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리뷰]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 오페라에도 이혼위기가 도착?!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23. 2. 17. 17:03

본문

반응형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신동일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대본 박춘근, 연출 김태웅)이 그랜드오페라단(단장 안지환) 연주로 지난 2월 3일과 4일 양일간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혼’이라는 오페라로서는 다소 획기적인 제목에다 그 유명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속편 격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공연이 되었다. 원작의 서곡과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1악장 선율이 몇 마디간 지나가며 이 작품의 시작점을 각인시키면서 피가로(바리톤 김준동), 케루비노(테너 김재민), 수잔나(소프라노 한경성), 바리나(소프라노 심규연) 이렇게 네 명 주인공의 시선이 맑은 우리말 성악으로 잘 표현되었다.

 

또한 공연 시작에 무대에 선 안지환 단장의 소개대로, 2001년 이건용 오페라 <봄봄>을 초연한 그랜드오페라단의 세 번째 창작오페라 공연이었기에 이번 무대는 더욱더 한국 토속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무대가 되었다.

 

음악창작집단 톰방 대표인 신동일 작곡가는 자신의 창작오페라 <빛아이 어둠아이>에서는 가정과 학업의 세계를 신비롭게, <로미오 대 줄리엣>에서는 박춘근 작가와 고전을 발랄하게 재구성하여 남녀문제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오페라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동시에 이 시대 사람 사는 문제를 짚어준 것이다.

 

이것이 이번 <피가로의 이혼>에서는 모차르트-신동일의 ‘계보(?!)’를 가지고, 결혼보다 이혼이 더 쉬운 현시대를 위트 있게 꼬집어주었다. 조금 더 먹먹하고 비통하거나, 좀 더 묵직한 경종을 울리지 않고 ‘이혼’이라는 문제를 수면 위로, 공연장에까지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부른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처럼 살랑살랑 가져와 준 것이다.

 

극은 주인공 네 명의 시선에 '피가로 결혼'보다 더 깊이 들어가 노래하고 있고, 특히 극의 중후반쯤 바리나와 피가로 각자의 노래에서 알쏭달쏭한 자신의 마음, 즉 바람을 피우지만 그게 꼭 상대에게 현혹되서만은 아니라는 그것을 분명하게 가사로 노래한다. 여기부터는 필자도 극을 많이 공감하며 봤다.

 

반면, 2022 아르코 창작산실 일환으로 공연된 창작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이 '이혼'이라는 제목의 무게만큼, 18세기 당시 <피가로의 결혼>에서 결혼을 통한 피가로의 신분상승처럼 파격적이었기를 기대하며, 이 작품이 차라리 이혼을 옹호한다든가, 각자의 남녀로서의 감춰진 깊은 욕망이 가사로 확실히 드러나 음악에도 전달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튜브, 넷플릭스로 볼 것 다본 관객들이라서 아쉽게도 맑고 순수한 것에는 왠만해서는 집중을 못한다. 우리가 SNL코리아에서 음흉한 신동엽의 몰린 눈 연기, 요사이 핫한 샘 스미스의 'Unholy'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충격과 그 해소에서, 무조건 흉하기보다는 그 퍼포먼스를 통해 꼬집으려는 메시지를 읽듯이, 이번 <피가로의 이혼>에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졌다면’ 관객의 수준에서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피가로의 이혼> 무대에 주인공 네 명의 사진이 마지막에 의미심장하게 등장한다. 네 명의 행보에 정답은 없는 열린 결말이다. 이 시대 네 명 성인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혼이 예전처럼 '촉수엄금'인 시대는 아니니까.

 

하지만, 정통 오페라가 '연극+칸타타'와 다른 점은 악의 응징, 그리고 그것이 극 무대에서의 행동과 행위를 통해 노래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노래를 부르면서 동시에 죽거나, 뛰거나, 군중이 모이고 흩어지고,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하고, 중계를 하고 등등 <피가로의 이혼>이 더욱 생동감 있으려면, 그래도 이혼에 대해 옆집 할머니는 좀 혼내주는(혼내주지는 못해도 흉은 봐야지) 그런 처리를 받아야 우리 관객은 후련했을 것이다. 

 

어른이 없고 혼내는 사람도 없는 시대, MZ에게 훈수뒀다가 '젊꼰'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서 배우나. 오페라에서 배우고 싶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하도 발음하고 글로 적었더니 이제는 <피가로의 결혼>보다 <피가로의 이혼>이 정말로 더 익숙해진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biz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