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6월 28일 서울 신림동 삼모아트센터에서 2023 삼모아트센터 <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VI> 공연이 펼쳐졌다.
이 날은 피아니스트 이혜경, 양수아, 신정운, 이태리가 여섯 명 작곡가의 창작작품을 선사했다. 정성엽은 두 곡의 four hands 작품을 선보였다. <Noel Gallon 주제에 의한 어린이 solfege>에서는 그가 연주에 앞서 유학시절 시창청음 solfege 수업이 감명 깊었다고 설명한대로, 조성적 기반아래 여러 화음이 저음에서는 피아니스트 이혜경의 신중한 상행 아르페지오, 고음에서는 피아니스트 신정운의 차분한 하행 아르페지오로 마법처럼 아름답게 펼쳐져서, 당시 이 Solfege 수업이 자연스런 음정간격의 공부로 느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Scarboro fair 주제에 의한 변주적 소곡>으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의 OST 중 ‘스카르보 페어’를 박진감 있고도 활기차게 표현했다. 주인공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 후에도 진로를 정하지 못한 그 방황의 시기를 노래하는 주제인데, 이혜경의 빠른 스케일 저음은 방황하고 불안한 마음을, 신정운은 주제의 서정적 선율과 옥타브 연타의 분투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주었다.
나석주의 <Etude for piano #2-LoW>(2023, 초연)는 짧게 분절된 클러스터 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규칙이 인상적이었다. 피아니스트 이태리는 신중하고 집중된 표정으로 짧은 클러스터와 안착하는 지속음이 만드는 프레이즈 단위를 잘 드러나게 연주하였다. 작곡가 프로그램 노트에는 ‘무언가 컨셉을 기반으로 폴리리듬 반주 속에 숨겨진 선율을 표출시켜 노래하는 훈련을 목적’으로 곡이 씌여졌다고 하는데 이 목적이 연주자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었다.
안수환의 <이상한 밤의 꿈>(2023, 초연)은 피아니스트 신정운이 연주했다. 5음음계와 섹션별로 빨랐다 느렸다 하는 대비되는 템포가 뚜렷하게 들렸는데 이는 프로그램 노트에도 써 있는 바, 이를 통해 비현실적인 꿈 속을 작곡가는 표현하고자 했다. 신정운 또한 5음음계 속 옥타브와 4도 5도 진행의 강렬함과 2도와 3도로 속삭이는 대비감을 염두에 두고 꿈의 세계를 잘 표현해주었다.
이 날 공연은 전반부는 남성 작곡가, 후반부는 여성 작곡가로 배치되고 또한 전반부는 꿈, 성취, 무언가 등 개념적인 주제가, 후반부는 전자음악과 인공지는, 오전과 오후, 구름 등 일상적인 소재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일상, 인생으로 마무리를 하며 연주회 흐름을 구성하고 있었다.
김자현의 <mourning and evening with AIVA>(2023,초연)는 인공지능 작곡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작곡가는 연주 전 설명에서 “AIVA가 여러 인공지능 프로그램 중에 음악의 3요소인 리듬, 선율, 화성을 잘 이해하여 음악을 잘 만들어줬기 때문에 선택했다“라고 소개했다. 김자현 작곡가가 AIVA를 통해 뽑아낸 1곡 Ab장조의 2도, 3도가 어우러진 단순한 선율과 2곡 빠른 화음 변화의 재즈풍 선율은 오히려 따뜻한 커피처럼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이는 피아니스트 양수아의 신중하고도 감성어린 해석도 가득 담겨 인공지능 작곡의 밝은 미래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최근에 국립국악관현악단 로봇지휘자 공연 등 AI, 인공지능 음악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김자현 작곡가의 시도와 인공지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좋았다.
유현진의 <‘Cloud’ for piano & live electronics>(2023, 초연)는 작은 공연장에서 흔하지 않은 전자음악을 접할 수 있어 신선했다. 작곡가는 헤르만 헤세 시 ‘흰구름’을 읽고 묵상하면서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구름을 표현했다. 이태리 피아니스트는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 현을 뜯고 그 음향이 마이크로 전달되어 작곡가가 컴퓨터에서 실시간으로 변조 증폭시켜 강렬하고도 묵직한 배경음이 만들어졌다. 이 소리는 구름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었으며, 세상 곳곳과 마음의 기쁨과 슬픔을 넘나드는 여정을 피아노 Cb조의 온음음계로부터 클러스터까지로, 그리고 루핑(Loopong)되는 전자음향의 세찬 소리로 격렬하고 멋지게 들려주었다.
마지막으로 강은수의 <4 Novelette>(2023, 개작초연>는 four hands의 서정조곡으로 피아니스트 이혜경과 양수아가 성심의 연주를 펼쳤다. 작곡가는 이전 곡과 이번에 새로 만든 곡을 하나로 구성해 현재의 마음을 4악장으로 표현했다. 상성부와 하성부 제각각의 옥타브 이동음이 마치 복조인 듯 불협화로 들리는데, 마치 “난 나의 길을 간다”는 심정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1악장이 금새 굉장히 밝은 Eb조의 동요 같은 ‘Lena의 테마와 변주곡’으로 이어지는데, 이 곡은 작곡가가 해외에 사는 손녀 Lena와 코로나 기간 화상 대화할 때 손녀가 들려주던 곡을 변주하였다.
3악장은 1악장처럼 무조음악 풍이면서도 상성 하성이 대위적으로 모방하며 강렬한 옥타브 진행을 펼친다. 4악장은 작곡가의 작년 작품인 소프라노와 피아노를 위한 2중주곡 <산>에 나오는 모티브가 네 손에 의해 더욱 활기차게 변주된다. <산>에서 작곡가는 ‘인생은 산 너머 산’이라고 직접 가사를 써서 무조의 굵직한 소프라노 선율과, 이에 대비되도록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의 빠르게 움직이는 주제음악을 연결시켜 사용한 바 있다. 이번 4악장에서는 작년 <산>보다 톤은 더 밝아졌으며 네 손 피아노를 위해 직조는 더 촘촘해졌다. 이혜경 양수아 피아니스트의 삶도 함께 녹아들어 인생 황혼기 제2의 인생을 맞은 작곡가가 일상과 일생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도가 음악회에서 잘 펼쳐졌다.
Piano ON CONTEMPORARY CLASSIC은 일 년에 두 번, 6월 넷째 주 화요일, 12월 넷째주 화요일에 공연되었다. 매 학기 대학 종강 후 빠짐없이 공연을 기획해 올리고, 작곡가의 창작과 연주자의 레퍼토리 확대를 연결시킨 산실이었다. 문화재단과 소속 대학교의 후원과 상관없이 중앙대학교 피아노과 이혜경 교수의 피아노를 위한 사랑을 중심으로 2005년 피아노 온 창단 이후 100여회의 연주회를 통해 300여곡의 레파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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