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

오페라 2021. 3. 25. 13:10 Posted by 이화미디어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가 3월 24일 오후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미래아트홀에서 열렸다.
 
1999년 시작되어 매해 개최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지난 2017년 개최 후 예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되었다. 2020년 축제개최를 준비하며 리허설까지 하였으나 코로나로 진행되지 못하고, 올해 드디어 예술의전당이 제작에 함께 참여하며 4년 만에 소극장오페라축제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4월 6일(화)부터 25일(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20일 동안 다섯 작품이 총 22회의 공연을 펼친다. 특이할 점은 매주 한 작품이 3-4회 공연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레퍼토리 공연방식으로 한 주에 여러작품을 매일 로테이션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공연을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 한 100% 우리말 오페라에 90분 공연으로, 오페라는 길고 어렵다는 틀을 깬다. 
 
다섯 작품은 창작작품 3편, 번안작품 2편이다. 창작오페라는 오예승 작곡 <김부장의 죽음>, 최우정 작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실인 작곡 <춘향탈옥>이며, 번안오페라로는 도니제티(G. Donizetti) 작곡 <엄마 만세>, 쿠르트 바일(K. Weill) 작곡 <서푼짜리 오페라>이다. 작품마다 5회씩(단, 춘향탈옥은 2회 공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작발표회에는 이번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인 박수길, 이건용, 유인택, 집행위원장인 최지형, 예술감독 장수동, 참가작 연출자로 정선영, 장서문, 표현진, 이회수, 김태웅  및 각 오페라 제작진, 출연진이 참석했다.

박수길 공동위원장은 "소극장오페라공연이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공연예술계의 하나의 보람이 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면서 "예술의 전당과 한국오페라인협회, 그리고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가 뜻을 같이 하면서 그 맥을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특별히 예술의 전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 축제가 다시 열릴 수 있는 공기가 되었음을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소극장 오페라는 독립영화와도 같다. 이런 순수예술의 움직임에 뜻을 같이한 예술가들이 함께했다"라면서, "전세계적으로 극장 중심의 소극장오페라는 있겠지만, 이러한 축제방식은 없다. 이번에 250명이 오디션 신청을 했고, 엄정한 비대면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 무대는 지난 20년간 신인들이 우리 오페라에 진입하는 등용문이자 파이프라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지형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축제의 특징에 대해 ”첫 번째로 다양한 레파토리 발굴을 취지로, 창작오페라 3편, 신작오페라 2편으로 했다. 두 번째는 소극장에 적합한 레파토리로 하여 오페라가 대중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신인 예술가의 등용문이 되도록,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엄정히 심사했으며, 네 번째로 매일 작품이 순환되는 레파토리 시스템이다"라고 요약했다. 

   
제작발표회 시작과 중간에는 각 작품 대목이 연주되었다. <춘향탈옥> 중 "촌스러우면 어떠냐!"는 향단(소프라노 윤성희)과 방자(바리톤 윤한성)가 '개굴개굴, 데굴데굴' 등 가사에 경쾌한 리듬으로 새로운 몽룡과 춘향의 얘기에 기대를 하게 했다.

<김부장의 죽음> 중 "의혹"은 주인공 영호(바리톤 임희성)이 내 인생이 잘못 살아온걸까라며 고통의 노래를 불러, 짧은 순간에 비극적 운명에 몰입시켰다. 마지막으로 <서푼짜리 오페라> 중 "해적 제니의 노래"는 빠른 리듬에 뮤지컬 같이 많은 양의 가사로 제니(소프라노 이세희)가 말하는 장면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연출가와 지휘자가 각 다섯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회수 연출은 "유럽에서 클래식만이 최대의 향유이던 시절 쿠르트 바일이 ‘서푼’짜리 오페라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처음 오페라 공연되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그 당시 풍자의 정신을 살리고자 최대한 대사의 양을 많이 했다. 관객들은 `이게 연극인가?' 생각하실 정도일텐데, 성악가들은 '대사 틀리지 않는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고 싶다 말하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재연작품은 두 작품 모두 창작작품이다.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가장의 비애를 다룬 블랙코미디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은 2019년 오페라창작산실에 초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오페라단에서 2014년 초연되며 반향을 일으킨 비극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사랑을 위해 살인을 택한 비극적 운명의 심리 스릴러로 2021년에는 어떤 감정선을 건드릴지 주목된다. 
 
초연은 세 작품으로 번안 두 작품, 창작 한 작품이다. 풍자오페라 <엄마 만세(Viva la mamma!)>는 이탈리아 한 마을 오페라극장에서 배역경쟁을 하며 좌충우돌 코메디가 펼쳐진다. 사회비판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는런던 암흑가의 매춘과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꼬집는 내용으로 오늘날 삶에도 경종을 울린다. 로맨틱코미디 <춘향탈옥>은 고전 춘향전 캐릭터를 현시대로 참신하게 비틀어 낸 창작오페라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번 축제는 공연 외에 개폐막식과 버스킹, 포럼, 피칭타임 등이 신설되어 더욱 풍성한 오페라발전의 장을 펼친다.  4월 6일(화) 저녁 6시 개막식 후 저녁 7시반 <김부장의 죽음>을 시작으로 25일(일)까지 매일 다른 오페라 축제가 펼쳐진다. 기간 중 9일(금) 오후 3시 '제작매치 피칭타임'이 진행된다. 10일과 17일(토) 낮12시에는 오페라 거리공연 '路페라 버스킹'으로 색다른 오페라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참가자 3월 31일까지 접수중).

14일(수) 오후1시에는 '오페라 포럼'으로 한국오페라 현재와 발전에 대한 대담을 나눈다. 4월 25일(일) 오후 3시 <춘향탈옥>을 마지막 공연으로 오후 5시에는 기간 동안 출연진의 실력, 예술성, 작품성 등을 평가반영해 시상식과 폐막식이 이어진다. 이 외 작품별 관객과의 대화, V-log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특별할인으로는 음악대학 재학생 S석 2만원, 부장 명함 소지자 50%할인(<김부장의 죽음>에 한해) 등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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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시오페라단 <맥베드> 프레스 리허설, 바리톤 양준모(맥베드 역)의 모습.
ⓒ 서울시오페라단

"이게 나라냐. 도적들의 소굴이지"

서울시 오페라단 <맥베드>의 2막 마지막 합창 대사다. 요즘 우리들이 입에 달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5월과 마찬가지로 오페라 수확의 계절인 10월과 11월, 정치를 소재로 한 오페라가 많기 때문에 최근의 국정사태와 더불어 오페라 관람의 재미와 몰입도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서울시립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의 <맥베드>는  인간적인 베르디가 느껴지는 음악, 좀더 연극적인 오페라였다. 그 이유는 공연 전부터 주목된 바, 돌아온 구자범 지휘자-고선웅 연출의 오페라 데뷔로 압축될 수 있겠다.

26일 공연이 시작되고 구자범 지휘자와 함께 '오케스트라 드 피니'가 자리한 오케스트라 피트가 올라오면서부터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여느 오페라공연 시작에 흔치 않은 광경이다. 구자범 지휘자의 모습에 객석은 이토록 반가워했다.

구자범 지휘자는 프로그램지의 지휘자 노트에서 최근 시국상황의 주요 인물들을 헤카테(최태민), 맥베드부인(최순실), 맥베드(박근혜)로 연결해 이해를 도왔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베르디가 '소름끼치토록'  선견지명을 발휘해 셰익스피어 원작의 마녀를 '마녀집단'의 합창으로 설정했는데, 이것이 현시국 나라를 망치는 주범인 비겁한 언론집단, 비열한 정치집단(국정원까지), 악덕 재벌집단임을 우리는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죽은 둔카노 왕(정찬우 분)와 말콤(이상규 분), 맥베드(양준모 분), 맥베드 부인(오미선 분).
ⓒ 서울시오페라단


공연이 끝나고 전광판에 '자막번역: 구자범'이라고 보이는 순간, 공연 중 읽었던 한글자막이 그래서 우리말 어감이 좋고 시국상황과 착착 들어맞았던 이유를 알게 돼서 감탄스러웠다.
 

연극 <칼로막베스>에서 코믹하고 무겁지 않게 주제를 보여준 고선웅 연출은 이번 연습과정에서 장면마다 성악가들의 동작을 직접 시범보이는 등 세심한 연기를 이끌어냈다. 덕분에 무대는 극의 흐름에 맞게 성악가들의 좀더 디테일하고 역동적인 연기와 함께 노래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이것이 세련된 느낌을 주는 한편, 노래에 버금가는 일취월장한 연기 덕분에 노래를 충분히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가려졌다는 일부 평도 있었다.
 

이태섭의 무대디자인과 이원호의 영상디자인은 무대를 3면으로 가득채운 다채로운 색감과 추상적인 문양만으로도 충분하게 표현해냈다. 영상에서 1막은 권력욕을 표현하며 붉은색의 사각형이 오르내리며 성을 이루는 듯이 표현했고, 2막에서는 연회장면을 노란바탕에 검은 점무늬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3막은 맥베드의 왕좌가 위태로운 것을 겹쳐 흔들리는 샹들리에로, 4막은 칼처럼 날카로운 여러개의 선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는 맥베드의 운명을 표현했다.
 

의상(김지연 디자이너)은 전체적으로 군중장면은 현대복으로 하고, 주역들에게만 고전식 포인트를 주는 트렌드를 따라서 연출의 현대적 느낌을 잘 살렸다. 한 가지, 1막 시작 마녀 세그룹의 합창은 흰색 옷에 지팡이를 든 모습이 마녀가 아니라 귀여운 요정처럼 보였다. 영상과 조명효과를 잘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흰색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조명디자인 류백희). 검정색무늬나 날카로운 무늬가 들어가 뭔가 균열된, 마녀다운 느낌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4막 '몽유병의 노래'는 꿈속에서도 결코 권력욕을 벗어내지 못하는 맥베드 부인(오미선 분)을 그렸다
ⓒ 서울시오페라단


주역들의 노래와 연기는 훌륭했다. 극 흐름상 맥베드는 3막 이후 4막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26일 공연에서 맥베드의 김태현은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하지만 계기가 되어 극단으로 치닫는, 나약한 맥베드에 잘 어울려보였다. 갈색의 머리카락에 호리호리한 몸, 바리톤으로 우렁차면서도 카랑카랑함이 더해진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으며 4막에서 브라보를 받았다.
 

소프라노 정주희는 맑고 고우면서도 의지있는 음색으로  맥베스 부인 역을, 특히 2막 아리아에서 훌륭하게 해냈다. 4막에서는 오페라 전주곡 선율이 다시 등장 후 욕조에서 몽유병에 걸려 부르는 절뚝이는 선율의 아리아에서도 괴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고집을 결코 놓지않는 잔인함을 잘 노래했다. 외모나 분장이 고운 편이어서, 악한 기질의 맥베스 부인답게 날카로운 시선처리나 세부 몸동작이 필요해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노래와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바리톤 권영명은 중후한 음색으로 2막에서 반코의 죽기 전 아리아를 인상깊게 불렀다. 테너 엄성화는 호소력있는 고음으로 4막에서 죽은 자식들을 애도하는 아리아를 불러 공감을 주었다. 테너 이상규는 3막과 4막에서 힘차고 밝은 음색으로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왕자 말콤 역을 돋보이게 했다. 스칼라 오페라 합창단과 메트 오페라 합창단은 1막 시작 마녀들의 합창, 4막 시작 민중들의 합창 등 베르디 오페라의 빼놓을 수없는 합창으로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국내에서 오페라 <맥베드>는 1997년 서울시오페라단의 초연과 2008년 국립오페라단 공연 이후, 이번 서울시오페라단의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공연 <맥베드>가 전부일정도다. 그만큼 오페라 <맥베드>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오페라단의 <맥베드>는 관객에게는 결코 어렵지 않게 내용적으로도 와닿았고, 음악적으로도 완성도 있게 그림으로써 국내 오페라 <맥베드> 공연의 새로운 문을 열였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여러 오페라단의 다양한 <맥베드>를 보고,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을 많이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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