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어린왕자'. ⓒ 국립현대무용단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영원한 꿈이자 삶의 현재가 될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5주년 기념작 <어린왕자>(안무 안애순)가 작년 초연에 이어 올 연말도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12 9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어린왕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춤과 공간감 가득한 영상으로 어린이, 어른 가족 다함께 현대무용이 된 어린왕자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영상 가득 우주 별이 가득하다
. 마치 3D영화를 보는듯한 공간감에 관객도 함께 우주를 날아다니는 느낌이다.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하고 오른쪽 무대에는 어린왕자(김진우 )가 화산 위에 앉아있다. 어린왕자는 여러 별로 여행하며 다양한 만남을 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어린왕자'. ⓒ 국립현대무용단



몽환적인 선율과 잔잔한 비트감의 볼레로풍 음악 속에 붉은 의상의 무용수들이 매혹적으로 벌어지고 오므라지는 장미꽃을 표현한다음악이 뱀의 혀가 날름거리며 또아리를 트는 것 같은 느낌이다왕자가 장미꽃을, 서로를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집중감있게 보여주었다.

번쩍이는 눈, 코끼리를 통째로 먹은 보아뱀이 영상에 크게 보인다
. 큰 풍선옷을 입은 무용수들, 천장의 싸이키 조명이 회전하고 노랑색 빨강색 파랑색 그림자가 현란하게 회전한다. 짖궂은 아이들의 모자 뺏기 놀이 모습도 보인다. 영상 속 별 모습이 점차 라켓, 야구공 등 지구의 부산물로 변한다. 화면가득 정신없이 펼쳐지는 숫자는 메말라가는 현실, 지구상의 어른들을 표현한다. 슬픈 미뉴엣이 들려온다. 

마지막 장면인
 
'도시'장면은 클라이막스로 전체공연 80분 중 20분으로 가장 길다. 영상에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며, 건물 창문 속 사람들의 포즈가 확대된다. 어린왕자는 아득하게 그것을 바라본다. 화려하던 도시는 검게 어두워지며 무용수들은 저마다 바쁜 현대인부터 외로운 인간군상까지를 표현한다. 마침내 가운데 벽이 갈라져 어린왕자가 다가오지만 결국 하늘로 자기별로 날아오른.


▲국립현대무용단 '어린왕자'. ⓒ 국립현대무용단

정재일의 음악은 장면에 따라 볼레로, 펑키, 메탈, 슬픈 미뉴엣 등 다양한 스타일로 무대를 꽉 채웠으며, 김지운의 영상(구성/대본도 함께 맡았다)은 항성, 도시, 새 등 '어린왕자' 각 장면을 공간감과 실제감으로 현대무용의 추상성을 구체화해 이번 '어린왕자' 120% 표현해주었다. 후지모토 타카유키의 조명은 전체작품을 한 톤 업그레이드 시키는 색채감과 문양으로 원색 그림자의 빠른 회전 등 입체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왕자>는 가족무용극으로, 어린이와 일반관객에게도 현대무용을 다매체를 통해 쉽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잘 제작되었다'어린왕자'로 활약한 아이돌 그룹 '위너' 김진우의 인기는 공연 후 대기실 앞을 메운 팬들의 모습에서도 보였는데, 이번 공연을 더욱 인기상품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안애순 감독의 주요 안무 화두인 도시 속 현대인의 모습까지 '어린왕자주제와 맞물리며 잘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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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말하다 2016'에서 2013년 출연진 이선태가 높은 점프를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의 대표 레퍼토리 '춤이 말하다'가 지난 3년을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공연된 '춤이 말하다 2016' 공연에는 2013~2015년 총 3년간의 출연진이 총출동했다.

보통 무용공연은 연극이나 노래와 달리 '말'이 없으므로 추상적이고 무대 위 무용수가 어떤 과정으로 춤을 만드는지 모르고, 무용수에 대해 무대 자체만으로는 알기 힘들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 시리즈는 렉처퍼포먼스의 형태로 1인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동시에 말로 렉처를 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 특이함이 궁금증 해소와 접근성 측면에서는 통했다. 하지만 반대로 춤 자체를 생각하고 온 관객이라면 다소 어색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10월 28일 공연에서는 2013년 '오늘의 춤'이라는 주제로 무대를 선보였던 김운태(한국전통춤), 이나현(현대무용), 이선태(현대무용), 디퍼(스트릿댄스), 안지석(스트릿댄스) 총 다섯 명의 무용수가 3년 만에 더욱 새로워진 모습으로 무대를 올렸다.

▲'춤이 말하다 2016' 에서 이선태(현대무용)와 이나현(현대무용,오른쪽)ⓒ 국립현대무용단


이날 유일한 여성무용수인 현대무용의 이나현은 자신의 춤 철학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춤으로 이를 설명했다. 드럼(이효성)이 라이브로 연주하며, 춤과 음악의 교감을 보여주었다. 무용교육 현장의 이야기, 무용교육은 우선 암기된 동작을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잘 관찰해야된다"고 말했다. 안무가로 활동한 이후 '악덕 사장님'처럼 무용수들을 괴롭혀야 하는 심정, 후반부에는 이선태가 등장해 남성과의 2인무를 출 때의 즉흥, 몸의 역학적 관점까지 이야기해주었다.

다음으로 스트릿댄서 디퍼(김기현)가 등장했다. 중간중간 고난도의 동작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비보이 1vs1 대회의 챔피언으로서 길거리 춤으로서의 불같은 에너지와 배틀 현장의 팽팽한 기운 등을 전해주었다. 길거리 춤을 추는 아이들이었는데, 대회에서 우승하니 '디퍼'라는 춤꾼이 아니라 '우승자'라는 타이틀로 바라보는 시선 등도 말했다. 항상 강렬해야 하는 비트 댄스로부터의 균형을 위해 취침 전에는 부드러운 음악을 듣는다며, 피아노 반주(박세현)에 맞춰 다양한 비보잉 바리에이션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트릿댄서 디퍼는 파워풀한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며 길거리 춤의 긴장넘치는 세계를 설명했다.
ⓒ 국립현대무용단


이선태는 발레를 추며 등장했다. 자신의 신체조건은 '발레'에 적합하고 어릴 적 '비보이'로 시작했지만, 자유롭기 위해 '현대무용'을 택했는데 어느덧 콩쿠르 왕이 돼있었다고 했다. 역시 TV 프로그램 '댄싱9' 출연 덕분인지 춤과 말을 동시에 하면서도 호흡선이나 발성이 뚜렷했다. 특히 현대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나 매표율 등 통계치가 뮤지컬, 음악 등 타장르에 비해 현저히 저조함을 춤으로 표현해내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스트릿댄스의 안지석이 자유로운 춤에의 몰입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지석은 비트와 신비로운 음향의 울림 속에서 너울너울 자유로운 춤을 먼저 선보였다. 춤을 추면서 행복한가 묻고 그 답을 '몰입'으로 내렸다고 했다. 몰입할 것이 없었을 때 불안했던 20대 초반, 그는 스트릿댄스를 만나면서부터 현대무용, 퍼포먼스, 마임, 부토, 태극권 등을 다양하게 섭렵했다. '춤추는 목적이 변질돼서는 안되는구나'를 깨닫고 흐름에 몰입한다는 안지석은 "좋은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자가 좋은 관객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면 참 좋은 것 아니겠냐"는 멘트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무대는 한국전통춤의 김운태였다. 연희단 팔산대의 흥겨운 반주에 맞춰 김운태는 '춤추는 바람꽃'을 선보였다. 사뿐사뿐 흥겨운 춤을 모두 발산하지 않고 머금어 보여주는 것에서 흥이 배가됐다. 풍물패 가락은 변화무쌍하고도 일사불란해 큰 음량이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고 흥겨웠다.

▲한국전통춤의 김운태와 연희단 팔산대가 '춤추는 바람꽃'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한자락이 끝나고 이선태와 디퍼가 등장해 질문을 한가지씩 하면서 렉처무대를 자연스레 이어나갔다. 5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명색이 무용수인데 가난해 보이는 것보다) 있어 보이려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며, 제자들에게는 "춤을 (나이들 때까지) 오래 추려면 뻔뻔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웃음을 주었다. 이후 초등학생 제자들까지 모두 나와 고난도 액션인 상모돌리기를 하며 전통연희 한바탕을 선사해 큰 감동을 주었다.

29일 공연에서는 2014년 버전 '소진되는 몸'에서 오철주(한국전통춤), 차진엽(현대무용), 김설진(현대무용), 디퍼(스트릿댄스)가, 30일 공연에는 2015년 버전 '스튜디오의 안과 밖'을 주제로 김영숙(한국전통춤), 예효승(현대무용), 김설진(현대무용), 김지호(파쿠르)가 각자의 춤을 이야기했다. 3일 공연 모두 각기 개성의 다양한 춤의 렉처로 주말 동안 관객들은 객석을 가득 메우며 인기리에 공연됐다.

한편, 국립현대무용단은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춤의 연대기' 공연으로 '강가앙수울래애(안애순 안무), '조절하다'(박순호 안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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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리에주극장 공동제작 '나티보스'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현대무용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 공동제작의 <나티보스(Nativos)>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세계초연되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년 슬로건이 '접속과 발화'로 <이미아직>이 지난 6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것에 이어, <나티보스>는 벨기에 타뇌르극장, 벨기에한국문화원, 프랑스 브르타뉴국립극장, Ruda asbl이 공동제작 파트너로 참여해 한국초연과 유럽투어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나티보스'(Nativos)는 스페인어로 '토박이' 또는 '토착적인'이란 뜻이다. 안무를 맡은 애슐린 파롤린은 리에주극장의 연계 아티스트로 이번 <나티보스>에서 한국적 샤머니즘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토대로 그것을 보편적 정서와 춤으로 풀어냈음을 작품에서 보여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靈)의 세계를 육체를 통해 표현해 낸 춤에는 반복에 의해 강화된 에너지와 견고함으로 느껴졌다. 반복되는 동작으로 신내림과 주술의 과정, 그로 인한 마지막 단계의 치유까지 그냥 짜맞춘 춤이 아니라, 상당히 본질을 꿰뚫고 단단히 조인 인상을 주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리에주극장 공동제작 '나티보스' ⓒ 문성식 기자


무대가 시작하면 무용수 네 명이 저마다 옆모습으로 축 늘어져 있다. 애슐린 파롤린이 직접 선발한 국립현대무용단의 네 명의 무용수 박재영, 유용승, 임종경, 최용승이다. 타악기와 소리를 맡은 여성룡이 굿판의 무당역할로 "좋구나, 왔구나, 명도 주고 복도 주고"라며 신들을 불러모은다. 관객들에게 어필하며 표정과 목소리로 굿의 과정을 유쾌하게 인도한다.

그가 자리에 앉아 타악준비를 하면 옆 피아노의 레아 페트라가 피아노를 시작한다. 프리페어드 피아노처럼 웅성거리는 빠른 리듬의 타악적 효과로 컴퓨터 타자 치듯 속사포처럼 결의에 찬 모습으로 친다. 특색있는 리듬과 음색이 무용수들의 동작을 잘 살려주며 작품의 의미를 찾아준다.

신이 내린 몸은 한 곳을 쏘아보며 섰다. 흰 한복에 여자귀신이 내린 몸은 다소곳하게 관객을 응시한다. 접신할 때는 몸을 꿈틀꿈틀거린다. 웃음귀신이 씌웠을 때에는 이유도 없이 계속 허무한 웃음표정을 짓고 몸동작을 한다. 인간 세계의 연장선처럼 귀신 세계에도 갑과 을, 먹고 먹히는 관계가 존재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리에주극장 공동제작 '나티보스' ⓒ 문성식 기자


꽹과리, 장구, 구음, 피아노의 미묘한 진동으로부터 톤 클러스터를 넘나드는 음색 속에 접신한 얼굴은 입이 삐뚤어지고 몸이 뻣뻣해진다. 한 귀신이 다른 귀신을 조롱하며 쫓아내기도 한다. 마침내 제각각이었던 네 명은 하나가 되어 흡사 국민체조와도 같은 군무를 시작한다. 무당의 마지막 푸닥거리 같이 정신없이 계속적으로 같은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안무의 파롤린은 항상 작업을 이전작업의 연장선에 놓고 한다는데, 이번 작업 또한 그녀의 전작 <Heretics>에서의 반복과 추상, 상징의 특징을 연장했으며, 그 때 함께한 음악가 레아 파트라와 이번에도 함께하며 소리의 반복성으로 주술성을 의미화했다.

한국 무속에서 세계적 보편성의 춤으로 표현될 <나티보스>와 국립현대무용단의 세계투어 속 멋진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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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무용단 '공일차원'. 기계화된 현대사회를 '0과 1'의 기호체계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인간욕망과 꿈, 부품화된 몸에 대해 그렸다. ⓒ 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의 공일차원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6 5일부터 7일까지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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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로 접어들면서 기계화된 사회, 그 속에서 부품화된 인간의 문제를 항상 화두로 가지고 있다는 안애순감독은 이번 작품에 특히 영화 '만신'의 박찬경 감독, 영화음악과 무용음악 등으로 다채롭게 활동중인 장영규 음악감독을 영입해 더욱 탄탄하고 밀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무대에는 붉은색 커튼형태의 긴 천 두 개가 강렬하게 드리워져 있다
. 알록달록 캐주얼한 의상의 무용수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통일성이 있다. 반복되는 음과 사이렌 소리 배경으로 무대 가운데 커튼 사이로 푸른 우주가 1/3쯤 보인다. 무용수들이 등을 약간 구부리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미래의 우주인과 현대의 영혼 없는 삶을 섞어 표현한 듯하다.

장대한
6-70년대 괴기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음악으로 바뀐다. 썬그라스 남자는 나른한 듯 몸을 풀고, 여인 둘은 단아하게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윽고 쓰러진 여인에게 다른 남자가 접근한다. 이미 먹고 버려진 먹잇감을 사냥하는 하이에나의 모습이다.

이제
, 21세기 물질문명 시대 부속품처럼 쳇바퀴 같은 삶이 성행위와 동성, 집단 성 행위로 표현된다. 움직임은 야한 것이 아니라, 기계운동처럼 천천히 나사가 정교히 맞물린 가운데 톱니처럼 계속될 뿐이다. 그로테스크한 음악은 고음까지 가세해 더욱 공포스럽다. 13명의 남녀무용수가 서커스 같은 여러 대형을 보여주고, 이동식 대형거울 네 개가 남녀 커플들의 자화상을 비춘다. 인간들은 결국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공일차원' 중. 끊임없는 노동의 강도가 그래프로 표현되고 있다. ⓒ 문성식기자

공허한 바람소리와 약한 철길소리가 들린다. 가운데 남자가 크게 몸을 휘두르며 대장장이처럼 쇠망치로 쇳덩이를 계속적으로 때린다. 다른 무용수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무대를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줄지어 돈다. 한두명씩 쓰러지면서 영상에 0,1,2의 숫자들과 두드리던 쇳덩이 돌의 모습, 별들의 표면, 사람, 요란하게 돌아가는 잭팟과 숫자들이 보인다.

대결 장면이다
. 남녀 서로 한 조를 이루어 대결하기도 하고, 다 같이 무리짓기도 한다. 간혹 여성들이 내는 고음의 야릇한 소리도 인상적이다. 아주 길게 서로 겹치는 글리산도 음이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고음 플루트의 플라터텅잉 반복음과 현악기 피치카토 등이 복잡하게 겹치며, 무용수들은 복싱자세로 서로를 또는 알 수 없는 허공의 누구를 향해 목적없이 싸우다가 몸을 포개어 탑을 쌓으며 쓰러진다.

끝을 알 수 없는 행군과 싸움
, 학대당한 몸, , , , 팔의 부위가 확대되어 영상 화면가득 보인다. 다시 반복되는 현실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비닐과 검정망토를 걸친 영웅을, 영화 ‘어벤저스’ 같은 영웅과 분홍 드레스를 입은 공주를 꿈꾼다. 공주가 홀로 춤추고, 우리가 도달하고 싶지만 저 멀리 보일 뿐인 우주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품은 끝난다.

▲ 복싱자세로 서로를 향해 대결하는 모습에서 현대사회의 극한의 구조가 느껴진다. ⓒ 문성식기자

시각연출부터 조명, 의상컨셉 설정, 포스터촬영까지 두루 관여한 박찬경감독은 전체적으로 1950·1960년대의 레트로(Retro, 복고) 형식으로 만들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 마치 외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이고, 또한 현대사회에서 단순한 노동, 일상들이 디지털화되고 이윤화되고, 고통받는 몸들을 영상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현실세계와 노동, 경쟁, 동화세계가 번갈아 나온다. 현실세계는 반복되는 음으로 통일성을 주고, 각 가상세계의 특징이 효과음과 음조각으로 드러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5년을 , , 바깥이라는 화두로 관점의 다원화를 이루어나간다. 이후 공연은 6 19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바깔-레지던시: 교류 프로젝트로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 & 요헨 롤러 그림문자를 공연한다. 한편, ‘공일차원은 올 하반기인 10 31일부터 11 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재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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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애 <어제 보자>. '언어'가 '동작'을 규정하는 것을 탈피하고 재설정
함으로써 동작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 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현대무용단이 <끝-레지던시: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로 안무가 임지애의 <어제보자>와 안무가 윤푸름의 <17cm>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현대무용단이 현대무용의 역할이 기존의 경계를 흔들고 현실을 새롭게 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2015시즌 키워드를 [밑 끝 바깥]으로 정하는 그 첫 작품으로 올려졌다.

안무가 임지애의 <어제보자>는 말에 얽매이는 몸짓을 분리해 3명의 남녀 무용수로 풀어냈다. 60년대 영화 <자유부인>과 40년대 영화 <미몽>에서 임지애는 장면의 연결방식이 즉각적이지 않고, 본인이 생각했던 타이밍보다 한 템포 늦게 서술되는 것에서 작품의 착상을 얻었다.

언어에 대해 한 사람이 생각하는 동작과 그 방향성, 결과가 실은 각 사람별로 다를 수 있고, 각각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시작해, ‘말’을 분절시키고, 무음으로 만들기도 하고, 말과 전혀 상관없는 우스꽝스런 몸동작, 기괴한 고음이나 저음의 음성 등으로 말을 의도적으로 일그러뜨린다.

말의 비틈에 집중했기 때문에 작품 내내 거의 음악이 없다. 일상적인 말이 아닌 것이 주는 긴장감과 말과 분리된 행동, 그런데 그 행동이 참 재미있다. 특히 장홍석 무용수의 말과 그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작과 표정은 무척 재미있고 작품내용을 제일 표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사용, 정보의 검색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해진 것에 대해서 ‘검색된’ 말의 내용을 장홍석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관객의 웃음샘을 자극한다.

언어에 고정관념이 있다는 설정이 맞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인식하고 정돈하는 수단의 하나인 ‘언어’가 공통적으로 규정하지만, 우리가 각각의 ‘개체’이기 때문에 서로의 해석과 적용이 달라 서로 오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의 의도는 관객 누구라도 이해할 만하다. 안무가는 언어가 지배하는 몸도 그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내일보자”는 일상적인 인사가 아닌 “어제(보았다)”와 “(내일)보자”라는 신선한 제목의 합성으로, 다음상황에 대한 고정관념의 기대치를 무너뜨리면서 의미 있게 보여주었다.


▲ 윤푸름 <17cm>. 관계를 인식하기 위한 최소거리 17cm를 기준으로 벌어지는
서로의 관계와 진실,거짓을 풀어낸다. ⓒ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윤푸름의 <17cm>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진실 혹은 거짓, 이 세상의 허와 실에 대해 5명의 남녀 무용수와 함께 표현했다. 사물을 바라볼 때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상적으로 제일 잘 보이는 초점거리가 17cm인 것에서 착안해 제목을 붙였다.

무대가 시작하면 굉음과 함께 자유소극장 무대 하단이 아래쪽으로 열리고 무대 뒤편 조명을 받으며 무대 양 끝에 남녀 무용수가 서로 등지고 측면으로 서 있다. 옷을 하나씩 천천히 벗어 속옷 하의만 입은 상태가 된다. 다시 무대가 올라가고, 가운데 문 속에서 무용수들이 옆모습으로 걸어다니는 것이 보인다.

두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는 친구, 연인관계가 시시때때로 바뀌고, 때론 동성애 관계도 되며 변화하는 사람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결코 뛰거나 무대를 가로지르는 법 없이, 어떤 내재된 규칙이라도 있는 양, 무대를 가로로, 세로로 일직선으로 말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걸으며 이들 다섯 명은 무리지어 다니며 서로 키스하고, 다독여주고, 뺏으며, 다투기도 하며 관계의 형성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느린 호흡과 적막감으로 작품이 다소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점차 수식되고 복잡해지는 구조 속에 우리가 늘 생각하는 ‘관계’라는 화두를 다루었기에, 결코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었다. 후반부에 왈츠 음악 속에 서로파트너를 바꿔가며 왈츠를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17cm이내 거리에서 시각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촉각과 그 너머의 감각은 이미 인지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우리의 모든 세포와 감각, 우리 자신들은 그렇게 관계와 사회를 유지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차기작은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이미아직>이다. 지난해 5월 안애순 예술감독의 안무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이후 4차례의 지역 순회공연을 가졌으며, 2016년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 초청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곡두’를 모티프로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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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무용단 '2014 춤이 말하다' 첫장면. 무용수들의 소지품 중,
치료 비상약이 눈에 띈다. 김설진(중앙)과 디퍼(왼쪽) ⓒ 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현대무용단(단장 안애순)이 <2014 춤이 말하다>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춤이 말하다>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의 하나로, 무용 여러 장르의 대표주자들이 이야기를 하며 춤을 풀어내는 공연이다. 춤추며 겪은 에피소드, 힘든 과정, 소망, 습관들과 함께 무엇보다도 각 무용수의 대표 레퍼토리 주요대목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2014 춤이 말하다>는 발레, 스트리트 댄스, 전통춤, 현대무용의 대표 무용수들 6명의 춤과 진솔한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각 장르 춤의 서로 다름과 같음, 그들 무용수들의 개성과 고충 그리고 공통점이 춤과 ‘몸’을 쓰는 사람으로서 관통하는 하나의 과학과 종교처럼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는 가방, 옷, 소품들이 널려져 있다. 6명 무용수가 들어와 자기 물건을 가방에 챙겨 담아 무대 양 끝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는 가운데 첫 주자 발레리나 김지영의 순서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경력으로 화려한 그녀의 몸은 작은 얼굴과 긴 팔다리로 과연 발레에 적합한 몸이란 저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 발레리나 김지영은 발레리나로서의 고충과 에피소드를 소탈하고
당당하게 이야기로 들려주며 아름다운 춤무대 또한 선사했다. ⓒ 국립현대무용단


일단 발레 한 대목을 펼쳐내고 숨을 가쁘고 몰아쉬는 가운데 이야기를 시작한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만큼 춤에 대한 강한 인상을 준다. 어떤 설명을 할까. 이내 그녀의 소탈하고 당당한 얘기방식과 발레리나로서의 고충과 에피소드 등 맛깔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시작해 현대발레까지 다양한 춤을 보여줬다. 준비한 튀튀와 나풀거리는 얇은 소재 쉬폰 드레스로 금새 모습이 다양하게 바뀌며 자신을 표현한다.

다음으로 스트리트 댄서 디퍼가 등장한다. 김지영의 발레와 대비되는 경쾌하고 역동적인 리듬의 음악이 일단 시원하다. 여러 춤 장르 중 머리와 팔꿈치, 무릎의 스핀동작으로 위험함이 많이 따르는 춤을 추는 그에게 한쪽 어깨관절과 팔이 앞으로 춤을 추기에 위험할 지경이라는 김인아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의 진단 영상이 보여진다. 영국 유케이 비보이 챔피언십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우승하는 경력은 모두 그 혹사당한 몸에서 나오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직업을, 예술을 위해 유일한 도구가 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평생을 두고 건강하게 가꿔야 하는 “자신의 몸”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이 대단할 것이다. 젊은 시절은 조금 다쳐도 병원가지 않고 대수롭게 넘겼다던 디퍼는 이제는 자신의 몸을 소중히 생각해 한쪽팔꿈치에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나머지 팔과 다리로만 절충형태의 춤을 선보였다. 온전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러한 상황까지 끌어안은, 독창적인 춤의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 오철주는 빨간 한복치마를 어여쁘게 받쳐 입고, 살풀이를
입장단으로 정겹고 구수하게 이야기로 펼쳐내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다음으로 오철주가 전통춤 순서로 살풀이와 승무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자 중 가장 연배가 높고 또한 순서 중 유일한 우리 전통춤이였기에 돋보였다. 마치 오늘 무용 수업 두 강좌를 듣는 것처럼 남자분이 빨강색 한복치마를 정말 예쁘게 받쳐 입고, 춤동작을 손마디부터 어깨, 얼굴, 시선, 발끝까지 하나하나 입장단을 하며 찬찬히 가르쳐주는 방식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의 설명대로 과연 제자들이 “선생님, 고와요~!!”라고 할 만 하다.

춤 강좌 사이사이 아들이 군대에 가서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도 능수능란하게 하는 등 춤이 어렵고 복잡한 먼 이야기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가 한 장단 편안하게 선보이면서 중요한 기술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전수하는 느낌을 준다. 두 번째로 승무를 출 때는 살풀이의 여성스러움을 벗어나 어느새 높은 기백의 남성스러움이 느껴진다.

▲ 차진엽은 "내 몸과 내 상상력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다"라며
현대무용하는 심경을 전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한 사람씩 무용수가 등장해 이야기와 춤을 펼칠 때마다 “이 사람이 멋져. 제일 멋져!!”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매 순서 모두 동등하고 특색 있는 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은 "내 몸과 내 상상력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2000년대 초부터 차세대 안무가로 국내와 영국 네덜란드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한 그녀의 춤은 더욱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동작을 쟁취하려고 애써왔다는 그녀의 설명대로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우위”임이 춤과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춤을 추고,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와인을 마시며 자신이 직접 만든 아로마 초의 향을 맡으며 즐거운 상상으로 몸의 피로보다는 정신적 피로를 푼다고 한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팔부터 시작해 머리, 가슴, 다리 온몸으로 원을 그리며 다시 춤으로 이어진다. 춤에 파워가 있고 상상력이 있다. 영혼을 움직이는 것 같은 춤이다.

다음으로 발레리노 김용걸이다. 한 마리의 흑마와도 같았다던 젊은 시절 못지않은 현재의 아름다움과 박력에 이날 그 어느 무용수보다도 가장 박수를 많이 받았다. 검정색 타이즈에서 흘러나오는 남성 신체의 아름다움과 힘, 그것과 함께 박력 있고 아름다운 무용이 정말 '참' 무용수다운 기량과 기교,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과연 국가 무용수 맞구나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끔 해주었다.

그가 뜬금없이 "발레는 참 재수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서양인 같은 특정 몸에게 맞는 발레를 한국인으로서 해내야 하는 고충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그는 무용수의 나이 한계가 예전에는 30대만 되면 은퇴였는데, 요새는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자신이 몸담았던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경우 40세가 넘어야 정년퇴직을 할 정도로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지금도 하루일과의 오전 시작에 스스로의 테스트를 <돈키호테> 중 바질 솔로로 날마다 하려고 노력한다는 모습에서 영원한 무용수이기를 바라고 실제로도 그러한 멋진 한 무용수를 느낄 수 있었다.

▲ 젊은시절의 흑마같은 모습이 지금도 여전한 김용걸은
박력있고 정확한 동작으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 국립현대무용단


마지막으로 "좀 작죠~"라며 김설진이 뒷모습으로 등장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독일무용단 시절의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 단장이 수면제를 먹이고 가수면 상태의 춤을 다시 재연하라고 해서 춤을 추던 시절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실제로 몸 안의 소장에 작은 구멍이 나 있던 것을 모르고 춤을 추다 응급실에 가게 되었던 상황 등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는 현재도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일반인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독일 현대무용의 심오하고 정신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스타일 중에서도 그의 춤은 삶의 고통과 슬픔 등 어두운 면을 절절히 그리고 얼굴 가득 드러낸다. 뭉크의 그림 <비명>을 연상시키게 갖가지 괴로움의 표정은 정말 그가 요즘 춤에서 추구하는 ‘질감’, 인생의 질곡과 공간의 여러 가능성으로 몸의 형태와 속도로 표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는 표정이 얼굴에서 팔로, 배로, 점차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도 함께 울고 싶게 만드는 공감력을 가진다.

마지막에는 출연진이 순서대로 한명씩 등장해 에필로그처럼 한 마디씩 말한다. 소망, 핸디캡, 일상이야기 등을 짧게 말하면, 바로 다음 타자가 등장해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식으로 이내 무대에 여섯 명 출연진의 말소리로 가득하다. 각 장르 춤추는 여섯 명의 공통점은 춤을 정말 좋아하고 그것으로 말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 각 분야의 탑 레벨 선수들이었기에 말도 그만큼 잘하더라는 것이다. 춤을 말하다, 그냥 춤을 볼 때보다 그들의 입을 통해 듣고 나니 더욱 흥미로워지고 더욱 멋진 장르임을, 나도 춤추고 싶을 정도다.

공연이 끝나고 벽면 영상에 김인아 교수와 여섯 명 무용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담한 후, 모두들 의사에게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상담을 마무리하는 장면에서는 안정감과 고마움이 함께 느껴진다. 춤과 자신을 말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알게 되고, 늘 내 자신이면서도 내가 나의 실현을 위해, 직업을 위해, 청중을 위해, 혹사해야만 하는 ‘나의 몸’. 그들, 무용수의 몸은 우리 모두의 예술 자산이므로, 소중히 관리하는 그들에게 우리 모두 감사하며 또한 앞으로도 꼭 잘 관리하시길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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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프로젝트 '어긋난 숭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전통은 지금 우리를 가볍게 하는 것일까 무겁게 하는 것일까.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이 ‘전통의 재발명전’ 공모작으로 가다프로젝트의 ‘어긋난 숭배’와 고블린파티의 ‘혼 구 녕’을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들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3일까지 모집된 35편 중 1차 서류와 2차 면접심사, 3차 쇼케이스를 거쳐 최종 선정된 작품들로 전통적 제사의식과 상례(喪禮)라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다프로젝트는 유럽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이은경과 국내에서 주목받는 김보람이 팀을 이루었다. 이들이 공동 안무한 '어긋난 숭배'는 강강술래와 전통적 제사의식을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냈다.

강강술래와 전통민요의 구성진 목소리와 내용이 하나도 어색함 없이 오히려 멋들어지게 두 현대 남녀의 이야기로 잘 표현됐다. 무대 오른쪽 위로 둥근 달이 밝고, 가운데에 향을 피우며 작품은 시작된다. 작은 토끼인형들이 무대바닥에 원형으로 늘어져 있고, 김보람은 정장을 입고, 이은경은 밀리터리 룩을 입고 그 인형들을 천천히 지신밟기 하듯이 즈려 밟더니 점차 빨리 돈다. 작은 토끼들은 나와 너를 제외한 세상을 이루는 제3자들, 영혼 없는 현대인, 혹은 지쳐서 이미 쓰러진 작은 현대인의 모습 같다.

전통춤사위가 멋스럽게 변형되어 이 스타일리쉬한 젊은이들의 옷과 몸매에 맞게, 때론 코믹하게 표현된다. 노랫가락의 ‘떠는 목’에서 몸과 머리를 바르르르 떠는 모습조차도 재미있다. 어느새 옷을 훌러덩 벗고 속옷 차림이 된다. 인형들을 서로 각자의 벗어던진 옷에다 주워 담는다.

인형을 주워담으며 남녀사이의 툴툴거림,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각자의 분신인 작은 토끼 합체 인형은 그 사이에도 묵묵히 완성된다. 각자의 썬글라스까지 씌우니 각자를 대변하는 제법 멋있는 상징이 되었다. 군대 행진의 북과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며 이들은 비장한 모습으로 목욕가운을 펄럭이며 걸쳐입는다.

목욕가운 뒤에는 예수얼굴 아래에 ‘믿음부자, 불신지옥’이라며 현대의 교회를 풍자한다. 둥근 달을 향해 기원을 할 때에는 남자는 충심을 다해하는 반면, 여자는 교태를 부리면서 옷을 벗고 남자를 유혹한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관객석을 향해 돈을 뿌린다. 남자는 무대 한쪽구석에 텐트를 치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며 작품이 끝난다.

▲ 고블린파티 '혼 구 녕'. ⓒ 문성식


고블린파티는 임진호, 지경민, 전효인, 이경구가 한 팀을 이루었다. 이들의 '혼 구 녕'은 임진호 안무, 지경민 연출로 전통 상례를 소재로 했다. 검은 양복차림으로 상복과 상례에 필요한 갖가지 천뭉치를 한꾸러미씩 가득 몸에 들고 느리고 힘겹게 입장한다. 차분한 음성의 남자목소리 나래이션이 ‘귀신’이란 죽어서도 세상을 쉽게 못 떠나는 존재인데, ‘깨어있지 못하고 집착이 강한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귀신같은 존재다’라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검은 양복차림의 세 사람은 긴 나무판자를 든 지경민과 맞부딪혀 모두 뒤로 쓰러진다. 괴성을 지르며 깨어난 이들은 상여매기, 입관절차, 죽음의 슬픔 등 장례의식 전반의 모습을 표현한다.

전통 장례는 한여름이어도 아랑곳없는 흰 색 삼베옷에 죽은 자에 대해 과장되게 슬퍼하며 죽은이를 산자와 함께 모셔놓고 삼일동안을 함께한다. 이 때의 모습이 느린 팝송과 바른 뽕짝가요, 유럽 성가 등의 음악 속에서 때론 슬로우 모션으로, 때론 마임처럼, 때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마지막에 지경민이 눈알을 뒤집고 귀신들린 흉내를 내며 마무리짓는 부분 또한 재밌다.

23일 공연이 끝나고, ‘전통과 컨템포러리 사이의 합의되지 않은 온갖 이야기, <거룩한 곰팡이>’라는 주제로 전통의 재발명전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조성주(바누인터미디어 예술감독)의 사회로 이날 공연의 안무자들과 함께 전통을 소재로 작업 중인 세 명의 작가 남인우(연극 연출가), VJ ASTRA(미디어아티스트), 강혜숙(일러스트레이터)이 패널로 참석했다.

남인우 연출은 “‘사천가’, ‘억척가’를 연출할 때 전통분야와 연극계 양쪽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면서 “전통은 이미 내안에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 전통과 현대의 구분보다 그것 자체로에 의미를 둔다”고 얘기했다. 강혜숙 작가는 “불화인 만다라에서 형식을 차용해 내 그림을 그린다. 왜 옛 만다라보다 정교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도 받았었다”면서 “그래도 전통은 나에게는 ‘답’이다. 전통에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보람은 8월 23일과 24일 문화역서울284의 아트플랫폼3 ‘세계를 사로잡다’에 출연한다. 고블린파티는 9월 13일과 14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인간의 왕국’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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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국립현대무용단 국내안무가 초청공연 - 11분

무용 2013. 9. 12. 06:40 Posted by 이화미디어

▲ 암스테르담의 조각상 Belle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2007년 암스테르담 Oude Kerk(Old Church) 앞 광장에 매춘정보센터(Prostitutie Informatie Centrum)의 Mariska Majoor가 세운 Els Rijerse의 조각상 Belle(미인)의 아래쪽에는 "전 세계 성노동자들을 존중하라(Respect Sex workers all over the world)"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라고 알려져 있고, 매일 밤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른바 '매춘'이라는 직업은 이처럼 매춘이 합법화되고 심지어 주요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조차 가장 멸시받고 천대받는 직업이요, 항상 어둠 속에 자신을 숨겨야만 하는 존재인 것.

▲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지난 7월 28일로 임기를 시작한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이 마련한 첫 무대는 '순례자' '연금술사' 등으로 유명한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2003년 마리아라는 한 매춘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11분'을 모티브로 삼은 국내안무가 초청공연 '11분'으로, 9월 5일(목)부터 8일(일)까지 나흘간 공연되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동명 소설 '11분'이라는 책 제목은 성관계(Sex)에 있어 옷을 벗고 입는다든지 상대방을 애무하는 등의 부가적인 시간을 모두 제외한, 가장 핵심적인 순간들의 평균 지속 시간을 의미한다. 다른 모든 것을 제외한 오로지 육체와 육체의 만남, 거기에서 비롯되고 관계되어진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들을 마리아라고 하는 한 창녀의 모험을 통해 그리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국내안무가 초청공연 '11'분에 출연한 허효선, 이준욱, 김보람, 최수진, 지경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한 달여 남짓. 매우 짧은 준비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만난 이들의 몸짓에서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을 제법 진지하고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중 허효선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K-Jazz Trio(이상민, 조윤성, 황호규)의 재즈 라이브 연주가 함께 하는 가운데 무대의 첫 시작을 연 허효선은 사춘기 마리아의 욕망과 갈증을 표현하고 있었다. 팔꿈치나 몸 이 곳 저곳을 긁는듯한 행위, 누운 상태에서 양 손을 가랑이 앞 뒤 사이로 넣어 자신의 성기 부위에서 마주하는 장면 등 아직 성숙하지 않은 마리아가 성(Sex)과 바깥 세상을 향한 모험에의 동경심, 욕망에 대한 갈급함 등을 결코 과도하지 않게, 창의적인 몸짓으로 잘 보여주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중 이준욱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두 번째 솔로 장면을 맡은 이준욱은 아래 위로 하얀 색 옷을 입고 수경을 썼다 벗으며, 물 위에서 배영과 자유형을 오가며 헤엄치는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존재감이 매우 옅은 마리아의 모습으로 느껴졌다. 클럽 '코파카바나'에서 일하는 수 많은 창녀들 중 단지 하나일 뿐인 신입 창녀 마리아. 원래 안무 의도인 마리아의 양면성을 느끼긴 어려웠다. 차라리 원작 소설의 백마 탄 왕자, 남자 주인공 랄프 하르트를 발레리노 또는 그와 유사한 동작으로 보여주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중 김보람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국립현대무용단 '11분'에서 관객들의 가장 큰 호응은 '단언컨대' 김보람의 솔로무대에 터져나왔다. 이번 무대는 마치 김보람을 위해 준비된 것인냥 느껴졌다. 김보람의 강렬한 몸짓과 인상적인 연출은 관객들의 숨을 죽이며 무대를 압도했다. 검정 선글라스에 머리 가운데를 두고서 오른쪽 반쪽은 짧게, 왼쪽 반쪽은 길게한 머리, 처음엔 바나나를 들고서 동성애적 표현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강렬한 남성으로, 다시 와이셔츠 허리 부위를 넥타이로 묶어 원피스 입은 여성으로 변신하고, 마침내 입고 입던 팬티를 객석으로 던지기까지. 클럽 '코파카바나'를 드나드는 남성 고객들의 다양한 모습들, 특히 테렌스를 김보람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다만, 기대했던 채찍은 등장하지 않았다.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중 최수진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네 번째 독무를 보여준 최수진은 보다 성숙해진 마리아가 자유를 찾아 떠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컨템포러리한 의상, 한쪽만 신은 발레 토슈즈가 눈에 띄었다. 특별히 최수진의 독무 장면에서만 무대가 계단처럼, 파도가 치듯 아래 위로 움직였다. 브라질의 시골 소녀 마리아가 스위스 제네바로 와 삼바댄서를 거쳐 베른가 코파카바나 클럽의 창녀 생활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모험들을 무대의 일렁임으로 표현한 것일까? 마지막 순간, 최수진은 한쪽만 신은 토슈즈를 벗어쥐고서 무대를 떠난다. 코파카바나에서의 기억을 일깨우는 그 어떤 물건도 고향으로 가지고 가고 싶지 않은 마리아의 심정처럼.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중 지경민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11분 공연에서 김보람에 이어 두 번째로 인상적인 대목을 꼽으라면 단연코 지경민의 마지막 솔로 무대 '연필 빌리는 아이'를 꼽을 수 밖에 없다. 파울로 코엘료의 원작 소설 11분의 두 번째 페이지부터 6 페이지까지 단 한 번 등장하고마는, 존재감이 극히 미미한 이 인물은 어른이 된 마리아의 기억 속에서 움츠려들고 안으로만 기어드는, 제대로 욕망하지 못하는 못난 남성형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리아가 코파카바나에서 만나는 남자들도 사실은 모두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어쩌면 마리아가 코파카바나에서 만난 수 많은 남성들 가운데에 어린 시절 마리아에게 연필을 빌리려 한 그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경민은 이런 범상한 남자들의 내면을 약간은 과장스런 몸짓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해 주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중에서 단체무 (사진=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문학 작품을 무대에 끌어들인 탓에 짧은 시간, 몸짓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대목은 간혹 무대 위로 간결하게 보여지는 자막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 되었다. 원작 소설의 본문 중 일부 등을 그대로 자막에 반영함으로서 원작의 분위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부분은 아마도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한 김경주가 역할은 한 것 같다.

마지막날인 8일 공연에는 좌석이 전석매진 되었다. 물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원작소설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들에겐 일정 부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전임 예술감독이 무용수 5명을 이미 선발해 놓은 상태에서 1달여 남짓 짧은 준비 기간이라는 열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은 나름 분명히 있었겠지만 다음 번 부터는 좀 더 치밀한 구성이 있어야 하겠다. 개별 안무가들의 솔로 무대들이 비록 각자는 볼 만 했지만 상호 연관성이 약해보였고, 이를 엮어주는 사이극의 경우 단지 어색함을 들어주기 위해 임기응변식 처방을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다 많은 시간과 조율의 과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초대 홍승엽 예술감독에 이어 이제 안애순 2대 예술감독의 체제가 본격 시작되었다. 국립의 특성상 레퍼토리 개발과 대중성 확보라는 두가지 상반된 목표를 함께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현대무용 단체로서 예술성 높은 레퍼토리 개발도 중요하지만 당장 관객의 외면을 받는 무용 분야를 관객이 찾아오도록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커뮤니티 댄스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에는 레퍼토리 개발도 매우 시급한 형편이니 단계적으로 해보겠다고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앞 길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생각이다.


ewha-med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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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무대뒤쪽 2,200개의 상자들로
기억과 허상의 공간을 표현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기억’과 ‘허상’은 사실 예술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다. 모두 인간의 사고과정과 관련이 있으며, 표현방법도 여러 가지다.

국립현대무용단이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개와 그림자’는 기억과 허상이라는 주제를 동명의 이솝우화 내용에서 착안하여 과감한 현대무용으로 펼쳐내었다.

뼈다귀를 물고 있던 개가 시냇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물 안의 뼈다귀까지 얻으려고 입을 벌리자 물고 있던 뼈다귀마저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이솝우화를 바탕으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몸짓으로 표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3년의 임기동안 ‘수상한 파라다이스’(2011), ‘호시탐탐’(2012)의 신작들과 '말들의 눈에는 피가', '아Q', '벽오금학' 등의 자신의 이전작품들을 선보였던 홍승엽 예술감독은 이번 ‘개와 그림자’(2013)를 마지막 신작으로 내놓으며 임기를 마친다.

▲ 흐트러진 기억상자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속을 미친듯이 돌아다니며,
기억을 나부끼며 제각각의 모습들이다. ⓒ 국립현대무용단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뒤쪽으로 2,200개의 박스가 가득하다. 그 안에는 흰 솜뭉치, 깃털, 빨간 털실 등이 들어있다. 각각의 박스는 기억 공간을, 안에 담긴 재료들은 갖가지 기억들을 의미한다. 첩첩이 쌓여있던 거대한 기억들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 사람의 상체 모양으로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가 된다. 마치 뼈다귀를 물고 있던 개가 뼈다귀를 떨어뜨려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허망한 상태를, 공허한 자아의 모습으로 표현한 듯하다.

그 앞에서 13명의 무용수들은 자아의 허상에 대해 탐구하는 몸짓을 한다. 바닥에 누워 하얀 깃털을 부는 동작을 반복하는 여성도 있고, 빨간 구두를 발에 신지 않고 손에 들고 우왕좌왕하는 이도 있다.

느릿느릿 무너진 박스들 사이로 바닥에서 유유자적 기억의 공간을 유영하던 무용수들은 어느새 흰 남방의 상체를 풀어헤친 남자무용수들의 등장으로 서로 남녀커플로 짝을 맞춰 격렬한 안무를 한다. 그 사이로 깃털을 부는 여성은 여전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고, 한편에선 키가 커진 채 풍성한 검정드레스를 입은 무용수가 유유자적이 걸어나온다.

홍승엽의 안무스타일은 소설이나 우화, 연극 등 기존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 이것을 나타낼 수 있는 소도구를 활용하여 무대에 접목시킨다. 그에 따라 추상적인 춤동작은 전체적인 군무와 그 사이사이의 독무의 표현이 적절히 배합된 간결하고 힘 있는 동작이 특징이다.   

▲ 가벼운 소재의 검정판넬은 기억과 허상의 공간을 재구성한다. 그 공간안에서
무용수들의 강렬한 군무가 자아에 대한 탐구인 듯 강렬하다. ⓒ 국립현대무용단


이번작품에서도 기억을 표현하기 위한 박스와 함께 거대한 검정 판넬이 눈에 띈다. 판넬들이 세워져서 기억의 공간 혹은 허상의 공간을 만들며 무용수들을 가리고 가두기고 하고, 바닥에 개별적으로 깔려서 무용수 옆에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무거운 판넬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들기에도 가벼운 판넬이 만드는 다채로운 공간은 우리 손에 의해 여러 형태로 우리 자신을 가두고 속박하는 ‘껍데기’, 혹은 ‘허상’과 같이 우리 인생을 버겁게 만드는 것들을 표현한다.

한편, 국립현대무용단은 제 2 대 예술감독으로 안무가 안애순(현 안애순 무용단 대표)이 취임한다. 취임일은 오는 7월 28일이며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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