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에서 코로나까지, 고통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길고도 힘겨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카뮈의 '페스트'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한 작가의 통찰력과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인류를 위협하는 대재앙은 사실 언제나 있어왔고, 그것과 맞서는 인간의 절망과 노력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된다. '페스트'가 그 어느 때보다 재조명되고 다시 읽히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고 ‘지금-이곳’의 현실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은, 이 고통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신도, 영웅도 아닌, 인간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의 연대기
카뮈의 소설인 '페스트'는 국내외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수차례 공연된 바 있다. 이는 원작이 지니는 방대한 드라마와 간결하고 힘있는 문체, 입체적인 인물들 각자가 지닌 서사가 예술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 공연은 그중에서도 '페스트'가 지닌 텍스트의 힘과 보편적 울림을 지닌 메시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원작의 화자들을 독립적으로 끌어내는 재구성을 통해 인물의 욕망과 행위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긴장감과 사고의 깊이를 추구한다. 시크한 듯한 문체에서 자칫 간과될 수 있는 '페스트' 작품의 본연의 모습. 카뮈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다. 무대 위에서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그 일을 겪은 캐릭터들의 보고는 더 강렬한 영향을 객석에 전달할 것이다.
결국 카뮈가 인물들에게 부여한 언어를 최대한 드러나게 함으로써 '페스트'라는 작품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소설 안에서 다양한 연극성을 찾아내어 문학과 연극, 말과 행위가 조화를 이루는 공연을 지향하고자 한다.
시놉시스
알제리 오랑시(市)에 페스트가 발생하고 도시는 폐쇄된다.
의사인 리유는 친구 타루와 협력, 사설 보건대를 조직해 페스트 치료와 구호에 나선다. 처음에는 비협조적이던 파늘루 신부와 신문기자 랑베르도 리유의 행동에 이끌려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윽고 페스트 종식이 가까워 오지만, 항상 명석하여 구호 활동의 기둥이 되어 왔던 타루가 봉쇄 해제를 얼마 안남기고 역병에 희생되고 만다.
리유는 함께 페스트와 싸웠던 사람들의 기록을 남기겠다 결심한다. 페스트 균은 결코 멸망하지 않고 항상 어딘가에서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사람은 각자 자기 안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죠.
거기서 무사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없단 말입니다.”
작품 소개
본 공연은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페스트'를 입체적 낭독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1947년에 발표된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페스트로 인해 고립된 오랑이라는 알제리의 도시를 배경으로 공통의 재앙과 맞서 싸우는 인물들의 연대 의식을 냉철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페스트 창궐에 대한 늦은 대처와 공권력의 무능함, 그로 인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치료의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 리유, 냉철한 인식으로 고난의 시기를 기록하고 저항하는 지식인 타루, 외지인으로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공동체의 싸움에 가담하는 기자 랑베르, 페스트를 오만한 인간에 대한 신의 징벌로 여기지만 결국 인간들의 투쟁에 합류하여 성직자다운 최후를 맞는 신부 파늘루,
무정부 상태를 틈타 불법적인 이익을 챙기는 코타르, '페스트'는 이처럼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페스트’를 감당해내는 인물들을 통해 절망의 시대를 극복하려는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출 소개
박 선 희
'인디아블로그' '터키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클럽베를린' '클럽라틴' 등 여행연극 작업을 2010년부터 해왔고, 판소리 극으로는 '판소리, 햄릿 혼잣말'을 작, 연출했고, 연극열전시리즈 중에 '킬롤로지', 시립극단에서는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을 연출했다.
소극장 산울림 소개
- 35년이 넘도록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좋은 무대만을 고집해온 극장이다.
- 공연예술 전 분야를 통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무대를 추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 이 유서 깊은 소극장에선 다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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