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오페라단)
[박순영 칼럼] 국립오페라단 '마농'- 오페라 온라인 생중계의 갈 길
이번 국립오페라단 ‘마농’ 공연은 코로나시기 사상최초 전막오페라 상연이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국립, 국내최고의 오페라단. 그간 수많은 국내초연작을 올리며 명실상부 한국오페라 70년 역사를 이끌어간 국립오페라단의 사명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재 코로나로 시발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포맷에 과감히 도전했고, 개선점이 있기에 앞으로의 국립오페라단의 책임은 당연히 존재한다.
온라인 생중계는 현재 공연계에 시급한 문제이다. 네이버TV와 브이로그로 국립오페라단 <마농>이 지난 목요일과 일요일 생중계되었다. 2년 전 윤호근 단장 부임 후 첫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번 온라인 생중계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다,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 등 감사표현의 실시간 댓글이 많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이번 네이버 TV에서 느낀 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점을 본 이화미디어 플레이뉴스에서는 감히 제언한다.
1. 과도한 카메라 무빙과 앵글 편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오페라에 가요쇼프로의 카메라 기법을 쓰면 안 된다. TV가요프로는 공연현장의 관객 환호성이나 벅찬 관객의 감정을 현란한 카메라 무빙으로 바꿔서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안방TV로 전달한다. 이것을 오페라TV에 쓰면 안 된다. 장르가 다르다. 온라인 생중계는 공연 현장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보는 것이다. 공연은 현장의 예술이다. 세계 어디에서건 내 손안의 핸드폰, 노트북, 내방 거실 TV로 공연내용과 현장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공연 현장에서 관객 한 사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보는 것일까? 아니다. 공연영상에서 여러 각도의 앵글로 찍어 편집하는 이유가 공연내용을 세부적으로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함이라면, 이번 <마농>의 네이버TV생중계 내용은 이 목적에 한참 미치지 못하였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극 초반부에 마농과 오빠 레스코의 대화장면을 보면 둘의 대화를 카메라가 방해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그냥 정면 각도에서 어느정도의 뒷 무대까지 함께 담은 앵글 정도면 카메라 한 대라도 내용전달이 충분한데, 우리의 네이버TV 카메라팀(외주 인력일 듯. TV쇼프로 가요프로를 주로 촬영했던)은 이 오페라를 볼 준비도, 함께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오페라 내용, 노래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주요 장면전환에서는 카메라 영상이 음악보다 먼저 준비하고 대기해 있어야 하는데, 항상 음악이 바뀐 다음 영상이 바뀌었으며, 필요이상으로 정면 포커스, 정면 전체 샷, 왼쪽측면 70도 롱샷이 10초 이내에 세 번 정도로 바뀌는 식의 앵글편집은 심히 유감이고 음악 감상을, 오페라 내용전달을 분명히 방해하고 있었다. 만약 온라인 생중계에서의 latency 문제가 여기에 관여되어 있다면 이 또한 전문가들이 함께 해결해줘야 한다.
생중계는 아니었지만, 좋은 촬영과 편집의 예는 국립오페라단 ‘마농’ 2018년 아리랑TV 촬영본을 유튜브에서 1부, 2부를 검색할 수 있다. 참고하길 바란다.
2. 한 앵글에서 카메라는 가만히 고정해 있어야 한다. 이번 네이버TV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요래저래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면서 포커스 인아웃을 했다. 현장에서 관객은 그렇게 관람하지 않는다.
3. 치명적인 실수는 그림그리기의 기본, 삼각구도를 전반적으로 의식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성악가의 머리 윗부분이 이마에서 잘렸거나, 10초 이상 노래 부르며 연기하는 손 동작이 분명히 있음에도 손은 앵글 밖으로 잘렸다. 심히 유감이다.
4. 공연 온라인중계방식은 국내만 해도 10년 이상 존재해 온 아프리카TV나 파워 유튜버들의 방식을 탐구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을 마이너리그의 소통자들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인기 있는 먹방 유튜버들의 모습을 보라. 하루 종일 온통 머릿속에는 어떤 컨텐츠를 올릴까, 어떤 식으로 먹을까, 어떤 식으로 배경화면을 연출할까, 먹을 때 어떤 소리를 낼까, 마이크는 어떤 걸 쓸까, 자막은 어떤 크기로 어느 위치에 넣을까 등등을 생각하며 직접 홀로 다 해내거나, 제작자, 편집자들과 함께 움직인다. 그렇다면, 한 두사람의 예술이 아닌, 100명 이상이 투입되는 오페라, 미술, 음악, 의상 등이 함께하는 총체예술인 오페라의 온라인 중계를 위해서는 도대체 몇 명이 함께 온통 이 ‘오페라 온라인 중계’ 생각을 해야 할까? 답은 자명하다.
5. 이제 오페라를 서양예술로 말하지 말자. 일자리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자포자기의 심정이지만, 삽을 들고 땅을 파자. 문화강국 대한민국에서만은 유독 예술이 문화에 속해 있다는 것이 한국의 예술인들에게는 심히 유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좁디좁은 우리집 거실에서 공중파TV 9번 가요무대에서 아직도 설운도가, 김상희가 노래 부르는 모습이, 소리가 그리 어색하지는 않고, 클래식 전공인 현대음악 작곡가인 내가 들어도 그렇게 나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이미 우리 정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 주장하고 전진하라. 그러다 힘들면 쉬고 다시 시작하자.
요컨데, 부디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하지 말고, 너무 움직이지 말고, 한 대로 편안하게 찍는 것이 좋겠다. 관람자는 카메라 너머의 촬영자의 감정까지 다 느낀다. 얼마나 연구했는지 열마나 느끼는지, 연출진과 촬영진이 서로 협력했는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말이다.
국립오페라단 <마농>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우, 연출 등 공연내용 자체는 당연히 잘 하였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 포맷이 앞으로는 더욱 발전될 것이라면, 그리고 온라인 관객 유료화 등 앞으로 해결할 일거리가 많다면, 이제는 온라인공연의 최종 아웃풋은 ‘영상’이라는 것, 그 영상은 음악공연이면 음악, 무용공연이면 동작을 방해하지 않고 도와주는 방향으로 ‘카메라가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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