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운영' 에필로그 합창. 안견,안평대군,금화와 전체 출연진이 신비로운 무릉도원의 세계에 대해 노래한다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이근형 작곡의 창작오페라 <운영>(부제:서천, 꿈길 저 편)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전체 3막 8장 두 시간의 오페라는 현대음악과 한국풍의 정서가 음악으로 잘 녹아있었으며,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로 감동을 선사했다. 다양한 리듬과 악기배합으로 움직이는 오케스트레이션은 극의 장면과 전개를 이끌어가고 있었으며, 합창과 아리아, 레치타티보의 성악은 조성의 기반아래 비화성음과 국악풍 음조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주인공들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프롤로그에서 수성궁 터에 찾아온 안견이 안평대군이 꿈꾸던 무릉도원의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1막 안평대군이 연 시회에 초대된 김생과 운영은 사랑에 빠지고, 한편 김생의 하인 특이는 김생의 사랑을 이루게 해주는 대가로 노비신분을 벗겨달라고 한다. 2막에서 무녀 금화는 운영과 김생이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사랑이지만 이들을 도와주려 한다. 3막에서 결국 운영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 자결하고, 김생도 운영을 뒤따르고, 에필로그에서 전체합창으로 천도계를 노래한다.

김용범 원작, 강철수의 대본으로 조선 초 왕위찬탈의 틈바구니 속에서 금기의 사랑을 안견의 실경산수화 <몽유도원도>를 바탕으로 멋지게 재해석했다. 장수동 연출은 이근형 작곡가의 음악을 품격 있고 성대하면서도 서정적인 흐름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을 이끌며 잘 연출했고, 김덕기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정확하고도 편안하게 극의 서사를 음악으로 잘 반주했다.

운영 역의 소프라노 김지현, 김순영, 김생 역의 테너 이승묵, 양인준 모두 주인공의 운명 같은 사랑을 멋진 노래와 연기로 펼쳐보였으며, 무녀 금화 역의 이종은, 특이 역의 바리톤 김재섭, 안평대군 역의강기우와 안견 역의 장철 역시 개성과 카리스마로 인상 남는 무대를 선사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넓은 공간을 15도 경사의 입체무대로 좁혀 성악과 연기에 몰입감을 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대는 심플한 구조로 안평대군의 수성궁 궁터의 화려함과 궁녀들의 정원 등도움을하게 변화되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작곡가 이근형의 음악은 조선조 왕의 위업을 찬양하는 도입과 마지막의 전체합창에서는 조성에 기반하며 상행하는 음계로 충만한 느낌을 주었고, 남녀주인공의 사랑장면에서는 낭송조의 서양 레치타티보와 한국 가창을 적절히 배합해 가사전달이 명확하게 했다. 하인 특이가 양반들에 분노를 품는 장면, 무녀 금화의 기도 장면 등에서는 불협화음과 빠른 패시지로 긴장감을 높였으며, 장면 간 연결에서 음악이 끊어지지 않고 오케스트라가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인도해서 흐름이 끊기지 않게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오페라창작산실 지원사업 우수공연 제작지원 선정작 오페라 <운영>은 이틀공연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거의 만석이 될 정도로 가득 찼다. 많은 이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도록 <운영>이 다시 공연되길 기대해본다. 더욱 많은 작곡가들의 우수한 창작물이 어려움 없이 재공연 될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곡가 이근형 인터뷰>


▲ 인터뷰 중인 오페라 '운영' 작곡가 이근형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오페라 <운영>의 이틀공연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이틀공연에 국립극장 객석이 만석이 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공연으로 보답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 그 모든 분들의 공연에 대한 의견들 수렴해서, 다음 작품에서 더욱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 이전 오페라 <나는 이중섭이다>를 연출하신 김무식 선생님이 새로운 작품 <운영>을 제안하셔서 작품을 30분 정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김무식 선생님이 돌아가셨고, 이후 장수동 선생님이 연락을 하셔서 다시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을 토대로 '운영전'이라는 조선시대 소설에 살을 덧붙여서 극본을 만들고, 제가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운영>에는 음악이 너무 현대 음악적이거나, 너무 한국풍이거나 하지 않고, 이 두 가지가 매우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는데요. 이번 오페라의 음악적 특징,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새로운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모든 작곡가는 약간의 딜레마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음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양식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조성이라든가, 오음음계 등으로 구분지을 것이 아니구요. 오페라 <운영전>안에서, 세조가 나오는 부분이나 운영이 죽은 이후에 부르는 노래 등은 조성이나 우리 옛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보다는 현대음악적인 느낌으로 썼습니다. 예를 들면 푸치니나 베르디의 오페라가 그 시대만의 스타일이 있듯이, 저 또한 이 시대 작곡가이므로 이 시대에 맞고 쓸 수 있는 기법들을 극의 흐름과 장면에 맞춰 작곡했습니다.


-'오페라 작곡가'로서, 오페라 작곡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오페라 작곡가라 불리기에는 너무 과찬이시구요(웃음). 김문식 선생님이 소극장 오페라를 해보자 하셨고, 때마침 당시 국립오페라단의 '창작팩토리' 지원 사업이 있어서 <나는 이중섭이다>로 지원했는데, 제가 이중섭의 그림이 좋았고, 이중섭의 그림이랑 나의 현대음악이 맞겠다 싶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맞춰 열심히 했는데, 다행히 선정 되었구요. 또 이번 <운영전>까지 두 개의 오페라를 하게 됐습니다. "


-그렇다면, 도움을 주는 오페라 작곡의 롤 모델이 있으신지요?


중학교 때에는 사실 성악가를 하고 싶었는데, 제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작곡가의 길로 오게 되었어요. 어릴 적부터 오페라를 많이 들어왔는데, <피터 그라임스>를 작곡한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은 조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섞는 방식이 저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구요. 알반 베르크의 <룰루>나 <보체크> 등도 영향을 받습니다. 베르디는 당연하구요. 한국작곡가 선생님들은 다 현존해 계시니까요. 모두 여러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겠죠.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 오페라만의 특별한 기능이나 역할이라면 무엇일까요?


오페라는 "종합예술"입니다. 프로덕션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렵구요. 세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국가에서 굉장히 많이 지원하려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민간에서 준비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오페라는 음악, 미술, 의상, 영상, 조명 등 한 곳에서 다양한 예술장르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관객들께는 '선물보따리' 같은 장르이기 때문에 정말로 가치가 있구요. 하나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것들을 관객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문화라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지원이 더욱 다양하게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 몇 년사이 한국 창작오페라가 많이 새로워졌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한국 창작오페라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창작오페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구요. 오페라뿐 아니라 모든 창작계의 숙원이겠지만, 우리만의 '창작'물이 더욱 많이 나와야겠지요. 정말 오페라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세밀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페라는 작곡가만의 것, 단지 저의 음악언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성악가들도 함께 즐겁고, 음악을 들으러 오신 관객분들이 정말 들을만한 오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업, 모든 장르가 마찬가지겠지만, 작곡가 혼자만의 오페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야의 많은 스태프가 함께 모여서 만드는 것, 이것이 좋은 오페라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후 작품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오페라는 항상 자금부분이 제일 문제이기 때문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이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오페라 <나는 이중섭이다>를 유치하셨어요. 이중섭이 가장 사랑했고, 그의 그림이 빛이 나고 그가 행복했던 서귀포에서 잘 되면 올 가을에 <나는 이중섭이다>가 올라갈 것이구요. <운영>도 재공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구요. 앞 오페라 두 개가 모두 대규모 대형 오페라였는데, 기회가 되면 <쟌니스키키>처럼 2-3명이 나오는 규모의 소극장오페라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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