 한국오페라의 희망을 보았다. 그간 방방곡곡 사업,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 등으로 오페라는 국내 곳곳에서 많은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더이상 어려운 공연예술이 아니다. 오페라 창작분야 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창작아카데미와 공연예술 창작산실, 세종 카메라타, 국립오페라단과 각 민간오페라단의 자체 제작 등 여러 단체의 창작과 공연들이 차곡차곡 쌓여 경험치에 의해 수준이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오페라는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이 어디 봉준호 감독 혼자만의 것이겠는가. 서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우리가 함께 연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에 가치를 두자또박또박 한걸음씩 각자의 몫을 하면 될 것이다. 계속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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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극 형식의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홍범도 장군을 연기하는 최니꼴라이 역의 주성중 배우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하늘을 날아다니고, 모래알로 총알을 만들고, 하룻밤에 일본군 기지 열 네 곳에 불을 지르고”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에서 왕년의 그에 대한 파다한 소문에 홍범도 장군(강신구 분)은 “그런 적이 없다. 일본군 기지는 네 군데 정도였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공연물이 많다. 지난 여름 세종문화회관 야외에서 한차례 쇼케이스로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서울시예술단 9개 단체 통합공연인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이 9월 20일과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이다.

20일 오후3시 프레스리허설에서 만난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예술단 통합공연 프로젝트로 넓은 대극장무대를 사선계단형무대에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이 차례로 위치하고, 이 작품의 작곡가 겸 음악감독인 나실인이 직접 이 대규모 악단을 지휘하며 안정적으로 음악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 음악을 타고, 서울시극단 단장 김광보의 총연출과 서울시무용단 단장 정혜진의 안무로, 무대 중앙은 서울시무용단과 서울시극단, 서울시뮤지컬단 배우들까지 300명 인원이 가득채우고, 왼쪽 천장과 오른쪽 아래 계단벽에는 영상으로 화려한 스케일과 감각적이고 세련된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고려극장에서 춘향전을 공연하는 장면.ⓒ 박순영



고연옥의 대본은 홍범도라는 전쟁에서의 영웅적 인물과 극장수위로서의 실제 삶을 대비시키며 극장을 ‘위로’의 공간으로 소개한다. ‘날으는 홍범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홍범도 장군은 직업회사의 평가를 받고, “총 하나는 잘쏩니다”라는 자평과는 다르게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 수위로 보내진다. 폐관 위기의 극장이지만 홍범도 장군(강신구 분)에 대한 극본을 박한춘(허도영 분)이 쓰고, 이 공연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들의 열연도 멋졌다. 강신구(홍범도 역, 서울시극단)는 자신의 일대기가 공연으로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는 내면연기를 잘 펼쳤으며, 극중극에서 홍범도 역을 맡은 주성중(최니꼴라이 역, 서울시뮤지컬단)의 훤칠한 외모와 고음까지 힘있는 노래, 고려극장 연출가 연태용 역으로 카리스마를 펼친 박성훈(서울시뮤지컬단) 등 모두 멋진 노래와 연기로 극을 이끌어갔다.

프레스리허설 후 이어진 9개 단체 단장 및 스텝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서울시예술단 7개 단체가 함께 공연하고자 힘썼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스텝과 출연진들이 많이 애쓰고 동참해주셨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울시예술단 산하 9개 단체 300명 예술가가 함께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또한 “거대한 서사나 영웅적 얘기라기보다는 홍범도 장군이 평범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독립운동가가 되고 포수가 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극장이라는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다”라면서, “1940년대 카자흐스탄의 극장공간과 지금의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연결되지 않겠나 생각했고, 그때의 배우와 지금의 배우들이 연결되는 접점을 찾지 않겠나 생각했다”라면서 공연추진의 의의를 설명했다.

고연옥 작가는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극장배우들의 이야기이다. 굉장히 영웅적인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 이런 영웅적인 일을 했었고, 우리의 이 시대에도 그러한 독립군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나실인 작곡가는 “처음 대본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각 장면별 큰 그림을 쉽게 구성할 수 있었다”라면서, “그런데 읽을수록, 각각의 인물마다 세대를 넘는 깊은 얘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극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고 극을 끌고 갈 수 있었다”라고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박호성 단장(서울시 국악관현악단/청소년국악단)은 “최근에 국악관현악단이 카자흐스탄으로 해외공연을 다녀와서 극에 더욱 공감이 간다”라면서, “우리 정서에 맞춰 각 예술단별로 서로 잘 융합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흐뭇하게 공연을 지켜봤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정혜진 단장(서울시무용단)은 “노래와 연기자, 무용단원이 서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퍼즐 맞추는 느낌으로 배치했다”라면서, “홍범도 장군의 의지를 무용단이 마음의 기운을 내보이는 것처럼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배우들과 무용단 양쪽 연습이 한 공간에서 부대끼지 않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극장 앞 독립군 화이팅!"을 외치는 제작진 출연진 일동.ⓒ 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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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참으로 오랜만에 공연을 몰입해서 보았다. 눈물까지 흘렸다.

지난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된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새로 작곡된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러운 음악과 흥미로운 극적 소재와 대본, 그것의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무대화로, 인간의 사는 문제에 대해서 이 극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공연 3주전에 있었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나 공연 팜플렛에서도 알 수 있는 바, 이번 공연은 지난 2년간 최우정 작곡가와 고연옥 작가의 끈끈한 협업이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2010년 오페라 <연서>에서도 호흡을 맞추었던 두 사람은 이건용 단장이 2012년부터 이끈 '세종카메라타'라는 작곡가-대본가 모임의 네 팀 중 한 팀으로 이번 작품을 준비해왔다. 작년 세종 카메라타의 네 팀이 리딩 공연을 했고, 그 중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채택되어 무대화작업을 거쳐 이번공연에 이르렀다.

남자가 장모와 처제를 살해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고연옥 작가가 10여 년 전에 쓴 희곡이 2010년 일본과 한국에서 연극으로 올려 졌고, 이번에 그 일본 연출이었던 사이토 리에코가 오페라 연출을 맡아 더욱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공연홍보 단계에서는 '핏빛 버전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홍보되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 수남이 극 중 때때로 부르는 노래인 "나는 화물차 운전수요, 짐칸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모른채,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오"라는 대목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화물차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모른 채, 그저 자신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인 것처럼, 부인 경자도 자신과 하나이고, 또한 자신은 '생각'없이 하루하루 살아갈 뿐, 그 외에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계모와 여동생을 죽이고 그것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운 부인 경자에 대해 검사가 취조할 때 그는 자신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처럼 노래한다.

어두컴컴한 밤길 고속도로에서, 이 길이 밤새 안전하기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에서 괜시리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의 삶이 그렇고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어수룩하고 아는 것 없는 나이 오십이 넘은 주인공 수남은 밤 운전이 끝나고 들리는 술집에서 스무 살이나 차이나는 경자를 알게 되고, 가진 것도 없고 나이 많은 자신을 웬일인지 좋아하고 아이까지 낳아주겠다는 경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는 경자의 죄를 뒤집어쓰고 결국 감옥에 갇히지만, 사건에 의심을 품은 검사가 하나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말에, 점차로 경자의 사랑에 대해,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해 눈뜨게 되고 누명을 벗고, 결국 경자가 감옥에 갇히고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인터미션 없이 1시간 40분, 전체 11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극의 전개될 상황이 궁금하게끔, 또한 극중 인물의 상황에 공감 혹은 지탄을 하고 싶게끔 몰입할 수 있도록 대본이 치밀하게 제시했고, 그것을 작곡가가 또렷하고 극적인 음높이와 리듬으로 표현했다. 경자가 "내 마음을 알아?"라고 할 때 진짜 여성들이 신경질 낼 때의 음높이처럼 굴곡이 있었고, 주제선율인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반음계 하강 선율은 전위되기도 하며 곡 전반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배했다.

성악가들은 정말로 실제 극중 인물들처럼 보였다. 보통 성악가수들은 노래는 잘 해도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연기가 세밀하지 못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모든 배역이 '심리극'이라는 특성을 아주 잘 살려 각 인물들의 특성과 그들의 생각의 흐름과 변화, 그로인한 사건의 추이를 잘 보여줬다.

23일 공연에서 베이스바리톤 김재섭은 배운 것 없고 여자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지만 '생각'을 통해 점차 변해가는 수남 역과 싱크로율 100%였다. 소프라노 정혜욱 역시 가족에 대한 복수심과 한 남자와 새 생명에 대한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경자로서의 연기를 잘 펼쳤다.

마담 역의 김지선, 미나 역의 윤성회, 검사 역의 엄성화, 국선변호사 역의 최보한, 형사 역의 이 혁, 딸기장수 역의 이두영 모두 노래는 물론 세밀한 눈빛과 호흡템포까지 고심하고 연습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오페라'하면 무엇인가 귀족적이고, 괜한 힘이 들어가 있고, 거기다 우리말의 창작 오페라라고 하면 우리말인데도 '잘 들리지 않는다'는 기존의 여러 가지 문제와 고정관념을 깨트려주는 표본이 되었다.

좋은 대본이 제일 첫 번째 바탕이 되었고, 그것을 똑소리 나게 음악으로 잘 만들어주었고, 마지막으로 연출이 무척 세련되게 무대에 올려주었다. 여기에 지휘자 윤호근이 이끄는 챔버 피니의 탄탄한 반주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윤호근 지휘자는 최우정 작곡가가 완성한 음악을 아주 세심하게 분석해 연주를 이끌었다.

즉, 이번 공연은 '우리말의 장단과 고저, 리듬을 잘 살린 음악 덕분이다', '흥미로운 소재와 대본 덕분이다',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등 여러 가지로 얘기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음악, 극작, 연출 간의 균형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었던 점이 제일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창작오페라를 기존의 '오페라 음악'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극'이라는 보다 큰 것으로 보고 열린 사고로 접근하고 기다린 최우정 작곡가의 대범함과 노련함, 최고의 대본가의 위치에서 작곡가와의 협업과 긴밀한 작업이 어쩌면 불편했을 텐데도 마찬가지로 열린 사고로 함께 한 고연옥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품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고 나열할 것이 많다. 너무 칭찬일색인 것 같아 한 마디 덧붙이자면, 좋은 공연 중에서 그것이 특히나 좋은 창작오페라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칭찬을 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창작오페라에 대해 너무나도 목말라 있었고 또 항상 목마르기 때문이다. 한국 오페라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창작오페라 역사와 작품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반인이 정확히 제목을 알 수 있는 창작오페라는 없는 것일까.

한국인에게 과연 우리말로 되고 우리가 창작한 '오페라'가 있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너 왜 음악을 하니?"라고 묻는 편이 낫다. 그것 또한 왜냐하면 좋은 예술, 좋은 음악, 좋은 공연은 그것의 필요성 이전에 직관적으로 그것의 존재함을 우리는 알아차리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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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단테의 신곡'의 지현준(단테 역)과 정동환(베르길리우스 역).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연극을 보고나서 그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 연극이라면 정말로 성공한 연극 아니겠는가.

11월 2일부터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연극 ‘단테의 신곡‘은 이탈리아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100편이나 되는 시 ‘신곡’의 방대한 양을 연극, 창, 무용, 오페라, 영상 등이 결합된 130분짜리 총체극으로 압축해 보여주며 감탄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2013-2014 국립레퍼토리시즌 세 번째 작품인 이번 무대는 국립극장이 국내 처음으로 단테의 ‘신곡’을 무대화한 만큼 연출가 한태숙(63)과 작가 고연옥(42)은 원전의 내용에 대한 충실성과 보편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1월에 사전제작에 착수해 8차례에 걸친 대본수정, 원작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토론, 남산 국립극장에서 3개월간 자정무렵까지 ‘지옥 같은’ 연습과정 등 연출, 작가, 배우, 각 스텝 등이 각고의 노력으로 무대가 이루어졌다.

11월 2일 첫 무대는 전석매진 되어 관객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삶에 대해 찾아 헤매는 '단테'가 숲속에서 마주친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지옥과 연옥, 천국을 각각 1주간 순례하는 내용을 전체 공연시간 2시간 10분 중 지옥이 1시간 20분, 연옥과 천국이 50분으로 지옥에 비중이 더 높게 그려졌다.

무대가 시작되면 주인공 단테가 승냥이떼의 가운데 둘러싸여 “우리네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 어두운 숲 속에 있었다”라며 ‘신곡’의 시 첫 구절을 외친다. 승냥이의 짐승 같은 동작들을 배우들이 근육의 움직임까지도 잘 표현하고 있었으며, 지옥불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느낌에 압도된다.

국립창극단과 함께하니 서양의 고전을 우리 것과 잘 섞어서 더욱 품격을 나타냈다. 현대음악과 한국의 창(작곡 및 음악감독 홍정욱)이 만나 지옥의 고통스럽고 무서운 느낌을 잘 뽑아낼 수 있었다. 지옥의 판관 ‘미노스’(김금미, 국립창극단 단원)와 뱃사공 ‘카론’(이시웅, 국립창극단 단원)이 부르는 창은 뼛속까지 엄습해오는 고통과 헤어날 길 없는 지옥의 먼 여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단테 역의 지현준이 지옥, 연옥, 천국에 따라 깨달음을 얻으면서 목소리 발성이 바뀌는 데 반해 안내자 베르길리우스 역의 정동환은 항상 고요하고 낭랑하고 중립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단테는 지옥의 마지막 즈음에는 고통이 최대에 달한 것을 특히 찢어져가는 굵은 목소리로 표현한다.

2막 연옥의 거대한 경사를 표현한 언덕은 그것을 오르면서 고통 받는 이들의 제각각의 삶들을 이야기한다. 원로배우 박정자는 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연출에게 먼저 “창녀같은 역할”없냐며 프로포즈해서 프란체스카 역을 맡았다. 짧은 출연인데도 역시 대배우의 카리스마로 남편의 동생과 애욕에 휩싸였던 죄를 씻고자 하는 역할을 잘 표현했다.
 

▲ 3막 '천국'. 45도 경사 계단에서 단테(지현준)는 베아트리체(정은혜)를 만난 기쁨을 표현한다.


3막 천국에서는 마침내 베아트리체를 만나 단테와 두 사람이 다양한 각도로 몸을 비틀며 지옥과 연옥을 지나 비로소 만난 기쁨을 표현한다. 원작에서는 베아트리체가 천국에서만 등장하는데, 이 연극에서는 지옥과 연옥에서도 계속적으로 등장해 단테의 운명을 이끄는 연인으로서 표현되며 비중이 높다.

또한 원작은 지옥과 연옥, 천국의 분량이 똑같은데 이번 연극은 천국은 아주 짧고 그 다음이 연옥, 지옥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원작의 ‘천국’편에 있는 종교적 색채를 덜어냈으며, 우리 현실 삶의 고통이 지옥의 한가운데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각색한 것인데, 그것이 적합했다. 사실 천국을 극으로 길게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재미도 덜할 것이다. 지옥과 연옥의 고통, 두려움의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연극적으로 오히려 수월하고 메시지 전달 부분이기 때문이다.

2시간여의 공연 후 작품의 번역을 한 박상진(부산외대 교수)의 사회로 두 주인공 지현준, 정은혜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늦은 밤인데도 자리에 남아 각종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 국내 첫 공연되는 ‘단테의 신곡’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박상진은 “‘단테의 신곡’ 번역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지만 단테의 순례를 함께 가자는 마음으로 끝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를 바로 내 옆 배우들의 모습으로 보게 되니 너무 반갑다. 요새 ”그래비티(Gravity)“ 영화가 인기더라. 인간의 운명이 중력에 속박되는 것인데, 단테의 대단한 점은 그 중력을 거슬러 결국 천국으로 간 것이다”고 작품에 대한 벅찬 소감을 밝혔다.

지현준은 “단테는 천국의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얻었으면서도 결국 현세로 돌아간다. 마찬가지로 나도 현실에서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이라도 감사히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 하려고 하는 것, 이게 ’구원‘이 아닌가 한다“며 작품을 돌아보았다. 정은혜(국립창극단 단원)는 “멀리 여신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연인을 어루만지듯, 단테를 어루만져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구원일 것이다”고 답했다.

고전은 그 지혜와 깊이로 시공을 초월해 적용되고 이해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품은 자꾸만 연극, 영화, 뮤지컬 등 여러 형태로 거듭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읽혀진다. 어려운 작품에 담긴 의미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 그 위대함으로 안내해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내용도 잘 꾸며진 연극이었다. 작품에 붙여진 ‘국가 브랜드’나 ‘총체극’이라는 수식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생각하지 말자. 중요한 건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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