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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 민족오페라 가능성 엿보여

오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5. 2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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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화가 윤현(테너 이대형)은 윤두서(그림 자화상)의 그림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고태암 작곡, 김민정 대본의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연출 장수동)이 5월 6일과 7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붉은 자화상>은 조선후기 화가 윤두서의 일화를 그린 오페라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한국예술문화위원회(아래 ARKO) 아르코창작아카데미 오페라과정에서 고태암 작곡가와 김민정 작가가 함께 탄생시켰다. 또한 ARKO 2016 오페라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으로 이번에 장수동 예술감독의 서울오페라앙상블과 함께 공연된 것이다.

고태암은 우리말과 장면에 대한 연구를, 현대음악 어법과 국악 장단, 시김새가 결합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잘 녹여냈으며, 김민정은 화가 윤두서의 자화상이 완성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고 설득력 있게 대본으로 출발시켰다.

장수동 연출은 이 신작을 기성작에 버금가는 무대화로 탄탄하고 안정감있게 선보여줬다. 오윤균의 무대미술은 한지로 여백의 미를 살린 회전무대로 합리적이고도 입체적인 무대규모를 맞췄고, 김평호 안무의 우리춤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설명해주었다.

▲청사초롱의 합창단과 영래(소프라노 이효진), 영창의 아리아가 사랑스럽게 기억에 남는다.ⓒ 문성식



또한 실력파 성악가들은 창작오페라를 맛깔나게 선보인 장본인들이었다.1막, 한지 회전 무대에 윤두서의 그림들이 펼쳐지고, 현대의 화가 윤현의 안내로 과거 속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선달(테너 위정민), 말복(베이스 바리톤 장철유), 나주댁(소프라노 이종은)은 충실한 노래와 익살스런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막 3장 검정그림자 같은 여성 무희들이 윤두서의 고뇌를 표현하고, '굳어버린 손, 텅빈화폭, 백색감옥'이라는 가사의 죽 뻗어가는 선율을 윤두서 역 바리톤 장철(5/6공연), 장성일(5/7공연)은 가슴에 와 닿도록 절절히 전했다.

1막7장 영래와 영창의 아리아는 작곡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대목이다. 대숲에 합창단의 붉고 푸른 청사초롱, 밤이면 몽유병에 걸리는 영래가 영창(검은 그림자, 윤두서의 제자)과 함께 "내 사랑을 말해"라며 부르는 다장조의 충만한 노래에서 소프라노 박하나와 테너 엄성화(5/6공연), 소프라노 이효진과 테너 김주완(5/7공연)은 브라보를 받았다.

▲ 검은그림자(테너 엄성화)가 빈 화폭을 가리키고 윤두서(바리톤 장철)는 괴로워한다.ⓒ 문성식



영래의 몽유병을 걱정하는 어머니 이씨 부인의 노래에서 메조소프라노 최정숙(6일)과 소프라노 이미란(7일) 모두 풍부한 성량과 몰입감을 보여줬다. 1막 11장 영래가 없어지고, 합창이 "아씨를 찾아라" 라며 긴박함을 알린다. 영창의 환영이 빈 화폭을 가리키고, 윤두서는 자화상을 그려야 영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윤현 역 테너 이대형(6일)과 최재도(7일)가 "무엇을 담아야 하나 텅 빈 화폭에!"라고 열창을 펼치며 장렬한 1막의 끝을 알린다.

2막 1장 회상장면인 3년 전, 사대부들이 민중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그림을 비판하는데, 푸른조명과 대비돼 사대부들의 색깔별 의상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의상디자인 신동임). 금관과 타악기로 음향에 긴박감이 더해졌고, 윤두서는 선비들과 "연판장을 돌려라"라고 역모를 꾀한다. "그림 속 세상이 아니라 그림 밖 세상을 펼치고 싶네"라는 윤두서와 '역능복주'를 했다고 꾸짖는 친구 이하곤(베이스 구교현)의 노래는 저음이 오케스트라를 뚫어내며 극의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감옥의 영창과 그 앞 윤두서와 윤현, 이씨부인, 영래, 이하곤의 6중창 역시 명장면이다.


▲고태암 작곡 창작오페라 '붉은자화상'의 감옥장면 6중창은 클라이막스로
<붉은 자화상>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문성식



스승의 밀지를 전한 영창이 감옥에서 부르는 "내가 죽으면" 아리아에서 테너 엄성화(6일)와 김주완(7일)은 고음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열창을 선보였다. 영창의 죽음에 영래도 결국 죽는다. 붉은 무대에 흑야(소프라노 이종은)가 저승에서 슬픈 인연 피어나라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노래한다. 죽은 딸과 영창이 꽃가루 속에 올리는 슬픈 결혼식, 윤두서와 합창의 "너를 죽이고서야 빈 화폭을 채우노라, 자화상"이라는 노래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지고, 이제야 완성한 윤두서의 얼굴이 영상으로 무대 가득 펼쳐지며 대단원의 막이 관객의 브라보와 함께 내린다.

한국오페라 70년 역사와 함께한 창작 오페라를 향한 열망은, 현제명의 <춘향전>(1949)을 시작으로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우리 정서와 우리말 발음을 잘 살린 오페라, 음악을 모르는 이도 공감하고 보고 싶어 하는 레퍼토리화 될만한 작품을 우리는 기다린다는 것이다. 천재 오페라 작곡가를 키워내려면 <붉은 자화상>을 우리의 자화상으로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흑야(메조소프라노 이종은)는 검은무리의 영매로 극의 갈등요소를 뚜렷이 부각시킨다.ⓒ 문성식


이제 오페라는 무수히 배출되는 창작자와 성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실용적 아이템으로 키워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오페라 하는 방법 어디 없을까. 그리고, 국내 곳곳의 마을회관과 문화센터, 해외 현지 오페라하우스에서 우리의 창작오페라가 자주 울려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냈으니 말이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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