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맛집선언의 '냉전 가고 냉면 오라' 공연모습. ⓒ 전형근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이것은 통일 기사이다. 2020년 6월 25일 새벽,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새벽잠이 깨어 이 글을 쓴다.

어제부터 불현듯 이 글을 위하여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터져나온다. “얼른 통일 기사 써야 하는데...”라고. 열흘 전 바로 6월 15일 서울 마포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이북으로 가는 옛 철길 흔적)에서 무관중 온라인 야외 공연된 <냉전 가고 냉면 오라>의 리뷰기사를 아직도 다 못썼기 때문이다.

왜 하필, 냉면기사도 아니고, 공연기사도 아니고, 불현듯 무엇인가를 열망하기라도 하듯, ‘통일 기사‘라고 표현했을까.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비극이 전쟁으로 시작되었으며, 한반도는 아직도 70년동안 위아래로 분리되어 있다. 각자의 발전 속에 2000년 6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위원장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서로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길을 모색하기로 약속했다.

최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한의 대북전단 관련하여 경고 후 며칠 안 되어 실제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을 단순히 북한의 응석이라든지, 어이없는 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통일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그리고 미국과 주변국과의 관계 등 한반도는 항상 이슈의 중점에 놓여있다. 아이쿠, 이놈의 인기...좋게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그 인기있는 자가 주변의 모든 것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놈 잘못...맞다.

공연 ‘냉전 가고 냉면 오라’는 코로나라는 희대의 유행병이 지구를 뒤바꾸는 극한의 상황 속에 통일을 염원하며 냉면을 먹고자 하는 평화의 공연이었다. 서로를 숙주로 전파되는 전염병 덕분에 우리는 그간의 흥청망청한 생활을 다소간 조심할 수 있었으며 대학교육, 환경오염 등 사회 여러 면에서 그간 스스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그리고 그와 동반자이면서 키다리아저씨처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대변하는 중견마임이스트 이정훈과 흥겨운 디제잉 속에 저버릴 수 없는 진실을 일깨워주는 음악가 한받이 함께 공연한 <냉전 가고 냉면 오라>는 2년 전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냉면을 먹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온 공연이다.

▲ '냉전 가고 냉면 가라' 마지막 장면. 서로의 붉고 푸른 냉면을 노란 겨자를 뿌려
뒤집어 쓴 채, 함께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 ⓒ 장권호



2년 전부터 공연을 위하여 이들의 팀명을 ‘남북맛집선언’으로 한 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공연명으로 의정부음악극축제,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등에서 공연했으며 이 덥고 습한 코로나 시기의 답답한 마음을 더하여 지긋지긋한 냉전에서 벗어나고 시원한 냉면 한그릇 평양이나 어디에서든 함께 먹고픈 마음을 담아 <냉전 가고 냉면 오라>라는 이번 공연명을 다시 지었다.

북을 상징하는 유진규, 남을 상징하는 이정훈이 정상회담을 마임으로 표현한다. 남북 각측의 조건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음을 손짓발짓으로 나타낸다. 문재인 대통령 목소리, 김정은 위원장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 목소리가 들린다. 폐기물을 멀리 버린다. 마지막에 DJ 한받이 처절하게 ‘상호방위조약’을 외친다.

신나는 ‘냉~면’ 음악에 맞추어 냉면을 먹는다. 붉음은 붉음으로, 푸름은 푸름으로 자신의 손을 얼굴을 물들이며 자신의 냉면을 먹는다. 하지만 결국 발정난 고양이마냥 자신의 냉면을 상대에게 먹이며 물들인다. DJ 한받이 싸이키한 음악을 틀며 “시민 여러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민족의 피와 땀과 눈물의 냉전의 시대는 가고, 냉면의 시대가 왔습니다“라며 훌륭한 냉면을 위한 노란색 겨자소스를 이미 서로의 파란색 빨간색으로 뒤범벅 된 유진규와 이정훈에게 건넨다. 의미심장하다.

공연 중반부에 나오는 ‘잘했군 잘했어‘라는 흥겨운 노랫가락 속의 노랫말을 음미해보자. “영감~”하고 아내가 먼저 부르니 영감이 “왜 불러”하고 응답한다.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하고 물으니 “보았소”라고 시인한다. 그래서 아내가 “어쨌소?”라고 자초지종을 묻는다. 그러니 이어진 남편의 실토가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 하려고 먹었지”란다. 이거 어찌할까? 그런데 아내의 응답과 남편의 합창은 어째 “잘했군, 잘했어”로 이어지고 이후 아내가 “그러게 내 영감 이라지”라고 감싼다.

이후 가사에는 마누라가 황소를 친정집 오라비 밑천으로 주는, 어찌보면 남편보다 더한 짓을 했는데도 이제 남편은 다 이해한다. “잘했군, 잘했어. 그러니 내 마누라지”

응답 그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제 때 응답했는가, 그리고 제대로 응답했는가. 우리는 서로의 행동에 대해 노래처럼 ‘잘했군, 잘했어’라며 응원해줄 수 있나. 각자의 쓰임대로 사용한 일에 대해 인정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전봉쇄, 폐기 등은 요구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주었나. 돈 그런 거 말고.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영감마누라, 하나가 될 수 있는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뼈저린 후회 없이는 우리가 열망하는 그 무엇은 오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원리와 원칙을 준수하고 약속을 이행하고 실천하자. 우리에게 필요한 겨자소스는 과연 무엇일까. 꼭 이북식 삼삼한 평양냉면만이 아니다. 해답으로 내게 떠오르는 것은 이번 6월 사이 나는 단골 냉면집에서 하도 냉면을 먹어서, 대신에 저번주부터는 시원한 냉면육수로 목을 축이며 비빔밥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고. 끝. 그래도 어제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니 다행이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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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규 마임이스트가 청동기시대 대제사장이 되어 빛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였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빗살무늬 토기, 음악으로 경종을 울리다! 


소중한 문화유산 어떻게 지켜야 할까? 유물 발굴, 복원, 박물관 보존 등 여러방법이 있겠지만, 관심을 유도하여 그것이 특정 전문인의 일만이 아닌 우리모두의 일임을 알리고 각성시키는 것에는 공연만한 방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지난 10월 2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MOIRE FRINGE_소리의 질감, 빗살무늬 앞에서> 공연은 강원도와 춘천의 선사유적지와 지경리에서 출토된 빗살무늬 토기 유적, 춘천 중도유적지 등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보존에 대해 춘천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 안성희 박사와 유진규 마임이스트, 조성희 강원대 무용학과 교수 등 춘천 강원 예술가들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훌륭한 자리였다.


공연 타이틀인 'MOIRE FRINGE'는 규칙적으로 변화하는 2개의 무늬가 서로 겹치면서 생기는 무늬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춘천국립박물관에 있는 양양 지경리 빗살무늬토기는 선사인들이 태양빛을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이번공연의 착상이 되었다. 


첫번째 순서인 `Intro(인트로)&태양의 지리경(地理經)'은 영상에 커다란 태양빛 무늬가 표현되고, 물소리가 반복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옷에 둥근 거울을 여러개 달아 찬란하게 빛을 반사시키며 긴 빙하기 후 따사로운 태양빛과 풍요를 염원하는 인류 최초 대제사장을 표현하며 공연의 시작에 주목시켰다. 


두번째 `The Potter's Hands'는 영상에 동굴벽 혹은 흙의 질감으로 분위기를 주고, 음악은 물소리와 도자기가 부딪히는 것 같은 음색도 들리는 것 같았다. 클라리네티스트 김건주가 연주하는 애가적인 선율은 두 성부간에 서로 주고받으며, 토기장이의 염원과 태초에 인류를 빚으신 하느님의 기도와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무용가 조성희와 정유라가 흙을 소재로 우리삶의 근원과 미래에 대해 표현하였다.


`빙(氷)후 만개(滿開)'는 빙하가 녹고 꽃처럼 문명이 펼쳐지기를 꿈꾸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초록색 드레스를 입어 만개하는 푸르름을 연출한 첼리스트 정승원이 천천히 꽃이 피어오르는 템포감을 '레-미b-라b'선율로 반복하고, 이와 배경음향과의 조화, 그리고 풍성하고도 명료한 음향적 공간감이 좋았다(음향감독 조진옥). 꽃이 천천히 피어오르는 영상(영상감독 박동일)또한 시선을 사로잡으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네번째 'Adios GOLE_LEGO Adios'는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가 되어 춘천 중도유적지에 조성되는 레고랜드를 꾸짖었다. 온몸에 파랑색 흰색 페인트로 칠해 몸소 고래가 되었는데, 현대사회를 병들게 하는 플라스틱의 위해성과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병들어가는 고래의 아픔을, 검정비닐을 휘두르며 온몸으로 표현했다. 영상의 네모와 동그라미는 반구대 동굴을 표현한 듯 했고,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와 쿵쿵거리는 저음의 음악이 마임 고래의 몸짓과 멋지게 어우러졌다. 


`암사(岩寺)의 창(窓)'은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신석기문화층부터 청동기 그리고 백제문화층까지 6개의 자연 층으로 분리된 문화를 품었음을 표현했는데, 미디사운드와 영상의 싱크로니제이션이 돋보였다. 음악은 '라라솔솔' 음이 반복되며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다양한 음층으로 결합되어 웅장감을 주는 가운데, 영상에는 세가지 시선을 표현하듯 움집같은 삼각형 구조물에 빛이 들어오고 바람이 드나드는 선을 표현하면서 선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뒤로 후퇴하면서 역동감이 대단하였다. 


마지막 순서는 `신(新)인류의 로안(老眼)'이라는 제목이었다. 무대 가운데 비스듬한 사선으로 흙을 뿌려지고 현대무용가 조성희와 정유라가 처음엔 1인무에서 이후 2인무로 겹치고 헤어지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이땅의 뿌리이자 토기의 재료인 흙을 소재로 우리삶의 근원과 미래에 대해 표현하였다. 영상 또한 큰 원과 동심타원의 겹침, 이후 네모는 겹치는 기둥형태가 되고 그 가운데는 붉은 빛이 존재하는데, 영상이 신기하게도 가운데로 빨려들어가는 추진력이 느껴지며, 인류가 살아온 계속적인 여정이 선들의 겹침과 진동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안성희 작곡가(왼쪽 네번째 파란정장)와 유진규 마임이스트(가운데 파란얼굴 분장), 첼리스트 정승원
(초록드레스) 등 공연 출연진과 관계자 및 공모전 수상자들. 왼쪽에서 두번째 현암
최정간(매월다암원장, 동아시아 차문명 연구가)이 이번 공연의 축사 및 시상식을 하였다.


이번 공연의 중심이 된 안성희 작곡가는 기자와의 지면 인터뷰에서 "세계 어느나라도 문화재가 발견되었는데 덮어 버리거나 회손하는 경우는 없다고 알고 있다. 그 시간의 역사적 유물이, 그 찬란한 보물이 플라스틱 장난감보다 못하겠는가"라고 얘기했다. 또한 "울주군 반구대 고래 암각화도 댐 건설로 인해 가물거나 수문을 닫을때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보물이지만 언제나 물에 잠겨있는 보물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송파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백제 근초고왕(추정)릉 밑으로 지하도로가 나 있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과거의 유산과 문화를 소중히 지키지 못하고,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보며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거창한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이번 공연이 이런 안타까움에 대한 메시지로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공연 후 제16회 아라코리아(ARA KOREA) 패션공모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공연이 캐나다 NGO단체 AMPKIND의 16번째 ‘ARA KOREA’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것인데, 빗살무늬와 암각화 등 기하학 문양을 패션디자인 소재로 활용하는 공모전을 펼쳐서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을 한 것이다. 한편, 이번 공연 타이틀과 동명의 음반도 이날 동시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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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규 <빈손>. ⓒ 이주희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오는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춘천 봄내극장에서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마임인생 45주년 <아름다운 사람>공연을 올린다. 1989년부터 2013년까지 25년간 예술감독으로서 춘천마임축제를 세계3대 마임축제로 이끌어낸 유진규.

이후 2014년부터 <가면, 몸, 마임>(2015), <2016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다섯 개의 몸맛>,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2016.8) <김장난장>(2016.11), <세월호7시간퍼포먼스_33한날에 돌아와요>(2017.3) 공연 출연 및 예술감독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지난 3월 31일 그를 만났다.

유진규 <빈손>.


-안녕하세요. 춘천에서 4년 만의 개인공연이라 들었습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처음엔 형식적인 거 그런 걸 꼭 해야 하나 했어요. 근데 지금 시점에 한 번쯤 정리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내가 춘천에 살면서 복합문화공간 '빨'을 운영했는데, 3년 전 그만두고, 서울이나 다른 데서는 개인공연을 하는데 정작 춘천에서는 못해왔어요. 춘천에 사는 사람으로 공연을 준비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45주년 공연이 콜라보레이션 작업인데요. 콜라보의 어떤 이점이 있나요?

"본격적인 콜라보 작업은 작년 2016년 '다섯개의 몸맛'에서 다섯 분야 작가들과 함께했는데, 내 기존 작업과는 다른 생생한 느낌,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는 게 좋았어요.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이 살아있고, 함께한 작가들도 좋아했죠. 이번 공연에서는 지금껏 해왔던 콜라보 작가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데요. 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내 작품들 중 선정해 기대하는 것은 고유의 내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2017년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

-세날 공연 설명 부탁드려요.

"4월 10일 첫날 <빈손>은 제 작품 중에서 스스로 손꼽는 작품입니다. 1998년 초연작인데, 이전 해에 뇌종양으로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은둔생활 끝에 얻어낸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당시에 '한국적인 마임의 전형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내용상으로도 존재의 삶과 죽음, 그런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이날은 요기가갤러리 대표 이한주(즉흥음악), 강해진(즉흥바이올리니스트), 전형근(다원예술가,영상)이 함께합니다. 과거 <빈손>은 사물놀이와 함께했는데 이번에는 다분히 실험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빈손>의 전통적인 우리 몸짓, 고정된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어요. 라이브 음악을 같이 하면서 느낀 것은 음악과 교감을 하고 어우러져야만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거. 여기에 즉흥성이 개입되는 거죠."

 

▲ 유진규 마임인생45주년 <아름다운 사람> 공연포스터. ⓒ 유진규


4월 11일 둘째 날은 '개인의 존재는 시대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질되고 왜곡되는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머리카락>(1987), <망령>(1988), <밤의 기행>(1992)이 공연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민주화운동과 그 후로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머리카락>은 서양 판토마임이고, <밤의 기행>은 우리 몸짓, <망령>은 퍼포먼스입니다. 공통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반복되는 일, 위협적이지는 않는데, 누적되면 존재는 파멸되는 그런 일들을 그렸어요. 그래서 다분히 현대인의 심리나 상황표현이 필요한데, '창작집합소 물오름'이 전자음악 미디어와 현대음악 작업으로 다양한 표현방법을 가지고 있어서, 세 개 마임에 맞게 일상 속의 비일상성을 표현해줄 거라는 기대를 하죠."

4월 12일 마지막 날은 '몸'이 주제다. 이번 공연 타이틀인 1979년 작 <아름다운 사람>은 박정희 유신 독재가 극에 달했던 당시 만들어져, 박정희 암살 직후에 공연됐다.

"1979년 박정희가 10월 26일 암살되고, <아름다운 사람>을 12월 1일 초연했어요. 애초 구상했던 건 유신정권에 억압되는 젊음들에 대한 거였죠. <날지 못하는 새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만들었는데, 암살됐으니 그 작품의 대상이 사라진 거예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죠. 나라 전체에 공황상태가 왔지만, 그 속에서 어떤 상태이든 자신의 존재를 지키며 살아남는 게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로. 근데 이번에도 그 딸 박근혜가 구속되고 이 공연을 하게 되니까 <아름다운 사람>은 참 묘한 시대적 인연을 갖고 있네요. 그때도 공황상태였고, 지금도 혼돈 상태고. 이번 공연을 통해서 뭘 제시할 것인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어요."

그 외 <어둠은 어둠이다>(2012), <몸>(2017)이 함께 공연된다.

"2017년 <몸>에 와서는 시대상 사회상보다는 근원적인 존재에 대해 접근한 거 같아요. <빈손> 이후로 제가 근원적인 것에 대한 접근을 시작했는데, <몸> 역시 존재 자체가 가진 의문을 다뤘어요. 셋째 날 공연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서로 오래된 관계가 존재자체로 풀어내는, 박창수라는 즉흥피아니스트 작곡가와 유진규라는 마임배우가 그야말로 '붙어보는' 거지요. 미니멀하게 모든 것을 제외하고 무대에 오로지 박창수와 유진규, 그랜드 피아노와 몸이 주고받고 맞붙는 겁니다."

'미니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니 "한마디로 뺄 걸 다 뺀 상태, 군더더기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보통 꾸미게 되는데, 그 설명들을 빼고 들어가다 보면 더 이상 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구성이나 내용 자체, 그리고 외형적으로도 빼다 보면 빛, 소리, 몸 등만 남게 되는 것처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단순하고 극소화 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대 위 말 없는 마임이 오직 인간 몸을 통해 뿜어낼 그 생명력이 어느 때보다도 활활 타오를 것만 같다.


▲ <아름다운 사람> 공연 당시의 유진규. ⓒ 유진규


-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옳' 퍼포먼스를 하셨죠.

"일단 나라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잖아요. 그리고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민들이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나선 거예요. 그때 '나는 예술가인데 지금 무얼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거죠. 촛불 들고 두 번, 세 번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집회에 참여하다가, '너는 예술가 아니냐, 너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자'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12월 7일, 막바지니까 힘을 실어줘야겠다 싶어서 내 주변의 퍼포먼스, 실험즉흥음악 소위 말하는 '비주류 예술가'들을 모았죠. 탄핵을 부각시키는 예술적 행위를 하자. 그래서 <주류 아닌 예술가들의 시국 퍼포먼스 옳>을 처음으로 했어요. 옳은 행동들을 하라고 '옳'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는데, 그다음은 헌재에서 인용이 되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한 번 하고 끝내려 했는데, 그때까지는 가야겠더라고요. 그 이후로 결국은 박근혜가 탄핵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해서 3월까지 15번을 하게 됐어요. 중간에 하야했으면 그렇게 길게 못 했겠죠."

-옳 퍼포먼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퍼포먼스 제목이 '닭쳐', '눈떠', '황교 아니아니아니',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등 매주 터지는 그 주의 이슈를 건드려서 부각시켰어요. 붉은 옷을 입은 '피의 사제'로 우리 스스로를 상징했어요. 의상, 얼굴분장, 어깨에 멘 몸 크기의 관을 상징하는 양철판이 주목을 끌었죠. 특히 오후 3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퍼포먼스 이후에 4시간가량 안국-청와대 길목-총리관저를 행진할 때에는 어깨에 멘 철판소리가 꽹과리 수십 대가 모인 것처럼 '쾽~쾽~쾽~' 들리는데 그 광경이 신기했던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 소리는 마치 이 시대를 들어내어 바꾸고자 하는 우리와 시민 모두의 괄괄한 심정을 닮았죠."

3월 말, 광화문 캠핑촌이 철수된 이후에 일부 자료들이 서울 역사박물관에 기증이 됐는데, '옳' 또한 역사박물관에서 의상, 철판, 포스터, 사진자료, 다큐멘터리(황현성 감독)를 수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는 그 빨간 옷 입고 양철판 끌고 광화문 갈 일은 없으니까(웃음). 아카이브 후는 폐기하냐고 했더니, 박물관에 들어온 거는 폐기는 없고 영구보존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 유진규의 <꽃>. ⓒ 유진규


- 예술의 사회적 힘이 있을까요?

"나는 시대의 문제를 다루고 거기에 저항하는 작품을 했지만, 시위한다고 거리에 전면으로 나선 적은 없어요. 그런데, 시국상황 이거는 다른 문제다, 나라 자체의 존립 문제라는 거죠. 거기에 사는 국민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내가 예술가라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뭐냐, 예술행위로 표현하는 거다, 그게 내가 촛불과 함께하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옳과 함께한 다른 예술가들도 이번 기회로 스스로가 가진 예술적인 힘이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겁니다. 사회 속에서의 자유, 나 같은 일반 예술가들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이 가능하면서 변화를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아름다운 사람> 얘기로 돌아와서요. 1970년대와 2016년, 우리, 아름다운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그때는 인위적인 거, 총으로 쏴서 없애버린 거죠. 사전에 준비가 됐다든지 대항하고 싸우면서 엎어버린 게 아니라, 전혀 앞도 뒤도 없는 사건에 의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혼돈보다도 공황상태였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촛불이라는 힘이 계속적으로 싸워서 얻은 결과잖아요. 앞으로 어떤 것이 올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이겨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전혀 다르죠. 반면 불안 요인은 상대적으로 더 많아요. 보수 쪽에서는 자꾸 불안을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나는 우리의 촛불과 광장이 얻어낸 승리를 보자면 우리가 희망을 얘기하는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사람.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광장도 변했고, 많은 것이 변했다.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그렇지만 그 본질은 나와 너,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자신의 몸으로 드러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을 물으니,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고 한다. 꽃이 핀다. 이 봄, 우리는 또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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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도깨비 난장'. 격렬한 락과 힙합음악, 마임, 무용, 서커스 등이 밤시간 동안 뜨겁게 펼쳐진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어느덧 벌써 6월, 여름이다. 바로 어제까지 축제의 달 5월에는 주마다 각 지역 축제로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는 그 유명한 '2013 춘천마임축제'가 잊지 않고 올해도 우리를 찾아왔다. 5월 19일 시작되어 26일을 마지막으로 시민 17만 5천여 명의 참여 아래 무사히 성황리에 폐막했다.

1989년 시작되어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춘천마임축제는 국내 최우수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영국 런던 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자리 잡았다.

2009년부터 올해 2013년까지 춘천마임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는 예산과 장소선정문제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난관을 뚫고 '태초에 몸이 있었다'는 올해의 슬로건대로 작년보다 다양해진 전시형태의 작품들과 함께 피지컬, 비주얼아트,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음악 등 다채로운 장르를 경험하고 맛볼 수 있었다.

개막일인 5월 19일 춘천시 중앙로에서 펼쳐진 '아!수라장'의 물 폭탄 세례는 도심의 거리를 적시며 시원한 여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물벼락을 퍼부으며 또 맞아보겠는가. 참신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민들, 관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며 앞으로의 일주일간의 축제를 기대하게 하며, 마임축제는 그렇게 시작했다.

▲ 셔플코믹스 ’코메디 퍼포먼스‘. 풍선개그, 접시 던져받기 등 코믹한 진행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5월 24일 저녁 8시 찾은 춘천마임축제에서는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행사가 열리는 어린이회관과 수변공원 일대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회관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한밤중인데도 모여든 인파와 공연의 열기로 과연 축제의 원류라고 일컬어지는 춘천마임축제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어린이회관 외부무대와 수변공원에서 공연된 '도깨비난장'은 다양한 공연과 마임들로 몸이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감각적인 예술형태를 보여주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셔플코믹스의 '코메디 퍼포먼스'는 풍선으로 재미있는 캐릭터 만들기, 몸 개그, 짖궂게 상대방 약올리기, 무거운 접시를 턱으로 들기, 물건 높이 던져올려서 턱에 든 기구로 받아내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코믹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린보이의 '나홀로 서커스'는 특히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저글링 등 재밌고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며 즐거움을 주었다. 이외 타악퍼포먼스 '아작'은 한밤의 공기를 진동하며 신나는 리듬의 향연을 보여줬으며, 예리밴드, '캐비버의 스프레이 아트', 극단 고도의 '오늘은 아무일도 없습니다...아무일도' 등 80개 남짓한 단체의 수준 있는 공연들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에 충분히 감개무량 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무세중 대동 전위극회의 '카피틸(Capiteel)'. 자본주의 폐해를 파격적 행위예술로 고발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어린이회관 건물 내부에선 19금 작품들이 모인 '미친금요일'이 진행됐다. 작년과 다르게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미친금요일'과 '밤도깨비난장'을 같은시간대에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입체적인 경험의 장이 되었던 이번 '춘천마임축제'는 특히 더욱 과격하고 때로는 선정적인 작품들도 접할 수 있었다.

'누가 진정 미친놈들인가. 썩은 자본주의는 미친 창녀처럼 가랑이를 벌리고 매춘을 한다....썩어서 피가 검게 되버렸다면 선혈의 생성함을 위하여 현장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미친 금요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미친 금요일 밤의 아수라장을 통과해야 한다'는 '미친 금요일'의 격문을 쓴 우리나라 1세대 전위예술가 무세중은 그의 단체 무세중 대동 전위극회와 함께 '카피틸(Capiteel)' 공연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자본주의 'Capitalism'과 장어 'eel'을 합성한 제목의 '카피틸(Capiteel)'은 자본주의와 그 폐해를 고발한 작품이다. 남녀 배우 10여명이 다소 선정적으로 옷을 입지 않고 일부는 성기노출장면도 있다. 푸른색, 붉은색 음산한 조명에 머리는 산발, 몸에는 요란한 페인팅으로 더욱 모습이 기이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이걸 계속 봐야하나 고민하며 둘러볼 즈음 관객들은 제자리에 앉을 것이 제안되며, 이내 무세중은 사회비판적인 고함과 외침으로 우리를 질타한다. 너무 물질만능에 찌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옆에 있던 전라의 동료멤버를 세게 회초리질하며 우리 모두를 채찍질하듯 거칠게 몰아붙인다. 보고 있는 마음이 아프고 또 무섭다. 우리가 이렇게 잘못했나. 그런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그의 작품은 두말할 것 없이 성공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꽤 과격하긴 하다.

▲ 판토마임팩토리의 '백조의 호수'. 호수오염 등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하나의 센세이션한 작품은 판토마임팩토리의 '백조의 호수'였다. 한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여 소원과 꿈을 적으라며 관객들에게 계란과 펜을 나눠준다. 남자는 관객들이 계란에 적은 소원을 마이크로 읽고는 비닐로 만든 호수에 던져서 깨트린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백조의호수' 음악과 함께 백조를 상징하는 한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손에 죽은 물고기를 쥐고 있다. 곧 남자가 무시무시해 보이는 방독면을 쓰고 높은 곳에 올라가 검은색 물감을 백조여자의 몸에 가득 붓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무서움에 벌벌 떤다.

남자가 오리털파카를 입고는 그것을 칼로 찢더니 백조에게 오리털을 마구 뿌린다. 남자와 같이 있던 다른 한 여자는 더욱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삐에로 같은 탈을 쓰고 생닭을 칼로 마구 찢고 헤집는다. 점점 가학적인 모습에 공포를 느낄 즈음, 남자는 검은 물감과 깃털로 범벅이 된 백조를 커다란 비닐로 숨도 못 쉬게 꽁꽁 덮어 묶어서 끌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지구상의 호수오염과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를 표현했는데, 그 처참한 모습이 정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또한 이지연 작 '매춘'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매춘행위와 장소를 오히려 단순한 사진찍기 공간으로 표현해 심도를 낮춘 점이 인상적이었다. 홍등가 같은 방 10개정도를 재현하고, 그 안에 어여쁜 20대 초반 여성들이 자리하여 관객들과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요새 젊은이들에게는 예전엔 금기시 여겨졌던 '매춘'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퍼포먼스처럼 공개적으로 향유될 수 있다는 점이 기발하고 놀라웠다. 소재 자체는 선정적인 개념인데 퍼포먼스는 사회악을 고발하는 앞의 두 작품 '카피틸'이나 '백조의 호수'에 비하여 오히려 전혀 선정적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가볍게 진행된 점이 신선했다.

▲ 이지연 작 ‘매춘’.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매춘공간을 행위와 장소를
오히려 단순한 사진찍기 공간으로 표현해 심도를 낮춘 점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여성의 직업으로서의 매춘행위를 풍자한 김예슬 작 '키스방'이 있었다. 작가는 매춘, 키스방 전단과 명함을 모아서 그동안 자신의 취업용으로 찍었던 증명사진을 우연히 매치시켰더니 맞아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전단과 명함에 자신의 증명사진을 합성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키스방' 안 한쪽 벽에는 작가의 얼굴에 합성된 풍만한 가슴과 노출이 과한 키스방 전단이 벽면 가득 커다랗게 붙어있고, 다른쪽 벽에는 비슷한 형태의 키스방 명함과 전단의 작은 크기가 덕지덕지 도배되어 있다. 관객들은 현란한 방안모습에 신기해하고 놀라기도 하며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관람한다.

'미친 금요일'에 선정적이고 쇼킹한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폐기물생산자연대의 '구구절절(보드게임카페)'과 같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 기발한 보드게임도 있었다. 인터넷, 컴퓨터 게임이 난무하는 요즘, 간단한 숫자사이의 규칙을 따라 게임을 하다 보니 이곳의 다른 쇼킹한 작품에서 받았던 충격까지 벗어지면서, 또한 그동안 인생을 너무 복잡하게 살았구나, 이런 단순하고 재미있는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상작품, 퍼포먼스, 몸짓 향연 등 다양했던 '미친금요일'과 '도깨비난장'의 2박 3일의 짜릿했던 일정이 끝나고 드디어 수변공원 불타는 동네에서 '폐막불난장'이 시작됐다. 씨어터제로&스모커즈는 '스트레스'라는 공연에서 자동차 한 대를 몰고 나오더니 격렬한 힙합사운드를 들려주며 마임축제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적셨다. 특히 그들이 몰고나온 자동차를 야구방망이로 부수고 마침내는 앞 유리까지 깨는 격렬함까지 보여주었다. 파이어밴딧(일), 만시간크루, 예술불꽃 화랑 팀이 보여준 다채로운 형태의 불쇼 퍼포먼스로 어둔 밤은 전혀 어둡지 않고 활기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 김예슬 ‘키스방’. 작가얼굴에 키스방 전단을 합성해 직업으로서의 여성의 매춘을 풍자했다.


뜨거운 열기는 점점 극에 달했고, 불꽃이 수변공원 안쪽 둘레를 따라 폭포처럼 줄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춘천에 휘영청 마임이 떴네'라는 가사의 반복이 흥겨운 춘천마임축제 주제곡 '마임송(이남이 작곡)'을 부르며 가운데 놓인 첨성대처럼 생긴 높은 불탑을 바라보고 강강술래를 하며 7박 8일간 축제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3 춘천마임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 사고도 있었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정희 육영수여사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해 정치적 파문을 일으킨 마임공연자 '오키드 레드(25)'에 대해 춘천시가 출연제지 공문을 사무국 측에 냈고 이에 유진규 감독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 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춘천CBS 시사프로그램 <포커스 937(연출 최원순, 진행 정예현)>에서 같은 감정을 드러냈다. 축제 중인 24일에는 춘천시 중앙로에서 스페인 마임공연자들이 운행 중이던 버스의 사이드미러에 매달려 시비가 붙은 해프닝도 있었다.

6월에도 축제는 가득하다. 강준혁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은 25일 강원체육회관에서 열린 '춘천 마임축제 토론회'에서 "행정관과 시민들은 예술의 가치를 깨닫고 그 가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축제를 나무 키우듯이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춘천마임축제 뿐 아니라 모든 지역축제들에게 통용될 말이다. 지역축제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단지 예술가들만이 의무를 지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 지역사회 모두가 나를 돌보듯 내 가족을 돌보듯 축제를 받아들이고 일구려고 노력할 때,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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