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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0 일신 프리즘 콘서트 'Electroacoustique'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0. 11.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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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일신 프리즘 콘서트 'Electroacoustique' 공연 포스터. ⓒ 일신문화재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25일 오후 730,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2020 일신 프리즘 콘서트 일환으로 < Electroacoustique>공연이 진행되었다.

'일신 프리즘 콘서트'는 빛 한줄기가 Prism을 통과하고 굴절해 다양한 빛깔로 펼쳐지듯이, 다양한 현대음악의 스펙트럼을 조망하고자 하는 일신문화재단 기획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날 공연은 전자음악 분야에서 학술적, 예술적으로 활발한 활동과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한양대학교 전자음악연구소(Center for Research of Electro-Acoustic Music and Audio, CREAMA)가 전자음향의 신비롭고 인상적인 연주를 함께했다.

첫 작품은 리처드 듀다스(Richard Dudas)의 < Equisse-in memoriam Jean-Claude Risset >였다. 소리합성의 선구자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장 클로드 리쎄(1938~2016)의 대표적 연구인 가산합성(Additive synthesis)이, 피아노의 강렬한 저음에서 파생된 배음렬이 전자음향으로 연결되며 증폭되는 방식으로 의미있게 곡이 진행되었다. 악기음에서 파생되어 전자음향으로 연결되는 것이 굉장히 좋았는데, 중간에는 첫 고동음이 화음으로도 연주되고, 배음렬이 피아노로 직접 연주되기도 했다. 작곡가는 멘토이자 친구, 그리고 컴퓨터음악의 선구자에 대한 영혼의 오마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데, 그 첫 시작의 스케치인 이번 작품의 강렬한 소리이미지가 앞으로 어떻게 커갈지도 기대된다. (피아노 연주: Jared Redmond)

다음순서는 피에르 조돌로프스키(Pierre Jodlowski)의 작품 네 개였다. < Dialog/No Dialog(대화/대화없음) >는 플루트와 전자음향간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처음 전자음향에서 "Écoute(여보세요)~"로 시작해 여러 불어대사의 변조음들이 진행된 후 플루트 연주가 이어진다. 연주자가 발 아래의 페달을 직접 밟아서 미디신호를 보내어 전자음향을 변화시키면서, 이 음향을 배경으로 플루트가 플라터 텅잉, 오버블로잉 등 주법으로 전자음향과 비슷한 느낌으로 재잘거린다. 후반부 베이스플루트로 바꿔 불면서는 전자음향에서 대답을 해주던 앞부분과는 달리 서서히 응답이 사라져간다. (플루트 연주: 윤혜리)

▲   Pierre Jodlowski 'Respire'의 한장면. ⓒ Pierre Jodlowski

다음은 조들로프스키의 피아노 작품 색깔 시리즈 < Serie blanche(흰색 시리즈) >였다. 앞 부분은 고음 투명한 간헐적인 피아노 연주에 전자음향 딜레이가 반복되어 미니멀한 분위기였고, 중간 이후는 전자음향에서 드럼소리가 날 때 피아노도 비슷한 리듬을 세게 연주하니, 피아노가 드럼을 치는 것 같은 효과가 났다(피아노 연주: 임수연). 이어 < Serie noire(검정시리즈) >는 첫 독어의 말하는 도입 후, 톤 클러스터 도입이 격렬하다. 빠른 아르페지오와 클러스터와 전자음향의 독어대사들이 섞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낸다. (피아노 연주: 임수연)

조들로프스키의 < Respire(숨쉬다, 한숨 돌리다) >는 영상작품으로, 오늘 공연에 포인트를 주며 제목처럼 머리를 식히며 한숨 돌리는 시간이 되었다. 톱니파에 하이햇 심벌의 비트같은 음악이 깔리고, 영상 속 흰색 배경에 흰색 속옷을 입은 남녀들이 서 있다. 10-20초 가량 몸 관절 곳곳을 움직이며 느리게 춤을 추면 "one, two, three, four" 숫자 세는 소리가 들리고 이들이 멈추는 것을 수차례 반복한다. 마치 우리나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것 같은데, 이러는 동안 아주 느렸던 춤도 점차 빨라지고, 화면도 처음엔 몸만 비추었는데 중간엔 얼굴까지 전체모습도 보이고, 이들 7-8명 무용수를 각도별로 찍은 영상이 겹쳐 수십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이 서로 잘 어울렸다.

마지막은 조지 크럼(George Crumb)의 < Vox Balaenae(고래의 소리) >였다. 크럼은 악기에서 새로운 음향을 사용하기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향유고래의 울음소리를 차용했다. 피아노 저음은 먼 바다의 물결을, 첼로의 긴 글리산도는 끼룩거리는 갈매기 울음소리를, 플루트의 선율과 숨소리가 목동이 고래를 부르는 소리를 표현한 것 같다. 연주자들이 검은 가면을 쓰니 더 음산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처음에 플루트가 바람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는 건반이 아니라 현 위에서 연주하는 등 새로운 음향들이 두텁지 않았고, 신비로운 정서와 그리움을 표현했다. (피아노: 정선인 플루트: 이지영, 첼로: 오주은)

한편 일신 프리즘콘서트의 다음 공연으로 12월 2일 수요일 저녁7시 30분에 '2020일신작곡상'으로 김택수, 박선영, 모리스 라벨의 작품이 유지홍, 김범, 길희정, 윤혜성의 연주로 진행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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