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무용단 ‘회오리’ 중 3막 ‘회오리’(Vortices).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동서고금의 힘의 근원을 ‘회오리’로 설정해 풀어냈다. ⓒ 국립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무용단의 <회오리(VORTEX)>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공연되었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안무가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회오리>는 핀란드의 안무가 테로 사리넨을 초청해 그가 한국적 정서를 어떻게 춤으로 표현할지 관심이 주목됐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그 크기와 넓이만큼이나 공연자들에게는 구성에 큰 숙제를 주는 공간이다. 해외 안무가가 우리 정서를 춤으로 풀어내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그것을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다양한 무대장치로 채울 수도 없이 오로지 ‘춤’과 무용수로만 채워야하는 이 어려운 작업을 과연 해외안무가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4월 16일 공연에서 본 테로 사리넨과 국립무용단의 <회오리>는 역시 예술은 국경을 초월하는구나, 서양안무가가 동양의 정서를 어떻게 소화해낼까라는 생각은 필요 없는 걱정이었구나를 일깨워주는 무대였다.

우선 해오름극장의 넓은 공간은 천장을 낮추고, 가로폭은 왼쪽 단에는 공연의 음악을 맡은 국악그룹 ‘비빙’(리더 장영규) 단원들이 무대 위에 앉아 연주하도록 하여 비어보일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작고 안정적이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한 20여명 되는 무용수들이 무대 양쪽 끝에 일렬로 10여 명씩 일렬로 앉는 부분을 구성해 공간을 채웠다. 1막 ‘조류(TIDE)’에서는 처음에 무용수들이 양편에 선수행을 하듯이 앉아 있고, 가운데 흰옷의 무용수가 독무, 때론 흰옷의 남녀 무용수가 2인무를 춘다.

조류의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에너지, 밀물과 썰물의 강렬한 에너지를 양팔과 양다리를 회오리치듯이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한다. 작품 제목의 ‘회오리’는 안무가가 동양과 서양, 한국과 핀란드 모두에서 느낀다는 에너지의 근원, 회오리처럼 용솟음치는 인간과 역사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표현한 것이다.

양옆 무용수들의 가운데서 추는 독무는 신비롭고 영적인 존재, 힘을 의미한다. 그리고 남녀가 짝지은 2인무는 상호작용하는 상반된 힘의 전형인 음양을 표현한다. 반복적인 가야금소리와 피리, 장구소리가 근원적인 에너지 형성과 흐름을 계속적으로 유도하면서 양옆에 앉아있던 무용수들은 점차로 함께 자연스런 회오리 몸짓의 군무를 시작한다.

국립무용단 단원이자 이번 작품의 조안무를 맡은 김미애가 검은옷의 힘의 중심으로 위치하고 다른 흰옷의 무용수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군무를 펼친다. 군무는 복잡하지도, 단조롭지도 않게 힘의 근원인 ‘회오리’를 다양하게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여러 무용수들이 함께 일자형으로 서서 지네의 움직임처럼 팔을 순차적으로 회오리처럼 움직인다. 또한 한국의 부채춤 대형처럼 원형으로 서서 팔을 회오리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 2막 ‘전승(Transmission)’. 넓은 부채모양과 피에조 마이크를
부착한 의상이 인상적이다. ⓒ 국립무용단


2막 전승(Transmission)은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역사와 힘에 대해 표현했다. 1막이 군무로 표현됐다면, 2막은 흰옷을 입은 남성무용수(송설)의 독무로 오히려 한 개인 안에 피어오르는 선조로부터의 역사가 눈부신 하얀 의상과 남성의 에너지로 표현됐다. 하얀 의상의 풍성함과 바지 한쪽에 크게 부채모양으로 접고 펼칠 수 있는 부분을 부착해(의상디자인 에리카 투루넨) 다양한 동작과 문양을 표현하도록 했다.

가로로 세로로 공간을 나비처럼 펼쳐지고 펄럭이는 의상이 작은 동작에도 효과적으로 공간을 채워준다. 또한 부채부분에 피에조 마이크를 부착해 옷의 움직임에 따라 그 소리가 증폭되도록 했다. 고풍스런 모습과 함께 다양한 동작이 바람소리, 숨소리, 펄럭이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내도록 해 음악 없이 동작 자체가 소리를 만들어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3막 회오리(Vortices)는 ‘외부로의 확장’을 표현한다. 1막이 ‘힘에 대한 인식’, 2막이 ‘힘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을 표현했다면, 3막은 역사와 힘에 대한 깨달음을 자신의 밖으로 표출해내는 부분이다. 자아를 표현하는 검정옷의 무용수와 역사와 시대를 표현하는 흰옷의 군무 무용수들이 모두 하나 되어 나로부터 퍼져나가는 힘과 에너지를 주로 여러 무용수가 조금씩 시차를 두고 팔로 회오리처럼 공간을 휘감는 동작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는 조명(조명/무대 디자인 미키 쿤트)까지 회오리의 컨셉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었다. 무대 양쪽 옆과 무대 뒤에서 무용수들을 향해 빛을 쏘는데 이것이 무용수들의 움직이는 팔 동작에 의해 빛이 회오리 형태로 분사된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조명이 여러 색깔로 비춰지며 다채롭다고 느끼는 정도이지만, <회오리>에서는 조명이 작품의 주제를 직접적인 형태로 드러내주어 조명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 1막 '조류(Tide)'는 밀물과 썰물처럼 정적인 에너지와 동적인 에너지가 공존한다. ⓒ 국립무용단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음악과 무용의 관계였다. 테로 사리넨은 프로그램지에 장영규 음악감독의 음악에서 느끼는 태고와 원시적인 힘을 국립무용단과 함께 춤으로 풀어내는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영규 음악감독이 프로그램지에도 기술한 바, 해외 안무가와의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먼저 음악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맞추어 안무가가 춤을 풀어내고 다시 그 전체적인 안무에 맞추어 음악이 수정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보통의 무용공연에서는 음악과 무용 작업이 시나리오부터 동시에 진행되고, 특히 공연에 임박해서는 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만나 작업과 수정, 보완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에 반해 이번 작업은 음악이 통째로 나온 다음 그 분위기대로 큰 틀로 나오고 다시 음악이 수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제약 상황에서 최대한의 선택이었겠으나, 그 결과가 여실히 무용과 음악이 작은 단위로 맺고 끊기는 부분이 없이 ‘통으로’ 가는 느낌으로 반영되어, 작품에서 관객이 흐름을 따라가면서 쉬고 다시 이어지게 하는 완급조절 없이 무궁동처럼 시종일관 계속되는 음악과 그에 따라 계속적으로 ‘회오리’치는 무용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다행히도 안무가가 제약 상황에서도 국악풍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넓은 국립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 놀라운 능력에 대해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러 영화와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친 음악감독이 왜 이번작품에서는 그토록 쉬지 않고 달리는 음악으로 일관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국립무용단은 차기작으로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교차공연을 진행한다. <단(壇)>(예술감독 윤성주, 안무 안성수, 연출 정구호)을 5월 31일과 6월 4, 6일에, <묵향>(예술감독/ 안무 윤성주, 연출 정구호)은 6월 1일과 3, 5, 7일에 공연한다. 교차공연이 의도대로 두 작품의 상승효과로 파생될지 긍정적인 결과 기대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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