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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리뷰]2013 한팩 라이징스타 II팀 - 최수진, 안수영, 곽고은

▲ 최수진의 "Out of mind". 감정의 해소에 대한 심오한 연구를 몸동작으로 표현하며,
특히 장면을 표현하는 음악의 선택에 신중을 기한 흔적이 보였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3 한팩 라이징스타 II팀의 공연이 4월 5일과 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 날은 2013년 한팩이 선정한 여섯 명의 안무가 중 지난 주에 공연한 임지애, 최승윤, 정정아의 I팀에 이어 최수진, 안수영, 곽고은의 II팀이 공연하였다. I팀의 공연이 대극장의 객석을 비운 채, 무대 위에 객석을 마련하여 관객이 공연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면, II팀의 공연은 기존의 일반적인 공연대로 객석에서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형태로 진행되어 지난주에 비해 다시 격식감이 살아났다.

첫 번째는 최수진의 <아웃 오브 마인드(Out of mind)>였다. 감정의 해소에 대한 심오한 연구를 몸동작으로 표현하며, 특히 장면을 표현하는 음악의 선택에 신중을 기한 흔적이 보였다. 남녀 무용수 6명이 자유로운 몸짓으로 감각적인 비트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그러더니 한 남자무용수가 옷이 잔뜩 걸린 옷걸이를 가지고 오더니, 몸에 대어 본다. 그러더니 음악이 멈추고, 불안한 음악이 흐르면서 흰 치마를 입은 여자가 들어오면서 계속해서 흰 종이뭉치를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셔츠와 바지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서로를 내동댕이치고 쫓아가고 하며 격럴한 2인무를 춘다.

피아노의 몽환적인 반주와 바이올린과 첼로의 애절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여자는 흐느적거리고, 머리에 끝없이 길게 늘어지는 면사포를 쓴 여인이 그 면사포를 얼굴에까지 써서 눈을 가린 채 혼자서는 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남자가 받쳐줘야 몸을 지탱하는 것 같으면서 무대 오른쪽에서 왼쪽까지 걸어간다. 이제 피아노 소리도 끝나가고 서로 속박된 끈으로 묶여있던 옷을 벗고 남자는 사라진다. 여인은 면사포를 벗어던지고 퇴장한다.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한 음악이 흐르고 흰 치마의 여인은 도발적으로 남자를 유혹한다. 검은 조끼와 바지정장의 남자는 여인을 유혹한다. 서로를 의식하며 자유롭고도 뇌쇄적인 남녀의 몸짓을 펼친다. 무대에 있는 빨간색 역삼각형의 배경무늬가 특이하다. 마지막에 미래적인 느낌의 음악 안에서 남녀 여섯 명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일치되는 군무동작을 하더니 음악은 끝나고 흐느적거리며 공연이 끝난다. 동작의 세밀함에 대한 연구와 특히 감정의 해소를 목표로 한 안무답게 감정의 흐름대로 추상적으로 짜여진 안무와 음악의 조우가 좋은 작품이었다.

▲ 안수영의 “Time Travel 7080".386세대의 노래가 쥬크박스처럼 흐르며,
그것에 맞추어 청춘의 열정과 시련, 아픔을 다채롭게 춤으로 엮어냈다


두 번째는 안수영의 <타임 트래블(Time Travel) 7080>이다. 7080세대의 젊은 시대의 열정과 추억을 자유스런 춤과 무대로 표현한다. 안무가 안수영이 기타가방을 메고 등장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기타음악이 흐르는데 그는 큰 기타가방에서 천연덕스럽게 작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앱으로 음악을 꽤 정교하게 연주하며 웃음을 주었다. 다음 장면은 무대전체를 가득 덮는 커다란 담요 아래로 남녀가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거꾸로 매달려 얼굴만 내민 채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노래에 맞춰 앙증맞은 안무를 하여 웃음을 주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 음악과 비 오는 소리 배경으로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등장한다. 곧 이어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을 배경으로 서로의 우정과 청춘을 표현하는 젊은 날의 방황 같은 몸짓을 한다. 그러더니 천둥소리 비 소리를 지나 음악이 정지한다. 이어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공연실황이 들리면서 팬들의 함성소리까지 함께하며 양복을 입은 남자 셋이 뒹굴면서 괴로운 듯 빠르게 온몸으로 외로움을 표현하더니 바닥에 눕는다.

한동안 남자들만 있던 무대에 빨강 상의에 검정 치마를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가 걸어 들어온다.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힘껏 불더니 양복 입은 남자 셋은 앞머리를 이상하게 묶은 형태로, 여자의 호루라기 소리에 구령 맞춰 이소룡, 성룡의 무술동작을 한다. 여자가 뒤돌아보면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얼음 땡' 등의 놀이처럼 멈춘다. 이어 디스코 노래에 맞춰 달리기, 말뚝 박기 등의 운동회 장면을 연출한다. 나이트클럽처럼 여자가 격렬하게 춤을 추더니 이내 영화 <라붐 2>의 한 장면처럼 남자가 뒤에서 여자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니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러더니 여자는 쓰러진다. 혼자서 여인의 좌절, 방황을 그리듯이 의미 있는 동작들을 마임형태로 한다. 어깨를 돌리고, 팔을 크게 휘젓고, 머리를 크게 흔들며, 휘돌더니, 이내 남자 4명과 함께 일체된 군무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파스텔톤의 분홍, 노랑, 회색, 푸른 조끼와 양복을 입었다.

386세대의 노래가 쥬크박스처럼 흐르며, 그것에 맞추어 청춘의 열정과 시련, 아픔을 추억하듯이 춤으로 엮어낸 것이 한편으론 뮤지컬 <달고나>와 닮아 있다. 마지막은 <행진> 노래에 맞추어 386 세대의 청년기적 감수성을 행진 노래의 열정에 맞추어 잘 표현하였다. 다시 커튼콜을 하며 80년대 음악프로의 오프닝처럼 화려한 조명과 함께 <뉴욕> 노래에 맞춰 선글라스를 끼고 신나게 춤을 추며 끝난다.   

▲ 곽고은의 “도시 미생물 프로젝트 - 판매를 위한 춤”.도시라는 거대한
장소에서 인간이 상품화되어가는 것을 기발하게 풍자했다.


세 번째는 곽고은의 <도시 미생물 프로젝트 - 판매를 위한 춤>이었다. 획기적인 무대장치와 영상, 그리고 현대무용이라기보다는 마임에 가까운 몸동작이 특징이었다. 무대가 시작되면, "FOR SALE!"이라는 붉은색 문구가 벽면 영상의 흰 바탕에 강렬하게 사선으로 씌여 있다. 무대 바닥에는 하얀색 형광등이 여러개 장식되어 있다.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의 무용수는 가운데 회전 무대에 컬러풀하고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모델 같은 포즈로 정지한 채 서 있다. 회전무대와 함께 그 둘레의 흰 형광등도 함께 회전하며 사이버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비트음악도 한 몫 한다.

여러 제품의 광고를 여자 아나운서가 나래이션 하고 그것을 무용수의 몸동작으로 표현하며 동시에 미니멀한 영상으로도 표현한다. 첫 번째 제품은 아이패드를 연상시키는 "엔티프로" 라는 컴퓨터인데, 남자무용수가 "터치감이 좋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광고문구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다음으로 여자무용수가 "믹서기"를 표현하는데, 특히 "휘젓기, 다지기, 슬라이싱 등의 기능에 분리가 가능하고, s자 곡선 형태에 가벼운" 특징들을 온몸으로 재미있게 표현한다. 특히 무용수 본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빠르게 꼬고 헤집으며 "휘젓기, 슬라이싱.." 등의 부엌 동작으로 표현한 것이 기발하다.

세 명이 하나씩 온몸으로 광고한 후, 불이 꺼지며 비트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남자는 허리에 달린 줄에 매달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온다. 이제, "멀티, 퀵, 프로페셔널" 광고를 하는데, 남자와 여자가 앞 광고의 두 번째 내레이션을 함께 다시 재현한다. 안무가 곽고은도 줄에 매달려 하늘로 떠올라 회전한다. 이어서 영상에 분홍, 노랑, 파랑, 흰색의 사람형상의 미니미들이 아메바 같이 꿈틀꿈틀 제자리 걸음으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재미있다.

다음으로 앞에 했던 "엔티프로" 컴퓨터 광고를 세 명이서 함께 한다. "한번 충전만으로 오래오래~"라는 나래이션과, 터치가 잘 된다는 "탭탭" 장면에서 서로를 때리는 것이 재미있다. 마지막은 마치 각기병 환자들처럼 혹은 주술동작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 머리를 털고 하더니 정지한다. 윗옷을 벗자 스태프가 들어와 낡은 광고판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듯이 무용수들의 몸에 투명풀을 바른다. 이윽고 영국 국가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영상 배경에 형형색색 별이 피어오르고 바닥에도 종이로 만든 별가루가 뿌려진다.

이제 음악과 나래이션도 번조되고, 이들 셋은 바닥에서 뒹굴고 바닥의 별가루가 온몸에 흡착된 후, 모두 하늘로 날아오른다. 영상에는 TV화면조정 혹은 형광색색의 띠모양이 미생물의 단백질 염기서열을 상징하듯이 보여진다. 마지막에는 커다란 원형이 보이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세포구조가 보여지더니, 무대 위쪽 카메라가 지금 무대에 뿌려진 별가루와 무용수들을 비추며, 이들을 이 도시의 하나의 미생물이라는 작품의 주제로 표현한다. 도시라는 거대한 장소에서 인간이 상품화되어가는 것을 기발하게 풍자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팩은 차기공연으로 '2013 HanPAC 솔로이스트'를 공연한다. 5월 31일과 6월 1일에는 김성용(발레), 김지영(발레)., 김혜림(한국무용), 밝넝쿨(현대무용), 6월 7일과 8일에는 김건중(현대무용), 정훈목(현대무용), 차진엽(현대무용), 허성임(현대무용)을 공연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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