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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발레리노 이재우 커튼콜서 주역무용수로 파격 승급

발레

by 이화미디어 2014. 4.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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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노 이재우가 '백조의 호수'에서 악마 로트바르트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두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주역무용수로 승급됐다. 사진은 로트바르트 역, 옆은 오데트 역의 박슬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되었다.

“발레는 몰라도 <백조의 호수>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다. 국립발레단의 이번 <백조의 호수>는 ‘악마와 왕자의 남성 2인무’와 궁정의 왈츠군무, 2막 각 나라 공주의 춤이 보강된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으로 고전 프티파 버전의 <백조의 호수>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역시 <백조의 호수>를 이끄는 것은 우선은 음악이었다. 무대와 춤, 극의 전개 모두가 중요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아름답고 절절한 ‘멜로디’가 때론 웅장하고 품격 있게, 때론 애절하고 아름답다. 12일 토요일 오후 2시 공연에서 지휘자 박영철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서주와 반주는 안정되고 기품 있게 무대를 시작했다.

1막 1장은 지그프리트 왕자 성인식의 화려한 궁중연회 장면이다. 호화로운 금색왕관 문양이 커튼형태로 무대 가운데 한가득 드리워져 있고, 네 명 나팔수가 긴 나팔로 왕자의 등장을 알리자 흰 색 의상의 지그프리트 왕자(이영철)가 큰 점프로 등장한다. 디귿(ㄷ)자, 대각선, 방사선 대열로 귀족들의 다양한 군무와 광대의 익살스런 회전동작과 점프가 차이코프스키의 고풍스런 음악의 부드러운 울림과 함께 보고 듣는 재미를 준다.

왕자에게 기사(knight) 작위가 수여되고 그 증표로 왕자는 칼을 받는다. 두 명의 소녀가 왕자를 축하하는 ‘축배의 춤’을 추는 파드트루아에서 신승원, 박슬기, 이영철 왕자 세 명의 훌륭한 호흡이 좋았다. 연회 후 혼자 남은 왕자는 고뇌의 춤을 춘다.


▲ 1막 파드투아의 정지영(왼쪽)과 이영철, 김리회(오른쪽).


푸른 조명으로 바뀌며 왕자는 어둠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그는 악마 ‘로트바르트’인데, 안무가 그리가로비치는 흑조가 백조 내면의 모습이듯, 악마를 왕자의 또 다른 내면으로 표현했다. 유명한 ‘백조의 호수’ 테마가 들리며 로트바르트(이재우)와 왕자의 2인무가 시작된다. 악마가 왕자 뒤에 서서 같은 동작을 하는데, 이재우의 로트바르트 역은 두 팔로 카리스마 있게 왕자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모습으로 정말로 왕자를 지배하는 느낌을 준다.

1막 2장, 백조의 호숫가이다. 왕자는 악마에 이끌려 호숫가에 다다르고, 그곳엔 마법에 걸린 백조 여인들이 갇혀있다. 오데트 공주(김리회)가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날개짓을 하며 등장하고, 왕자와의 2인무가 아름답다. 24마리 순백의 백조들이 갖가지 직선과 원형 사선 등 다채로운 대열로 손과 발을 뻗으며 우아한 동작을 펼친다. 유독 <백조의 호수>는 손과 발을 날개짓처럼 뻗는 동작이 많은데, 이는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백조가 호숫가에 있는 모습을 세밀히 관찰해 발레동작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백조들의 군무가 장관이다. 황홀하고 고귀한 느낌까지 주며 백조가 12마리씩 무대 양 끝에 12마리씩 길게 일렬로 서고, 그 속에서 왕자와 오데트 공주의 애틋한 2인무가 이어진다. 오데트가 자신은 마법에 걸려 낮엔 백조이고 밤엔 사람이 되는데, 이 저주에서 풀리려면 영원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날개짓하며 하소연하는 장면에서는 바이올린 독주 선율과 함께 무척 잔잔하고 고귀하다. 김리회는 한 마리의 백조처럼 우아한 동작을 펼쳐내며 박수를 받았다.

<백조의 호수>에서 또 한가지 유명한 부분이 백조 네 마리의 4인무(전효정, 신승원, 정혜란, 안효진)인데, 서로 맞잡은 손과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하나된 동작으로 브라보를 받았다. 이어서 키 큰 세 마리 백조의 시원시원한 3인무(정지영, 김지영, 한나래)도 좋았다. 오데트의 마지막 날개짓이 이어지고, 백조들은 왕자를 원형으로 에워싸고 왕자는 혼란을 느낀다. 날이 밝아 오데트는 백조로 변하고, 왕자는 손가락 두 개를 모아 위로 뻗으며 사랑을 맹세하고, 악마는 여전히 마법의 창 안에서 이들에 대한 마법을 펼치며 1막은 끝난다.
 

▲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2막 1장에 광대(이영도)의 36회전이 등장한다.


2막 1장은 다시 왕궁 무도회이다. 광대(김경식)의 36회전동작에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고, 원래 버전에 러시아 공주까지 추가되어 헝가리(김성은), 러시아(한나래), 스페인(박나리), 나폴리(정지영), 폴란드(정혜란) 5국 공주 각각의 개성 다른 독무가 보는 재미를 더하며 지그프리트 왕자에게 매력을 뽐낸다. 보통 군무 부분은 자칫 잘못하면 단조로워질 수 있는데,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에서는 다양한 동작과 리듬감으로 지루하거나 반대로 복잡하지 않고, 다양하고 흥미롭게 진행되어 좋았다.

5국 공주가 다 함께 지그프리트와 춤을 추지만 그는 오로지 오데트 생각뿐이다. 이때, 팡파르 소리 후 ‘백조의 호수’ 테마가 기괴하게 변형되어 긴박하게 들리며, 악마와 그의 딸 오딜(김리회)이 날렵하게 등장한다. 오딜의 날개짓은 오데트와 닮아 있지만 악마적인 느낌이 마지막 손을 날렵하게 펼치는 동작과 표정에 나타난다. 왕자와 오딜의 듀엣 뒤에는 악마가 항상 이들을 지배하고 있고 왕자는 결국 오딜에게 현혹된다.

악마의 독무에서 이재우는 195cm라는 큰 키와 체구가 오히려 멋져 보일 정도로 무대를 누비면서 24회전 동작을 펼쳤고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브라보를 외쳤다. 보통 190cm이상의 큰 키로 날렵하고 정확하게 힘들 텐데, 이재우는 음악의 흐름에 대한 파악과 리듬감, 타이밍 감각이 좋아서, 특히 악마 로트바르트의 강렬한 손동작 지점을 음악의 강박 시작에 정확히 일치시키며 더욱 악마의 카리스마를 강하게 발산시켰다.

흑조 오딜과 왕자의 듀엣은 오데트와의 듀엣과는 또 다른 기교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영철은 자신의 짝을 찾아 상기된 왕자의 표정으로 큰 점프와 턴 동작을 선보였고, 이어 김리회는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운 32회전으로 박수를 받았다. 왕자는 결국 오딜과의 결혼을 공표하고 무대는 어두워진다. 오데트의 환영이 나타나고 왕자는 속죄하기 위해 호숫가로 떠난다.

▲ 2막 2장 호숫가장면은 24마리 백조군무와 오데트(박슬기)와 지그프리트(이영철)의 듀엣이 아름답다.


2막 2장 호숫가 장면은 여러 대형의 우아한 백조 군무와 오데트의 독무가 다시 한번 일품이다. 왕자의 사랑을 놓쳤음에도 백조들만의 고귀한 세계가 따로 있는 듯, 혹은 마지막의 해피엔딩을 암시하듯 평화롭고 아름답다. 악마가 등장하고 고난의 장면들이 지나가지만 결국 주제선율이 장대하게 장조로 펼쳐지고, 악마의 저주를 오데트가 온몸으로 막아내고 왕자의 사랑의 맹세로 저주는 풀린다. 사랑의 힘이 악마를 쓰러뜨린다.

올해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은 한가지 특별하고도 기쁜 이벤트가 함께 했다. 11일 공연 후 커튼콜에서 무대에 올라온 강수진 단장이 이날 로트바르트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이재우를 수석무용수로 전격 승급 발표를 한 것이다. 이날은 이재우가 로트바르트가 아닌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선보였다.

그녀는 “이재우가 이번에 로트바르트와 지그프리트 두 상반된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해냈다"며 ”요즘 콩쿨 준비로 짧은 시간에도 지그프리트 왕자 역까지 잘 준비했다. 그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며 승급 이유를 밝혔다. 이 깜짝발표에 강수진 단장 옆에 선 이재우는 눈물을 훔쳤고, 관객들은 그 모습에 뭉클해 하며 브라보를 외치면서 자기일처럼 기뻐했다.

이재우는 195cm의 국내 최장신 발레리노로 큰 키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테크닉과 연기력을 구사하는 무용수이다. 입단 전부터 객원으로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로트바르트 역과 <호두까기 인형> 드로셀마이어 역으로 실력을 보여줬으며, 2011년 <호두까기 인형>왕자 역으로 주역 데뷔했다. 2013년 <라 바야데르> 초연 시,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눈에 띄어 라자 역을 선보였으며, 그 해 7월 <차이콥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인천 공연에서 차이콥스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성숙한 연기로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편,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4월 18일과 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도 공연된다. 이어 차기공연으로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돈키호테>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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