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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2SICMF 셋째날 공연, 소리가 안변했다? 변했다?!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10. 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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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조영미가 자신의 '정과정' 연주후 대금 이헌준, 가야금 김보경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매해 가을 열리는 SICMF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주최 한국전자음악협회, 회장 이병무)의 셋째날 공연일인 10월 16일, 서울 강남 플랫폼엘 공연장에 다녀왔다. 두 번째 곡은 조영미의 '정과정(鄭瓜亭)'이었다. 이 곡의 모티브는 정서가 쓴 고려가요 '정과정'으로 유배지에서 임금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한 10구체시이다.

작곡된 음악은 25현 가야금이 과감히 옥타브 음을 뜯고 농현이 짙으며, 대금의 청아한 선율과 주고받으며 기악음악만으로도 독립적이고 호방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 곡의 앞부분은 특히 Tape전자음향에서 북장단에 라이브 딜레이, 리버브, 보코더 등의 이펙터로 인도 가멜란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다. 중간부 이후에 조금씩의 작은 딜레이가 여운처럼 좋으며 곡 전체적으로 왕을 향한 애끓는 마음이 잘 나타났다.

다음으로 아담 스타노비치의 'Baltazar's Adventure through te Great Machine'이었다. 굉장히 속도감과 청량감이 드는 사운드였다. 2019년 5월초 영국 셰필드의 10명의 작곡가들이 켈함섬 산업박물관 주변의 소리들을 녹음하여 작곡한 곡이다. G저음의 feedback delay가 쫓기는 시간 속에 우연함과 대범함을 느끼게 한다. 아우라가 있는데 스피커에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으니 스피커라는 주인공이 "미래의 음악은 이런것이야, 소리의 변형을 끝까지 경험해봐"라고 우리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네 번째 곡은 양민석의 'Surge'였다. 플루트는 빠른 아르페지오로 유려한 움직임이 많았고 실시간 전자음향은 솔로 플루트에 리버브와 딜레이 등으로 음색에 풍성함과 선명함을 주면서 공간감을 형성했다. 이로써 surge의 '밀려들다, 휩싸이다'의 뜻을 표현했기 때문에 악기와 전자음향의 역할 면에서 균형이 돋보였다. 앞 대금곡과 비교해 곡의 연출상 이번 플루트가 더 청아하면서도 거센 대금 '청'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풍성한 리버브가 포인트였고 몽환적인 전자음향 발생과 대선율 등의 기법이 좋았다.

후반부 첫곡은 신성아의 'restless'였다. 신성아의 근 5~7년의 오디오비주얼 시리즈 작업은 실사를 촬영해 부분의 움직임이나 대칭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이번엔 선대칭이 아니라 점대칭이라 가운데를 중심으로 8개로 나뉘었다. 영상에 흐르는 물과 사람의 얼굴 옆모습 중에 귀가 보인다. 영상이 부단히 움직이는 모습에서 인도의 '만다라'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제주 큰굿 삼시왕맞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은 흡사 공사장 소리 같기도 한 싸이키한 소리가 굿처럼 반복되는데 이것이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을 준다. 영상은 마지막에 아주 잠시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얼굴에서 눈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잠시 등장한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조린(Zoe (Yi Cheng)Lin)의 테잎곡 '나무'는 나무가 생명이 다해가는 것은 지구의 의식이 확대되어 가는 게 아닐까라는 작곡가의 생각이 투영되어 투명한 음색중에도 뚜렷한 음의 이동이 특징이었다. John Gibson의 'Edge Water'는 파도서핑에서의 인상을 담았다. 영상에 파도의 물결이 변화하고, 투명한 물속처럼 신비로운 음향으로 부서지는 파도와 음향이 일체화된다. 곡의 앞쪽은 파도소리가 들렸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컴퓨터 합성된 음향이 무지개빛깔처럼 부서지며 영상과 어울리며 다시 파도음향으로 끝난다. 

2022 SICMF 초청작곡가인 피터 I. 에드워즈의 'Ssoonro'는 바순과 전자음향의 작품이다. 바순 혼자하는 곡인데 이 긴 호흡으로 부는 악기가 마치 오케스트라 전체 사운드같은 위용을 주었다. 바순에게는 매우 빠른 트릴이 계속되는데 이것이 스피커에 계속되는 루프 딜레이와 잔향과 합쳐져 몽롱함과 불안함을 야기한다. 곡의 제목은 어떤 감정적인 표상을 가지지는 않는다. 제목이 baSSOON과 electROnics의 합성어라는 점이 인상적이며 말 그대로 바순과 전자음향이 가진것, 즉 바순의 음색과 음량, 전자음향의 증폭과 지속의 역할 등 두 '유기체'가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한 듯싶다.

역시 대학, 대학원 전공은 중요한가보다. 기자의 석사전공이 전자음악인데 1년에 한 번 이 가을 10월, 11월 세계국제컴퓨터음악제(Seoul International Computer Music Festival)에 오면 사운드에 대한 나의 로망과 이데아를 다시금 찾곤 한다. 혹시 사운드가 안 변한다고 느끼신다면 나는 그것은 '측정자'인 우리도 이미 함께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하겠다. 클래식 음악 작곡 전공자들이 새로운 사운드의 종착지로 만나게 되는 전자음향의 세계, 입자와 파동의 음악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2022 셋째날 공연을 마친후 운영위원과 스태프, 작곡가, 연주가가 기념촬영중이다. ⓒ 박순영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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