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범음악제 PAN music festival(집행위원장 임종우)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제1회 현대음악 비엔날레 이후로 한국에 현대음악을 처음 알리고 세계의 현대음악과 연결시켜온 이래 우리나라 현대음악 창작계의 근원이 되어 왔다.
지난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저녁7시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PAN music festival2022가 각일 ISCM Korea 공모작품, 신지수, 서지원, 김지현의 음악극, 앙상블 C-카메라타 타이페이 연주로 한국과 대만의 중견작곡가 작품연주, 한국-오스트리아 수교130주년 음악회로 'BLACK PAGE ORCHESTR'와 함께한 전자음악연주 등으로 구성되며, 5일간 30명 작곡가의 현대음악작품이 연주되었다.
그 중 마지막날인 21일은 <명예회장 작품연주>로 Pan Music의 역대회장 7인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ISCM한국지부 회장이자 범음악제 음악감독인 임종우 교수(서울대학교)가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범음악제 역대 회장인 고 강석희(범음악제 ), 고 장정익, 이만방, 정태봉, 진규영, 박인호, 백승우 교수를 무대로 모셔 인사소개를 했다.
인사소개에 앞서 역대 50회의 PAN music festival의 포스터 모두를 영상으로 감상하니 반세기 50년이 숫자로만이 아닌 진정한 역사로 잔잔히 느껴졌다. 또한 이만방 교수가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1960년대 말부터 한강변 광나루 모래사장에서 각종 전위예술인들이 모여 마음껏 저마다 표현하는데, 오직 음악만이 끼지 못했고, 간간히 서방의 존케이지, 백남준의 행보가 들려왔다"며 범음악제가 태동의 계기와 연혁을 들려주었다.
우리나라는 1952년 나운영에 의해 '한국현대음악학회'가 설립되고, 56년 '한국현대음악협회'로 명칭변경 후, 57년에 국제현대음악협회에 가입했다. 여전히 한국 땅에 '현대음악'이 생소했기에 1969년 강석희 작곡가를 주축으로 '제1회 현대음악비엔날레'를 개최, 1976년에는 오늘날의 명칭인 제4회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로 명칭개편했다. 초창기 범음악제에서 강석희가 대외적 교류, 황병기가 대내 창작을 담당했다고 이만방 교수는 설명했다.
범음악제를 이끌어온 일곱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들으니 비로소 현재까지의 한국현대음악 작품경향을 큰 그림으로 파악하는 느낌이었고, 현대음악의 의미와 예술계에서의 역할, 그리고 세계 음악계 내에서의 한국현대음악의 위상이 느껴졌다. 지금은 고인이거나 정년퇴임 후 각 학교의 명예교수님이신 분이 대부분이지만, 모습과 풍채에서 정정하고 늠름하셨으며 작품에서는 지금 60, 70의 연세인데도 한창 새로이 음의 세계를 무한히 탐험할 수 있는 항해사의 느낌이 들었다.
첫 곡 강석희의 <Myth>에서는 7개 악기가 헤테로포니를 이루며 신비한 문양을 만드는 강렬한 힘과 그 부단한 움직임으로부터 왠지모를 눈물이 났다. 이만방 <영가>에서는 앞 곡과 완전 다르게 독주 바이올린의 애수어린 4도음 주제와 타악기 리듬 둘의 결합인데도 꽉찬 느낌이 '아! 음악 저마다가 완전하 세계를 그리고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장정익의 <명 II>는 목관과 피아노의 4중주에서 악기음색과 모드(mode)로부터 결합된 음향덩어리가 명료한 느낌이 들었다.
각 곡을 평소기사처럼 일일이 설명하자면 무한정 길게 되거나 아니면 맞지않는 설명이 되지 싶다. 정태봉의 <길 II>는 클라리넷의 지속음과 트릴이 굽이굽이 변주되는 인생길을 느끼게 하며 긴 작품길이와 함께 더불어 여유 또한 느껴졌다. 박인호 <3개의 스케치가 있는 악장>는 피아노와 전자음향의 2022년 창작된, 아주 강렬한 클러스터와 반복, 잔향이 전자음향이라는 가상공간과 연결된, 그리고 왜 현대음악에서 극고음과 극저음이 사용되는지 그 의미를 몸소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진규영의 <귀향>은 소프라노의 화려하고 강렬한 고음과 독일어 발음이 반주의 앙상블 주자들의 진지한 표정과 연주로 잘 뒷받침되고, 음악연주자들이 연주순간에 악보로 음악을 얼마나 진지하게 읽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백승우의 <Pan XIII>는 초연 작품으로, 특히 역동적인 타악기의 움직임과 악기간 타점을 찍고 연결되는 방식으로 일상에서의 대조를 표현한 작곡가만의 방법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물론, 한국의 현대음악계가 범음악제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날 50주년 '명예회장 작품연주'로 명료히 알 수 있었던 점은, 한국 현대음악의 현재까지의 몇 가지 '류 혹은 계파'가 이 날 음악회 일곱 작곡가 작품'으로부터'라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 역할로 음의 무궁함과 현재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작업이고, 제자들에게서 자연스레 이어지고 또 덧붙여지며 계승자 자신만의 음악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인정하고 존경받을 지점이 분명하다.
한편, 그에 비해 여전히 한국에서의 창작음악, 현대음악만이 '돈벌이'에서 많은 국가지원과 스폰서를 받지 못한채, 음의 숙명이 이끄는 대로 골방에서 오선지에 무수히 씌어지고 태어나야만 한다는 현실은 아직도 삶을 차갑게 느끼게 한다. 크고 작은 각종 학회성 음악협회에서 회비와 문화재단의 소규모 지원에, 그것도 창작료보다는 연주료로 스스로 책정되는 안타까운 현실은 음의 연구자의 '골수'를 빨아먹는 현실이 아닐까 한다. 음을 사랑하는 그대여! 현실은 무겁지만, 누군가는 알고 있으니, 그대의 길을 꿋꿋이 지킬지어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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