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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AYAF 2015 장병욱 ‘어닝쑈크’, 돈과 공연의 이중성, 경매쇼크로 보여주다

연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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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AF 2015 장병욱 ‘어닝쑈크’. 돈과 공연의 이중성을 카지노판과 경매, 각종 직업의
여섯명의 일반인이 보여준다. 철학교수가 돈의 이중성에 대한 자신의 논문을 얘기하는 장면. ⓒ 백성준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AYAF 2015 다원예술부문 장병욱의 <어닝쑈크>(1.14-20, 두산아트센터)는 한마디로 ‘쇼크’였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퇴장하면서 공연관람에 대한 댓가를 손수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어리둥절함 속에 관객은 공연문화에 대한 기존의 틀을 깨야만 했다.

연출가는 2014년에 2천만원이나 들여 제작한 공연에서 고작 18만원의 티켓매출이 전부였던 것에서 착안,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공연 앞부분에 ‘이익은 못 내도 최소한 적자는 면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 ‘2천만원 투자, 2천만원 매출’에 도전한다는 재미있는 영상이 흥미를 끈다. 관객들은 입장할 때 ‘실제 2천원의 효력’이 있다는 칩 10개와 손바닥 만한 좌석 번호판을 공연장 입구에서 받는다.

공연에는 카지노 딜러(여), 아프리카TV VJ(여), 항공사 마케팅 직원(여), 음악가(남), 영상광고 제작가(남), 철학가(남) 이렇게 여섯 명의 일반인이 등장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는 화려하고, 카지노딜러가 무대 가운데 배팅판을 펼치고 자기소개를 한다. 음악가가 등장, 카드패를 펼치고, 아프리카TV VJ도 무대에 들어와 카드패를 펼친 뒤 자기소개를 한다.

여섯 명이 카드패를 펼치고 자신의 직업과 각자 돈을 벌고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토론한다. 그 후 관객에게 ‘돈 버는 꿀팁’을 알려준다 한다. 항공사 직원은 비성수기에 여행가기, 표 미리 사두기 등을 말하며 관객들에게 마술모자를 돌리며 경매칩을 넣으라고 유도한다. 제법 많은 관객들이 칩을 웃으며, 반신반의하며 넣는다. 또 그녀는 공연장 객석이 뒷자리는 천원부터 맨 앞자리는 2만원의 이코노미 클래스라며 앞자리를 경매에 붙이자, 한 관객이 지원해 결국 앞자리를 ‘득템’한다.

▲ 공연 중 여섯 명이 손 게임으로 서로의 자리바꿈을 하는 장면. 흥미로우면서도
각 직업인생과 돈의 돌고 돌며 얽히는 모습을 암시한다. ⓒ 백성준


VJ는 방송에서 별풍선이 쌓이면 돈으로 어마어마하게 환산된다는 얘기를 하면서 음악가에게 호빵을 주고 ‘먹방’을 하자고 한다. ‘10년 경력을 자랑하는’ 카지노딜러는 자신이 55만원에 산 가방을 3만원 더 붙여 58만원부터 경매 시작한다. 55만원, 53,52만원...번호판을 드는 이가 아무도 없다.

사실 관객은 공연 중 계속되는 경매에 다소 당혹스럽다. 심지어 연출가 장병욱이 무대 쪽에서 인사하며 나와 자신이 280만원에 구매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낙찰가 300만원부터 시작해 220만원까지 내려가는데, 당연히 구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연을 각종 직업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돈 버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고,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트레이닝 받으며 일주일간 공연을 이끌어가게 한 점은 의미가 있다. 광고영상 제작가가 간접광고효과의 종류에 대해 말하고, 음악가는 주로 음악활동을 하고, 일주일 중 하루는 돈 버는 레슨을 해 겨우 생계는 유지한다고 말한 부분, 철학가가 한국인의 돈에 대한 이중성에 대해 프랑스어로 논문을 써 학회지에 게재했다며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배울 점, 알게 된 점도 있다.

그런데, 주로 여성은 배팅이나 사치, 과장된 수단으로 돈을 버는 식으로 보여지고, 남성은 연구, 예술, 논리적인 판매방식으로 돈을 버는 듯한 느낌을 알게 모르게 준 점이 관객이 눈치챘다면 여성관객들은 기분이 나빴을 부분이다. 혹은 이 사회의 구조와 ‘돈’이라는 제일 중요한 인생수단을 버는 성적 차이를 연출이 조사과정에서 느꼈고, 그것을 꼬집고자 함이었을까.

또한 계속되는 경매와 배팅, 급기야 연출가 본인까지 고가의 그림을 판매하려고 억지를 쓰는 모습은, 정말로 그림을 판매하고 싶은 것인지 어색하고 헷갈린다. 아니면 관객들이 공연 중 흔쾌히 재미삼아 사용했던 칩의 값을 관객 퇴장 때 배우들의 안내에 따라 본인의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2천원부터 2만원까지 눈물을 머금고 ‘실제’ 계산해야 했던 그 충격적인 과정을 통해 ‘돈’의 억지성, 아니면 돈을 통해 ‘공연’이라는 것의 한편의 ‘억지성’을 느끼도록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 1월 14일 공연에서 관객이 써낸 공연값에 대한 공연전후 값의 차이에 의한 손실액.
과연 공연이 끝난 일주일 후 어닝쇼크팀은 적자를 면했을까. ⓒ 박순영


아!!! 장병욱 연출은 아무튼 성공했다. 공연은 한마디로 그의 말대로 ‘쇼크’, 그 자체였다. 어닝쇼크(Earning Shock)가 아니라 로징 쇼크(Losing Shock). 공연 초반부에 공연을 제작한 해보카(havoca.com)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 공연을 통해 기대하는 가치를 관객들이 적었고, 공연이 끝나자 다시 적었다. 그 두 값의 차이를 영상화면에 보여주며 공연이 ‘손실’이라는 순간, 천장에서 동전이 무수히 쏟아지며 공연은 끝난다.

연출은 공연 일주일이 끝나고 ‘어닝쇼크(Earning Shock)’를 체감했을지, 돈 좀 벌어들이셨는지, 적자는 면하셨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런데, 또 느끼는 것이 있다. 이런 공연은 AYAF니까 가능하지, 또 언제 해보겠나. 젊은 창작자들의 도전을 가감없이 받아준 ‘AYAF 2015 공연예술 창작자부문’의 열린 선택과 뒷받침이 한편으로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실제 대학로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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