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 3막 엘자(소프라노 서선영)와 로엔그린(테너 김석철).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의 '로엔그린'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공연되었다.

국립오페라단이 1976년 국내초연 후 40년만에 독일어로 선보인 '로엔그린'은 3시간 20분 동안 현대적 무대, 필립 오갱 지휘의 탄탄하고 기품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국립합창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의 무대를 꽉 채우는 웅장하고 충실한 합창, 그리고 테너 김석철, 소프라노 서선영 두 한국 주역가수와 외국가수들과의 열연으로 기대보다 훨씬 더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베네수엘라 출신 카를로스 바그너 연출은 구원자 '로엔그린'을 신분을 숨긴 '사기꾼'으로 비틀어 정통적 해석과는 거리가 있지만,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로엔그린을 처음보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바그너의 오페라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바그너 또한 자신의 음악작품으로 정치상황을 표현해 독일 민족주의를 주창한 바, 고전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또한 고전을 읽고 또 읽는 좋은 한 방법이겠다.
 

바그너는 신화적 소재로 당시 정치상황을 반영하고 민족에 자긍심을 심어줄 오페라 작품을 많이 썼는데, 이를 위해서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사용했다. 또한 '유도동기(Leitmotiv)'라는 뚜렷한 선율의 반복으로 주제를 기억시키고, 말과 노래가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래와 오케스트라 반주의 음역대와 리듬형을 확실하게 대비시키는 등 오페라 작곡에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다.

▲ 1막 중 엘자(서선영)의 노래와 하인리히 왕(미하일 페트렌코).ⓒ 문성식 기자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무대(무대/의상 코너 머피)는 이러한 바그너 오페라의 방대한 규모를 반원통형 돔과 그 안의 5층 계단무대에 질서있게 자리한 합창단으로 집중시켰다. 이것이 전막에서 앞뒷면으로 회전하며 2막 앞부분에서는 측면 계단아래 구석공간까지 장면별로 적절하게 움직이며 조명(파브리스 케부르)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체 3막의 오페라에서 무대와 음악의 일체감은 흡사 유럽 오페라 DVD를 보는 듯한 몰입감으로 압도했다. 로엔그린은 서곡 대신 막마다 서주가 있는데, 1막 서주는 고음으로부터 아주 천천히 저음으로 펼쳐지며 역사와 신화 속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를 인도한다.

1막 1장 반원현 무대 계단에 브라반트의 군중들이 가득하고 전령의 안내로 하인리히 왕이 제국의 문제를 묻고, 텔라문트는 엘자가 남동생 고트프리트를 죽였다며 왕에게 판결을 청한다. 하인리히 왕 역의 베이스 미하일 페트렌코는 베이스임에도 맑고 정돈된 선율로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텔라문트 역의 바리톤 토마스 홀은 더욱 힘차고 강한 울림으로 사건을 긴박하게 몰아갔다.

▲ 1막 마지막. 주역들의 5중창과 합창의 조화가 돋보인다.ⓒ 문성식 기자


1막 2장 이윽고 텔라문트의 결투를 받은 엘자가 맑고 찬란한 반주위에 노래하며 등장한다. 엘자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은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자신을 구원해줄 기사 로엔그린에 대한 '엘자의 꿈'(Elsas Traum)을 부른다. 그녀는 2011년 독일 베스트팔렌주 최고의 소프라노 선정, 바젤 국립극장 주역가수 활동 등 독일어권 작품으로 특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막 3장 백조 고트프리트(양진형 분)를 타고 흰색 의상에 긴 칼을 든 눈부시게 찬란한 로엔그린이 무대를 가르며 등장한다. 테너 김석칠은 팽팽하게 탄력적인 고음과 울림으로 '감사드리리다, 나의 사랑스런 백조'(Nunseibedankt, mein lieber Schwann)를 부르며 과연 201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데뷔무대를 가진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두 남녀의 대화가 노래로 아름답게 이어지고 로엔그린이 엘자의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칼을 엘자에게 맡겨둔다. 군중들의 합창 사이에 하안라히 왕, 엘자와 로엔그린, 텔라문트와 그의 아내이자 마술사인 오르투르트의 5중창이 이어지고, 마침내 로엔그린이 텔라문트와의 결투에서 승리한다. 모두의 힘찬 합창으로 1막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2막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의 서주 후 무대가 회전하면 1장은 계단밑에서 오르투르트와 텔라문트가 서로 아웅다웅하며 엘자를 속여 로엔그린의 이름을 알아내 무너트릴 궁리를 한다. 텔라문드 역 토마스 홀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오르트루트 역 카트린 위놀드의 풍부한 성량, 악녀다운 세밀한 표정연기 등 둘의 듀엣이 2막 내내 악의 근원을 잘 표현해주었다.

▲ 3막 마지막. 신분을 밝힌 로엔그린(김석철 분)과 마법에 걸린 고트프리트(양진형 분).ⓒ 문성식 기자


2장 오르트루트는 엘자에게 자신을 용서하라면서 거짓으로 무릎꿇는다. 차와 케잌을 먹으며 엘자는 순수한 사랑을 확신하고 오르트루트는 엘자에게 로엔그린에 대한 의심을 불어넣으며 복수를 다짐하는 듀엣은 그야말로 선과 악을 여인들의 모습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3장에서 귀족들과 남자들이 영웅의 이끔으로 싸움터로 출정할 것을 다짐하며 합창하고, 4장 시작에서는 노래없이 우아한 오케스트라 반주속에 엘자의 결혼식을 위해 여인들이 드레스를 가봉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진행된다. 이윽고 오르트루트가 본색을 드러내며 로엔그린이 마법으로 모두를 속였다며 모함한다.
 

5장에서 텔라문트는 재판정에서 로엔그린의 출신과 혈통을 따져물으며 다시 고발하고, 마음약한 엘자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인리히 왕과 군중들은 로엔그린의 비밀을 캐지말자고 노래하지만 텔라문트는 자꾸 꾀여내며 엘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과정이 합창과 솔로 속에 녹아들며 마침내 두 주인공은 결혼을 향해 나아간다.

3막은 엘자와 로엔그린의 노래가 대부분이다. 결혼식 흰옷의 두 사람과 하얀 무대 속에 출신을 알려달라는 엘자와 그럴 수 없다는 로엔그린, 마침내 로엔그린이 자신은 파르지팔의 아들, 몬살바트의 기사 로엔그린이라고 밝히고 백조로 변했던 고트프리트의 마법이 풀린다. 하지만 결혼은 깨지고 찬란한 흰색 무대가 갈라지며 로엔그린은 다시 머나먼 길로 영원히 떠난다.

분열된 현실정치상황과 구원자 영웅, 어느시대나 그 맥락이 비슷하므로 고전은 역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은 대작을 현대감각에 맞게 깔끔한 톤으로 정리해 처음 보는이도 재미있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시국산황과 세부적인 내용들까지도 매칭이 되는 면이 있어서 공감이 간다는 평들도 있었다. 이것이 공연의 매력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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