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일단 쇼킹하고 특이했다. 이것은 오페라인가 뮤지컬인가, 아니면 판소리인가.
우리가 알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오페라가 아니고, 전체출연진이 계속 노래를 부르는 송스루(Song-throgh)였다. 그리고 음역이 계속 높다.
공연형태로 보자면 전체출연진이 등퇴장없이 다같이 서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칸타타 느낌이 나고, 또 선율은 가요같은 지속음의 끈적함도 있다. 공연무대의 판타스틱함과 가벼움에서는 뮤지컬 느낌도 났다.
그리고 무대 상부중앙에 커다란 샹들리에가 태양같이 보여 '태양의 서커스' 같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판소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 공연에서 판소리는 합창시에 주연 성악선율과 같은 멜로디를 부르면서 오페라 고음에서 잘 안 들릴 수 있는 발음 부분을 뒷받침하고 판소리 특유의 시원함을 성악의 고상한 음색에 더해주어 좋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지은 작곡가는 2일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오페라의 다양화, 그리고 해외에 나가도 명확히 한국에서 온 오페라, 한국만의 오페라가 될 수 있는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8일부터 3월 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4회 공연된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극본 연출 김재청, 작곡 이지은)는 미래시대를 다룬다.
범지구적 기후위기의 해수면상승에 2096년 뱀모양의 거대한 바다폭풍 '칼레아'로 지구 인구의 삼분의 일이 멸망한다.
그로부터 100년 뒤 해양도시 '부탈소로'에 인구가 유입되며 텔로스 족의 공주인 아나비스는 미래에너지원인 '레지오크록스'를 연인인 백유진에게 건넨다. 하지만, 악의 화신인 카네와 카날로아는 레지오크록스를 빼앗으려 한다.
이런 내용은 이 공연에 대한 사전정보와 팜플렛을 참고해야 세부적으로 알 수 있다. 공연무대와 양 옆 자막만 본다면 선과 악, 그리고 화합의 메시지 정도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오페라 싫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렇게 답할수도 없겠다.
왜냐하면 무대의 철골구조물과 미래적인 의상과 조명연출 속에 간략한 가사의 반복으로 시종일관 흐르는 출연진의 노래에는 진솔함이 있었고, 작품의 메시지가 뚜렷이 '인류구원과 상생'임을 가사와 음악을 통해 쉼없이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작곡가가 "대본의 흐름에 따라 음악이 연기하도록 했다"고 답했는데 이런 부분으로 여겨진다.
그 점이 이상했다. 기존 오페라형태에서 많이 탈피되어 있고, 음악이 계속 움직여 시끄럽기도 했으며, 심지어 한국어로만 되어 있지 않고 칼레아제도의 이국적인 표현을 위해 스페인어와 한국어를 반씩 사용해 성악진이 노래하는 이상한 변종이다. 그런데도 기자의 경우 오히려 이 작품의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매우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추진력이 굉장했다.
2일 공연에서 무용수 8명이 무대 양쪽에서 분위기를 이끌었고, 카운트테너 이희상(텔로스 족 사이보그 카운슬러)의 흰 색 의상 속 풍채와 모습 그리고 맑은 목소리도 극에 큰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베이스바리톤 김병희(파로터스 924역: 부탈소로의 도시 사이보그 AI)와 테너 김지훈(백유진 역:부탈소로의 젊은 의장), 소프라노 홍채린(아나비스 역: 미래에너지를 품은 텔로스의 공주) 등 성악진 출연진이 혼신을 다해 노래하고 인류 구원과 통합을 노래했다. 오페라에서 중요한 6중창은 판소리(박솔, 길목영)와 성악진이 함께 해 가사 잘 들리게 했다.
2막합창 마지막에 "칼레아!!", 3막은 "Regio Crux!", 4막은 "부탈소로, 부탈소로" 멜로디가 간결하게 귓가에 남아 정확하게 오페라의 뜻을 전한다. 중간부에 남녀 주인공의 "Amor"가사의 노래 또한 멜로디가 귓가에 남는다.
마림바, 우드블럭 템플블럭, 스네어 드럼 등의 타악기로 박진감을, 금관악기로 웅장함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호응이 컸고 제작에 가담된 인원인 듯한 기립박수도 몇 명 있었다.
출연진 제작진의 커튼콜 모습은 페스티벌 같았으며,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화기애애함과 의욕이 스타같은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스페인 대사관에서 국제협력을 했고 관객석에서 큰 호응으로 관람하고 있었다(기자랑 같은 줄에 앉아 있었다). 열띤 제작과정만큼 스페인 등 해외에서의 공연을 기대하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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