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SAS 첫날 공연 10분 전, Copter9'를 위해 세계각국 연주자들이 컴퓨터 속 아바타와 함께 대기중이다. 관객을 둘러싼 24개 스피커가 이채롭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20서울공간음향예술 심포지엄 SoSSAS(Symposium on Spatial Sound Arts, Seoul, 예술감독 고병량)이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12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되었다. 작년을 시작으로 올해2회를 맞는 SoSSAS는 24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자음악, 현대음악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하고 감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21일 첫째 날 공연에서는 아바타 오케스트라라는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띄었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케루비니와 베토벤 '운명'과 '합창', 그리고 베토벤을 주제로 한 신지수, 이한신, 그리고 박은경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첫 순서 메타버스 아바타 오케스트라의 <Copter9>는 게임 같은 영상으로 사인파 소리들의 움직임과 의미를 재밌게 표현해 인상적이었다. Tina Pearson이 작곡하고 Andreas Muller가 애니메이션을 한 2008년 작 <PwRHm>을 Leif Inge가 헬리콥터가 개입하는 게임형태로 2020년 탄생시킨 작품이다. 로마 광장 같은 곳에 주인공 아바타까지 여덟 명이 각자의 사운드를 발생시키며 하늘을 날기도 했는데, 각 사운드가 발생할 때 손에 든 공이 이 자주색, 노랑색, 파랑색으로 빛나서 소리의 위치와 모습을 알려준다. 가상공간이므로 세계 각국의 사운드 연주자들이 이 아바타들을 조정하고 합주하여 소리를 서울 플랫폼엘에서 내고 있는 것이 신비로웠다. 
 

'Copter9' 아바타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가운데가 주인공 아바타. 오른쪽 하단이 헬리콥터. 

헬리콥터가 소리공을 들고 있는 아바타들 위치를 조정하면 공연장의 24개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위치가 바뀌었다. 그리고 또 재밌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플라이 컨트롤로 하늘을 날다가 땅에 떨어질 때 아파서 무릎을 터는 장면이었는데, 잠시지만 리얼함과 공감을 주었다. 또한 평소 나는 앰비언트 뮤직 장르처럼 미묘한 소리 변화와 흐름을 추구하는 음악의 의도를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서 소리 움직임과 서로 간의 결합을 재미나게 이미지로 보게 되니, 앰비언트 뮤직 생각도 나면서 그 장르도 존재 이유가 있고, 그 소리 알갱이 속에서의 다채로운 추구도 의미가 있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두번째 순서는 민정기 지휘에 12인조 팬아시아필하모니아와 혼성4부 중창이었다. 혼신을 다한 연주로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표절(?)했을지도 모른다는 동시대 두 작곡가의 곡까지 연주해 주어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깜짝 선물셋트가 되었다(편곡 고병량). 전자음향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루제 드 릴(1760~1836)의 <주술에 대한 찬가>는 힘찬 역동이, 케루비니(1760~1842)의 <판테옹에 부치는 찬가>는 차분함 속의 웅장함이, 베토벤(1770~1827) '운명' 교향곡 1악장 4악장에서는 표절이든 차용이든 모방이든 자신만의 것으로 탄탄하게 재탄생시킨 극복의 집념이 느껴지면서, 올 한해 코로나로 분투했던 우리를 위로하고 달래기에 충분했던 연주였다. 코로나 아니었으면 수많은 음악회에서 울려퍼졌을 12월 17일생 베토벤의 작품이, 이 곳 SoSSAS에서 전자음악 역사까지 연결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Leif Inge '9 비트 늘임'과 박지수 '경관의 위상학'은 베토벤의 인류애가 닿는 미시부터 거시의 영역까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인터미션 때는 공연장 한층 아래 전시를 박지수 작가의 설명으로 감상했다. Leif Inge의 <9 비트 늘임>은 베토벤 9번 교향곡을 24시간으로 늘인(Time Stretch) 작품인데, 이것을 박지수 작가의 <경관의 위상학>이 콜라보레이션 되어 색다른 베토벤을 연출했다. 전시장 왼쪽은 사람 몸 안의 데이터, 즉 미시 세계를 보여주는 붉은색 핏줄과도 같은 모습들, 오른쪽은 머나먼 우주 공간의 행성들, 즉 거시 세계의 푸른빛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현미경과 망원경에 쓰이는 광학도구인 거울, 레이저, 렌즈, 그리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작곡 시기에 새로 도입된 에라르 피아노에 사용된 '아그라프(agraffe, 해머의 일종, 피아노 음역 확대에 기여했다)'를 두어 베토벤 작품의 힘을 형상화했다. 24시간 작품이라 공연 첫날인 이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가 작품 시간인데, 오후 8시 반 경 전시장에 몇 분 간 서 있으니 9번 교향곡의 1악장인건지 C으뜸 화음이 아주 천천히 몸 속에서부터 꿈틀대어 찬란하게 우주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소리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와도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후반부 또한 다양한 베토벤이었다. 이한신의 트럼본과 더블 베이스를 위한 <두운>은 베토벤 운명 교향곡 1악장 첫 동기'빠빠빠 빰~'의 끝음 Eb을 글리산도, 쥬테 등 특수주법으로 형태를 이탈시키는 재미를 찾는 곡이었다. 트럼본은 세 가지 종류의 뮤트로 음색을 달리해 색다름을 추구하고 있었다. 신지수의 12주자를 위한 <비참한 존재들의 목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Pastorale(전원)'의 시작 부분을 모티브로 작곡되었다. 21세기 오염된 환경과 바이러스 공포를 점묘적인 음과 12인조 오케스트라의 넓은 음역을 이용한 클러스터 형태로 음산한 음색의 묘미가 있었다. 이 날 맨 마지막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4악장의 '환희의 송가'까지 야무지게 연주되어, 베토벤을 기리는 이번 SoSSAS의 기획력과 인정넘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민정기 지휘의 12인조 팬아시아필하모니아와 공연장 뒷쪽 2층 혼성4부중창은 혁명가로서 인류애를 음악으로 실천한 베토벤을 잘 느끼게 해주었다. 


둘째 날은 더욱 전자 음악과 공간 음향다운 작품들이었다. 첫 순서의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의 <테크노 잼>은 4/4박자 킥과 베이스라인이 주축을 이루는 라이브 잼 EDM(Electro Dance Music)을 선보이며 이 장르에 대한 흥미를 유발했다. 신예훈의 <나무 그늘 아래>는 오디오비주얼 작품으로 산과 들, 호수 등 자연의 이미지와 가야금, 대금, 아쟁의 선율이 감각적으로 잘 어울렸다. 오예민의 <음악의 섬광> 또한 EDM 스타일의 작품임과 동시에 네트워크로 관객이 사운드 발생과 이미지 움직임에 참여하는 재미를 주었다. 무대 화면 속 정육면체 주변 수많은 색깔 공이 움직이였는데, 만약 체조 경기장 같은데서 다수의 관중이 참여하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이 들었다. 

장대훈 작곡가는 <자각몽>이라는 구체음악을 선보였다. 작곡 당시 폐차 직전의 자신의 차 창문에 Zoom 녹음기로 소리녹음을 하고, 핸드폰 액정이 깨져 있었는데 그 위에 마이크를 올려 바닥에 대어 보기도 하고 두드려도 보면서 여러 질감을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Tape 음악인데도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이 있었고, 2020 SoSSAS를 통틀어 가장 소리의 좌우 Panning 감이 좋았다. 그는 곡 소개 순서에서 “저도 전자음악 작곡가로서 꽤 많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오니 제 장비는 맷돌과도 같았다“며 유머러스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작곡 기법 소개를 할 때 그 '맷돌'이라는 단어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Illinois 음대에서 공부할 때 스승님이 강조하신 방법이 좌우 패닝이든, 소리를 뒤에서 앞으로 이동시키던 (기타 컴퓨터 플러그인을 사용하지 않고) 항상 Mono Source를 가지고, 하나는 Reverse 시키고 또 다른 것은 볼륨 값의 차등을 두어 여러 트랙, 30트랙 이상으로 수작업으로 공간감을 형성하도록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이나 기존 프로그래밍을 뛰어넘는 그런 장인적인 수작업이 바로 맷돌 아닐까 싶었다. 

자신이 작곡가 안혜윤 선생님의 작품을 연주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해 준 연주자 최영진이 마치 해나 달 속에 들어간 듯 보인다. 

안혜윤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타악기 연주자 최영진이 직접 악기 설명을 해주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무대 앞과 옆에 '지고'와 티벳종, 무종 등 금속성 악기의 작고 영롱한 울림, 그리고 무대 맨 중앙 뒷편에 한지로 만든 큰 종이북 '지고'의 크고 웅장한 울림이 서로 대비되었다. 이 소리들이 컴퓨터 알고리듬 확성을 통해 스피커로 들려오며 미학적인 소리움직임을 선사했다.

타악주자가 악기 사이를 움직일 때 춤추듯 움직여 쉼표의 구간도 역동과 흥을 주었는데, 연주 끝나고 물어보니 봉산탈춤 이수자라고 말했다. 악기를 그냥 치우지 않고 관객들에게 "혹시 '지고' 만져보실 분 있으세요?" 라고 해서 나를 포함한 몇 명은 직접 두드려 소리를 내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김종록의 <분할>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연주전에 자신을 작곡가도 연주자도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이 작품에서는 음악보다는 인지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큰 세모꼴로 무대 앞(플루트)과 관객석 중앙 옆(대금), 관객석 뒤(대금)에서 그가 악기로 선율이랄 것도 없는 숨소리나 작은 지속음 정도를 내기만 했는데도, 무척 운치 있었다. 그는 분명 작곡가요 연주자였고 세련되었다. 

 

작품 마지막 장면. 자연을 바라보며 선 작곡가요 연주자인 김종록의 다부진 뒷모습이다. 


왜냐하면 이 삼각형 구도를 그가 유유히 걸어다니며 연주하는데, 무대 앞 스크린에 바이올린 연주자와 대금 주자가 어둑한 수풀 속에서 연주하는 모습(원래 밝은 숲인데, 의도적으로 Black Out했다고 한다), 그리고 관객을 둘러싼 스피커에서 자연의 소리가 최대한 작게 들려오는 상황 자체가 주는 집중력과 신비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끝난 후 한 관객이 자세한 곡 설명을 요청했는데 김종록은 "인간의 인식과 기계의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인간은 무엇을 인식하지 못하는지 궁금해서 만든 곡이다"라며 이외의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키티판 얀부알라의 <48개의 감정>은 이모티콘의 얼굴표정 데이터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발생시킨다는 컨셉이 전자음악 연구자 다웠다. 감정 종류가 음성으로 소개되고 화면에 해당 이모티콘이 제시되면 이것이 위치, 색깔 등 데이터에 의해 각각 다양한 소리로 변환되는데, 언젠가 로봇 감정연구 등에 사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병량의 <감성과 선택 사이의 얽힘>은 국악 현악기인 가야금과 서양 현악기인 하프 소리의 대비적인 소리와 질감을 Time Stretch 기법으로 길게 늘였는데, 중간부에 아주 긴 구간은 왠지 모르게 감성을 자극하였다. 삐에르 졸리베의 <루드비히 XXI>는 베토벤 교향곡 1번과 9번을 조각조각 나누었다. 베토벤의 모습이 24개 스피커를 전후 좌우 사선으로 오가는 모습을 함께하니 베토벤 250년 역사를 탐험한 느낌이었다. 내 옆 관객(오태라 님)은 우주 같고 별 같다고도 했다. 

키티판 얀부알라의 '48개의 감정'. 하트모양 눈의 웃는 표정 이모티콘 데이터가 네모박스에서 처리중이다.  

2020SoSSAS는 이틀 공연을 통해 전자음악과 공간음향과 관련된 다양한 형태와 최근 이슈들을 잘 다뤄주었다. 베토벤 250주년이 이렇게 마감되나 아쉬운 감정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주의 월, 화요일 올해 2회째의 공간음향심포지엄은 이렇게 특별한 베토벤 산타가 되어 선물을 주고 갔다. 부지불식간에 발전하는 각종 테크놀로지를 예술은 어떻게 활용하고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그저 user가 될 것인지, 기술에 영감을 주고 콜라보를 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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