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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 라벨, 류, 쇼팽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4. 4. 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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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4월 25일 리사이틀에서 심혈을 기울여 연주중이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주였다. 지난 25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 라벨, 류, 쇼팽>의 느낌이다.

첫 순서는 모리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로 영롱함과 격렬함을 모두 보여주는 유려한 연주였다. 1곡 '물의 요정(Ondine)'은 휘황찬란한 은빛물결 그 자체였다. 2곡 '교수대(Le Gibet)‘의 고요함은 느린 화음의 울림에서 때로의 공포감과 집중감을 주었다. 3곡 ‘스카르보(Scarbo)’는 첫 격렬한 주제가 피아노 전음역에서 점차로 화려하게 폭죽처럼 터지는데, 고난도의 연주기술이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강철 같은 손을 통해 찬란하게 펼쳐졌다. 

두 번째 순서로 류재준의 <피아노 모음곡 2번>이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그의 피아노와 바리톤의 2인 가극 <아파트>(2020)에서 발췌한 11개의 곡으로, 피아노의 움직임에서 익살과 위트가 느껴졌다. <아파트>를 구성하는 15개의 노래와 7개의 프렐류드 중에서 전주곡 2번, '경비원'의 피아노 파트, 전주곡 3번, '나는 왜 몰랐을까'의 피아노 파트 등이 <모음곡 2번>에서는 1곡 인벤션, 2곡 토카타, 3곡 프렐류드 등의 제목으로 배치되었다.

가극 <아파트>의 2020년 초연을 봤었는데, 이 작품의 피아노는 보통의 가곡이나 오페라 반주와는 다르게 독립적인 성격이 있었으며, 또한 성악과 피아노의 움직임이 마치 인벤션처럼 서로를 모방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피아노 모음곡 2번의 초연 후, 호연을 펼친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류재준 작곡가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이 날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류재준의 '모음곡 2번'을 피아노 레퍼토리로 훌륭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1곡 '인벤션 I'의 무언가 긴박한 노크같은 느낌, 3곡 '프렐류드 I'의 부드러운 산들바람을 지나, 4곡 '프렐류드 II'의 저음의 비장함이 인상적이다. 6곡 '녹턴 I'은 바빴던 일상을 지난 회고 같다. 7곡 '인벤션 II'부터 마치 이 곡의 2부인 듯 빠른 주제가 왼손 오른손에서 서로를 모방하고, 8곡 '녹턴 II'의 사랑스런 움직임은 작곡가의 설명에 의하면 어린 시절, 섬광같은 청춘의 한 시절이라고 한다.

9곡 '에튜드'는 C-Eb음으로 연주되는 강렬한 스타카토의 단화음이 굉장히 특징적으로 귀에 들려오는데, 이런 강한 인상은 발췌된 원곡 <아파트>중에서 중요한 대목인 '아파트 구입'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10곡 '캐논'의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고, 세 바퀴 도는 끝없는 무궁동의 움직임을 지나면, 마침내 11곡 '녹턴III'에서 "여기까지 잘 왔구나"라고 투명한 영혼처럼 어루만져 준다. 반복과 인내, 작곡가 류재준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우정처럼 그렇게 음악은 이어지고 있었다.
 
후반부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Op. 28>은 40분의 연주가 지루할 틈 없이 굉장한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였다. 이 24곡의 프렐류드가 C장조로 시작해 각 곡이 A단조, 딸림조, 나란한조의 5도권의 조성체계로 논리적으로 구성된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피아니즘이 선율의 완급조절이나 주제의 강조, 빠른 패시지의 완성도 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페달의 울림을 잘 섞어서 쇼팽의 슬픔을 찬란한 루바토로 연주했다. 1번 C장조에서는 깊이 있고 안정감 있게 연주하며 오른손 상성 선율을 부각시켜 주었고, 2번 a단조에서는 왼손의 불협화음을 두드러지게 하며 특징을 만들어내었다. 3번 G단조에서 왼손의 빠른 화음의 물결은 그야말로 놀라웠으며, 유명한 4번 e단조는 잔잔히 바뀌는 왼손 화음에서는 안정감이, 오른손 선율에서는 초연함이 깃들어 있어 좋았다.

이번 연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아타카(Attaca)'로 곡과 곡 사이를 쉼 없이 바로 연주한 점이다. 이 연주방식은 곡의 전체 그림을 끊김이 없게 하여 장단조 관계와 빠르기, 선율선의 대비를 부각시킨 효과가 있다. 이 때 각 곡 안의 루바토와 프레이징으로 호흡과 휴식은 이미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관객에게 급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9번 E장조 선율도 웅장한 루바토로 그려지고 10번 c sharp단조의 빠르게 별빛처럼 부서지며 하행하는 선율은 티없이 맑다. 11번 B장조는 시원하고 평화로우며, 12번 g sharp단조는 속주하는 상행음이 오히려 고독을 가득 표현했다. 

'빗방울 전주곡'으로 유명한 15번 D flat장조는 잔잔하고 다정했으며, 16번 b flat단조는 왼손의 강렬함과 오른손의 속주가 멋졌다. 20번 C단조 도입의 장중한 화음과 점차로 잔잔해지는 대비도 좋았다. 22번 g단조의 옥타브 연결은 가히 폭발적이었으며, 23번 F장조의 잔잔함에서 잠시 누그러진다.

24번 d단조에서 돌풍처럼 몰아치는 왼손과 번개처럼 내리꽂는 오른손 옥타브 움직임 그리고 어둠 속의 문을 두드리는 듯한 마지막 강렬한 D음의 울림이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손끝에서 떨어지자,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환호성을 펼쳤다. 이에 드뷔시 프렐류드 1권 중 ‘Des pas sur la neige', 바하 Siloti의 프렐류드 B단조 두 곡의 앵콜로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화답했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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