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장가보내 줘유(길보)”, “장가는 안돼(오영감)”,
“그럼, 새경~(길보)”, “새경도 안돼!(오영감)”,
“뭐야, 새경(순이)?”
창작오페라 <봄봄> 중 옥신각신하는 타령, 과연 장인 오영감이 데릴사위 길보와 딸 점순이를 결혼시킬 것인지 참 실감난다.
제21회 한국소극장오페라페스티벌에서 공연 중인 리음아트앤컴퍼니(대표 김종섭) 제작의 ‘봄봄’의 14일 공연을 관람했다. 기간 중 공연된 <푸푸게노? 똥 밟았네!>에서는 신비의 섬나라로, <버섯피자>에서는 불륜의 침실이었던 자유소극장이 이건용 작곡 현대음악 분위기 물씬의 <봄봄>이 공연되니 사뭇 더 고급스런 공간으로 보인다.
무대에 나무와 볏단, 평상만으로도 세련된 토속무대를 꾸몄다. 여러 번의 <봄봄>에서 장인 오영감 역을 맡은 바, 바리톤 심기복의 맛깔스럽고 심술스런 노래와 엘렉톤 두 대(음악코치 백순재, 서보연)와 타악기(빈재훈)의 반주가 긴박한 사건 분위기를 전달한다(음악감독 한숙현). 사위 길보 역의 테너 최원진은 텐션 있고도 서정적인 목소리로 끝까지 장가보내달라고 점순이 키 컸는지 빨리 재어보자며 열연을 펼쳤다. (연출 윤송아, 조연출 신혜지)
토속적 소재에다 경쾌한 진행의 음악과 내용 덕분에 오페라 <봄봄>은 창작오페라 중에서는 많이 공연되는 편인데, 이번 <봄봄>은 길보와 점순이가 앞선 공연들에 비해 다 젊고 예쁘다. 소프라노 송난영이 맡은 점순이는 아버지에게 시집보내달라고 무대 한켠에서 립스틱에 하이힐을 신고 섹시춤을 추기도 하고, 단념할테니 새경을 내놓으라는 길보에게는 볼기짝을 때리는 당찬 여성으로 표현되었다. 그녀는 옥신각신하는 레치타티보나 길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나는 점순이랍니다’ 아리아 모두에서 풍성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대사 전달력으로 오페라로서 극의 중심을 갖추게 해주었다.
오페라에는 메조소프라노가 빠질 수 없다. 오영감의 아내 안성댁 역 신민정은 북장단에 맞추어 오영감이 “길보야, 길보야”하는 소리나, 길보가 “장인어른~장인어른”하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딸은 키워봤자 소용없고 가슴이 울룩불룩하다며 “왠 놈의 봄이 지랄 맞게 빨리 왔다”고 구성지게 잘 노래해 주었다. 이렇듯 네 명 주인공과 ‘옥신각신’, ‘좌충우돌’하는 발음처럼 증음정으로 빠르고 부단하게 음악선율도 움직이며 극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둘은 결혼을 했냐고? 소설 <봄봄>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둘을 결혼시키려고 만든 소설은 아닌 듯하다. 그 옥신각신하는 각자의 이유와 심정을 표현한 이 소설을 오페라 <봄봄>에서는 그래도 해피엔딩을 만들어준다. 원래 오페라 <봄봄>에서는 세 명의 티격태격 후에 관객에게 “둘을 결혼시킬까요 말까요”를 오영감이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축제 주최주관까지 맡은 리음아트앤컴퍼니 김종섭 대표가 이장 역으로 출연해 결혼을 시킬지, 신식 구식혼례를 치를지 관객 거수로 결정하며 재미를 주었다. 소설 <봄봄>에는 등장하는데 창작오페라에는 못 나왔던 이장역할이 김종섭 대표로 인해 전격 출연한 해피한 장면이다.
관객 결정대로 주인공 둘은 신식으로 양복과 하얀 원피스를 입고 어여쁘게 등장했다. 네 명의 출연진이 “봄은 우리를 기쁘게, 슬프게, 예쁘게 해요~”라며 번갈아 노래하고, 음이 점점 높아지는 “봄, 봄, 봄, 봄” 축가를 권성준 지휘자의 지휘로 관객과 함께 부르며 극은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결혼식 장면에는 즉석으로 관객 중에 들러리 역할 신청을 받아 무대에 섰으며, "길보는 바보래요"라고 놀리는 막내 셋째딸 역할에 네 명의 어린이(강혜민, 김가윤, 김채연, 신나경)가 미리 캐스팅되어 신선한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한편, 제21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16일 오후3시 <버섯피자> 공연을 마지막으로 폐막식을 가진다. 지원이 풍성했던 예년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예산과 어려움 속에서도 오페라 정신으로 똘똘뭉쳐 훌륭한 공연을 펼친 축제사무국과 운영진, 제작진, 출연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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