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특히 인터미션 후 '그림문자'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말이다.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은 두사람의 독일 안무가 벤 리페와 요헨 밀러의 신작공연을 지난 6월 19일(금)부터 21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였다.

2015년 국립현대무용단이 주제로 잡은 '밑 끝 바깥' 중 '바깥-레지던시: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펼쳐진 이번 해외 안무가 초청공연에는 벤 리페(BenJ. Riepe)가 '오프닝-태도의 전시(Opening- Display of an Attitude)'를 요헨 롤러(Jchen Roller)가 '그림문자(Picture Writing)'를 무대에 올렸다.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전시같은 드라마, 전시같은 몸짓의 재미,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

대략 1시간동안 진행된 벤 리페의 '오프닝-태도의 전시'는 말 그대로 태도를 무대 위에 전시해 놓은듯 했다. 무용수들이 흰 티셔츠를 입고 각기 양 팔 또는 한 팔을 위나 옆으로 올린채 포즈를 취하고 정지해 있는 모습이 마치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리슐리외관 마를리 안뜰이나 퓌제 안뜰에 와있는 느낌을 주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처음 시작은 무대의 상수와 하수쪽 업스테이지에서 각기 교차하여 대각선 다운스테이지 방향으로 바닥에 테입을 늘어트려 붙인다. 이런 식으로 계속 양쪽에서 간격을 두면서 테입을 붙여나가면 어느새 바닥엔 서로의 대각선이 엉키며 하얀 그물망이 만들어진다.

청바지에 흰 반팔 티셔츠를 입은 8명의 무용수들은 무대 위 하얀색 테이프로 만들어진 그물망 위에서 제각각 자리를 잡고 조각상 또는 서양화 속 인물들처럼 양팔을 사용해 포즈를 잡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 함께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씹는다든지 빗으로 머리를 빗는다든지 심지어 콜라캔을 따서 마시기도 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카스트라토의 노래부터 바그너의 발키레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짧게 흘러나왔다 바뀌며, 어떤 때는 무대 뒤에서 조명과 안개가 뿌려지며 무용수들을 실루엣으로 비추다가 보라색 조명으로 변하기도 한다. 음악과 조명이 바뀌동안 무용수들은 흰 티셔츠를 벗어 머리 위에 덮어 씌우기도 하고 흰 천으로 가린채 모든 옷을 벗어 알몸이 되기도 한다.

한 남자 무용수는 반복적으로 'This is my world'를 외치고, 또다른 무용수는 등에 날개를 달고 촐랑대며 무대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남녀 무용수가 서로의 옷을 바꿔입고 흐느적거리기도 한다. 노래를 부른다던지 자신의 대사를 하는 등 무대 위에선 계속 무언가 이벤트가 있지만 춤이라고 할만한 동작들은 흔치 않다.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중간 중간 8명의 무용수들 중 7명이 각자 무대 왼편 마이크 앞에 서서 하는 대사들은 한아름의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나서 귀찮아 죽겠네. 귀찮아 죽겠네" "남자로 산다는 건 견디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야 하고 그리고 강해야 한다. 눈물이 나도 울면 안된다"처럼 주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 또는 성역할(gender)에 대한 내용이다.

각자 포즈를 잡고 서거나 앉아있는 무용수들의 몸이 참 멋지다. 때론 약간의 웃음이 나오는 지점도 있었다. 무대 위 모든 무용수들이 동시에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짝짝 씹어대는 모습이라니! 등에 날개를 달고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며 촐랑대는 상황이나 콜라를 마시고 노래를 하는 모습도 참 생소했지만 다들 너무나 진지했다.
흥미롭고, 때론 엉뚱하기도 하고, 그래서 인상이 강하게 남았지만 참으로 무용같지 않은 무용이었다. 정말 제목 그대로 '오프닝-태도의 전시' 같았다.


7가지 다양한 골드 컬러 패션의 화려함이 돋보였던 요헨 롤러의 '그림문자'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요헨 롤러 '그림문자'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대략 40여분간 진행된 두번째 무대는 요헨 롤러의 그림문자. 벤 리페가 매우 다이나믹한 살아있는 '태도'의 전시를 보여줬다면 요헨 밀러는 몸짓으로 황금빛 색상의 우월함을 자랑하는 패션쇼를 보여준듯 하다. 특히 모든 무용수들이 무대 앞 관객을 바라보며 줄지어 서있는 가운데 함박눈처럼 가득 내리는 금가루들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처음엔 금색 상하의를 입은 남녀 무용수가 등장한다. 함께 눕고 기대며 2인무를 하는 사이 1명씩 교차해 등장하면서 결국은 7명의 무용수가 모두 무대에 서게 된다. 처음엔 마치 수화를 하는듯한 동작이 이어진다.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주먹 등을 쥐고 펴면서 상반신을 꼿꼿이 세우고 팔동작을 위주로 움직였다. 어찌보면 마카레나 댄스를 추는 것도 같다.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요헨 롤러 '그림문자'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음악이 바뀌어 조명이 금빛에 어울리는 노란 주광 계열에서 백색의 형광등 색깔로 바뀐다. 동작이 좀 더 빨라지거나 다양해진다. 앞이나 옆, 뒤로 걸어가면서 발을 벌리기도 하고 서로 등장과 퇴장을 하면서 각자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같은 골드 색상의 의상들을 입었지만 서로는 치마의 길이도 다르고 바지와 시스루룩의 치마, 웃옷의 깃 폭이나 배치도 다 다르듯 각자의 춤 동작도 조금씩 다르다.

안무가는 그림문자라는 제목처럼 한글이나 한자를 붓으로 한지에 쓰는 동작으로 무용수의 몸짓을 만드는데 응용했을 법도 한데 보는 내내 실질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음악과 조명을 바꿔가면서 무용수들의 몸동작을 느리게 빠르게, 조금씩 함께 바꿔가면서 끝까지 갔는데, 구성이 비교적 단순해서 40분 내외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러한 반복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스레 무용수들의 금빛 의상들이 더 주요하게 시선을 끌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요헨 롤러 '그림문자'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벤 리페나 요헨 롤러 두 사람의 독일 안무가 모두 패셔너블한 의상을 동원하여 시각적 재미를 꾀했지만 패션의 임팩트는 아무래도 요헨 밀러가 더 두드러져 보였다. 벤 리페의 경우 전시의 형태를 띄면서도 일정한 드라마적 흐름이 있었던 반면 요헨 밀러는 음악 바뀜에 따라 무용수의 숫자와 움직임이 변화하는 정도로는 구체적인 안무 의도를 읽어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7명의 다양한 금빛 패션들이 더 도드라져보이고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 국립현대무용단 신작공연 요헨 롤러 '그림문자' 공연 장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더 솔직히 말해 요헨 롤러의 '그림문자'는 안무나 구성에 있어서 뭔가가 빠진듯 아쉬워 보였다. 그는 "무용수들의 몸에 자신의 언어를 입력하는데 관심이 없는 대신 무용수들이 주어진 것을 해석하고 번역해가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변화를 주거나 확정하는 것이 나의 안무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자신이 그 역할을 하기에 어떤 식으로든 최적의 환경 또는 상황이 아니었던듯 싶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다음 공연은 창작공모전 '아카이브 플랫폼(Archive Platfrom)'이다. 7월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송주호의 '유익한 수난(Useful Sufferings)', 서영란의 '버자이너의 죽음(The Deth of Vergina)', 이세승 등(쌍방)의 '삼인무구락부(TED:Trio Education Department)' 세 편의 무용이 한 공연에 각각 연이어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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