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3월 2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합창단(단장 윤의중) 3·1절 기념 창작칸타타 <나의 나라>는 기나긴 코로나를 뚫고 맞이하는 102번째 3·1절에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 정신과 나라사랑의 정신을 깊이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서주에 힘찬 대북 고동이 우리들의 눌린 심장을 깨운다. 1부 ‘빼앗긴 들’에는 1.‘Libera Me(구하소서!)’부터 5.'Dies Irae(고통의 날)'까지, 2부 ’영웅’에는 6. ’기억’부터 11.‘깃발’까지, 3부 ‘나의 소원’에는 12. ‘In Paradisum(낙원으로)’, 13. ‘새벽’, 14.‘나의 나라’까지 전체 14곡이 합창과 오케스트라, 국악기, 성악, 소리꾼, 정가 가객 편성으로 한데 어우러지며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영웅들을 위한 진혼곡을 올린다.|
백범 김구 선생 역의 배우 남경읍을 중심으로 나석주(바리톤 차광환), 조마리아(알토 김미경), 윤봉길(테너 오영인)의 세 명 독립군 투사들이 노래한다. 팬텀싱어3 준우승에 빛나는 소리꾼 고영열이 심부를 파고드는 시원한 목소리로, 정가의 하윤주가 끈기 있는 맑고 높은 목소리로 우리 독립정신을 노래한다. 붉고 푸른 조명, 합창 가사와 각 부분이미지를 표현한 영상이 각 장면에 더욱 집중시킨다.
공연 시작 전부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합창석을 꽉 채운 국립합창단(단장 겸 예술감독 윤의중), 광명시립합창단(지휘 김대광), 시흥시립합창단(지휘 송성철) 100여 명 인원만 봐도 아우내 장터를 가득채운 시민들을 보듯 가슴이 벅차기 시작했다. 서주에 국악타악(고석진, 최영호, 김태형)의 힘찬 고동, 그리고 1곡 ‘Libera Me(구하소서!)’에서는 100년 전 우리에게 일어났던 고통스런 날들을 코리아쿱오케스트라(지휘 )의 반주와 함께 공연장을 전 음역을 꽉 채운 합창단 소리로부터 느끼게 해주었다.
2부 영웅의 7곡 ‘길(김희연 사)’에서는 김구와 독립군3중창으로 독립투사로서 나아갈 바 의지를 다진다, 8곡 ‘가시리(회상 II)’는 정가와 성악솔로들이 저마다 다른 톤으로 ‘가시리’하며 읊조리고 외치는데, 듣는 이의 가슴을 절절하게 했다. 이에 연결된 9곡 ‘슬픔의 나날’은 ‘어머니의 편지(김희연 사)’, ‘Lacrimosa'라는 소곡을 알토솔로와 정가, 여성합창으로 회한의 시대를 겪는 어머니, 여성의 마음을 표현하며 감성을 한 톤 더 깊게 자극한다.
10곡 이육사 시의 ‘꽃’에서 소리꾼 고영열과 테너 박의준(국립합창단 단원), 합창이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라며 우리의 드높은 불굴의 정신을 목청 높여 노래한다. 이에 11곡 ‘깃발(탁계석 사)’은 ‘순박한 백성들 낯익은 얼굴들이...뜨거운 깃발 뜨거운 심장 되어..대한을 달라고 불타고 있었다..’라고 노래 부르며 거대한 합창으로 공연을 보는 청중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3부는 김구 선생의 책 <백범일지> 마지막에 선생이 조국동포에게 바라는 글 ‘나의 소원’을 제목으로 했다. 오케스트라 곡인 12곡 ‘In Paradisum(낙원으로)’에 이어, 탁계석 사의 ‘새벽’이 13곡 가사로 김구와 소리꾼, 합창으로 장대히 울려퍼진다. 마침내 14곡 ‘나의 나라’로 전 출연진이 ‘우리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을 외치며 우리나라 최초의 애국가를 부르니, 일제치하 어둠부터 슬픔을 넘어 낙원으로, 나의 나라로 오는 대여정에 관객들은 커튼콜까지 감동의 기립박수를 쳤다.
커튼콜 후 이날 지휘를 한 국립합창단 윤의중 단장이 마이크를 잡으며 "작년 12월 <헨델의 메시아> 공연이 코로나 2.5단계 지침으로 취소되었는데, 이번에는 무사히 공연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큰 공감과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공연 후 로비에서 예술의 전당 유인택 사장은 “한 번만 공연하기 아깝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공연된 창작칸타타 <나의 나라>는 작년 광복절에도 성황리에 1회 공연된 바 있다. 국립합창단 상주작곡가인 우효원 작곡가와 엄숙정 연출, 김희연 작가가 국립에 걸맞게 탄탄한 시나리오와 음악, 연기로 선보여 주었다. 오페라보다는 의상과 무대 셋트 면에서 수월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덜 들고, 이에 합창을 더욱 부각시키고 의미전달이 확실한 면에서 칸타타의 강점이 있다.
그렇다면, 잘 만들어져서 이제 막 2회 공연된 국립합창단 3·1절 기념 창작칸타타 <나의 나라>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예술가가 저마다의 예술로 나라를 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것은 국립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나라 브랜드 공연이다.
크고 작은 여러 공연마다 성격이 다르고, 역할과 책임도 다르다. 작품성은 이미 2회의 공연으로 충분히 검증되었다. 이제 어떻게 알리고 대우하느냐가 문제다. 칸타타의 이점을 살려서 매년 광복절과 3·1절에 계속 울려퍼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번 공연이 3월 1일에 공연되지 못하고 그 다음날 공연되었는데, 나라 브랜드의 공연에 대한 생각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 부디 작품을 귀하게 대접해 주고 지속적으로 키우는 풍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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