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싯다르타가 중생과 함께 태어나는 장면. ⓒ 파사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5월 축제의 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석가가 탄생한 석가탄신의 달이기도 하다. 거리 곳곳에 알록달록한 연등이 도심을 거니는 마음을 흔들며 또한 이천육백년 전 인류와 함께 살고 지금껏 우리에게 기억되는 석가의 자비를 떠오르게 한다.
공연계에서도 '부처'를 주제로 한 크고 작은 공연들이 있다. 그 중에 파사무용단(단장 황미숙)은 '붓다, 일곱걸음의 꽃' 공연을 작년 11월 국립박물관 용에서 첫 번째 공연을 한데 이어 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다시한번 5월 14일과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다시 오른 '붓다, 일곱걸음의 꽃' 공연은 작년 11월의 구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더욱 무용수들의 안정된 동작과 불교색채를 기본으로 더욱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감각의 음악양식이 혼합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붓다가 싯다르타라는 이름으로 중생 속에서 태어나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해탈을 거쳐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여섯 장의 무용으로 꾸몄다. 파사무용단은 특히 그 불교적 색채를 기반으로 동양적 정신과 그것을 현대화한 깊이 있는 군무로 표현하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번 공연 역시 느린 동작에서 탄생하는 군무의 깊이가 압권이었고, 또한 각 장별 구성과 음악, 의상, 무대미술이 무용을 돋보이게 했다.
▲ 붓다가 속박되어 괴로워하는 장면 ⓒ 파사무용단
공연이 시작되면, 1장 '사람 속으로'가 시작된다. 무대에는 천장으로부터 크게 세 개의 반타원형 줄에 중생들의 발원문이 수백 개 걸려 있다. 중생들 수십명이 천천히 걸어나와 자신의 발원문을 하나씩 거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 사이에서 여느 중생과 똑같이 태어난 싯다르타가 그들과 함께한다. 2장 '일곱 걸음'에서는 싯다르타의 고행의 과정을 그렸다. 수행자들이 붓다를 향해 열지어 서고 그의 수행과정에 동참한다. 염불을 외는 음향에 미래적인 싸이키한 사운드 등이 적절히 혼합된 음악의 반복이 인상적이다.
3장 '싯다르타'에서는 중생들의 불행한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잘 그렸다. 황금색 찬란한 옷을 입었지만 붉은 끈에 묶인 채, 중생들의 삶에 괴로워하며 중생들을 향해 무대의 전후좌우로 그들을 구하려고 잡으려고 움직여 보지만, 줄에 묶여있어서 벗어날 수가 없다. 4장 '그리고 해탈'은 드디어 속박에서 벗어나 묶인 줄을 풀고, 자유로운 춤사위를 벌인다. 달려드는 마귀들을 물리치고 무대 오른쪽 뒤에 위치한 드디어 보리수나무에 앉아 깨달음의 과정으로 들어간다.
5장 '열 개의 이름'에서는 보리수에 앉아있는 부처를 둘러싸고 보살들의 춤향연이 펼쳐진다. 지금까지의 중생들과 마귀들과 펼치던 절도 있고 격렬했던 춤사위를 지나,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여인들이 펼치는 부드러운 춤이 부처에게 이름지어져 있는, 싯다르타, 석가, 부처, 붓다..등의 여러 모습을 암시한다. 음악 역시 바이올린 선율의 몽롱한 음악으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6장 '궁극의 열반'에서는 깨달음의 수행동작을 붓다와 제자 승려들 다같이 절도 있는 동작을 하며 마무리한다.
이천 육백년 전, '싯다르타'란 이름으로 태어나 '붓다'란 이름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기억되기까지 우리들의 곁에서 고행하고 깨달으며 오늘날까지 큰 가르침을 남긴 부처의 삶을 웅장한 음악과 무용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공연이었다. 공연장 관객 중에는 불교계 인사들도 이 작품을 큰 관심 속에 지켜보고 큰 호응을 보냈다. 공연 마지막에 황미숙 단장이 모든 무용수들을 통솔하여 가슴 한 켠에 손을 올리고 정성스럽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왠지 또 한차례 작품을 통해 득도한 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붓다의 모습(무용수 최원석 분). ⓒ 파사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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