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자체 최초로 초대형 오르간을 보유하게 된 부천아트센터의 오르간이 지난 17일 오후 5시 베르네-메클러 오르간 듀오 연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관계자보다 호기심어린 일반 관객이 더 많았으며 3층 객석 곳곳까지 꽉 찼다.흔치않은 오르간공연인데다 포스터에 검은 페인팅의 연주자들의 모습도 한몫했다.
2006년 결성된 프랑스의 베르네-메클러 듀오다. 메클러는 일찍이 국제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110장의 음반을 녹음한 능력자이며, 베르너는 의학박사이자 신경과학 박사로서, 음악가와 연주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해서 이들의 연주자로서의 조합이 더욱 특별함을 준다.
공연은 관심만큼이나 특별했다. 이날 전반부는 바하, 멘델스존으로 중심을 잡았고, 후반부는 라모, 생상,뒤카, 라벨로 프랑스적 색채를 강렬히 전달했다. 클래식에 오르간 레파토리가 피아노 바이올린에 비해 많지 않기에본 프로그램부터 앵콜의 탱고, 김미김미김미까지 모두 편곡버전이었는데, 일반관객에게 친숙감을 주는 좋은 접근이었다.
첫곡 바흐 '샤콘느 BWV 1004'는 뒷모습 연주의 특별함에 벽면가득 은색 파이프게 조명이 바뀌며, 메클러의 붉은색 옷에 긴 검정 머리칼, 베르네의 검정군복의 뒷모습이 사뭇 엄숙하며, 바흐 샤콘느의 첫 코드와 그 바뀜이 부천아트센터에 바치는 종교의식처럼도 보였다.
얇은선율과 포르테 강렬한 화음의 대비. 각 배음길이와 두께로 구성된 파이프를 어떤 것으로 몇 개 사용하는지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 오르간은 그 파이프 크기만큼이나 웅장한 소리를 자랑한다. 부천아트센터 오르간의 파이프 갯수는 4576개인데 이것들의 무궁무진한 조합으로부터, 바이올린 샤콘느의 애절함, 피아노 샤콘느의 명징함과 또다른 깊은 인생을 나타내는 것같은 파이프들의 향연에 관객들은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멘델스존 <한여름밤의 꿈> 서곡 중 세곡을 연주했다. '스케르초'와 '야상곡' 시작부의 오밀조밀함과 이들 곡의 강렬한 부분의 장중한 대비감이 그득했다. '결혼행진곡'의 팡파르가 시작하자 관객들은 익숙한 결혼축제와 새로이 부천에서 맞이하는 오르간의 향연에 가슴벅찬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인터미션 후 라모 <카스토르와 폴룩스> 중 '샤콘느'에서는 전반부 바흐 샤콘느처럼 장식음 등 선적인 선율의 기교로 전통적 오르간 주법을 선사했다.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 중 '포코 아다지오'는 몽환적인 음색에서 과연 오르간은 교회악기였지 하는 생각이 들며, 경건한 종교적 내재적 영성마저 확 와닿았다. 뒤카 <마법사의 제자>는 앞부분의 고음 신비로운 음색에서 웅장한 전체파이프 음색까지 대비감으로 이어지며 마치 마법 양탄자를 타고 비행하는 것 같은 곡의 분위기를 선사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오르간의 다채로운 면모를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것은 마지막 곡 라벨 <볼레로>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1도 5도와 셋잇단음표의 끊임없는 반복과 처음엔 멜로디엄 소리같은데 한겹씩 더해지는 파이프들로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 석고상같은 찬란함을 오르간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 반복성이 묘하게 끈적이는 느낌인데 조마조마하녀 싫지않은 기대감을 준다는 면에서 오늘 베르네-메클러 듀오 콘서트는 특별했다. 앵콜의 첫 곡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는 앞곡들과는 또 다른 리듬과 장식적 선율을 선사하며, 그 다음으로 아바의 <Gimme Gimme Gimme> 는 장중한 음색속에 율동감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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