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올오페라 앙상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개구쟁이(소프라노 정시영 분)가
장난감들의 반란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과정을 잘 그렸다. ⓒ 강희갑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숙제하기 싫어! 게임이나 실컷 했으면."
애들은 늘 하는 말이고, 엄마는 늘 듣는 말이다. 이번 오페라에도 나오는 말이다. 극 중에서 직장 다니는 엄마는 아이에게 카톡으로 숙제검사를 하며 3등밖에 못했냐고 나무란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공연장상주단체로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공연한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작품을 이처럼 한국 현실에 맞게 21세기 이 땅의 학원, 입시를 겪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각색하고 한글로 번안한 작품이다.
오페라의 성지인 이태리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무대감독이 된 장누리씨가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아 아이와 어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땅의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지휘자 Unai Urrecho는 11인조의 앙상블 스테이지를 이끌고 라벨의 이국적이고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선율과 화음요소를 ‘마법’이라는 소재를 드러내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주었다.
17일 금요일 첫공연의 유튜브 생중계를 우리집 거실TV로 보았을 땐, 집에서 밥 먹어가며 아이들과 편안하게 멀리 구로 공연을 보니까 신기하면서 실제 공연처럼 생동감도 느껴졌다. 반면, 공연 후반부 음악이 격해지는 부분에서는 TV음량이 커서인지 아이들이 좀 무섭다고 해서 유튜브 본 것으로 만족할까 싶기도 했다.
▲ 소파(베이스바리톤 김준빈)와 놀이텐트(소프라노 김은미)도
개구쟁이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노래한다. ⓒ 강희갑
하지만, 기자이자 작곡가인 엄마의 욕심에, 기왕 가족오페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보여줄 기회를, 거실TV 공연에 대한 아이의 몇가지 반응 때문에 놓칠 수는 없었다. 현장 공연을 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지 않겠나. 자주 있는 아이와의 흔한 협상(많은 부모님들이 알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를)으로 일요일 오후는 공연에 꼭 간다는 다짐을 받고, 19일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을 보았다. 특히 의견 뚜렷한 우리집 초등학교 2학년 큰아이가 공연보면서 "재밌다"고 했으니 결과는 고맙게도 또 한번의 뿌듯한 대만족이었다.
무대에는 커다란 책 안에 생활계획표, 우주 탐험선이 멋지게 그려져 있고, 푹신한 소파, 놀이 텐트 등 주인공 '개구쟁이'(소프라노 정시영 분)는 뭐하나 부족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개구쟁이는 "내버려 둬!뭐든지 내맘대로 할거야"라며 책은 찢고, 소파 위에선 쿵쿵거리고 장난감을 집어던지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결국 개구쟁이는 텐트, 선풍기 등 그가 마구 쓰던 물건들의 반란과 노래로 자신의 잘못을 알아간다.
성악 출연진은 평소 많이 부르는 이태리, 독일 오페라도 아닌 프랑스, 그것도 반음계 자자하고 선율선이 긴 라벨 오페라에 네모 반듯한 우리말을 얹어 부르면서 감칠맛나게 연기까지 하느라, 습한 더위에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끼고 연습하느라 정말 애를 많이 쓴 것이 느껴졌다. 이 작품이 원래 프랑스 것인지, 오페라라는 생소한 장르인지 구별할 필요없이 관객 입장에서는 여느 우리나라의 아동 뮤지컬처럼 흥미롭게 감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 수학자(테너 석승권)가 "사사는 십칠 이구삼십" 이라고 괴상하게
외치는데, 꼭 개구쟁이의 속마음 같다. ⓒ 강희갑
뻗침머리의 개구쟁이 역도 자연스럽게 소화한 소프라노 정시영, 수학자의 "사사는 십칠~이구 삼십(4×4=17, 2×9=30)"이라는 히스테릭함을 높은 테너음역으로 잘 어필한 테너 석승권, 찬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역이 겨울왕국 엘사보다도 더 곱고 차가웠던 소프라노 윤성회, 개구쟁이에게 맨날 낙서를 당했던 고충을 하행하는 음계로 잘 표현한 베이스바리톤 김준빈 등 주역들의 1인다역과 합창이 효과적으로 잘 연주되어 극을 잘 전달해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살펴보니 아동관객이 참 많았는데, 자신들의 내용이기 때문에 잘 공감되었을 것이다. 또한 무대미술과 의상, 조명이 극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우리말로 또랑또랑하게 노래부르니, 오페라라는 장르이든, 추상적인 선율이나 화음이든 어렵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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