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8점의 페인팅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남미의 기타 만돌린을 그린 정물화 ‘Still Life with Guitar’는 보테로의 볼륨에 대한 예찬이 시작된 과정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작가는 어느 날 만돌린에 실수로 물감을 떨어뜨리는데, 서양배를 반으로 가른 형태의 동그란 만돌린 몸통에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진 자국이 마치 작은 구멍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같은 사물이라도 그 구성 요소의 사이즈 비율을 달리할 때 확연히 다른 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렇게 탄생한 불균형한 비례에 의한 낯선 볼륨감은 보테로의 시그너처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전시에서는 보테로의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한 모티브를 담은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투우를 모티브로 한 작품 ‘Picador y Banderillero’는 어린 시절 투우사 학교에 다닌 보테로가 투우 기술보다는 투우사의 복장과 경기장의 깃발 색에 더욱 마음을 뺏겼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또한 그의 문화적 뿌리를 상징하는 ‘Man with Horse’, 유년 시절을 보낸 마을 이미지로 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Fiesta Nacional’을 비롯한 회화 작품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출생지인 남미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보테로의 작품은 비현실적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남미의 마술적 사실주의와 독특한 조형 감각으로 풍자를 보여주는 신형상주의의 맥락에서 해석되곤 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과 정물의 과장된 볼륨감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기존에 인지한 비례에 대한 상식을 뒤집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희화화된 모습으로 표현한 장면은 우리의 삶 속에 숨은 희망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성큼 다가온 연말,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전시장을 찾아 풍만한 볼륨감이 주는 신선한 감각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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