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로랑 슈미트 <로카이유 풍의 모음곡>은 플루트와 하프가 현악기를 리드하며 조화를 이루었다. ⓒ 오푸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7회 앙상블 오푸스 정기연주회 '봄이 오는 소리'가 지난 4월 9일 저녁7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작곡가 류재준이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리더로 국내외 최정상급 솔리스트로 구성된 앙상블 오푸스는 2010년 창단되어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연주하며 국내 최고의 실내악 연주를 이끌어왔다.

이번 연주회는 슈미트, 류재준, 쇤베르크의 작품으로 따스한 봄을 느끼게 해주었다. 첫 순서 플로랑 슈미트의 <로카이유 풍의 모음곡>은 다섯 악기의 귀족적인 뽐냄과 어우러짐이 활력있게 이날 연주회와 봄을 멋지게 열어주었다. 김다미의 바이올린, 이한나의 비올라, 최경은의 첼로와 합쳐져 조성현의 플루트와 김지인의 하프가 선율을 이끌며 곡을 부드럽고 카리스마 있게 이끌어간다. 어떻게 호흡악기 플루트가 현악기들에 소리가 묻히지 않고 잘 들리는가, 그리고 첼로나 비올라, 하프의 빠른 패시지가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답은 물론 작곡가 슈미트의 작곡 기술 덕도 있겠지만, 이 날의 경우 분명히 연주자들의 실력과 앙상블이 더 큰 몫을 차지하였다. 이날 현장의 B블록 1열 2번에 앉아 연주자들을 가까이 쳐다보며 든 생각은 '물론 악기적 특성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제한점이 될 수는 없다'라는 것과 '이 악기들이 서로 다른 악기가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들린다'는 것이었다. 첼로도 비올라와 같았고, 플루트도 하프와 같았다. 그리고 내가 앉은 자리가 약간 왼쪽이라서 제일 잘 마주보이는 비올리스트 이한나의 자신 있고 진지한 얼굴이 참 멋지게 보였다. 

 

▲ 류재준의 <플루트사중주 '봄이오는 소리'>는 봄바람, 시냇물, 아지랑이의 모습이 따스한 소리가 되어 봄을 맞이해주었다. ⓒ 오푸스


두 번째 류재준의 <플루트 사중주 '봄이 오는 소리'>는 작품자체의 사려깊음과 진지하고 열정어린 연주로 봄을 멋지게 표현해 주었다. 1악장 시작부터 따스한 봄바람과 맑게 흐르는 시냇물 같은 플루트 선율이 아름답다. 상쾌한 붓점리듬과 여러 음형이 류재준 특유의 고전적 형식으로 탄탄하게 펼쳐진다. 특히 2악장 도입에서 봄의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듯한 빠른 셋잇단음표는 그 작곡법이 위트 있고, 또한 그것을 바이올린의 백주영이 전혀 끊김없이 이음줄로 두 현 사이를 오가며 활로 유연하게 연주하여 놀라웠다. 4악장 마지막은 1, 2, 3악장 주제를 상기시키는 류재준만의 특징으로 이 곡과 봄을 완성시켜 주었고, 관객들은 브라보로 봄의 소리에 화답하며 만족을 표했다.

인터미션 후 마지막은 아놀드 쇤베르크의 <현악육중주 '정화된 밤'>이었다. 첫 시작과 마지막 부분의 낮은 2분음표 D음까지 30분여 단일악장의 긴 시간동안 오로지 음악으로 빚어내는 시를 읽기 위해 관객들의 귀와 눈이 집중해 있었다.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두 대, 첼로도 두 대인 특이한 육중주 편성은 곡의 소재가 된 데멜의 시가 남녀를 표현했듯이, 두 악기들이 각각 말하다 결국 일체를 이루게 됨을 표현하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 쇤베르크의 <현악육중주 '정화된 밤'>은 연주와 시로 두 남녀의 하나되는 과정을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게 표현해주었다. ⓒ 오푸스

 

시작부에 바이올린(백주영, 김다미)의 격렬한 비브라토와 차디찬 맑은 고음, 중간부에 비올라(김상진, 이한나)의 빗방울과 눈물처럼 떨어지며 감정을 적시는 피치카토, 마지막부에 첼로(김민지, 최경은)의 풍성한 화해의 선율과 전체를 감싸는 신중하고도 낮은 D음, 그리고 마지막 환희의 빛처럼 퍼지는 밝게 퍼지는 고음 아르페지오와 하모닉스까지 지금껏 그 어느 <정화된 밤> 연주 중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곡의 소재가 된 리하르트 데멜의 연작시집 <여인과 세계> 중 '정화된 밤'을 무대 위 화면에 독어와 한글번역으로 보여주었는데, 이 또한 공연효과를 배가시켜 주었다(구성/번역 송주호). 음악을 들으며 우리말과 독어 시를 읽으니 장면을 눈앞에 보는 듯 하였는데, '당신의 아이를 영혼의 짐이라 생각지 마세요'라는 자막에서는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이 나서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서 마스크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앵콜곡인 브람스 육중주 No.1, 3악장까지 이 날의 명연주에 2층까지 객석을 꽉채운 관객들은 브라보와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 날은 음악회를 보면서 연주주체와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많은 연주회는 저마다 형성된 관객층이 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음악회와 공연이 생길 것이고, 기존 음악회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분명히 이 날 공연장에는 옆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교향악축제에 가지 않고 이곳으로 모인 관객들, 그리고 교향악보다는 실내악을, 앙상블 오푸스의 연주와 류재준의 신작을 기대한 관객들이 모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앙상블 오푸스를 비롯해 다른 음악회에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어떤 필요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어떤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사람관계처럼 음악회 주체와 관객사이에도 이러한 철저한 '필요와 이익'이 있었기에 한 공간에 함께 모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몇몇 사람과 그룹만 형성되어도 유지가 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데, 그것이 음악의 힘이 아닌가 한다. 그 관계를 만드는 중심에 음악이 있으며 어떻게 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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