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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세토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모차르트 오페라 부파 잘 살려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26. 5. 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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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베세토오페라단(총예술감독 및 이사장 강화자)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가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3일간 총 3회에 걸쳐 서로 다른 캐스팅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모차르트 오페라 부파의 정수를 충실히 살려낸 무대로 기억될 만했다. 대본을 줄이지 않고 원본 그대로 장장 3시간 공연했으며, 특히 장식음의 표현과 다이내믹의 대비, 중창의 균형감, 그리고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긴밀한 호흡은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는 “여자는 다 그렇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랑과 믿음, 인간의 나약함을 다룬 작품이다. 18세기 나폴리 젊은 장교 굴리엘모, 페란도가 연인의 정절을 시험하기 위해 갑작스런 파병소식을 꾸미고는 낯선 귀족으로 위장하여 서로 상대방의 연인인 도라벨라, 피오르딜리지를 유혹한다는 설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철학자 돈 알폰소의 제안으로 이런 계략이 시작되고, 여기에 하녀 데스피나가 가담한다. 팜플렛에도 이 오페라를 ‘해학과 관용의 오페라’, ‘계몽적인 오페라’라고 적었는데, 이번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제시한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이 현재성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무대는 미니멀하면서도 상징성과 활용도가 높았다. 흰색 반투명 장막과 대칭 구조의 무대는 작품 전체에 세련된 통일감을 부여했다. 양쪽에는 자매의 공간을 상징하는 소파와 계단이 배치되었고, 중앙에는 출입문을 두어 인물들의 관계와 동선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분홍색과 하늘색, 자줏빛 조명과 의상톤은 인물의 감정 상태와 장면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예를 들자면 1막 2장에서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의 풍성한 치마가 각각 분홍과 하늘색인데 둘이 포옹을 하니 반씩 분홍과 하늘색으로 합쳐진 드레스가 되는 모습이 재미있었고 이 때의 조명은 아래쪽이 분홍색 위쪽이 하늘색으로 변화되어 통일성을 주었다. 2막에서 등장한 흰색 무대와 가시나무 형상, 사선으로 놓인 돌들은 변화하는 관계와 내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2막에 사용된 '라이브 피드 프로젝션(Live Feed Projection)'이 눈에 띄었다. 유혹에 넘어가 은밀한 연애를 하는 두 커플의 얼굴 옆모습을 실시간으로 긴 세로 장막에 크게 투사함으로써 내면을 확대해 보여주었고 관객은 표정과 눈빛 등으로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보다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에 새로운 시각적 층위를 더함과 동시에 제한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오페라를 입체적으로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가톨릭대학 예술융합미디어학과)

김여진 지휘자는 이번 베세토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가 국내 데뷔무대다. 한국인 여성 최초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부지휘자인 그는 이번 무대에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서곡부터 힘 있고 격식 있는 사운드를 이끌어내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페란도의 노래 등에서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 강약 대비를 섬세하게 살려낸 음악적 표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페라를 오랫동안 관람해 왔지만 이처럼 악상기호와 다이내믹을 잘 살린 무대는 흔치 않았다. 모차르트 특유의 투명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음향을 만들면서 템포를 무리하게 몰아가지 않고 성악가들이 가사를 전달하고 음악을 충분히 노래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았다.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는 중창에 있다. 여러 인물이 서로 다른 감정과 생각을 노래하면서도 하나의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모차르트 특유의 중창 구조는 이번 공연에서도 빛을 발했다. 1막에서 돈 알폰소와 피오르딜리지, 도라벨라의 ‘바람과 파도는 잔잔하게(Soave sia il vento)', 그리고 여자 둘, 남자 둘간의 노래, 커플들의 노래, 마지막 결혼식의 6중창과 합창까지 성악가들은 교차하는 선율 속에서도 각자의 역할과 감정을 분명히 전달했고, 합창단은 주요장면의 느낌을 부각시켜주었다. 

주역 성악가들의 활약 역시 돋보였다. 24일 공연에서 피오르딜리지 역의 소프라노 세린 드 라봄은 긴 호흡과 안정된 성량으로 모차르트가 요구하는 기교를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특히 높은 ‘레’음까지 고음역으로 치솟는 선율에서도 흔들림 없는 발성과 여유로운 표현력을 보여주며 인물의 내적 갈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2막에서 라이브 카메라로 얼굴이 클로즈업 되며 불렀던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으리(Come scoglio)’에서는 유혹을 거부하려는 의지와 흔들리는 감정 사이의 갈등을 섬세한 표정과 노래로 선사해 브라보를 받았다. 도라벨라 역의 메조소프라노 전유현 역시 따뜻하면서도 탄력 있는 음색으로 여성다운 포근함과 상황판단력을 지닌 인물의 매력을 잘 드러내주었다. 

굴리엘모 역의 바리톤 전병권은 윤기 있는 음색과 안정적인 가창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유쾌한 오페라 부파의 성격을 잘 살리면서도 인물의 자존심과 상처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페란도 역의 테너 김은국은 ‘사랑의 숨결은(Un’aura amorosa)’에서 부드러운 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중심이 단단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강약의 대비와 크레센도, 데크레센도를 강조하여 인물의 내면을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의 브라보를 이끌어냈다.  

하녀 데스피나 역의 강혜명은 이번 공연의 활력소였다. 선명한 발음과 재치 있는 연기, 그리고 빠른 레치타티보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의사와 공증인으로 변장하는 장면에서는 캐릭터에 맞는 코믹한 음색과 제스처로 노래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극의 사건을 만드는 철학자 돈 알폰소 역의 베이스 김관현은 중후하면서도 힘 있는 음성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지나치게 권위적이지 않은 현대적인 해석과 동시에 합창단의 노래와 등퇴장을 자연스럽게 지휘하며 ‘관용’이라는 극의 메시지를 안정감 있게 전달했다. 

<코지 판 투테>는 주인공이 여섯 명이기 때문에 피아노나 소규모앙상블과 주역 여섯 명만으로도 공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2026 제1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베세토오페라단  <코지판 투테 : 사랑의 맹세>에서는 베세토오페라단의 30년 내공과 강화자 이사장의 대형 스케일에 걸맞게 화려한 그랜드공연으로 열렸다.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김여진 지휘자와 함께 모차르트 특유의 투명한 음향과 섬세한 다이내믹을 구현하며 오페라 품격을 갖추어주었다.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과 늘해랑리틀싱어즈합창단은 군대합창과 결혼식 장면 등에서 풍성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랑유예술단이 선보인 의상은 무대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며 작품의 우아한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결혼식 장면에서는 화려한 의상과 꽃가루 연출이 더해지며 축제적 분위기를 형성했고, 마지막 6중창은 작품이 전하는 화해와 관용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베세토오페라단의 이름은 베이징(Beijing), 서울(Seoul), 도쿄(Tokyo)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동아시아 오페라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비전이 담긴 이름이다. 올해는 대한민국오페라단 연합회 아르코 지원금 반납사건 등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각 단체들이 자체 예산과 후원에 의존해 공연을 제작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베세토오페라단은 풍부한 경험과 세련된 감각으로 모차르트 오페라의 원형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작품 자체의 힘과 음악적 완성도를 살리면서 관객이 주목할 수 있는 오페라에 집중했던 이번 <코지 판 투테>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예술의 본질이 더욱 빛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202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창작오페라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베세토오페라단의 앞으로의 행보에 커다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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