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6월 2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열린 <류창순 작곡 발표회 - 심상>은 한 마디로 쇼킹했다.
우선, 작곡가가 SNS를 통해 공연 포스터 시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받아 선택된, 작곡가의 젊은시절 모습인 긴머리와 통넓은 바지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이 현대음악 작곡가의 서울문화재단 지원 공연을 궁금하게 하였다.
또한, 공연 당일에는 이 날 작품들에 멋진 연주를 선사한 316앙상블 리더인 클라리네티스트 김욱의 SNS에서도 작곡가 류창순을 ‘’라고 지칭하며 연주자로서의 깊은 애정을 보여줬기에 더욱 기대를 가지고 공연장에 오게 되었다.
첫 곡 <처세술(處世術)>(2015)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였다. 1곡 기만, 2곡 위선, 3곡 체념인데, 1곡은 키클릭, 오버블로잉, 16분음표로 빠르게 상하행하며 나지막하게 읊조린 후 높은 음역에서 4음이 천천히 하행하는 선율을 부른다. 3곡은 긴 호흡의 선율로부터 한숨처럼 들린다. 제목과 연결지으며 들으니, 현대음악 기법으로 뭔가 잘보이기 위한 술수와 반성을 나타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다음곡 셋팅마다 작곡가가 무대에서 곡 설명을 했는데, 이 2015년 작품으로 (현대음악)체제에 맞추어진 자신의 기만을 버리고 오늘 들려진 다음작품부터는 새로운 탐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섯 작품들은 배음과 하모닉스, 교회선법이 적용된 투명한 프리즘과 같은 빛깔을 가진 음악들이었다. F저음으로 시작한 <그냥4중주>(2016/2023 심상 에디션), 현대음악에서는 보통 피하는 C코드를 대범하게 사용한 피아노 트리오 <어떤 흥얼거릴 노래>(2021/2023 심상 에디션), 쇼팽 마지막 코드를 아멘 종지로 간주해 그 F-C코드를 사용한 <심상>(心象, 心相, 心想, 心狀, 2023),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D조로 모아졌다 펼쳐지는 <여기>(2021)까지 현대음악적 복잡한 리듬은 탈피하지만, 플러터 텅잉, 하모닉스 등 특수주법은 살리면서 고요함을 추구하기에 그 조였다 풀었다 하는 프레이즈에서 일종의 해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작품제목에 뜻글자인 한자를 쓰는 것만 봐도 다채롭고 분투하는 표현보다는 '뜻'을 의미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은 들려오는 소리와 호흡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날 공연명과 동명의 올해 작곡된 작품 <심상>은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자는 주제를 느린 온음표와 C-F코드의 반복에 점차 약간씩 더해지는 선율들로 일상 곳곳의 사랑의 실천과 그 파장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쩌면 영화음악으로는 더 어울릴 음악으로 여겨졌다. 마지막 <감사함으로>(2023)는 디모데전서 4:4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의 뜻을 플루트(권영인) 바이올린(김주은) 클라리넷(김욱) 첼로(김진경)의 4중주로 들려주었다. 위 <심상> 같은 분위기에 1부분은 C조로 '즐거운 나의 집' 선율같기도 하고, 2부분은 1빠른음표의 춤곡풍, 이후 A단조 부분을 넘어 서로 Ping-Pong처럼 주고받는 상하행 선율을 지나 마지막에 첼로의 도-솔 화음이 장중하게 공간을 진동시키며 작품이, 공연이 마무리된다.
리뷰를 쓰기가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심상이 나에게로, 그의 편집증이 나에게로 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류창순이 뭐라고 금요일에 본 음악회 기록을 글로 하겠다고 화창한 토요일에 내가 책상 앞에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작곡가들에게는 표를 그냥 주겠다고 sns에 정직하게 공연당일 리허설 시간에 재빠르게 소개글을 올리고, 또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 2016년과 2022년 이렇게 두 번이나 작품이 선정된 대단한 ‘처세술’의 작곡가 류창순이기에 내가 어쩔 수 없이 글을 썼다.
https://www.youtube.com/watch?v=VtEcHpl4ufs
2022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II - 작곡제전 세미나 (연사: 류창순)
현대음악,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왜 류창순이 무려 서울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펼치는 작곡 발표회를 보며 서울 여의도에 있는 ‘The HYUNDAI' 백화점 이름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현대음악, Contemporary Music, 유식한 음악, 무식한 음악, 무지한 음악....“그 왜 배웠다는 사람이 그런 음악을 쓰나?”라고 물으신다면, 곡은 간단히 들었는데, 그 감흥을 글로 쓰기는 또 만만찮았다는 것을 전해드리며, 류창순이 인지심리, 음향학으로부터 연구해 만든 심상이 대단했기에 나 또한 관객으로서 감상 소감(所感)이 대단했음을 대신 전해드린다.
팜플렛에도 곡 설명, 곡 해설, 프로그램 노트가 아니라 작곡가의 '작곡 소감'이라 적혀있었다. 작곡가 류창순과 이날의 연주자들, 316앙상블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을 또한 전한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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