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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열녀춘향 - '19금 성적코드'로 발칙하게 뒤집은 춘향의 10가지 매력

연극

by 이화미디어 2013. 3. 25.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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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명의 춘향이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안무를 음악 없이 거꾸로 하는 장면
(사진제공=극단 성북동비둘기)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연극 열녀춘향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정절의 상징 '춘향'을 발칙하게 뒤집어 엎으면서 아주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가 수많은 삼촌팬들의 열열한 지지 속 한류 아이돌로 자리 잡았고, 올해도 4월말 경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 일원에서 열리는 남원춘향제에는 무려 제83회 '전국춘향선발대회', 속칭 미스춘향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조선시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정절의 상징 '춘향'이 오늘 날 연예인 등용문이기도 한 미인대회의 주요 소재로 자리잡아온 것처럼, 판소리극으로도 유명한 고전 '춘향전' 역시 김현탁 작 연출의 '열녀춘향 - 10Girls CHOONHYANG'식 해석이 더욱 더 와닿고 통쾌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열녀(烈女)의 사전적 의미는 '절개를 굳게 지키는 여자'이지만 성북동비둘기의 연극 '열녀춘향(Ten girls CHOON HYANG)'은 열녀(烈女)를 언어적 유희를 통해 10명의 여인(十女)으로 바꿔, 오늘날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상징적 10가지 판타지 매력들로 보여준다.

▲ 바이올리니스트 춘향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장면(사진제공=극단 성북동비둘기)


처음 등장하여 기발한 동작과 19금 말장난으로 '춘화(春畵)'에 대해 설명하는 4차원의 그녀는 '색기(色氣, 성적 매력 또는 Sexy)'를, 두번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장면에서는 '미모'를, 세번째 '요리 프로그램'은 여성의 '내조력'을, 네번째 체조선수는 '건강미', 다섯번째 바이올리니스트가 비발디 사계 중 '봄'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장면은 '순결', 6번째로 춘향이 대걸레에 물을 묻혀 바닥에 '춘당춘색 고금동'을 쓰며 이도령과 한판 두뇌게임을 하는 장면은 '지성', 7번째 여성 레슬러가 된 춘향이 월매와 함께 남자 레슬러 몽룡과 방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대목은 '강인함', 8번째 춘향이 간호사가 되어 기절한 몽룡에게 인공호흡을 해주는 부분은 '모성성', 9번째에 9명의 춘향이 떼로 등장해 음악 없이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안무를 거꾸로 하는 장면은 '가학성', 마지막 10번째 춘향이 곤장 맞는 대신에 박수 갯수에 따라 입에 사탕을 무는 장면은 '정절'을 상징한다.

이 10가지 장면 중 '춘화설명(색기)' '미스코리아(미모)' '요리사(내조력) '체조선수(건강미)' '레슬링(강인함)' '춘당춘색 고금동(지성)' '간호사(모성성)' 등은 어느정도 간단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온 관객들이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소녀시대 집단율동, 사탕먹기 장면 등은 관객들이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거나 각자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장면은 대본 대로라면 '미니스커트'를 입어야 했는데 과연 그랬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 레슬러 춘향이 이몽룡과 '한판' 대결하는 장면(사진제공=극단 성북동비둘기)


그럼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춘향들이 흰 티셔츠에 청핫팬츠를 입은 이유는 뭘까? 이건 매우 간단하다. 흰 티셔츠에 청핫팬츠 차림은 주로 미인대회 합숙때 단체로 많이 입는 복장이다. 여럿이 함께 입었을 때 집단의 통일성은 가지면서 각자 몸매 라인의 아름다움이 가장 부각되는 옷차림새다. 조선시대 여성성의 상징이 '춘향'이었다면 오늘날 여성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매력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다이어트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바디라인' 가꾸기다. 흰 티셔츠에 핫팬츠 차림은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

마지막 사탕먹기가 끝난 후 9명이 춘향이 일제히 하이힐을 무대 위로 벗어던지고 퇴장하는 장면은 매우 쉽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잘 알듯, 신고 있을땐 더 아름다워 보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억압하는 족쇄이기도 한 하이힐을 무대 위에 벗어던지는 행위는 이러한 억압의 굴레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 열녀춘향의 엔딩 장면, 모두가 무대 위로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퇴장한다
(사진제공=극단 성북동비둘기)


실제 공연 러닝타임은 70분 미만으로 약간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나 아비뇽 오프 등에 가져가기에는 적당한 정도다. 오늘날 '여성성'에 대한 판타지는 서구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고, 비록 연극이지만 언어적인 부분 이상으로 퍼포먼스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프린지 형태의 해외 페스티벌도 노려볼만도 하다. 다만 우리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서구 사람들만큼 잘 알지 못하는 것보다 서구 사람들은 우리의 '춘향'을 더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일 수 있다.


▲ 요리사 춘향이 몽룡과 함께 고추 요리를 강습하는 장면
(사진제공=극단 성북동비둘기)


이달 말인 3월 3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열녀춘향(10 girls CHOONHYANG)'은 최소한 1년에 몇 편 정도라도 연극을 보는 관객이라면 꼭 놓치지 말고 볼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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