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두 여왕 스투아르다(소프라노 강혜명)과
엘리자베타(소프라노 고현아)의 대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두 여왕의 불꽃튀는 대결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초연한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현대오페라에 걸맞는 모던하고도 격식있는 무대미술, 화려한 의상, 품위있는 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양진모)가 좋았다.


여기에 주역들의 탄탄한 실력, 그리고 두 여왕인 마리아와 엘리자베타의 대립구도를 잘 살리는 연출(연출 이회수)로 도니제티 작곡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에 잘 상륙시켰다. 이강호, 이회수, 양진모는 라벨라 프로덕션의 중심이다. 지난 2016년 <안나 볼레나>를 전후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작품이 대부분 이 3인방의 작품이다. 


도니제티 작곡의 여왕 3부작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를 중심으로 한 영국 튜더왕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기자가 라벨라오페라단이 4년 전 아시아 초연한 <안나 볼레나>를 보았을 때, 대작오페라를 초연하면서 탄탄하게 기성작처럼 올린 그 실력과 배포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공연 또한 더할나위 없이 기대 이상이었다.

   

▲ 2막 3장 스투아르다의 처형 전에 로베르토(테너 신상근)가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스투아르다는 실제로 처형 때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 문성식



전체 2막 5장의 작품에서 여왕들이 갈아입는 드레스만해도 화려한 볼거리다. 엘리자베타는 화려한 금색, 보라색, 붉은색 드레스를, 마리아는 에메랄드색, 붉은색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늬의 드레스로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무대미술 또한 멋졌다. 1막 1장 천장의 가시덤불 왕관처럼 생긴 샹들리에, 1막 2장의 붉은 빛 황량한 고목, 2막에는 기울어진 십자가로 표현해 스투아르다의 왕좌가 기울어짐을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스투아르다가 죽는 장면을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단두대에서 칼로 내리치기 직전 장면으로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스투아르다가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퇴장함과 동시에 무대가 회전하면서 스투아르다의 아들이 다음 왕인 제임스1세가 된다는 것을 확고하게 보여줌으로써 역사가 어떻게 순환되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소프라노에게 최고의 기교인 하이 D음을 1막 마지막과 2막 마지막 이렇게 두번이나 요구하는데, 스투아르다 역의 강혜명과 이다미 모두 최고의 성량과 정확함으로 표현해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강혜명이 우아한 목소리와 정확하고 시원한 고음에 절절한 슬픔으로 왕족의 기품을 보여줬다면 이다미는 곧은 음색과 절제되고도 단호한 내면연기로 또다른 스투아르다를 선보였다.


엘리자베타 역의 소프라노 고현아는 맑고 곧게 뻗는 목소리로 좀더 위엄있는 카리스마의 엘리자베타로 어필하였으며, 소프라노 오희진은 디테일한 표정연기와 인간적인 욕심이 더 잘 드러났다. 엘리자베타와 스투아루다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로베르토 역은 테너 신상근이 좀더 굵고 힘찬 음색의 팽팽한 힘이 느껴졌다면, 테너 이재식은 더욱 맑은 음색의 호소력이 인상적이었다.



▲ 1막 2장 스투아르다(소프라노 이다미)와 로베르토(테너 이재식). 붉고 황량한 나무는
스투아르다의 혈통을 상징한다. ⓒ 문성식


 

기자 개인적으로는 22일에는 이 공연을 처음봤다는 기대감으로 노래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네번째 공연인 24일 공연을 봤을 때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점이 있었다. 출연진들도 마지막 공연이라 더욱 안정감을 찾은 이유도 있었겠다. 이날은 탈보트 역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의 안정되고도 정감있는 목소리에서 사형집행전의 이다미 스투아르다를 향한 공경과 사랑이 잘 느껴져 좋았다. 같은 장면에서 첫날 베이스 이준석은 더욱 저음이라서 신하로서의 충직함으로 와닿았다.


엘리자베타의 심복인 체칠 역 바리톤 최병혁이 스투아르다의 사형집행을 공표할 때의 순간적인 미묘한 표정변화 등도 극의 방향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바리톤 임희성은 같은배역을 좀더 균형적이고 음악적 정확함으로 인상을 주었다. 안나 역의 메조소프라노 여정윤과 소프라노 홍선진도 스투아르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우정어린 친구이자 유모의 역할을 잘 표현해주었다.


역사상 정치적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이 둘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한 남자를 두고 사랑한 적도 없지만,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이 둘을 상상으로 만나게 했고, 이렇게 도니제티의 여왕시리즈에서 둘은 정치와 사랑을 두고 결투를 하게 했다. 1막 2장에서 스투아르다가 엘리자베타에게 "사생아"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1막 2장의 주요배역들의 합창, 2막 3장 마리아가 처형되기 전 군중의 합창, 스투아르다가 처형되기 전의 아리아 등이 압권이다.


'라벨라(La Bella)', 이태리 말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 아시아 초연, <가면 무도회> 공연,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공연과 라벨라성악콩쿠르, 라벨라 스튜디오 운영 등 행보를 보면 한국에서 민간오페라단이 오페라 발전에 어떻게 아름다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20년에 창작오페라 <까마귀>,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  베르디의 <에르나니>를 공연 예정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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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안드레아 셰니에' 4막 맏달레나(소프라노 김유섬)와
셰니에(테너 이정원)의 호소력 짙은 사랑의 듀엣이 아름다웠다.ⓒ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제5회 그랜드오페라축제이자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오페라로 제작되었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기 실존인물인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를 주인공으로 한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다. 19세기 중반 유럽전역을 휩쓸던 바그너풍 오페라에 반대해 탄생한 베리스모 오페라는 '라보엠', '카르멘'처럼 상류사회가 아닌 격변하는 사회 속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년 12월 '안나 볼레나'를 아시아 초연해 호평을 받은 라벨라 오페라단은 1년도 안되어 이번에는 '안드레아 셰니에'라는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했다. '안나 볼레나' 성공의 3인방 이강호 단장과 이회수 연출, 양진모 지휘자가 다시 만나 이번에도 국내 제작진, 출연진만으로 모던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출가 노트에 적힌바, 개인으로부터 구성된 국가라는 구조를 '프랙탈'에 초점을 맞춰 벌집형태로 창이 뚫린 벽면구조로 전체 막을 통일했다. 여기에 1막 무대는 대형 시계로 변화하는 시대를, 2막은 '마라의 죽음'을 대형부조로 세워 혁명을, 3막 혁명재판소 장면은 정사각형 샹들리에로 계급투쟁 속 인생의 격투장을, 4막은 무대를 가득 채운 긴 쇠창살로 생 라자르 감옥을 표현해 국가와 개인이라는 운명공동체와 각 장면별 특색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의상은 전체적으로 귀족과 여인은 흰색, 혁명군과 남성은 블랙으로 대비를 시켰다. 화이트 의상은 조명을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였으며,1막 무도회에서는 흰색 바탕 의상에 검정 역삼각형과 소매의 검정띠 포인트로 모던함을 보이는 한편 카드병정 같은 느낌을 주며 귀족사회의 모순성을 표현한다. 또한 2막과 3막 여인들 의상에서 프랑스 삼색기를 허리띠나 소매깃에 응용했다.

무대와 의상의 뒷받침 속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성악가들은 유명 아리아가 많은 이 오페라를 훌륭하게 이끌어갔다. 23일과 24일 저녁 공연의 세 주역은 이정원, 김유섬, 박경준이었다. 1막 귀족들의 무도회 장면에서 셰니에 역 테너 이정원은 '언젠가 본 하늘처럼(Un di al azzurro spazio)'을 호소력 짙게 부르며 브라보를 받았다. 맏달레나 역 소프라노 김유섬은 특히 3막 제라르 앞에서 '돌아가신 어머니(La mamma morta)'를 누운 자세에서도 거뜬히 절절한 감정으로 부르며 풍성한 성량과 호흡을 선보였다.

▲ 3막에서 바리톤 박경준이 카리스마 있는 중후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문성식 기자


제라르 역 바리톤 박경준 역시 돋보였다. 짧은 곱슬머리와 이국적인 외모도 한몫했지만 1막 제일 처음 귀족에 대한 불평, 1막 마지막 혁명군에의 가담, 그리고 특히 3막에서 셰니에와 맏달레나에 대한 연민과 흠모에 갈등하며 부르는 '조국의 적인가?(Nemico della Patria?)'에서 중후한 목소리와 개성적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4일과 25일 오후공연의 세 주역 테너 국윤종, 소프라노 오희진, 바리톤 장성일의 무대도 훌륭했다. 국윤종의 셰니에와 오희진의 맏달레나는 이정원 김유섬에 비해 좀더 젊은 감각의 감수성을 가지며 풍부한 성량과 연기로 무대를 이끌었다. 23일 박경준의 제라르가 욕정과 분노가 더욱 잘 보여졌다면, 장성일의 제라르는 셰니에에 대한 연민이 더욱 잘 표현되었다. 

주연급 조역들의 활약도 남달랐다. 2막 창녀굴 장면에서 베르시 역의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은 흰색치마에 삼색기 소매를 흩날리며 '내가 두려워한다고?(Temer? Perche?)'를 매혹적으로 노래불렀다. 3막에서 눈먼 할머니 마데롱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어머니 내 아들을 바칩니다' 라고 긴 호흡선으로 노래부르며 감동을 주었다. 쿠와니 백작 부인역의 메조소프라노 김하늘 역시 1막에서 무도회를 주도하며 막힘없는 노래실력을 자랑했다.

혁명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조역 남성성악도 비중이 컸다. 2막에서 셰니에에게 여권을 주며 탈출을 종용하는 루쉐역의 바리톤 서동희는 깔끔하고도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를 보여줬다. 3막 혁명재판에서 조국을 위해 기부하라고 연설하는 마튀에 역 베이스 양석진 역시 힘찬 저음의 혼신을 다한 연기를 펼쳤다.

2막과 3막에서 풍부한 표정연기와 음색을 선보인 밀정역의 테너 김재일,1막의 테너 김성천(수도원장 역)과 바리톤 김준동(플레빌, 두마 역), 바리톤 이준석(푸키에 역), 4막 간수역으로 짧은 단독장면이지만 주목되었던 바리톤 김진원(집사, 간수 역) 모두 성실한 연기와 뚜렷한 선율선으로 노래하며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이번 오페라에서는 영상의 활용이 적절했다. 3막과 4막에선 무대벽 가득 프랑스 혁명 인권선언문의 글씨로 가득채워 혁명의 정신을 드러낸다. 제라르가 셰니에에 대한 고발장을 쓰며 갈등할 때는 영상에 프랑스 혁명의 3대정신인 LIBERTIE(자유), EGALITE(평등), FRATERNITE(박애)의 글자가 뚜렷하게 보여진다. 또한 고발장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무대가득 영상에 보이며 사실감을 더한다.

정리된 군중신 또한 특징적이었다. 2막 군중들은 잠시 무대 뒤로 빠지게 해 관객이 제라르와 셰니에의 결투 장면을 집중하게 했고, 3막 마튀에가 연설할 때 여인들은 꼭두각시처럼 반응한다던가, 재판장면에서 천장의 정사각형 샹들리에가 무대하단까지 내려오고 붉은 머리의 배심원들이 둘러앉은 것으로 셰니에를 사방팔방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해 격투장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 3막 혁명재판소 장면. 천장의 정사각형 샹들리에가 무대로 내려와 배심원단과
자신을 변호하는 셰니에를 둘러싸며 격투장의 느낌을 준다.ⓒ 문성식 기자


무대와 영상의 효과적 배치아래 3막과 4막은 노래로 더욱 집중된다. 사각 재판정에서 셰니에가 '그렇소 나는 군인이었소(Si, fui soldato)'라며 노래부를 때 애국심과 숙명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4막 혁명군의 노래가 저멀리 들려오고, 셰니에가 감옥에서 부르는 '오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di maggio)' 또한 아름답다.

맏달레나는 셰니에와 마지막까지 함께하기 위해 여성수감자와 이름을 바꾸어 감옥에 들어간다. 이윽고 만난 둘의 듀엣 '우리들의 죽음은 사랑의 승리((
La nostra morte è il trionfo dell'amor)'이 찬란한 고음으로 펼쳐지고, 빛나는 조명아래 두 주인공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영상에 프랑스 삼색기가 보이며 대단원의 피날레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양진모 지휘의 자타공인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성시연)의 기품있고 안정된 반주, 메트 오페라합창단(단장 이우진)과 시민MC에델 여성합창단(지휘 김진홍), 아름불휘어린이합창단(단장 안지영)의 충실한 화음, 연기자 무용수들, 그리고 젊은 감각의 무대디자인(김대한), 조명디자인(김용회), 의상디자인(김미정)까지 모두 하나되어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품격 있게 만들어냈다.

하나의 오페라는 악보를 시작으로, 웅장하고 감각적인 무대와 세련된 의상, 빛나는 성악가 한명 한명의 노래와 색채적인 조명, 그 모든 것이 다시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배를 타고 무대에 오를 때 이윽고 완성된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올려놓는다는 것은 큰 배포와 결단력, 안목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믿음'이라는 덕목이 중요하다. 이강호 단장의 안목도 좋지만 그만큼 제작진, 출연진에게 믿고 맡겼기에 이렇게 큰 일을 성사시켰을 것이다.

이번 오페라를 보면서 '혁명'이라는 단어에 최근의 한국현실이 더욱 가슴아프게 들어온다. 우리는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믿고 싶어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믿지 못하고 압박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로 돌아오고 있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사랑 속에서 진정으로 혼돈이 질서로 흐를 수 있도록, 진심을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와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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