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막에서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김라희가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를 열창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서울시오페라단(예술감독 이경재)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6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되었다. 대형 오페라 작품이라 국내에선 자주 공연되지 않는 데다,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감독 취임 이후 2018년 첫 정기공연이자 국내 오페라 연출의 거장 장수동이 연출을 맡았기에 더욱 기다려졌다.

27일 공연을 보았다. 기다린 만큼 보람은 있었다.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와 칼라프 왕자의 사랑의 줄다리기가 긴장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무대 규모와 제작 시간이라는 현실에 걸맞은 연출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공연은 모든 좌석 뒤편에 자막 안내가 나와, 무대 꼭대기 위나 양 옆 전광판을 볼 필요가 없다. 반면에 가로로 긴 무대 길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 3막. 칼라프 역 테너 박지웅이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열창중이다.ⓒ 세종문화회관


모든 오페라가 그렇듯 전체 3막 중 1막은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관객이 집중하기 좀 어렵다. 류, 칼라프, 티무르 3명 주역의 성량과 연기는 훌륭했다. 그러나 무대 양 옆으로 퍼져있는 합창단과 단조로움을 메우려는 무용단의 움직임 때문에 다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동 연출의 작품은 뒷심이 강하다. 전체 흐름에서 주역 가수가 꽉 잡아줘야 할 부분은 반드시 세밀하게 잡고, 합창만으로 극의 흐름 설명이 부족할 때는 무용을 투입한다.

오페라는 성악, 무대, 연기, 의상, 조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든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만약 그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할 때는 다른 것의 에너지를 더 살리는 방법이다. 오페라에 정통한 관객에게는 무용 등으로 흐름을 흐리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일반 관객은 제자리에서 가만히 부르는 합창단의 외국어 노래는 단조롭게 여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용이나 조명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1막의 서술이 무르익을 즈음 등장하는 류, 칼라프, 티무르와 핑, 퐁, 팡의 6중창과 군중의 합창은 꽤 멋지고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에 칼라프가 자신의 여정을 알리며 큰 징을 칠 때는 모션만이고 실제 소리는 오케스트라에서 나서, 동작이 있는 곳에서 소리가 발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2막 도입의 핑,퐁,팡의 삼중창이 흥미롭다. 핑(바리톤 임창한), 퐁(테너 정재윤), 팡(테너 김재일).
ⓒ 세종문화회관


2막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하다. 핑(바리톤 임창한)의 굵직하고 믿음직한 목소리, 퐁(테너 정제윤)의 맑고 순수한 음색, 팡(테너 김재일)의 명료하고 경쾌한 음색이 어울려 칼라프의 여정을 예고한다.  무대를 깊이 사용해 안쪽 제일 높은 곳 황금빛 세트에 앉아 있는 알툼(테너 김재화)의 모습과 목소리에는 엄숙함과 위용이 깃들어 있었다. 알툼 뒤 배경에는 '쏘아보는 눈' 모양의 영상과 파란톤의 무대에 24개의 빔이 사선으로 늘어져 왕좌의 찬란함을 잘 연출했다.

투란도트의 등장부터는 이제 몰입이다. 그녀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관객은 숨죽인다. 눈을 치켜뜨거나 내리뜰 때, 그 날렵한 옆모습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이전 대구오페라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소프라노 김라희는 부드럽고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투란도트 답게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고 과장된 창법으로 노래해, '과연 투란도트가 저랬겠지' 하는 느낌이 들게끔 관객을 빨아들였다.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께의 답, LA SAPELANZZA(희망), IL SANGUE(피), TURANDOT(사랑)를 칼라프가 알아맞힐 때마다 전광판에 띄워 눈길을 끌었다. 또한 칼라프 역 박지응은 이 장면에서 희망과 승리에 찬 표정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담은 충실한 음색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박지응이 부르는 3막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공주를 그리워하는 꿈에 젖은 밤의 감성을 잘 표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힘 있고 팽팽한 탄력이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까지 잘 전달되며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다. 투란도트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호소하는 류 역 소프라노 신은혜의 '가슴 속에 숨겨진 사랑(Tanto Amore, Segreto)'도 음색과 연기가 일품이었다.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막 장면. 오윤균의 무대미술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파란색 빔 조명과 붉은색 강렬한 눈 영상으로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세종문화회관


류는 칼라프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칼로 목을 그어 자결한다. 그녀의 죽음에 투란도트는 뭔가를 깨우치게 되고, 자신의 미묘한 감정에 맞서려 하지만 결국 칼라프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이 장면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무대장치를 가린 무대 커튼 앞에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이중창에만 집중되는데, 이로 인해 인물들의 감정선이 노래와 연기로 더 잘 드러났다.

왜 지구종말에 임박한 시대의 서울 당인리 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배경이어야 하는지, 간혹 3막 대단원의 합창에서만큼은 무용을 절제해도 되지 않았을지, 1막에서 의상과 조명 모두 어두운 분위기에 희뿌연 연기가 과도하게 사용된 것은 아닌지 등의 부분적인 궁금증은 남는다. 만약 <어벤져스> 시리즈 등의 미래를 그린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배경설정이 그다지 어색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푸치니의 아름답고 웅장한 음악을 주역 가수들과 서울시합창단(합창지휘 강기성)의 가창 그리고 성남시립교향악단(지휘 최희준)의 훌륭한 연주로 표현했다. 이를 오윤균의 무대미술과 조명, 안무와 잘 조화시켜 힘의 균형과 에너지의 완급 조절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오페라였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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