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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혜윰,울.너머의 '세렝게티에서 길을 묻다', 말 없이 떠난 너, 떠나보내며 흐르는 시간...

연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3. 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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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혜윰,울.너머의 '세렝게티에서 길을 묻다'. 24일 공연의 서윤신(오른쪽),정현준.
ⓒ 극단 혜윰,울.너머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극단 혜윰, .너머의 첫 정기공연 '세렝게티에서 길을 묻다'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316일부터 27일까지 공연되었다.

극단 혜윰
, .너머(Be.Yond Repertory Theatre Production)는 연극, 마임, 무용 등 장르의 경계를 '넘어' 말 없이 신체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지향한다. '혜윰'은 순 우리말로 '생각', '''경계'를 뜻한다.

이번 공연은 극단의 예술감독이자 연출인 홍주영 교수
(목원대학교 TV영화학부)가 지난 2006년 뉴욕에서 초연한 이래 한국에서 올리는 첫 공연이다.

한 시간 반 남짓동안
, 대사없이 두 배우의 몸짓언어에 의한 신체극으로만 진행되는 공연은 오히려 편안하고 집중된다. 말 없이 표정과, 반복되는 일상, 물고기, , 전화벨, 장미꽃다발 등 상징적인 오브제로 극은 흘러간다. 중간 때때로 등장인물들이 시청하는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 장면이 무대벽면에 영상으로 보여지고, 극의 소재가 되는 세렝게티에 대한 나래이션이 들려온다.

케냐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지상 최대규모의 야생동물들을 생태 그대로 보존해
, 관람객들이 야생생태계를 가장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말 없는 인간의 행동, 약육강식의 세상, 반복적인 행동도은 결국 야생생태계와 닮지 않았을까?

,,연출을 맡은 홍주영은 한 사람이 떠나고 남겨진 이의 일상을 떠난 직후와 몇 년간 시간이 흐른 후의 두 모습으로 대비해 일상의 한 공간 속에서 이들의 행동을 작품에서 표현했다.

24
일 공연에서 소파, 테이블, 작은 물고기가 담긴 어항, 현관문과 각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는 거실이 무대에 보인다. 두 남자배우는 서로 닮아 보이기도 하고 서로의 거울인 듯, 혹은 먼 미래 아니면 과거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손석희 아나운서 목소리의 뉴스가 들려온다
.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힘이 없어보이는 C(서윤신 분) 는 물고기가 담긴 어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계속 닦더니, 갑자기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간다.

반면
J(정현준 분)는 장미꽃다발을 들고 연신 기쁜 듯 웃음을 짓는다. 창문 커튼을 열고 밖도 쳐다본다. 장미꽃을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 그 사이 들리는 빗소리와 한참 울리는 전화벨소리. 장미꽃을 도로 들고 집에 들어온 J는 전화를 받지만 이미 끊어졌다. 계속 전화를 응시하는 J.

▲ 극단 혜윰,울.너머의 '세렝게티에서 길을 묻다'. ⓒ 극단 혜윰,울.너머



J
가 떠남을 방금 겪은 사람을 표현했다면, 윤신은 오래전에 떠남을 겪고 상실감에 오래도록 아파하는 이를 표현했다. 현준처럼 한 사람이 자신을 떠난 그 직후는 아직도 그 떠남을 인지하지 못하고 기대감을 갖고 밝은 마음의 상태를 가지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현실을 인지하고 아파한다.

반면
, 윤신처럼 떠나보내고 남겨진지 오래된 사람은 이미 어두운 마음에 무기력한 상태이다. 어항 속에 갇혀서 입만 뻐끔뻐끔거리는 작은 금붕어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그 중에 한 놈을 건져올려 아무 뜻없이 물 밖에 두는 잔인함도 보인다. 하지만,TV다큐멘터리를 보면서는 아무 생각없이 웃기도 한다.

끊임없이 기다리지만 그녀는 오지 않는다
. 구둣소리가 또각또각 들리지만, 현관 밖에 그녀는 없다. 밖에서는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온다. 전화벨이 울리지만 전화기를 들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메시지도 없다. 시간이 흘러 일상의 적막함을 벗고, CJ는 배낭을 메고 함께 길을 떠난다.

어느날 말 없이 떠나버린 이와 그로인해 남겨진 이의 일상
. 떠난 이와 함께했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닫힌 마음, 갇힌 공간 속 사람은 어항 속 물고기와 같다. 아니면 떠난이가 포식자이고 남겨진 이는 피식자인가.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인간의, 사랑의 세계 또한 정글과 같다.

이번 공연을 통해 본업인 무용이 아닌 연극무대에 선 서윤신
(FCD무용단 안무가)"이전 무용작품에서는 몸으로 주관적인 감정표현을 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똑같이 몸으로 표현하지만, 객관적으로 감정을 다루면서, 감정선과 호흡 위에 동작을 자연스럽게 얹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홍주영 교수는
"상시 문제를 안고 사는 우리, 일상의 사람들이 몸짓언어를 통해 치유받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를 바라며 공연을 올렸다""2006년 미국 뉴욕공연 당시 9.11테러를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다. 이번공연에서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세월호 얘기도 종종 하더라"고 작품에 대해 말했다.

극단 혜윰
, .너머는 탈장르와 고전의 재해석, 이 두가지 방향을 추구한다. 이번 첫 정기공연 '세렝게티에서 길을 묻다'에서는 다큐멘터리와 연극의 결합을 토한 탈장르화를 시도했다. 홍주영 연출, 한윤서, 이재현, 우혜민, 김영확, 서윤신, 정현준, 손주경, 목소리 배우로는 배우 이기욱과 이지선가 출연했다. 차기작으로 기존 고전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일 예정이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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