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가에서 적극 친일 부역자로 변신한 춘원 이광수
독립운동가에서 적극 친일부역자로 변신한 춘원 이광수의 변명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국립극단이 2012년 하반기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삼국유사 프로젝트가 지난 9월 1일부터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베세토연극제 참가작 연극 '꿈'으로 첫 출발을 하였다.
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의 연극 '꿈'은 해방 직후인 1947년 경 천년고찰 낙산사를 배경으로 친일 문학인 춘원 이광수(강신일 분)이 삼국유사의 조신지몽을 소재로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점차 조신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독립운동가에서 적극적 친일부역자로 변신한 스스로를 합리화해나간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이었던 춘원 이광수는 1892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출생, 1905년 일본 유학을 거쳐 1911년부터 문필활동을 시작하였다. 2.8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1919년 경부터 1938년 변절하기 전까지 약 20년의 기간 동안 독립운동에 가담하였었으나 이후 1945년 해방되기까지 창씨개명 및 일제 침략전쟁 전시 동원 독려 등 적극적으로 친일 부역행위를 하였다. 1949년 반민특위의 2차 검거때 체포 구속되었으나 병보석으로 풀려났고,1950년 10월 25일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납북되던 중 지병 악화로 병사했다.
춘원 이광수가 삼국유사의 조신지몽을 소재로 한 자신의 소설 '꿈'에서 자신과 동일시한 인물인 조신은 원래 스님이었으나 태수 김흔의 딸을 사랑한 탓에 파계하고 결혼을 선택, 태수 김흔의 패물을 훔쳐 자신들을 알지 못하는 다른 먼 곳으로 달아나 아들 딸 놓고 잘 살게 되는듯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저지른 금기된 욕망의 댓가를 치루고 결국 고통 속에 죽게 된다. 하지만 막상 깨어나고 보니 한숨 낮잠 자다 짧은 순간 꾸었던 허망한 꿈에 불과하더라는 설화 속의 인물이다.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는 몽고 침략 후 사회적 자각과 반성에서 일연이 쓴 책 삼국유사를 오늘날의 현대 연극에서 재해석, 재현해내어 이른바 서구보다 더 서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 문화적 자산이자 정신적 토대일 수 있는, 한국인 집단 무의식의 근원을 파헤쳐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과연 '금기된 것을 욕망하는' 행위는 다 똑같은 것일까?
그런데 그 첫 작품이 한 유명한 친일 부역자의 자기 변명, 자기 합리화 이야기라는 점은 한편으로 참 아이러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아직도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에 대해 떠올리게 하고 분노와 답답함이 끓어오르게 만드는 동시에 마치 우리 사회 한 쪽 편에 깊숙이 자리잡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하는 이방원을 닮은 간교하고도 허망한 자기변명과 패배주의를 드러내주는듯해 또다른 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현실과 닮은 느낌을 주어 끔찍스럽기까지 하다.
작가 김명화는 충분히 영악하다. 문제적 인물인 춘원 이광수의 친일 행적은 사실 조신지몽의 조신의 개인적 욕망을 쫓는 행위와는 결코 대등하게 비교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뜻 보기에 '금기를 욕망했는가?'라는 모티프로 상당히 비슷하게 엮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빠져나갈 수 있는 알리바이는 극 내용 중에 충분히 심어 놓았다. '암울한 시절, 나약한 지식인의 변절'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려든다는 지적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으면서도 실상 그렇게 유도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차라리 고의적으로 그러한 논란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갖게할 정도다.
춘원 이광수로 분한 강신일의 탄탄한 연기를 비롯, 전반적으로 거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빠졌다. 큰 변화 없이 조명과 관음상 연기 등으로 춘원의 낙산사, 조신지몽 배경 등을 만들어낸 무대 역시 효과적이었다. 다만 이광수의 친일 행적과 조신지몽을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여 극을 이끌어간 극작의 의도에 대해 관객들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좋았다가 갑자기 영 아니다 싶으면서 기분이 나빠질지, 아니면 끝까지 보여진대로 그대로 공감하게 될지?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연극 '꿈'은 9월 1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되어진다. 다음 작품으로 신라시대 최고 미모의 여인으로 꼽히는 수로부인의 설화를 다룬 '꽃이다'는 9월 22일부터 10월 7일까지 역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처용 설화를 다룬 세번째 작품 '나의처용은밤이면양들을사러마켓에간다(최치언 작 이성열 연출)'은 10월 13일부터 10월 28일까지, 신라의 멸망을 다룬 네번째 작품 '멸_滅(김태형 작 박상현 연출)'은 11월 3일부터 11월 18일까지, 도화녀와 비형랑 설화를 소재로 한 마지막 작품 '로맨티스트 죽이기(차근호 작 양정웅 연출)'은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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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관음보살상
▲ 승려 조신이 금기된 것(파계와 결혼)을 욕망하게 되는 것은 태수 김흔의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독립운동가 춘원 이광수가 친일 부역자가 되는 것은 과연 아내 허영숙 때문이었을까?
▲ 목에 칼을 찬 조신. 자기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고 합리화 하는데 급급한다.
▲ 젊은 시절의 춘원 이광수, 일제 침략전쟁 전시 동원 독려 중인 이광수, 목에 칼을 찬 조신
▲ 1947년 낙산사에서의 허영숙, 이광수, 최남선. 이들의 앞날은 과연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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