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가을의 청명함이 완연한 9월 첫날인 1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 <앙상블오푸스 제20회 정기연주회 - 아르토 노라스와 친구들> 공연이 열렸다.
핀란드 출신 첼로거장인 아르토 노라스와 오랜기간 우정과 작업을 함께한 펜데레츠키, 랄프 고토니, 류재준, 앙상블 오푸스를 만날 수 있었던 이날 음악회는 올 6월 유럽 DUX사에서 발매된 아르토 노라스의 음반 <리사이틀>에도 담긴 펜데레츠키 첼로모음곡, 류재준 첼로 소나타2번 그리고 드보르작 오중주의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첫곡인 펜데레츠키 <첼로 모음곡>은 아르토노라스에게 헌정되어 초연된 작품이다. 이번 연주회에서 80세의 아르토 노라스는 난해한 현대음악 기교 자체가 익살스런 춤인 듯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펜데레츠키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시간을 두고 쓴 이 작품은 바흐 무반주 조곡처럼 사유적이고도 역동적인 움직임에 또한 현대음악의 옷을 입고 있었다.
흰 머리 노장의 연주는 소리의 격렬함 속에서도 아늑한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 각종 테크닉은 초월한 상태로 소리 자체의 이동이 무척 자유로웠다. 첼로 저음부터 고음까지 더블스탑, 하모닉스, 트릴, 아르페지오, 단2도, 7도 등이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선율은 무작위처럼 다채로운 움직임이, 언뜻 현대음악을 들을 때 느껴지는 불쾌감과는 다르게 오히려 안정감이 있었다.
이는 선율동기간 사슬같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긴밀한 추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르토 노라스가 선율의 프레이즈를 길게 바라보고 음압과 밀도에서 특정음이 돌출되지 않고 서로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활의 움직임을 신중하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였기 때문이겠다.
류재준의 <첼로 소나타2번> 역시 아르토 노라스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2018년 난탈리 페스티벌에서 아르토 노라스와 랄프 고토니가 초연했다. 이날 역시 이들 두 거장의 연주로 진행되었는데, 앞 펜데레츠키 첼로 모음곡처럼 첼로의 독백으로 시작해 이내 피아노가 가세하며 부드러움을 더하고 첼로는 더욱 격렬한 움직임을 보인다.
작곡가 류재준이 암투병을 했을 당시의 고통, 국경없는 의사회에 봉사했을 때의 마음이 애절함과 삶에 대한 투지로 음악에 표현되었다. 피아노가 반주한다기보다 이끌고 가는 자연환경같은 느낌인데, 양쪽 다 머리가 하얀 두 거장의 연주는 누구하나로 치우침 없이 팽팽하면서도 오랜우정의 긴밀함을 토대로, 무궁동처럼 끊임없이 유려하게 샘솟는 류재준의 악상을 드러내주었다.
드보르작 <오중주 제2번 A장조, Op.81>는 앞 류재준의 첼로소나타 2번에 이어 아르토 노라스의 '그야말로 첼로 다운' 첼로와 랄프고토니의 '융단 같은' 피아노가 돋보이며 시작되었다. 이 시냇물 같은 따스한 도입선율에 앙상블오푸스의 리더 백주영과 김다미의 바이올린, 그리고 올해 도쿄 비올라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예 박하양의 비올라가 가세해 힘차고 격렬한 희망을 펼쳐주고 있었다.
두 거장과의 연주에 백주영과 김다미는 더욱 혼신의 연주로 작품을 밝게 이끌었다. 1악장 힘찬 점음표의 동력은 두 바이올린이 하나되고, 2악장 도입에서 특히 박하양은 맑고도 명확한 텐션으로 비올라만의 저음 선율을 감정풍부히 선사하며 랄프고토니의 피아노와 조우하였다.
3악장 스케르초의 익살스러움과 1악장의 점음표가 변형되어 살아돌아와 끝없이 펼쳐지는 4악장의 광활함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한편 느끼게도 한다.
또한 베토벤 교향곡에서 주제가 소멸할 때까지 대위법으로 모방하고 제 역할을 다하고 꺼지는 것처럼, 이들 다섯명의 연주는 서로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받쳐주고 보듬을 수 있을까 동시에 자신의 소리를 잘 드러낼 수 있을지 자신의 역할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관객들의 감동어린 박수에 브람스 오중주 2악장을 앵콜로 연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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