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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4한국오페라갈라페스티벌', 서울오페라앙상블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24. 6. 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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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이보다 성대한 갈라콘서트가 있겠는가?! 이보다 진지할 수 있는가.

 

지난 6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 창단30주년 기념 공연 <2024한국오페라갈라페스티벌>은 일요일 오후 5시부터 8시 넘어까지 장장 세 시간이 넘는 오페라 대잔치를 펼치며 기쁨과 감사를 선사했다.

 

31명 성악가가 18편 오페라와 창작오페라 2편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모차르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 한국 창작오페라를 위해 지휘자 우나이 우레초 주비야가(Unai Urrecho Zubillaga), 지휘자 정주현,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노이오페라코러스와 함께 총출동했다. 서막으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부활절 아침에’가 소프라노 강효진과 노이오페라코러스의 장대한 합창과 함께 울려퍼지니 이날 음악회의 큰 규모와 음향을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하나와 서울오페라 앙상블 음악감독인 바리톤 장철이 사회를 맡아 음악회에 활력과 격을 더했다.

 

 


1막 1장은 ‘비바! 로시니, 모차르트 오페라’라는 순서였다. 갈라콘서트의 의미랄까 좋은 점은 바로 한 자리에서 유명오페라의 주요 아리아를 들으며 금새 명장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과 교훈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표현한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돈 조반니> 이렇게 모차르트의 유명 아리아들의 향연은 1막 1장 순서만으로도 여느 갈라콘서트 전체만큼의 아우라를 방불케 했다. 또한 이날 오페라의 주인공은 서울오페라앙상블과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성악가들이었다. 이들은 단지 한 두 번의 출연이 아니라, 30년 역사의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어렵고도 기뻤던 역사와 함께하며 무대를 만들어온 대표 얼굴들이다.

 

<셰비야의 이발사>에서 바리톤 최병혁은 특유의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만능해결사’를 부르며 이날 오페라 갈라의 본격포문을 열었다. 로지나 역 소프라노 박상영은 ‘방금 들린 그대음성’에서 차분함을 유지하며 고음까지 잘 표현해주었다. <피가로의 결혼> 중 ‘달콤했던 순간들은 어디에’에서 콘테사 역 소프라노 손주연의 풍성한 목소리가 안정감을 주었고, 수잔나 역 소프라노 정혜욱은 맑고 깨끗한 소리로 ‘사랑이여, 다시 나에게로’를 관객에게 감미롭게 전달해주었으며 둘이 함께한 ‘편지의 이중창’은 우애로운 화음이 잘 표현되었다. 모차르트 하면 역시 또 <마술피리>인데, 소프라노 박상영이 이번에는 파파게나를 하고, 파파게노 역 바리톤 조병수와 함께 ‘파-파-파파게나!’를 산뜻하고 경쾌하게 선사했다. 소프라노 김채선은 ‘밤의 여왕 아리아’에서 카리스마 있는 손짓과 열창으로 도약하는 높은 음정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돈 조반니>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의 2023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의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무려 다섯 곡의 아리아를 일곱 명 성악가가 선사해주었다. 돈 조반니 역에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이 젠틀하고 중후한 목소리로 제를리나 역 소프라노 정시영은 맑고 우아한 목소리로 함께 ‘그대의 손을 잡고’를 열창했으며, 도나 안나 역 소프라노 김은미는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를 기품 있고 집중있게 잘 선사하였다. 돈 오타비오 역의 테너 왕승원은 ‘내 사랑을 위하여’에서 명쾌한 고음과 긴 장식음으로 귀를 사로잡았으며, 레포렐로 역 베이스 장철유는 ‘카달로그의 노래’에서 힘차고 경쾌한 음색을 잘 선사했다. 이들 성악가 일곱 명이 모두 나와 돈 조반니의 1막 피날레인 7중창 ‘제발 도와줘요!’를 부르니 박진감과 생동감이 넘치며 관객들의 브라보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1막 2장은 ‘프랑스, 독일 오페라로의 초대’ 순서로 <베르테르>, <박쥐>, <카르멘>이 연주되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대표소프라노라 할 수 있는 소프라노 이효진이 ‘떠나줘, 내가 올 수 있도록’을 고혹적이고 차분한 음성으로 선사하며 집중감을 주었으며, 70세 넘는 연세의 테너 이천구는 놀랍게도 팽팽하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왜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브라보 세례를 받았다. <박쥐>에서 소프라노 이소연이 아델레 역으로 경쾌하게 ‘웃음의 아리아’를 선보이고 로잘린데 역 소프라노 이종은은 ‘차르다슈’에서 우수가득하고 풍성한 선율을 들려주었다.

 

<카르멘>에서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고혹적인 카르멘을 선보였으며, 돈 호세 역 테너 정의근은 우렁차고 감미롭고 성량 크게 연주해줬다. 이 둘이 합창단과 함께 카르멘의 마지막 장면 ‘당신? 아니면 나!’를 선보였는데, 카르멘 마지막 장면은 언제 봐도 참 슬프다, 그놈의 사랑이 뭔지. 우렁찬 브라보와 함께 1부 순서가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었다.

 

 

 

인터미션 후 2부는 베르디 <운명의 힘>으로 시작했다. '성모께서 그대를 지키리라‘는 아리아에서 소프라노 이효진의 우아하고 청초한 소리가 합창을 뚫고 나오며 어우러졌다. 성모께서 우리나라 오페라계를 지켜주고 계시니! 다음으로 <2막1장> ’한국창작오페라의 세계‘에서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등에서 수차례 공연했던 나실인의 <나비의 꿈> 중 ’한 평 독방에 갇혀‘를 이날 사회까지 대활약한 바리톤 장철이 윤이상 역할로 절실하게 선사하였다. 고태암 <붉은 자화상> 중 ’자화상 그려 남기노라, 사무치는 그리움을‘에서는 윤두서 역 바리톤 장성일이 중후하고 애절한 노래와 합창으로 연주하며 창작오페라의 자화상을 새겼다.

 

<2막 2장>은 이태리 오페라의 향연이었다. 프로그램지에는 각 작품으로 받은 상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2015 밀라노세계EXPO 초청작, <라 트라비아타>는 2011년 기독문화대상 수상, 2018년 러시아 초청작, <운명의 힘>은 2013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 금상 수상작, <리골레토>는 2008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연출상 수상작이다. 물론 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예술을 위한 열정과 노고를 인정하고 칭찬받는 형식이 있다는 것 또한 든든한 일이다.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살란 말인가‘는 메조소프라노 김난희의 차분하고 고혹적인 목소리가,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소프라노 정꽃님의 매끄러운 음색과 절실한 연기, 바리톤 임희성의 안정된 열창, 바리톤 윤혁진의 탄탄하고 중후한 음색, <운명의 힘>에서 소프라노 오미선의 맑고 곧은 음색과 고음의 지속음이 이태리 오페라의 매력으로 관객을 흠뻑 빠져들게 하였다.

 

<리골레토>에서 소프라노 임수연은 정확한 음정과 고음이 시원했으며, 메조소프라노 김난희의 고혹적인 음색과 테너 김중일의 호소력 짙은 열창이 바리톤 최병혁, 소프라노 임수연과 더해져 3막 아리아 ‘언제인지는 모르지만’에서 관객의 가슴을 꽉 채워주었다. <토스카>의 ‘마리오! 어디에 있나요?’에서 테너 박기천의 고음 쩌렁쩌렁한 표현이 자연스럽고, 소프라노 조현애의 큰 성량은 표현력이 짙었고 질투심을 잘 표현했다. 조현애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는 애절하고 감정 풍부해서 브라보를 받았다. 박기천의 ’별은 빛나건만‘의 높은 음일수록 강하고 절절함을 가지고 정확하게 폭발적으로 표현해내어 노익장에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안드레아 셰니에>의 ’우리의 죽음은 사랑의 승리!‘에서 테너 김중일의 명쾌하고 밝은 음색, 소프라노 김효진의 밝고 힘찬 고음으로 마지막 부분 “죽음이여 오라”에서 찬란한 금관의 팡파르와 현의 트레몰로 속에 둘이 함께 단두대를 바라보며 장렬히 끝난다.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 못 이루고’는 박기천, 정의근, 김중일 등 네 명 성악가의 열창으로 더욱 웅장해졌다. 대단원의 <모세>에서는 전 출연진 31명의 합창이 감동 뭉클하며 모세 역 테너 김요한의 우렁찬 음성, 아론 역 테너 석승권의 절실한 음색, 아나이데 역 오미선은 차분하고 섬세한 목소리가 함께 간구하는 기도를 잘 표현했다.

 

2024년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은 국고지원을 못 받았고, 2024 아르코 대본공모에 오페라 작품이 한 편도 선발되지 않았다. 콩쿨과 세계무대에 우리나라 성악인이 가득한데,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독립시키는 것인지. 그렇다고 우리가 죽어야 하는가? 아니다! 한국 오페라를 위해 모두의 기도가 필요한 때, 이 날 <모세>영상에 푸르고 거칠게 일렁이는 바다가 오페라와 삶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열망을 보여준 것처럼, 서울오페라앙상블을 필두로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못 채운 제작극장 역할을 스스로 해 온 각 민간오페라단들, 건물 없는 제작극장이 되어 온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오페라여 영원하라!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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