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7회 ARKO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 추진단장 이건용) 국악부문 연주가 지난 1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승훤 지휘의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훌륭한 연주는 아창제를 더욱 격식있게 해 주었고 이 음악제를 성대하게 차려내고 있었다. 더불어 관현악다운 풍모를 잘 갖춘 강한뫼의 <파묵>, 유재영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8개의 소품>, 서민제의 <영고제>, 이고운의 대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숨, 생, 시>, 김지호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기억의 노래> 이렇게 다섯 곡은 각 작곡가의 개성대로 탄탄하게 펼쳐져 나왔다.
우리 전통음악의 삼현육각(三絃六角)에 기반을 두면서도 서양 현대음악의 꼴레뇨, 쥬테 등의 주법과 우연성 음악의 점묘적인 움직임 등을 적용하면서 국악에 새로움을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창제는 왠지 2년 전과는 또 다른 작품세계로 넘어옴을 어제 느꼈다(이 글 쓰고 묵혀놓은 날이 1월 28일). 세대가 바뀌고, 가르치고 가르침 받고 선보이고 평가받는 방식이 이 날의 작품들과 그 선발과정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아창제가 콩쿨이 아니라고 하면서 사실상 그 어느 콩쿨보다도 굉장히 경쟁적이고 투쟁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국악 5선발/44접수, 양악 5선발/80 접수). 2014 ARKO한국창작음악제에 작곡가 민영치의 곡이 조성적이고 역동적인 국악풍이어서 대중에게도 어필할 지점이 있었는데, 요 근래는 그런 시대와는 분위기가 다름을 느낀다.
심사의 문제도 있겠지만, 요새 젊은 세대 곡의 기법이 자연스레 현대음악 기법을 굉장히 어떻게 맛깔스럽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 묘기대행진이 되었다. 이 날 공연의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에서 모두 꼴레뇨(활대로의 주법)가 사용되었는데, 같은 주법이 사용된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 콩쿨도 아닌 다양성을 위한 음악제에서 동시에 선발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작곡가의 작품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경연대회니까 자신의 진득한 목소리를 내고 주제를 끌어가는 것보다는 기존 작품들의 특출난 것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최고의 대접으로써 연주회에 뽑힌 격이라는 것이다.
이 날의 관람을 통해 국악관현악이 이런 식으로 현대음악기법을 따라 소리 내고 악보 그리는 식이 경연대회에서 대접받고 수상하는 식이라니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서양현대음악 같은 국악관현악 작품들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창제에서 초창기 10년 이후 또 지난 10년 동안은 양악부문 소리스타일이 발전된 느낌 없이 맴돌이 하는 느낌. 양악부문에서 각 작곡가의 개성과 주제를 발전시키는 방식에서 특출되어지지 않는 점을 떠올려보니, 국악계는 오히려 돌파구로서 서양 현대음악기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깨달음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기득권이 원하고 인정하는 소리대로 이끌어져 나오는 그것이 문제이다. 유럽식의 현대음악 작풍이 우리 국악에까지 침투해 우리 고유의 장단과 흥을 조금씩 앗아가는 느낌이다. 작곡가라면 현대적인 기법이나 어떠한 기존의 스타일을 꼭 써야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음악계를 어떻게 함께 발전시키고 싶은지도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대금 청소리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국악에서 다함께 연주하는 것은 서양음의 Tutti와는 무엇이 다른지, 각 소리에 맞는 전체 형식구조는 어떠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작품과 연주는 훌륭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양악부문과의 구별이다. 기법이나 구조에서 국악관현악과 서양관현악은 출발부터가 다르고, 특히 국악에서 타악의 사용은 강박이나 지속음에서 사용되는 것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반면에 이 날 연주가 좋았기에 오는 2월 6일에 있을 양악부문에 진솔 지휘의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욱 특별해지지 않으면 비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월 6일 공연의 각 작품들도 예년과 마찬가지의 현대음악 스타일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작곡가들이 젊었던 만큼 이 날 정말 많은 관람객들 중에 이삼십대 나이 관객들도 많았다. 포털에 이번 아창제를 검색하면 후기가 제법 있다. 그들의 후기 중에는 "아! 나도 저렇게 써서 아창제에 뽑혀야겠다"라는 내용도 있다. 그만큼 아창제는 우리에게, 음악학도들에게도 중요한 잔치다. 자, 우리 어떻게 차려내야 할까. 아창제 유튜브에서 2014아창제에서의 민영치 작곡 <ODYSSEY-긴여행>을 들으며 이 날 관람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 국립합창단, 환경 캠페인송 '지금, 여기, 우리' 공개 (0) | 2026.01.29 |
|---|---|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2026년 새해를 여는 특별 무대! 슈만의 에너지, 타이유페르 한국초연의 발견, 라흐마니노프와 코다이로 완성되는 다채로운 관현악의 향연 (1) | 2026.01.12 |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창단 60주년 기념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 VIII "Final" 성료 (1) | 2025.12.19 |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창단 60주년 기념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 VII 성료 (0) | 2025.11.15 |
| [리뷰] 이영자 작품발표회 "DMZ는 이렇게 말한다 - 전장의 애가" (1) | 2025.11.1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