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에게는 ‘잘못된 성장의 사례’ 일까?누군가의 삶을 쉽게 단정 짓는 ‘걱정을 가장한 편견’에 대해 묻다DAC Artist 강현주 신작, '잘못된 성장의 사례'
- DAC Artist 강현주 작·연출가 첫 장편 희곡 신작
- 식물의 저항성 유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 누군가의 삶을 쉽게 단정 짓는 걱정을 가장한 편견에 대해 묻다
- 이음의 19번째 이음희곡선으로 희곡집 출간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두산아트센터는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 강현주(극작가·연출가)의 신작으로 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를 2023년 9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진행한다.
DAC Artist 강현주는 우리 주변에 익숙하게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창작자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한정된 극장 공간을 넘어서 관객과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형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오고 있다.
첫 연출 데뷔작인 연극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인물들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폭력’을 무대 위에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후 선보인 연극 '시장극장'은 재개발로 인해 철거를 앞둔 서울 영도시장의 구조 자체를 무대로 활용하며 공간 연출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미우라 시온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연극 '배를 엮다'에서는 출판사 직원들이 13년에 걸쳐 국어사전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를 살아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소소하고 깊이 있게 보여주었다.
'잘못된 성장의 사례'는 소도시 국립대학에서 식물의 저항성 유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은주(이지현 분)는 연구실 총 책임자로 식물 속에 존재하는 저항성 유전자를 찾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실 초창기 멤버인 박사과정 혜경(류혜린 분), 오직 논문 통과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석사과정 예지(공예지 분), 식물학자가 될 꿈에 부푼 인턴 인범(이휘종 분), 출산 후 복귀한 포스트닥터 지연(박인지 분), ‘유미’라는 이름으로 식물 블로그를 운영 중인 도윤(황상경 분)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저마다 삶의 방식도, 목표도 다르다.
어느 날, 혜경은 교문 앞에서 아버지에게 맞고 있던 아이를 보게 되고, “저런 애들은 커서 뭐가 될까?”라는 은주의 말을 듣게 된다. 이후 혜경은 저항성 유전자가 발현되듯 서서히 자신의 지난 경험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DAC Artist 강현주는 “우연히 가정폭력 당한 아이에게 누군가 무심코 ‘저런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걱정을 가장한 편견이 아닐까 생각하며 꽤 오랜 시간 불편했다. 언젠가 이 불편함을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처한 환경에 맞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생존한다. 때문에 같은 종류의 식물일지라도 모든 개체가 다르게 성장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생존 패턴을 만들며 성장하고 살아간다. 강현주는 이 작품을 통해 각자가 가진 고유한 삶의 방식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쉽게 판단하고 단정 짓는 ‘걱정을 가장한 편견’의 의미를 되묻는다.
'잘못된 성장의 사례'는 연구실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구실에서 극중 인물들은 식물 속에 있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저항성 유전자를 찾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다. 이들은 누구보다 완벽하게 설계하고 계획하지만, 예상했던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때까지 끊임없이 실험을 반복하기도 하는 연구실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극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강현주는 “이 공연은 굉장히 잔잔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대부분 잔잔하게 살지만, 또 한편으로 굉장히 치열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는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 선정하여 신작 제작, 작품개발 리서치 및 워크숍, 해외 연수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자람(국악창작자), 성기웅(작/연출가), 여신동(무대디자이너/연출가), 김은성(극작가), 이경성(작/연출가), 양손프로젝트(창작그룹), 윤성호(작/연출가), 이승희(국악창작자), 김수정(작/연출가) 등이 선정되었다. 2021년부터는 보다 많은 창작자들과 만나기 위해 공모로 전환해 매년 2명씩 선정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강현주(작∙연출가), 진해정(작∙연출가)이 신작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잘못된 성장의 사례'는 책으로도 만날 수 있다. 이음이 19번째 이음희곡선으로 『잘못된 성장의 사례』 (강현주 작, 이음, 2023)를 출간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12,000원. 문의 이음 편집부 02-3141-6126.
공연 예매는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9월 10일(일)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정가 35,000원, 두산아트센터 회원 28,000원, 20대 21,000원, 10대 및 60대 이상 10,000원. 이동보행 지원, 휠체어석은 전화예약만 가능. 문의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www.doosanartc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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