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선 ‘사이언스 쇼: 스페이스 로맨스’. 영상, 의상, 무대셋트, 줄거리 등에서
우주를 세밀하고 충실히 살렸다. ⓒ 문용호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AYAF2015 다원예술부문 박민선의 <사이언스 쇼: 스페이스 로맨스>(1.8-10,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는 2065년 미래 오딧세이 호의 우주탐사와 김철수 박사와 이영희 안드로이드의 사랑을 우주선 셋트, 의상, 영상 등으로 소극장 무대에 잘 살렸다. 연출가 박민선은 3년 전 홍대 헌 책방에서 ‘라이프 인 스페이스’라는 책을 발견한 후 <시간의 역사>,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등 과학대중서와 SF소설, 영화 리서치로 작품을 착수했다.
공연 팜플렛에는 2020년 기후변화와 식량부족, 2030년 화성이주계획 성공, 2035년 제3차 세계대전, 2065년 주인공 김철수 박사 최초의 성간우주여행 시도 등 작품의 줄거리와 우주여행 가상역사, 용어해설 등 미래세계의 일정을 실감나게 정리해 놓았다. 과학 문외한이었던 연출이 제법 촘촘하게 미래를 설정한 것이 놀라웠다.
공연이 시작되면 우주선 ‘오딧세이호’가 “발사 10초전 9,8,..점화시작..2,1,이륙!!”이라고 눈부신 엔진불빛을 밝히며 광속의 절반속도로 우주성간여행을 시작한다. 하단부 분리 후 주 엔진을 끄고 8분 40초 만에 정상궤도에 접어든다. 우주선 내부에는 두 우주인 김철수 박사와 이영희 안드로이드가 앉아있다. 강하고 화려한 조명탄과 우주선의 출발 엔진음, 선체 내 방송과 수신 영상, 별, 화성 표면 등 우주를 표현한 영상 등에서 함께 우주항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사실감을 준다.
철수(박건우 분)와 영희는 조종실에서 계속적으로 선체 내외부를 눈과 손으로 점검하며 운전중이다. 화성이주 프로그램이 안정궤도로 500명이 이주중이라는 메시지 영상이 방송된다. 안드로이드번호 NC41 이영희 역시 처음에는 화성이주프로그램을 위해 설계되었다가 지금은 철수 박사를 안내중이다. 4.24광년 떨어진 별 프록시마센터우리로 가기 위해 김철수 박사는 캡슐에 누워 10년간 저체온 수면상태에 돌입한다.
고요하고 끝없는 우주 속 수면의 느낌을 영희가 기타 치며 부르는 노래로 표현했다. 양념처럼 더해지는 전자기타의 꾸밈음이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5분 이상 계속되는 노래는 인류의 꿈인 우주를 담대히 헤쳐 나가는 한 우주인의 달콤한 잠과 무의식의 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해 주었다.
▲ 4.24광년 떨어진 별에 가기 위해 김철수 박사는 10년간 저체온 수면상태에 돌입한다. ⓒ 문용호
잠에서 깬 철수는 헛구역질을 계속하더니 지나간 시간에의 상실감과 우주항해의 무거운 책임감 등 복합적인 감정에 영희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린다. 영희는 “다 그런 거”라며 다독인다. 둘 사이의 애정전선이 야릇하다. 안드로이드도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영희 역의 김시연은 눈 깜빡임과 고개 갸웃거림 정도로 인간이 아닌 AI로봇을 잘 표현했다.
우주선의 기체이상으로 이들은 태양계에서 12광년 떨어진 타우세티에 도달하지만 덕분에 생명체 표본을 채취하게 된다. 이 때, 소행성들이 대거 다가오며 위협한다. 이 장면을 4개의 노래방 조명이 무대 곳곳에서 갖가지 빛깔을 띠고 회전하도록 해 우주가득 넘치는 별들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며 무척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음악 또한 딜레이와 리버브가 가득 섞인 전자기타의 점묘적인 음들이 빛나고 어른거리는 별빛에 잘 연결되었다.
소행성들의 위협 때문에 우주선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전원 부족으로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영희가 자신의 가슴에 박힌 플루토늄으로 엔진을 살리자 철수는 조종실 창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하지말라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며 운다. 혼자가 된 철수는 평행우주 속 지구로 도달하게 되고, 광화문에서 또 다른 자신과 마주치게 되면서 작품은 끝난다.
소규모지만 실감나고 꽤 충실한 우주선 세트와 복장, 영상과 느낌을 살리는 음악, 대본의 상상력으로 연출가는 자신이 상상한 예술세계를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 문외한이었던 작가, 연출이 광대한 지식과 만물의 생성과 미래의 우주를 책을 통해 축적하고 꿈을 키웠던 것, 그 막연한 꿈을 자신의 예술작품으로 알차게 구성하며 멋진 우주를 관객에게도 극을 통해 체험해주게 했다는 면에서 멋진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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