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초 두아토는 "동작을 내가 '만든다'기 보다는 어딘가에 있는 동작을
무용수들과 함께 '찾아나간다'는 느낌으로 임한다"는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 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나초 두아토 - 멀티플리시티> 기자간담회가 4월 21일 낮 12시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 아트센터 블루룸에서 열렸다.

<나초 두아토 - 멀티플리시티>는 창단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이 <나 플로레스타>(2003), <두엔데>(2005)에 이어 7년 만에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와 함께 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그간 유니버설 발레단이 20분, 40분 길이의 단막 모던 발레로 해외 안무가의 작품을 소개해 왔지만 이번처럼 두 시간 길이의 전막 모던 발레로 공연하기는 처음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연습실공개와 함께 진행되었다. 나토 두아토(57)는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에게 열정적으로 안무를 지도하는 모습이었다. 남녀 듀엣 부분에서는 상체의 꼿꼿함을 버리고 흐느적거리는 형태, 이완하는 동작에 익숙해지도록 조언을 해주었다. 일렬로 군무를 맞추는 동작이 이어졌고, 남자무용수가 여자무용수를 첼로로 삼아 연주하는 부분은 백남준과 샬롯 무어만의 첼로 퍼포먼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연습실 공개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문훈숙 단장은 “나초 두아토의 작품은 무용수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고, 관객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이다. 2002년도에 이 작품을 예술의 전당에서 보고 우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초 두아토 30주년 기념공연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선생님께 밝혔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그와 함께 또 한번 공연을 올리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이번 작품의 배경과 소감을 밝혔다.

연습실 공개에서의 열정적이고 집중어린 모습처럼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초 두아토는 자신의 춤 철학과 유니버설 발레단과의 만남에 대한 기쁨 등을 열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매너로 잘 설명해 주었다.

그는 “춤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모든 무용수, 발레단마다 역사와 특성이 있고 항상 조금씩 다른 면을 보인다. 따라서 때마다 재창조한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한다”며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들은 집중력이 높고 항상 꾸준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니버설발레단과의 관계처럼 한 무용단과 지속적으로 관계하면서 작업하는 것은 작품의 질이나 관객층 형성 등 여러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유니버설발레단과의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 나초 두아토는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들은 집중력이 높고 항상
꾸준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 문성식기자


또한 그는 “이 작품은 몸의 라인과 턴 아웃 동작 등 발레테크닉이 기초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클래식발레의 기본이 없는 무용수는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클래식발레 단체인데도 움직임이 자유롭고 잘 움직인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문훈숙 단장은 “클래식발레가 팔의 직선적인 동작인데 비해 나초 선생님의 발레는 몸에서 먼저 시작하고 수그러드는, 주로 풀어주는(Release) 동작을 하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1999년 바흐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독일 바이마르 시의 위촉으로 안무된 <멀티플리시티>는 작품 내내 바흐의 음악 23곡이 흐른다. “처음에는 바흐가 무척 위대하기 때문에 그의 음악으로 안무를 하는 것 자체가 무척 두려웠다. 그래서 내가 무대에서 춤을 추면서 바흐에게 ‘당신의 음악을 써도 되겠습니까’라고 허락을 받는 프롤로그와 바흐가 죽은 다음에 ‘우리에게 이런 고마운 음악을 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에필로그를 배치해 바흐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작년까지는 내가 직접 춤을 췄는데, 올해부터는 하지 않고 있다. 그의 수많은 음악 중에서 선곡하는 부분이 아주 어렵고 조심스러웠다”고 나초 두아토는 작품과정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멀티플리시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는 바흐의 사회적 삶을 그린 장면으로 인간 바흐의 유머, 발랄함이 있다. 2부 '침묵과 공의 형상'(Forms of Silence and Emptiness)은 예술가로서의 바흐, 창작,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들이 무거운 음악과 함께 표현된다.

음악에 맞춘 움직임 등에서 스승 이리 킬리안의 영향이 엿보인다는 질문에 대해서 두아토는 “이리 킬리안과 헤어진 지 24년이 넘었다. 나의 스승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보이는 면이 있다. 아마 평생 킬리안의 팬텀(영혼)이 나를 쫓아다닐 것 같다(웃음).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이나 캐릭터 면에서 분명 나만의 독립적인 개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고 답했다.

자신만의 춤 철학에 대해서는 “나는 연습실에 들어가면 내 자신이 눈먼 장님과 같다는 느낌으로 임한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음악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연습실에서 동작을 만든다기 보다 이미 어딘가에 있는 동작을 찾는다는 느낌이다. 움직임 자체가 음악과 일치가 될 때가 아주 황홀하다. 마지막 부분은 바흐가 첼로를 연주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동작을 무용수들과 함께 찾아냈다”고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 유니버설발레단 '나초 두아토 - 멀티플리시티' 기자간담회 현장.
나초 두아토(가운데),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오른쪽) ⓒ 박순영기자


좋은 안무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리 킬리안에게 춤을 배웠지만 그 누구도 좋은 안무가가 되는 조언을 해주지도 않았고 나도 묻지도 않았다. 내가 안무가나 무용수, 예술 감독이 되고 싶었다기보다 인생 전체가 나를 끌고 간 거 같다. 젊은 시절 그림도 그리고, 뮤지컬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결국 춤을 추게 되었다. 나의 소통하는 방법,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훈숙 단장은 “천재적이고 세계적인 안무가를 모시게 돼서 영광이다. 이렇게 대단한 예술가가 ‘바흐가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흐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부분에서 무척 감동했다. 그와 연습하는 동안 우리 유니버설 발레단 단원들도 많이 성장했다. 공연을 보시는 관객들도 이런 감동을 함께 느끼실 것이다”라고 두아토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초 두아토는 2010년 7월부터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극장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이며 올해 9월부터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발레단 예술감독으로 5년간 활동한다. 은퇴하면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의 고요한 마을로 돌아가 작은 오렌지나무 밑에서 쉴 것이라는 소박한 꿈도 밝혔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나초 두아토 - 멀티플리시티>는 LG아트센터에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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