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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예승X한요한 '토탈 카운터 포인트', 개별성과 조화의 아름다운 공존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5. 10. 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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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구역 '색색깔의 당구공(Colorful Billiard Balls)'은 영상도 둥근원의 변주와 음원에 당구공 소리로 통일감을 주었다. (사진 = 오예승)

 

[플레이뉴스 박순영 기자] 작곡가 오예승과 미디어아티스트 한요한의 <토탈 카운터 포인트>가 지난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연희예술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작품은 클래식과 국악이 만나고 미디어와 음악이 결합되어 전시와 공연형태로 펼쳐진, 그야말로 다름이 하나가 되어 자연스러운 새로움을 만드는 신개념의 무대가 되었다.

 

관람을 위해 연희동 주택과 상가지역 한 켠 건물 지하에 위치한 연희예술극장에 들어섰다. 관객을 맞이하는 입구의 아담한 공간을 지나 좁은 문을 열자 넓은 전시공간에 미디어아트가 벽면 가득 영사되고 음악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여기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7시까지 정시에 하루 8회차로 5개 작품의 음악전시가 상영되고, 본 전시에 앞선 18일 오후 8시에는 전시된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오프닝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전시에서 각 곡을 ‘구역’이라 설정하고 마지막 곡은 ‘중앙’이라고 프로그램지에 소개한 것이 흥미롭다. 첫 곡(첫 구역)은 소리꾼 이나라의 서도소리로 작품제목이 ‘황금보검(The Golden Sword)’이었다. 영상에 벽면 가득 소리꾼 이나라가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가 “내 영역은 이 초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내 영역이다. 아~!!“라고 부르짖는데 순간 그 넓은 초원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구성지면서도 청량함이 있는 목소리는 폐부를 찔렀다.

 

소리만으로 들었다면 이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 관객들도 이 장소에 들어서면서 느꼈을 텐데, 사방 벽면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가득 한국전통 오방색이 선명하게, 때로는 파스텔톤으로 응용되어 벽면을 통으로 채우기도 하고, 가로세로로 분할되고, 띠 모양, 격자모양으로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공간을 수 놓는데 음악과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다는 점이다.

 

5구역 '우리들의 기도(Our Prayers)' 공연모습. 독립된 성부가 하나의 형상을 만드는 '토탈 카운터 포인트'를 드러낸다. (사진 = 오예승)


그 다음 ‘옛날옛적에(Once upon a Time)’는 비올라 이신규의 비올라로 연주되었다. 희미한 하모닉스 음색은 어느덧 묵직한 비올라 저음으로 시작해 격렬한 고음까지 이동했다. 시작부에 물방울 같은 배경음악이 들릴 때 영상도 함께 싱크를 맞추어 번쩍거려 몰입감을 주었고 음악과 영상은 점차 테크노풍이 되어 미래도시적인 느낌이 났다. 이는 제목의 ‘옛날옛적에’가 의도한 추억이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되는 지점인가 여겨졌다.

 

세 번째 곡 ‘색색깔의 당구공(Colorful Billiard Balls)’은 일렉베이스 김강빈의 연주였다. 작곡가가 선물받은 당구공 문양에서 영감받은 곡으로, 영상에 문양이 있는 동그란 공모양이 여러개 놓여 비트에 맞추어 움직이고 물결쳤으며, 영상이 보랏빛의 미묘한 느낌을 줄 때 일렉베이스는 자신만의 소리를 집중어리게 읊조리고 있었다. 원형들이 세로로 움직이는 빨주노초파남보 빛띠로 변하고, 도시의 아파트처럼 세로로 움직이는 네모가 되며 다채로움을 주었다.

 

‘여우와 두루미(The Fox and the Crane)‘는 정숙인의 피아노 연주였다.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에서 목마른데 물을 먹는 방식이 달랐던 것처럼, 작곡가는 서로다른 방식의 사람들이 오해없이 소통하는 방법을 이 작품에서 추구했다고 한다. 들을 때는 편안한 재즈 피아노연주와 사운드스케이프, 더욱 변주된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여겼는데 그 뜻을 알고 나니 영상의 변주방식은 한 벽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두 벽면 이상을 스크린으로 사용하고, 원, 네모, 선 이외의 구체적인 무늬들이 더욱 빠르게 많이 바뀌는 등 이전 순서보다 더욱 과감하고 세밀해졌으며, 이와 함께하는 재즈피아노 즉흥부분의 자유로움을 관객도 느낄 수 있는 순서가 되었다.

 

전시 때는 가운데 아날로그 TV가 더욱 눈에 띈다. 오프닝 공연과 같은 다섯 곡이 진행된다. (사진 = 박순영)

 

이 쯤에서 짤막한 작가멘트가 있었다. 작곡가이자 이번 작품의 예술감독인 오예승은 “카운트포인트(Counterpoint)는 우리말로 ‘대위법’이라고 한다. 대위법에서는 모든 멜로디가 독립적이고 음악성이 있는데 이것을 합쳐놓으면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 이번 작품에서도 소리꾼, 비올라, 기타, 피아노 각 순서의 독립적 음악이 마지막 다섯 번째에 합쳐지는 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아티스트 한요한은 “저는 전시작가이기 때문에 공연, 음악회보다는 페스티벌이나 전시를 해 왔는데 오늘 새로운 경험이다”라면서, “전시라서 가운데에도 설치물이 있다(작은 아날로그 TV 3대의 수직 구조물). 이것이 오늘 공연에서는 눈에 안 띌까 걱정인데, 자연스레 놓여 있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곡 ‘우리들의 기도(Our Prayers)’는 소개대로 앞 네 곡의 주요선율이 동시에 합쳐지기도 하고 각자에 포커스 되기도 하면서 강렬한 순간이 되었다. 모두 앞 곡, 앞 구역들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담았으면서도 그 합친 모습은 정말로 새로운 하나가 되어 있었다. 지난 십 년 여 작곡가가 걸었던 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클래식에서 현대음악, 오페라를 거쳐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독자적인 세련됨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의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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